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12
전통시장의 재발견
그랬다. 전통시장도 ‘잘 나가던 때’가 있었다. 과거 사회의 유행은 가장 먼저 시장을 관통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전통시장은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다. 대형마트에 밀리면서 자생력은 더욱 약해졌다.
이처럼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나름의 살 길을 찾아낸 시장들이 있다. 인천 신기시장과 신포국제시장은 낡음의 미덕을 벗고 첨단 기술을 받아들여 잃었던 소비자를 되찾았다. 지난 1일 ‘잘나가는’ 두 시장을 찾았다.
◆ 신기시장, 낡음 벗고 첨단기술로 무장
“자 돌아갑니다. 참기름, 장바구니, 떡국, 열쇠고리. 아아 과연!”
신기시장 공영주차장에서 룰렛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이름하여 ‘청양의 해 설 마중·빙글빙글 경품대잔치’. 빙그르르 룰렛이 멈추자 장을 보고 돌아서던 사람들의 발길도 멈췄다. 화살은 ‘장바구니’를 가리켰다. 참기름, 호두, 떡국 떡, 식용유세트, 장바구니 등 소소하지만 ‘꽝’ 없는 100% 당첨 룰렛이다.
그 옆엔 인천 야구박물관이 눈에 띈다. “아빠 어렸을 때 태평양 돌핀스 팬이었어. 넥센 염경엽 감독이 이때 유격수였고 여기 도윤이가 알고 있는 김성근 감독도 보이지?” 아빠가 아들에게 인천 야구역사를 들려준다. 이곳에서는 삼미슈퍼스타즈에서 SK와이번스까지 인천의 프로야구단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ICT체험관과 북카페에서도 아이들이 보였다. ICT체험관에서 아이들은 SK텔레콤의 교육용 로봇 ‘알버트’와 ‘아띠’를 작동시키며 논다. 엄마는 장을 보고 아빠와 아이들은 여기서 시간을 보낸다.
시장에 들어서자 ‘지글지글’ 전 굽는 냄새가 코와 귀를 자극한다. 배가 고프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전을 빤히 쳐다보자 누빔 옷을 입은 할머니가 말했다. “한번 드셔보소.” 할머니가 건네는 호박전을 입에 넣었다. 뜨끈한 기운에 추위가 가신다.
정신을 차리고 둘러보니 정육점, 야채가게, 두부가게 등 신기시장은 여느 전통시장과 다를 게 없었다. 그러던 중 가게마다 매달린 엽전 모양의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엽전 한냥의 화폐가치는 500원. 엽전은 신기시장에서 ‘신기통보’로 통한다. 조선시대 화폐 ‘상평통보’를 본떴다. 이 엽전은 신기시장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외국인 눈에 구릿빛 색상의 ‘신기통보’는 그야말로 신기했을 터. 주로 인천시민들이 찾았던 신기시장은 외국인 대상 관광명소로 유명해졌다.
‘멤버십 가맹점’이라고 적힌 족발집에서는 OK캐시백을 적립해준다. ‘쿠폰 주는 집’이라고 적힌 야채가게에서는 하나은행 포인트를 쌓아준다. 쓴 만큼 포인트가 차곡차곡 쌓인다. 1만원어치 사면 100포인트를 적립해주는 식이다. 처음 보는 시장의 다양한 시스템에 눈이 번쩍였다. 시장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이렇게 손님들로 붐비는 신기시장도 힘든 때가 있었다. 1970년대 중반 자연스레 생긴 신기시장은 2000년대 들어 대형마트에 밀려 살아날 길이 보이지 않았다. 신기시장이 부활한 것은 지난 2004년부터다. 상인들은 치열하게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냈다. 상인들 스스로 원산지 표시를 지키기로 약속했고 시장은 상점실명제를 시행했다. 전자결제시스템과 포인트 카드제를 도입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등 최첨단 정보통신기술과 융합해 전통시장의 현대화를 추진했다.
김종린 신기시장 상인회장은 “대형마트에 밀리지 않기 위해 살 길을 찾으려고 상인들이 무척 노력했다”며 “2대째, 3대째 운영하는 상인들은 고객에게 믿음을 심어줬다”고 말했다. 김 상인회장은 “엽전이라는 아이디어에 더해 크루즈를 타고 인천항에 내린 외국인에게 신기통보를 제공한다”며 “이 엽전으로 우리 시장에서 주전부리를 사 먹을 수 있어 외국인관광객도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 신포국제시장, 다양한 맛집 각축전
신포국제시장은 입구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인천의 명물 ‘신포닭강정’ 때문이다. 닭강정을 만드는 모습만 봐도 군침이 돌았다. 커다란 기름 솥에 조각낸 닭고기를 퐁당 넣는 순간 노란 식용유가 지글지글 끓는다. 바삭하게 튀긴 닭에 물엿과 섞어 빛깔 좋은 빨간 소스를 듬뿍 얹어 버무린다. 그 위로 뿌리는 고소한 땅콩가루와 채 썬 홍고추를 보는 순간 시각과 후각은 마비된다.
닭강정의 빨간 자태에 모두가 무너진다. 이곳의 닭강정을 맛보려고 전국에서 신포국제시장을 찾는다. 덩달아 맞은편 닭강정 가게도 문전성시다. 두곳 모두 줄이 길어 닭 한마리 사기가 어려울 정도다.
닭강정 가게뿐만이 아니다. 고선생 고로케, 화덕만두, 40년 정통 중국식 공갈빵 가게 앞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이처럼 신포국제시장에서는 다양한 맛집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었다.
신포국제시장 관계자는 “신포국제시장은 오픈한 지 120년이나 됐다”며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다양한 문화가 뒤섞였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신포국제시장 인근에는 차이나타운이 유명할 정도로 흔적이 곳곳에 배어있다. 이어 그는 “우리 시장에 오면 반드시 맛봐야 할 음식이 많다”며 “닭강정 외에도 오색만두가 유명하고 인천에서 알아주는 민어요리집도 있다”고 덧붙였다.
변하고자 노력한 상인들의 열정이 담긴 신기시장과 신포국제시장. 이 두 전통시장은 켜켜이 쌓인 세월의 내공까지 더해 대형마트가 갖지 못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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