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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노후이야기

눈물의 웨딩마치

by SL. 2013. 5. 20.

結婚시즌 땐 청첩장 한달 4장 넘게 받아… 평균 25만원(婚主세대) 쓴다

2013.05.20

婚主세대, 3번이상 결혼식참석… 축의금 1회 평균 대략 7만원
혼주 절반, 하객 300명이상 불러… 46% "결혼비용이 노후에 부담"

- 구태 밀어내는 작은 결혼식
예비혼주 10명 중 6명꼴 "하객 100~200명 미만이 적당"
작은 결혼식 캠페인 접한 뒤 절반 이상 결혼식 인식 달라져 


	부모의 눈물로 울리는 웨딩마치 로고
최근 1년간 우리 사회 한편에서는 '작은 결혼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지만 다른 한편에선 아직도 '고비용 결혼식'이라는 악습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회사 메트릭스에 의뢰해 혼주(婚主) 세대 300명과 자녀 세대 300명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들은 결혼 시즌이면 연령대와 상관없이 거의 매주 한 번꼴로 결혼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이 된 혼주 세대는 지난 3년간 자녀를 결혼시켰거나 앞으로 3년 내에 시킬 계획인 55~69세 남녀다. 자녀 세대는 지난 3년간 결혼했거나 3년 내에 할 예정인 25~39세 남녀다.

조사 결과 혼주 세대는 결혼 시즌 동안 한 달에 평균 4장 이상 청첩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세 번 이상 직접 결혼식에 참석하고 나머지 한 번 정도는 인편에 축의금만 보냈다. 혼주 세대는 결혼식에 한 번 참석할 때마다 평균 1시간49분을 길과 식장에서 보냈다. 그때마다 축의금으로 평균 6만8550원씩 냈고, 교통비·화환 값 등으로 1만4263원씩 지출했다. 한 달에 평균 세 번 결혼식장에 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월평균 25만원을 지출하는 셈이다. 가고 싶지 않은 결혼식도 꾸역꾸역 가는 이유로 혼주 세대는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35.3%), '우리 집 경조사 때도 왔으니까'(29.7%)라고 응답했다.

자녀 세대 역시 결혼식 참석 빈도가 약간 낮을 뿐 패턴은 엇비슷했다. 자녀 세대는 결혼 시즌 동안 한 달에 평균 3장 이상 청첩장을 받고, 그중 두 번 이상 직접 참석했다. 자녀 세대 역시 한 번 결혼식 갈 때마다 평균 1시간30분을 썼다. 축의금으로 6만3400원, 교통비·화환 값 등으로 4만245원을 썼다. 월 21만원꼴이다. 부모 세대와 마찬가지로 가고 싶지 않아도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35.8%), 혹은 '우리 집 경조사 때도 왔으니까'(30.0%) 간다고 했다.

 



	작은 결혼식 캠페인 접하고 생각 바꿨다는 사람 통계 변화 그래프

그래도 희망이 엿보였다. 아직은 개개인이 실천하려면 힘이 들지만 그래도 작은 결혼식이 빠르게 구태(舊態)를 밀어내고 있었다.

가령 이번 조사 대상자 중 이미 자녀를 결혼시킨 혼주들은 대다수가 '이상적인 하객 수는 양가 합쳐 100명 이상~300명 미만'이라고 했다(66.0%). 그러면서도 막상 자기 자식을 결혼시킬 땐 혼주의 절반가량이 하객을 300명 넘게 불렀다(51.4%). 그 결과 혼주의 절반이 '자녀 결혼 비용이 노후 준비에 부담되더라'고 했다(46.0%). 체면에 밀린 결과다.

하지만 앞으로 자녀를 결혼시킬 예비 혼주들은 달랐다. 예비 혼주 10명 중 6명꼴로 '이상적인 하객은 양가 합쳐 100명 미만(28.7%) 혹은 200명 미만(32.7%)'이라고 했다. 자녀 세대로 가면 10명 중 7명(70.5%)꼴로 이상적인 하객 규모가 200명 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예비 혼주와 자녀 세대는 본지와 여성가족부의 '작은 결혼식' 캠페인을 접한 뒤 "결혼식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는 사람이 절반이 넘었다. 작은 결혼식이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의 '대세'가 되고 있다는 얘기다. 결혼문화 개선 운동을 펼쳐온 이세중 환경재단 이사장은 "다른 게 혁신이 아니라 살기 편하게 해주는 이런 게 혁신"이라고 했다

 

 

[후회를 부르는 결혼의 3大 요소] ①남처럼 해달라는 자녀 ②그말 들어주는 부모 ③부모老後는 뒷전

 

본지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55~69세 부모 세대와 25~39세 남녀 총 6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후회를 부르는 3대 요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①남처럼 해달라는 자녀 ②그 말을 들어주는 부모 ③노후 대책을 뒷전으로 미루는 것 등이다. 대표적 사례가 서울 강북에 사는 베이비부머 이성호(가명·56)씨였다.

"가진 거라곤 달랑 집 한 채뿐이에요. 4년 전 중소기업에서 퇴직한 뒤 날마다 면접 보러 다니는데 오라는 곳이 없어요. 아내가 하루 3~4시간씩 집에서 호두 까기 아르바이트 하는 게 수입의 전부입니다."

그런데도 이씨는 지난해 큰딸(30)을 남들처럼 결혼시켰다. 당시 딸은 "남자 친구 부모님이 1억8000만원짜리 전셋집을 얻어주겠다고 하는데, 이런 남자 만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씨 생각도 비슷했다. 어떻게든 혼사를 치르고 나면 설마 자식이 '나 몰라라' 할까 싶었다.

막상 결혼 말이 오가자 복병이 나타났다. 사돈이 해주는 만큼 이쪽에서도 혼수·예단으로 '성의'를 보여야 했다. 딸은 직장 생활 4년 차였지만 모아둔 돈은 1000만원뿐이었다. 결국 이씨 부부가 현금과 카드로 4000만원을 썼다. 부부는 그 후유증으로 지난 1년간 재래시장 말고 다른 데선 장을 못 봤다. 최근 부부는 어렵사리 딸에게 "너무 힘드니 다달이 조금만 보태달라"고 했다. 딸은 말끝을 흐렸다. "저도 모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