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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여 행

양평 두물머리 물래길

by SL. 2012. 10. 23.

 
 
이번 주말에는 수려한 풍광과 역사가 숨쉬는 두물머리 물래길로 오세요!”
양평군 양서면 양서문화체육공원을 출발해 세미원을 거쳐 배다리, 석창원, 두물머리, 물래길 등을 돌아 오는 길이 4.5㎞의 두물머리 물래길이 수도권 시민들에게 웰빙 산책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양평군이 지난해 11월 사업비 10억원을 들여 조성한 두물머리 물래길은 중앙선 전철을 타고 양수역에 내리면 바로 보이는 한강 수변에 위치한다.

연꽃과 갈대, 철새와 여울 등 탁 트인 시원한 경관으로 영화와 드라마는 물론 사진작가들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하다.
특히 두물머리를 연결해 수변으로 이어지는 마사토 흙길은 누구나 편안하게 걸을 수 있으며,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과 남한강 자전거도로·산책로, 한강물환경연구소 물환경생태관 등 볼거리들도 많다
   
 
   
 

■물안개 속을 걷는 행복한 발길
강원도 태백 금대봉 검룡소(劍龍沼) 계곡을 떠나온 남한강과 금강산 옥밭봉에서 강원도 화천을 거쳐 달려 온 북한강.
이처럼 서로 다른 산하와 들녘을 숨가쁘게 뛰어 온 두 갈래 가람이 한곳에서 만나 어깨를 부둥켜 안는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두 가람이 낮게 소곤대는 말소리도 들린다.
“사르락 사르락….”
호기심 많은 갈대들이 빠질리 없다.
그들이 무슨 말을 나누는지 궁금한 듯 엉덩이를 뒤로 빼고 엉거주춤 서있다 불어 오는 바람에게 나직하게 속삭인다.
“자르락 자르락….”
두 물줄기를 따라 헤엄쳐 온 붕어와 버들치, 쏘가리 등 민물고기들도 지느러미를 흔들며 아는 척을 한다.
이 녀석들이 반가워 흘리는 눈물은 물 한복판에서 얌전하게 괴어 있다,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자욱하게 물안개로 피어 오른다.

그리고 금방 사근사근 말을 걸어 온다.
물안개와 손을 잡고 발걸음을 옮기면 박하사탕같은 햇빛이 소매를 걷어 부치고 따라온다.
양평군 양서면 두물머리에 조성된 물래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정겨운 풍광들이다.
이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보너스 가운데는 인근에 조성된 아름다운 정원인 세미원도 빼놓을 수 없다.
소나무와 향나무, 자작나무 등 고향이 서로 다른 덩치 큰 나무들이 하늘에 대해 예를 갖추는듯 두 손을 다소곳하게 잡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단아하게 옷을 갈아 입는다.
두물머리 물래길을 걸으면 오감이 행복해지는 까닭이다.

   
 
   
 

■두물머리 물래길만의 풍광, 배다리
두 가람이 합쳐지는 곳이어서 그럴까.
이곳에선 가마우치나 찌르래기 등 다른 곳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철새들도 만날 수 있다.
그들의 빛나는 합창, 그리고 수면을 차면서 늠름하게 날아 오르는 비상(飛翔).
환경이 갈수록 오염되면서 도회지에선 쉽게 구경할 수 없는 광경을 이처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볼 수 있다면 환희, 그 자체가 아닐까.

철새들이 스스럼 없이 두물머리 물래길을 찾을 수 있는 건 이곳에는 인공적인 시설들이 최대한 배제됐기 때문이다.
도회지 인근에서 콘크리트나 우레탄 등으로 조성한 길이 아닌, 마사토로 깔은 길을 걸어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그래서 발바닥에 착착 안기는 흙의 감촉은 편안하다 못해 간지럽다.
배 수십척을 이어 만든 배다리를 밟을 수 있다면 발바닥으로 그 섬세한 나무결이 느껴지지 않을까.
이처럼 발바닥을 호강시켜 주는 배다리도 두물머리 물래길에 생겼다.

최근 조선의 마지막 개혁군주였던 정조대왕이 아버지 사도세자 묘소인 융건릉을 찾기 위해 한강에 설치했던 배다리가 옛 모습 그대로 재현됐기 때문이다.
배다리는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임금만이 건널 수 있었다.
임금이 행차할 때는 오색 깃발들이 화려하게 휘날리곤 했었다.
그래서 배다리로 발길을 옮기면 임금만이 누릴 수 있는 호사도 경험할 수 있다.

두물머리 배다리에 설치된 배다리는 일시적으로 강을 횡단하던 주교(舟橋)와는 달리 국내 최초로 연중 상시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든 주교(舟橋)로, 북한강 지류의 너비 245m 구간을 모두 52척(예비용 8척 포함)의 실제 선박(목선)으로 이어 역사적 문헌상의 주교도(舟橋圖)와 노량주교 도섭도(鷺梁舟橋 渡涉圖) 등이 최대한 재현됐다.
문헌상 최초의 배다리는 중국 ‘시경(詩經)’에 나온다.
배다리 설치를 계기로 두물머리 물래길이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세계 최고의 산책길로 거듭 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다산의 실학정신이 깃들여 있는 두물머리 물래길
두물머리 물래길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의 ‘물’을 주제로 우리 말의 ‘물’자와 한자의 ‘올래(來)’ 자를 합성해 만들어진 명칭이다.
양서문화체육공원을 출발해 세미원을 거쳐 배다리, 석창원 등을 돌아 다시 돌아오는 코스로 길이는 4.5㎞.
건강한 어른 걸음으로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

이곳은 18세기 정조대왕 시절 실학을 집대성한 다산 정약용 선생의 진취적인 개혁사상이 오롯하게 담겨져 있다.
물래길이 끝나는 곳에는 200년 된 느티나무 한그루가 어르신처럼 앉아 있다.
200년 전에는 이곳에 요즘 같은 물류기지 역할을 담당했던 하항(河港:하천의 항구)과 비교적 규모가 큰 나루터가 있었다.
선착장과 정박지는 현재 표석에서 남서쪽으로 치우친 곳에 위치했었다.

전라도와 경상도, 충청도로부터 올라오는 각종 농산물과 특산물 등이 이곳을 거쳐 한양 광나루나 뚝섬, 마포, 용산 등지로 올라갔다.
다산 선생이 추구한 실학의 목표가 백성들의 경제생활을 윤택하게 해줘 부국강병 국가를 만드는데 있었던만큼 이처럼 물류의 원활한 소통의 현장이었던 두물머리는 곧 그의 경제이론이 올곧게 구현될 수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다산 선생의 생가도 건너편에 있다.
이처럼 빼어난 풍광과 을 갖춘 두물머리 물래길은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우리 마을 녹색길 베스트 10’은 물론,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친환경·문화사업에도 선정됐다.

군 관계자는 “최근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친환경·문화사업에 두물머리 물래길 구간에 대한 정비사업이 채택돼 사업비 4억5천만원을 지원받게 됐다”며 “두물머리 물래길을 친환경적으로 지속 정비해 탐방객들의 욕구를 가일층 충족시키도록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에는 발길에 채이는 가을 햇볕을 사각사각 밟으며 다산 정약용 선생의 숨결도 느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