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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불황 될까?? 한국경제

by SL. 2013. 5. 15.

長期 不況? 한국경제, 긴 터널로 들어서나

2013.05.15 03:06

[사상초유 '3년 연속 低성장' 조짐… 일본과는 또 다른 '한국식 장기불황' 우려]

日과 닮았지만 다르고
- 인구 고령화·부동산 침체… 일본과 유사한 패턴 보여
급격한 버블 붕괴는 안보이고 재정 건전성은 양호한 편

사람 안뽑고
- 외환위기 후 상시 구조조정, 임시직·일용직만 늘어나

돈 안쓰고
- 고용불안이 소비 부진으로 11년간 중산층 10% 줄고 빈곤층은 두배로 늘어나

설비 투자 안하고
- 기업들 현금 확보에만 열 올려… 해외투자 집중, 국내투자 부진

건설 투자 안하고
- 부동산 침체·건설업계 포화, 과잉투자로 건설투자 위축

정부가 전망하고 있는 올해 경제성장률 2.3%가 현실화할 경우 한국 경제는 2011년(3.7%)과 2012년(2.0%)에 이어 3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이라는 사상 초유의 현상을 겪게 된다. 더욱이 내년에도 빠른 경기 회복세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의 초기 단계에 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흔히 '일본식 장기 불황'은 '자산 버블(거품) 붕괴 이후 성장률이 1% 내외에서 유지되는 심각한 경기 침체가 10년 이상 지속하는 현상'으로 정의한다. 1985년 플라자합의 이후 진행된 엔화 절상 추세는 일본 경제의 급격한 위축을 낳았고, 경기 방어를 위한 공격적인 금리 인하는 자산시장의 버블을 심화시켰다. 이후 일본 정책 당국은 자산 버블을 차단하기 위해 다시 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기 시작했고 그 결과 자산시장의 버블이 붕괴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부동산시장의 위축은 금융부문 부실 확산과 함께 가계의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 민간부문의 수요 위축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는 공격적으로 재정지출을 단행하게 되는데, 1990년대 이후 진행된 일본의 인구 고령화는 자산 가격 하락과 함께 정부 재정 악화를 가속화한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국 잠재성장률 그래프
그래픽=김현지 기자

최근 한국 경제는 부동산 가격 하락과 함께 내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어 일본과 유사한 패턴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사점에도 한국 경제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자산 시장의 버블 형성과 붕괴가 급격하게 진행되었던 일본과는 다른 상황인 데다, 금융기관 부실이 실물경제로 전이될 가능성, 정책 대응 및 재정 건전성에서 일본보다는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 경제가 '일본식 장기 불황'으로 갈 가능성은 현재로서 낮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유로존 위기 및 선진국의 경기 회복 지연, 주요국의 양적 완화에 따른 환율 하락과 그에 따른 수출 둔화 등 대외 부문 충격이 심화하는 가운데 구조적인 요인에 의해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성장률 2~3% 저성장이 지속하는, 일본과는 다른 모습의 '한국식 장기 불황'이 현실화될 수 있다. 한국식 장기 불황을 예측하는 근거가 되는 구조적인 내수 부진은 크게 세 가지 요인에서 비롯된다.

① 고용 불안과 소비 부진 지속

구조적인 내수 부진은 사실 최근 몇 년간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1997년 발생한 외환위기로 볼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민간 소비의 성장 기여도가 급속도로 약화하면서 전체적인 내수의 성장 견인력이 타격을 받았다.

특히 고용 불안은 소비 부진의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내 구조조정이 상시화되고, 임시·일용직 취업자 비중도 크게 늘면서 고용 시장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 이러한 고용 불안은 실질소득 증가율을 크게 둔화시켰고 그에 따라 소비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외환위기는 또한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핵심 소비 계층인 중산층이 감소하는 반면 소비 여력이 약한 빈곤층이 증가하면서 국민경제 전체적으로 소비 여력이 약화하고 있다.

1990~2011년 사이 우리나라 중산층(중위소득의 50~150%) 비중은 73.7%에서 63.8%로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빈곤층은 7.8%에서 15.0%로 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비 이외의 지출, 즉 비소비지출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도 소비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계신용)는 2003~2011년 사이 연평균 7.8%씩 증가한 반면 가계(개인) 가처분소득은 5.7%씩 증가하는 데 그쳤다. 세금이나 연금, 사회보험 등의 공적 비소비지출이 증가하는 것도 소비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1990년 가처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에 불과했던 공적 비소비지출 항목은 2011년 기준 10.8%까지 상승했다.

② 기업의 보수적인 경영과 해외투자 증가에 따른 설비투자 부진

설비투자도 외환위기를 계기로 급감하였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보수·안정 중심의 경영전략을 추구하면서 장기적인 설비투자를 기피하고 있는데, 기업들의 과다한 현금 보유는 투자 부진과 한국 경제의 성장잠재력 저하를 초래하고 있다. 1990년대 평균 303%에 달했던 제조업체의 부채비율은 2011년 기준 109%까지 떨어진 반면, 같은 기간 자기자본비율은 25%에서 48%까지 상승하여, 기업들이 투자보다는 재무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기업들의 해외투자 증가는 국내 투자 구축(驅逐) 효과를 낳았다. 2000년대 들어 기업들은 글로벌화 및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동남아와 같은 저임금 지역으로 생산 기반을 확대하였는데, 2000~11년 사이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가 53억달러에서 258억달러로 5배가량으로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직접투자는 2000년대 들어 하락 내지 정체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③ 주택 및 SOC 수요의 성숙단계 진입에 따른 건설투자 부진

국내 건설투자의 부진은 국내외 경제 및 부동산 경기 둔화라는 경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국내 건설업이 이미 성숙단계에 이르렀다는 견해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주택 수÷가구 수)은 2008년 100%를 상회하였으며 2011년 현재 102.3%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가구 증가율은 2000년대 중반 이후 1.5~2%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다 향후 인구 증가 둔화로 추가 하락이 예상되고 있어 추세적으로 주택 수요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SOC(사회간접자본) 투자 역시 도로 연장 증가율의 둔화, 높은 도로포장률 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감축이 예상된다.

이처럼 건설 수요가 점차 하락세를 나타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1999년 이후 건설업 허가제의 등록제 전환 등 규제 완화는 건설업의 경쟁 심화와 건설 부문의 과잉투자로 이어져 건설업 전반에 극심한 어려움을 야기한 원인이 되었다. 특히 2000년대 중반 건설사들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과도한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중견 건설업체들의 부도와 함께 전반적인 건설투자 위축으로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