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3
①빚내서 다주택자 된 투기꾼
②대출해준 금융기관
③감독 소홀한 정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전망' 서평
부동산 전문가 저자 '정부책임' 먼저 꼽아
순풍의 돛시대 끝나 네번째 조정시기 임박
상승 여력 있어..부동산 투자 종말은 아냐
연배가 엇비슷한 직장인 혹은 사회생활을 하는 이와 어울리면 얘기의 대부분은 부동산이다. '누구는 은행 빚을 잔뜩 끼고 어디에 집을 샀다더라', '누구는 부모에게 빌딩을 물려받아 얼굴이 폈다더라'부터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관한 찬반토론까지.
비단 어제 오늘 만의 일도 아니고, 부동산분야 취재를 업으로 삼은 개인적인 특성 때문만도 아니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생애의 3분의 1 이상을 보내는 주거지와 직접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일 테다.
가계자산의 3분의 2 이상이 부동산에 몰려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에 기인한다는 그럴듯한 이론적 근거도 있다. 새 정부 출범 후 반년도 채 안 되는 사이에 굵직한 부동산대책만 네 차례 나왔으니 정책 결정권자 역시 관심을 쏟고 있는 분야임에는 틀림없다.
뭇 대중의 관심이 많은 만큼 부동산을 둘러싼 논의의 스펙트럼은 다양하고 전문가도 많다. 토지분석ㆍ개발 분야 전문가로 단국대 대학원에서 인허가법률 전문 과정을 가르치는 전종철 주임교수와 부동산분야 개인 연구소를 운영하는 전혜린 박사가 최근 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시장 전망'은 기술적 분석과 시장의 단계별 진행을 가설로 풀어냈다.
금리와 가계부채 등 시장의 흐름을 짚을 수 있는 각종 지표와 2000년대 이후부터 최근까지의 데이터,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ㆍ일본의 사례를 살펴보고 새 정부 출범 후 부동산시장의 전망으로 끝을 맺는다. 부동산에 한정짓지 않더라도 시장전망을 단정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지만 저자는 앞서 언급한 지표와 그간의 단계별 진행상황을 논거로 해 저자 나름의 뚜렷한 전망을 내놓는다.
부동산을 시장의 영역에서 접근해야하는지는 여전히 진행 중인 논란거리다. 부동산 가운데서도 대부분 사람과 직접 연관된 주택부분에 국한한다면, 근대 이후 국내에선 시장 중심의 관점이 강했다. 공적 차원의 임대주택이나 사회주택이 소수에 불과한 현실이 그러한 점을 잘 보여준다. 1970년대 이후 관 주도의 경제개발계획이 산업 각 분야에 걸쳐 추진됐는데 당시 정부는 중화학공업 위주의 2차 산업 부흥에 전력을 쏟고자 했다.
당시 정부 안팎에서는 주택보급ㆍ주거문제는 민간 건설사를 중심으로 한 시장의 영역에서 해결해주길 바라는 기류가 있었다. 주거유형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전세는 다른 나라에선 보기 힘든 제도인데 이 역시 민간 차원의 임대주택인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간다. 전두환 정권 말기 들어 사회적 저항이 거세지고 서민중산층의 주거난이 가중되면서 주거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뀔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당시 사회 전역에 워낙 많은 부조리가 만연했던 데다 한 대선 후보의 주택 200만호 건설 구호 등의 여파로 근본적인 변화로 이어지진 못했다. 그런 점에서 비춰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주택ㆍ도시문제를 다루는 청와대 관리가 경제가 아닌 사회정책 파트에서 일하고 있는 점은 꽤 상징적인 변화다.
과거 흐름이 어쨌는지, 한정된 부동산 자원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와 같은 가치판단과는 별개로 지금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부동산을 시장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점은 당면한 현실이다. 책의 저자들은 부동산이 세 가지 얼굴을 갖고 있다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큰 구분은 부동산을 주거에 목적을 두는지 혹은 자산관리에 목적을 두는지, 이도 아니면 투기를 목적으로 하는지다.
저자에 따르면 2000년 이전까지는 부동산 시장 참여자를 주거 혹은 투기 목적으로 양분한 반면 21세기 들어 IT버블 붕괴, 9ㆍ11테러로 인한 경기침체에 대응방안으로 나온 미국의 금리인하에 따라 실물자산, 그 중에서도 부동산에 적극 참여하는 비중이 늘었다. 개인뿐만 아니라 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는 "예금이나 채권, 주식 등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관리나 운용수단에 한계를 느낀 주체가 부동산 시장에 적극 참여하게 됐다"면서 "이제는 자산관리 목적 차원의 시장참여자를 인식하지 못하는 과거의 이분법식 패러다임만으로는 거대하고 복잡한 부동산 시장을 효율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2000년 이후 부동산시장이 간혹 조정ㆍ하락시기가 있지만 대체적으로 상승추세에 있었다면서 네 번째 조정시기가 임박했다고 진단한다. 근거는 4년 가까이 지속된 상승과 누적상승에 따른 피로감, 직전 상승기 때 폭증해 걷잡을 수 없게 된 가계부채 문제, 앞서 박근혜 정부 말미부터 이어진 네 차례 규제책의 효과, 금리인상 등이다.
저자는 "순풍(금리인하 및 저금리)에 돛(가계부채 증가)을 달고 가던 시절은 끝났고 역풍(금리인상)에 돛도 없이 가야하는 시절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부동산 투자가 끝났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면서 "경제성장과 주택가격 상승이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으며 우리 경제가 성장할 여력이 충분하다면 국내 부동산 가격도 충분히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다.
과거 1990년대 일본의 부동산 폭락,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의 배경으로 부채의 과잉누적이 꼽히는 만큼, 2017년 한국사회도 급증하는 가계부채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지적을 받아들인다면 가장 큰 잘못은 누구에게 있을까. 새 정부가 지목한대로 빚내서 다주택자가 된 '투기꾼'일까, 아니면 뻔히 알면서 대출을 내준 금융기관일까.
저자는 부동산 매수자에게 경쟁적으로 돈을 공급한 금융기관을 최고의 투기꾼으로 꼽으면서도 경제위기로 번졌을 경우 첫 번째 책임을 물어야 할 이는 당국, 즉 정부라고 단정했다. "부채의 수요자 통제도 중요하지만 공급자인 금융시스템의 관리ㆍ감독 측면이 더 중요하고 효율적"인데, 정부가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것을 넘어 아예 '빚내서 집사라'는 분위기를 조장한 정황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투자수익률을 어떻게 산출하는지, 그런 면에서 금리나 서울의 아파트값과 어떤 상관관계를 띠는지를 설명하는 부분이나 부동산시장의 위기발생과 극복 등 일정한 사이클을 단계별로 설명한 부분은 어려운 내용을 쉽게 풀어 써 가독성을 높인다. 반면 숫자에 약한 독자라면 중간 중간에 나열된 지표 탓에 머리가 지끈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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