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F you don't act, nothing changes.
^^공간이야기/노후이야기

요즘 은퇴자들은 ?

by SL. 2013. 5. 23.

생활고에 연금 당겨쓰는 은퇴자들

 

국민연금 실버론 1만3천명 511억 빌려…개인·주택연금도 중도인출↑

 

 

 

 기사의 0번째 이미지

 

 

# 6년 전 갑작스런 대장암 발병으로 투병생활을 하던 김 모씨(65)는 국민연금 `실버론`에서 500만원을 빌릴 수 없었다면 병원비가 없어 중요한 수술을 포기할 뻔했다. 각종 장기에 종양 발생과 고관절 골절 등으로 최근 2년 동안 병원생활을 하면서 이미 7000만원을 쓴 상태여서 여유자금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나처럼 나이 많은 사람은 은행 대출도 쉽지 않는데 국민연금에서 별도 담보 없이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정말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연금도 이제 대출이 되는 시대다. 저금리와 은퇴자들의 팍팍한 생활 때문에 연금도 이젠 거액의 돈을 빼내 쓸 수 있는 일시인출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돈을 빌리기 어려운 금융 취약층에겐 `가뭄의 단비`지만 노후자금 잠식이라는 점에서 `곳간 빼내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금에서 돈을 빌리는 인출 기능이 강조되는 것은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이 연금이라도 깨서 돈을 마련하려는 욕구와 고객 수요를 맞추기 위해 국민연금공단, 주택금융공사 등 공공기관이 유연한 연금 프로그램을 내놓은 까닭이다. 증권사가 판매하는 연금저축(개인연금)은 지난해 말 제정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서 연금저축계좌로 통합돼 중도인출이 훨씬 자유로워졌다.

국민연금이 지난해 5월 출범한 `실버론`은 연금을 일시에 빼내서 쓰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실버론이 시작된 지 1년이 된 지금까지 1만3035명이 총 511억원을 빌려갔다. 박재구 국민연금공단 생활금융지원부 부장은 "나이 드신 분들은 신용등급 등이 불리해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편이라 급할 때 별도 담보나 대출심사 없이 낮은 금리로 이용할 수 있는 실버론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집을 담보로 매달 돈을 받는 주택연금 역시 일시인출 금액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주택연금은 60세 이상 노인이 거주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어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매달 받는 돈을 조금 줄이더라도 일단 목돈을 마련해 생활고를 해결하거나 빚을 갚겠다는 사람들이 37%에 달한다. 주택연금은 종신혼합 방식이라고 해서 총연금사용한도의 50% 안에서 목돈을 인출해 쓸 수 있다. 일부는 인출해 쓰고 나머지는 매달 나눠서 평생 동안 받는 방식이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처음에는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는 방식으로 연금을 설계했는데 병원비 같이 목돈 들 일이 많은 노년층이라 한꺼번에 많은 돈을 받을 수 있는 종신혼합 방식이 의외로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연금을 미리 당겨 쓰는 사람은 노년층이 연금 이외엔 별다른 자산이 없는 상황에서 금융권 문턱은 높기 때문이지만 일시인출 기능이 강화된 연금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만만찮다.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은 안정적이지만 일시적인 유동성 문제에 처한 노년에게 급한 불을 끄는 소방수 구실을 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론 노후생활에 오히려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에서다.

홍백의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실버론은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국민연금제도의 본래 목적과 배치된다. 국민연금공단은 더 이상 제도 확대를 추구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성환 한화생명 은퇴연구소 소장은 "연금을 한번 꺼내 쓰면 자식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돈을 좀 빌려 달라는 요구를 계속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며 "노후에 현금 흐름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고 싶다면 가급적 금융권 대출을 통해서 급한 돈을 빌려 쓰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개인연금도 올해 초부터 중간에 돈을 빼내기가 한결 쉬워졌고 금융종합소득과세를 줄일 수 있어 중도인출 제도를 이용하는 가입자들이 늘어날 전망이다. 연 1800만원을 넣는다면 4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1400만원은 페널티 없이 중도에 인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