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원짜리 땅이 700만원대 아파트로 변하기까지
동백 지구 땅값, 개발 소식 이후 7년만에 수백배 올라
용인 동백개발지구 공사 현장 전경
지난 달 말 경기도 용인시 구성읍 동백택지개발지구 건설 현장. 100만여평의 드넓은 건설현장 곳곳에는 아파트 건설을 위한 공사가 한창이었다. 덤프트럭과 레미콘 차량이 공사장 곳곳에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내달리고 아파트 사업장 별로 건설 인부들이 자재를 옮기느라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 건설현장에는 2006년 2월경이면 모두 1만 6000여세대의 대단지 아파트가 위용을 드러낼 예정이다. 동백지구는 최근 10개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부과 받아 원가공개 논란의 한 가운데 서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동백지구의 주공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지난달 분양원가 공개 및 분양가 인하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건설업체들이 아파트 건설 및 분양 과정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이익을 취하고 있길래, 분양원가 공개 요구가 거듭되고 있는 것일까. 동백지구의 개발 과정을 따라가며 얼마만큼의 수익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살펴봤다. 동백지구는 한국토지공사(토공)가 조성한 공공택지개발지구로 지난 해 7월 대한주택공사(주공)를 비롯한 공기업 3곳, 민간기업 10곳 등 모두 13개 업체가 동시분양에 참여, 분양을 실시했다.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조정을 받던 무렵이던 당시 동백지구 아파트의 분양가는 660만~760만원가량이었다. 서울 도심보다는 높지 않지만 웬만한 수도권 신도시 아파트 시세와 다름없는 분양가 수준이었다. 동백지구가 개발되기 전이던 97년 이 지역 땅값은 토지 용도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수 만원대에 불과했다는 것이 주변 부동산 중개업자들의 일치된 증언이다. 밭은 3만원 정도에 거래됐지만 수요가 없어 아예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던 땅이 부지기수였다는 것이다. 현재 동백지구 인근의 땅값은 평당 500만~700만원을 호가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경기가 한 풀 꺾였다는 데도 이 정도다. 택지 개발이라는 호재 하나만으로 불과 7년 사이에 같은 지역의 부동산 값이 무려 200배가량 뛴 셈.
토지공사, 용인 동백지구에서만 수천억대 남기는 것으로 추정돼
토공 "지방 사업장 적자 메우고 안정적 공급 위해 재투자"
개발당시 용인동백지구
어떻게 이 같은 부동산 시세 폭등이 이뤄졌을까. 땅값은 택지개발지구 선정 시점부터 오르기 시작한다. 97년 2월 건교부가 이 지역을 택지개발지구로 지정하자 주변 땅값이 수십배씩 치솟기 시작했다. 토공이 이 지역 토지를 수용하기 시작한 2000년에는 이미 평당 수백만원대의 땅값이 형성됐다. 이런 땅을 토공은 평당 30만(밭)~80만원(잡종지) 가량의 보상비를 주고 매입했다. 토공은 주택건설촉진법에 따라 주택난 해소와 국민 주거생활 안정, 부동산 투기 억제 등을 목적으로 토지를 강제수용할 수 있는 공기업이기 때문. 토공이 동백지구 토지 100만여평을 수용하면서 소요된 용지비는 모두 5197억원 가량. 토공은 이 토지를 5850억원가량을 들여 공사대지로 조성했다. 동백지구를 조성하는데 모두 1조 1000억여원이 들어간 것. 이 가운데 도로·공원 등 용인시에 무상으로 기부체납하는 용지 50만여평, 공공 및 상업용지를 제외하면 토공이 택지로 조성한 땅은 모두 28만2689평이다. 토공은 택지를 평당 335만(공기업)~345만원(민간기업)에 분양, 모두 8600억원을 받았다. 택지만 계산하면 토공은 본전도 못 건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아 보인다. 경쟁입찰을 붙여 공급하는 상업업무용지 3만여평, 학교및 임대아파트 용지 등 원가 또는 원가 이하로 파는 용지 20만평가량의 분양 대금을 감안하면 분명 ‘남는 장사’다. 토공 용인사업단 관계자는 “토지 조성에 들인 비용을 빼면 조금 남는다”고만 말할 뿐 구체적으로 수입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상업용지가 택지보다 훨씬 비싸게 공급되고 나머지 용지들이 원가 또는 원가의 70%선에서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토공은 이들 용지에서 최소한 5000억~6000억원가량을 남기는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택지 및 상업용지, 공공용지 등의 분양을 통해 토공은 줄잡아 1조3500억원대는 챙기는 셈이다. 이 경우 토공이 토지 조성 과정에서 챙기는 이익은 최소로 잡아도 2500억원대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토지 강제수용권을 근거로 토공이 택지 조성 과정에서 한 지구에서만 수천억원대의 차익을 남기는 셈. 이 때문에 동백지구 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우리는 토공에 비하면 남기는 게 거의 없다고 할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토공측 입장은 달랐다. 토공 용인 동백사업소 김정석 개발부장은 “수도권 택지개발지구에서는 수익이 발생하지만 지방 택지개발지구는 대부분 적자를 면치 못 한다”며 “발생한 수익은 토공의 사업 지속과 전국적으로 토지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거의 100% 재투자된다”고 말했다. 결국 수익이 발생해도 저렴한 토지의 안정적 공급이라는 공익을 위해 재투자되므로 민간기업이 폭리를 취하는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
업체별 분양원가 400만원대 중반에서 500만원대 초...업체별로 30%이상남겨시행, 시공사 다르면 아파트 품질 떨어지기 십상
토공이 조성한 택지 가격은 건설업체의 시공 단계를 거치며 또 한 단계 뛰어오른다. 건설업체가 토공에서 분양받은 용지비에다 건축비와 광고비 등 기타 경비를 더하면 분양원가가 나오는 셈이다.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용적률. 용적률은 단위 면적당 지을 수 있는 건물 면적을 비율로 나타낸 것으로 용적율이 200%일 경우 1평당 두 평의 아파트 면적이 공급된다. 동백지구의 용적율은 170~190%로 경실련에 따르면 민간 건설업체와 한국토지신탁이 쓴 아파트를 짓기 위해 지불한 평당 택지비는 197만원 가량. 주공과 경기개발공사는 각각 이보다 조금 낮은 184만원과 186만원을 썼다. 건축비는 업체들마다 사용하는 마감재의 질에 따라 다르지만 건교부가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발표하는 표준건축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게 건설업 종사자와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지난 해 표준건축비는 평당 230만원. 좀더 고급스러운 마감재를 썼다고 해도 240~250만원정도면 된다고 한다. 이밖에 광고비와 모델하우스 건립 및 운영비 등 기타 비용이 평당 30만~40만원가량 든다고 감안하면 동백지구의 평당 분양원가는 평균 452만(공기업)~477만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동백지구의 한 건설업체 공무과장은 “아파트 품질 향상을 위해 애쓰는 일부 건설회사를 제외하고는 동백지구 대부분 아파트의 분양 원가는 400만원대 중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아파트 품질에 신경을 많이 쓰는 일부 회사의 경우에는 500만원대 초반까지 분양원가가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민간 업체들의 평당 분양가를 700만원 가량으로 잡을 때 평당 최소한 200만~250만원가량을 이윤으로 남기는 셈이다. 경실련이 지난 3월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동백지구 아파트 건설업체들의 분양가 대비 수익률은 31.7%~34% 정도로 나타났다. 민간건설업체는 평균 562억원, 공기업은 평균 890억원의 수익을 냈으며 건설업체들은 동백지구 한 지구에서만 모두 8295억원의 개발 이익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토공에서 택지를 분양받아 사업을 발주하는 시행사와 시행사의 하청을 받아 실제 아파트를 건축하는 시공사가 다를 경우에는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한 회사가 챙길 이윤을 두 회사가 나눠야 하기 때문에 각각의 수익이 줄어들게 되기 때문. D업체 관계자는 “이런 경우 시공사는 수익을 보전하기 위해 싼 마감재를 쓰는 등 공사비를 줄이는 수법을 주로 쓴다”며 “같은 택지지구 내 다른 업체보다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경우 분양이 잘 안 되기 때문”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택지지구에서 시행사와 시공사가 다른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만난 박모 공무차장은 “시행사가 정한 시공비대로 공사를 할 경우 우리에게 남는 게 별로 없어서 계속 단가를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시행사에서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회사의 경우 수익을 포기하지 않는 한 시공비를 낮춰 수익을 챙기려 한다는 게 건설현장 관계자들의 말이다.
투기 수요가 건설업체 폭리 가능하게 해건설업체 관계자 "폭리 취해도 다 분양되는데..."
용인동백지구 입구에 부동산중개업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이들 중개업소 고객 가운데 실수요자는 절반이 채 안된다
그러면 이처럼 건설업체들이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는 이유는 뭘까. 근본적으로는 투기 수요 등에 의해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가격이 계속 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부동산 투기가 몰려 부동산 시세가 전반적으로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에 민간 업체들이 30%이상 폭리를 취해도 분양이 된다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는 월급을 꼬박꼬박 모아 집을 장만하려는 실수요자가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매우 힘들어진다. 동백지구 입구에 있는 베스트 부동산컨설팅 김선진 사장은 “지난 해 분양 때 벌써 부동산 거품이 조금씩 꺼질 때여서 소위 ‘떴다방’도 없었는데도 아파트의 실수요자가 절반도 안 됐다”며 “이 때문에 아파트 입주 시점인 2006년이 되면 차익을 노리는 매물들이 엄청나게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주변 시세와의 차이나 향후 아파트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가수요가 생겨나면 ‘프리미엄’이 라는 형식으로 아파트 값에 거품이 끼기 마련. 동백지구 동보 아파트 38평형의 경우 한때 7000만원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그나마 수도권 외곽 지역이기 때문에 이 정도라는 것이 주변 부동산 업자들의 말이다. 새 아파트 단지의 분양가 상승은 이미 들어선 기존 아파트 단지의 시세 상승으로 이어진다. 새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의 시세가 서로 밀어올리고 끌어올리며 부동산 가격 폭등을 유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되는 셈이다.동백지구 건설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업체 관계자의 고백은 이처럼 왜곡된 아파트 건설 및 분양과정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는 “건설업체들이 폭리를 취한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다음과 같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건설업체에 있지만 나도 월급 모아서 집을 사야 하는 서민이다. 집을 사야 하는 입장에서는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니 폭리를 취하는 걸로 보인다. 하지만 30%씩 남겨도 분양이 될만큼 시세가 형성돼 있는데 일부로 이윤을 적게 보면서 분양가를 낮출 건설업체가 있겠느냐. 새 물건을 헌 물건보다는 대체로 싸게 팔지 않느냐. 주변 시세가 계속 뛰는 상황을 생각하면 폭리가 아니다.” 결국 아파트 값 거품을 빼고 아파트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의 건전한 시장으로 만들려면 부동산 시장의 한 고리만 ‘때려잡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의 말은 건설행정과 건설산업, 그리고 소비자의 의식과 행태 등이 총체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준다. 임덕호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의 폭리 구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왜곡된 주택시장구조를 바로잡는 정부의 노력과 투기 등에 의해 왜곡된 가격을 거부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행동이 결합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가격 선순환 위한 '기초 공사'는 정부가 해야
하지만 이 같은 문제를 바로잡고 아파트 가격 안정화의 선순환 고리를 형성하기 위해 먼저 나서야 하는 주체는 결국 정부라는 의견이 많다. 정부가 아파트 건설시장의 시장 왜곡 현상을 알면서도 이를 방치하거나 심지어 조장한 측면이 짙기 때문이다.실제로 98년 이후 지난 해까지 수도권의 아파트 시세가 2~3배가량 폭등한 것은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조장한 측면이 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물론 같은 기간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는 순전히 저금리 기조에 의한 현상이었던 반면 우리의 경우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컸다. 건교부는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한다는 명분 아래 99년 1월 아파트 분양가를 자율화한 데 이어 2000년 3월 분양권 전매를 허용하고 청약예금 가입자격을 대폭 완화하는 등의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을 지속적으로 실시했다. 이 같은 정책 기조는 외환위기가 일단락된 뒤인 2000년 이후에도 계속돼 강남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아파트 폭등 사태를 불렀다. 아파트 폭등 사태는 다시 투기 세력을 중심으로 한 가수요를 만들어 아파트 값을 한껏 부풀려 놓은 것. 결국 ‘경기 부양’이라는 명목 아래 투기세력 등이 ‘불로소득’으로 한껏 배를 불린 사이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의 꿈’은 조금씩 더 멀어지게 만든 것이다. 건설산업의 억지 부양을 통한 경제 성장은 중장기적으로는 경제에 독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뜀박질하는 부동산시장에 편승하기 위해 무리하게 은행 대출을 받아 아파트에 투자한 돈들이 묶여 현재의 내수 침체로 이어지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아파트 시장이 실수요자로부터 멀어져 투기 세력이 사라질 경우 부동산 값 폭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실련 아파트 분양가 거품빼기운동본부 김헌동 대표는 “정부가 70년대 이후 줄곧 주택공급 확대를 통한 경기 활성화 기조를 내세워 공급자 우대정책을 유지해왔다”며 “그 과정에서 공급자에게 선분양 및 공공택지 독점분양 특혜를 준데 이어 98년부터는 분양가를 자율화해 투기심리를 부추겨 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는 공급자인 건설업체에는 온갖 특혜를 주면서도 소비자인 국민들에게는 분양원가 공개 등 최소한의 소비자 권리도 인정하지 않았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시장 왜곡을 바로잡는 조치를 ‘기초공사’를 해야 하는 것은 정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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