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20
▲ 새만금사업은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에 의해 이루어진 ‘전북홀대’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지난 25년 동안 6개의 정부를 거치면서 확보한 사업비가 전체사업비의 25%수준에 불과하고 차기정부 이후에나 사업이 마무리 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성장동력인 국책사업이 자칫 한 세대를 넘길 위기에 빠진 것이다. 사진은 새만금개발청이 밝힌 새만금사업 추진현황 조감도의 모습.
전북의 희망인 새만금사업이 첫 삽을 뜬지도 25년을 넘기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여섯 정부를 거치면서 확보한 사업비는 전체사업비의 25%수준에 불과하다.
전북을 대표하는 성장동력인 국책사업이 자칫 한 세대를 넘길 위기에 빠진 것이다.
새만금사업은 여야를 포함한 정치권에 의해 이루어진 '전북홀대'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전북도민들은 이제 '새만금'이라는 장밋빛 희망에 지쳐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정치권 누구도 책임지는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도민들은 이제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한다.
전북의 희망을 견인하는 대형국책사업이 사람들에게 허탈감과 무력감을 던지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꼴이다.
이에 본보는 전북도민의 입장에서 새만금사업을 총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기획시리즈를 준비했다.
이번 호에는 4번 째 순서로 새만금사업의 최대 투자자로 떠 오르고 있는 중국과 새만금의 관계를 짚어 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 새만금내부개발계획의 구상이 담긴 3대 거점 조감도. 군산 중심의 산업연구거점과 국제협력거점, 부안 중심의 관광레저거점으로 구성돼 있다.
◆ 중국의 신 실크로드 '일대일로'와 새만금개발
지난 15일 전라북도와 새만금개발청에 따르면, 2009년 이후 1,865만 평방킬로의 새만금산업단지에 입주하거나 관광지를 개발하겠다며 투자양해각서(MOU)를 맺은 기업은 80여개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이 가운데 5곳(6.25%)만이 공장을 짓거나 입주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더구나 이중 해외기업은 일본의 첨단소재 생산기업인 도레이와 벨기에의 첨단화학기업인 솔베이실리카 두 곳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로부터의 투자유치가 이처럼 저조한 실적을 보이면서 최근 중국의 새만금사업에 대한 투자여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새만금사업에 대한 중국의 투자는 중국의 새로운 외교전략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와 맞물리면서 그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새로운 서진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일대일로는 육상으로는 중앙아시아 - 러시아 - 유럽을 연결하고, 해상으로 중국연해와 동남아 - 남아시아 - 인도양 - 유럽 - 남태평양을 잇는 21세기 해상실크로드정책을 말한다.
중국의 발표에 따르면, 60여국 44억명, 21조원 규모의 거대경제권을 형성하는 최대규모의 국가프로젝트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 9월 7일 카자흐스탄의 한 대학에서 새로운 협력모델을 강조하며 처음으로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공식적으로 언급했고, 이어 10월 3일 인도네시아 국회에서 아세안 국가와의 해상협력을 강조하며 ‘21세기 해상실크로드’건설을 다시 강조했다.
이후 일대일로는 중국의 중요 국가전략사업으로 주목받으며 2015년 정부의 중점 추진사업으로 선정됐다.
중국은 중국이 세계의 중심이었던 강한성당(强漢盛唐)시대로의 부흥을 상징하는 국가프로젝트인 일대일로 사업에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백년이 되는 2049년까지 4조 위안(한화 약 714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키며 2049년까지 일본과 독일을 뛰어 넘는 제조강국의 반열에 오르기 위한 1단계 대역사(大役事)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중국정부는 일대일로 사업의 추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자본금 1천억원 달러 규모의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설립을 준비하고 올 해 안에 공식적으로 출범시킬 계획이다
▲ 2014년 7월 3일 열린 한중정상회담의 모습.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새만금을 중심으로 하는 한중경협단지 조성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 경제와 문화, 역사의 공유점 바탕으로 동반상생 효과 기대
그렇다면 한국의 새만금사업과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의 연관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먼저 한국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정부의 일대일로가 목표와 방안 등에 있어서 상당한 유사성을 보이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은 2014년 7월 진행된 ‘한중 경제통상협력 포럼’ 연설에서 “한국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신 실크로드 구상의 연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두 사업이)연계되면 중국은 극동아시아와 중앙아시아, 중동, 유럽을 연결하는 가교가 될 것이고, 양국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자유무역과 경제협력의 중심지 건설을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는 새만금사업은 이후 다양한 산업생산물과 관련된 글로벌 물류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로벌 물류시스템과 이를 통한 지역 및 국가발전이라는 점에서 새만금은 한국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및 중국의 일대일로와 공통점을 갖고 있다.
게다가 새만금개발청이 밝힌 개발계획에 따르면, 새만금개발은 단순히 물자의 생산 및 유통뿐 만이 아닌 인적 , 문화적 교류의 중심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새만금은 국제적 수준의 교육과 복지체계 구축, 최고 수준의 CIQ(세관, 출입국 관리, 검역)우대 서비스 제공, 인기스포츠 및 문화관련 시설 건립, 행사유치 등을 계획해 놓고 있다.
이는 새만금의 3대 거점 중 하나가 부안을 중심으로 하는 관광레저 거점이라는 점에서도 쉽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인적, 문화적 교류의 거점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새만금사업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은 인적, 문화적 교류의 활성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비전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일대일로와 한반도의 연계성을 뒷받침하는 역사적 근거들도 적지 않다.
전통적인 실크로드는 대부분 중국과 서방의 교류를 강조하고 있지만, 한반도와 일본이 고대 실크로드와 연결되어 있다고 보는 시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웬후이와 같은 학자는 중국 단둥지역에 주목하며 과거 육로와 해로를 통해 실크로드와 중국의 동북부, 한반도가 연결되어 있었다고 주장한다.
이 밖에 적지 않은 연구들이 실크로드가 중국의 동쪽인 한반도와 일본까지 이어진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어 일대일로와 새만금이 역사적 연원을 공유한다고 보는데 큰 무리는 없을 듯 싶다.
지난 6월 24일 원광대학교 숭산기념관에서는 김도종 원광대 총장이 참석한 가운데 '일대일로와 새만금개발'이라는 주제의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공동학술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세미나는 정치외교분야와 법률분야, 통상산업분야 등으로 나누어 전문가 발제와 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 한중 FTA와 새만금 한중경협단지 조성
특히 새만금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체결에 따라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한중산업단지의 시범대상으로 선정돼 일대일로사업과의 연계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중정상은 2014년 7월 새만금을 한중 산업단지로 조성키로 합의했다.
이어 양국은 한중 FTA를 체결하면서 새만금 내 일부 산업단지를 한중산업단지로 특화해 투자활성화와 지식공유, 정보교환 등의 상호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약속했다.
지금까지 중국이 해외에 진출한 중국기업 전용공단은 러시아와 남미, 아시아 등 개도국에 주로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수가 1백 여 개로 추정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제대로 된 중국기업 전용공단이 없어 새만금이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밝은 전망이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은 과거 실크로드가 유럽귀족들의 사치품인 중국산 비단과 도자기, 4대 발명품인 나침반과 화약, 인쇄술, 종이가 세계인들의 필수품으로 자리 잡게 한 물류채널이었던 것처럼, 일대일로가 중국 명품과 혁신상품의 현대판 물류채널이 되기를 희망하는 모습이다.
바로 이 점이 새만금에 조성되는 한중산업단지가 중국 혁신상품 세계화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그리고 이는 중국이 일대일로를 통해 차세대 정보기술과 바이오, 신에너지, 신소재 등 신흥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벤처투자 협력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한 것과도 맥을 같이 한다.
뿐만 아니라 새만금개발청이 초국적 경제협력특구 조성과 함께 목표로 제시한 글로벌 정주, 교류도시와 첨단농업 및 친환경의 활력있는 녹색도시 건설도 새만금 인프라 개발에 중국자본이 참여할 경우 수익성을 기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 남겨진 과제들 …정치영역의 인식변화와 민심소통의 확대
이와 같이 새만금사업과 일대일로가 새로운 성장을 견인하는 국제도시로서의 희망을 제시하고 있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먼저 새만금개발과 일대일로가 경제적인 가치와 효과를 중심으로 강조되면서 여러 영역을 아우르는 정치적인 영역의 인식변화가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4년 한중정상회담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한중 양국의 정치지도자와 이들을 보좌하는 실무그룹이 일대일로와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연계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그러나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대일로와 새만금의 연계로 까지는 확장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은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일부 중국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역사적 근거를 더욱 풍부하게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허재철 원광대 한중관계연구원 교수는 “고대 실크로드의 출발지, 또는 동쪽으로의 연장선이 한반도 및 새만금, 더 나아가 일본으로까지 이어진다는 역사적 근거를 더욱 발굴할 필요가 있다” 며 “이러한 역사적 근거를 바탕으로 중국의 지도층이나 정책입안자, 그리고 일대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지방 및 기업 관계자들을 상대로 연계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소통의 확대도 해결해야 하는 숙제로 손꼽힌다.
특히 민심소통확대는 일대일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생겨날 수 있는 중국위협론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정부도 적극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가지 예로 새만금에 중국관광객이 즐겨 찾을 수 있는 차이나타운과 차 없는 거리 등 문화교류의 장을 만드는 것을 들 수 있다.
한국을 찾는 중국인 요우커는 2013년부터 급증해 지난 해 600만명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서울과 제주 등 특정지역에 편중됐던 관광코스도 다원화되고 있어 새만금 역시 이들을 겨냥한 프로그램 개발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다 구체적으로 새만금개발청이 추진 중인 한중산업단지 조성의 중국측 파트너인 옌타이시를 시작으로 한중 문화 및 관광교류를 활성화시키는 대책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이 밖에 사업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중국과 정치경제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북한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매우 설득력있게 들린다.
남북경색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재개와 이를 통한 대북전단살포 중지, 5.24조치 해제 등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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