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차세대 리더'
"오늘부터 시작하고, 오늘부터 행동하고, 오늘을 잘 마무리했다면, 내일 또한 준비된 것이다."
오늘의 '차세대 리더'는 바로 내일의 '리더'다. < 시사저널 > 은 1989년 10월 창간호 표지를 장식한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전문가 설문조사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24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고 있는 '리더'들의 지형도를 그려왔다. 오늘에 충실해왔던 < 시사저널 > 은 이를 바탕으로 내일을 준비하고자, 2008년부터 창간 기념 기획으로 '차세대 리더' 전문가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로 여섯 번째인 '차세대 리더'는 '누가 한국을 움직이는가' 조사의 미래판이다.
정치·기업·정보기술·법조·NGO·노동·종교·영화·문학·과학·의학·음악·엔터테인먼트·스포츠·미술까지 15개 분야 전문가 100명씩 총 1500명은 대한민국 차세대 리더가 누구인가 하는 물음에 진지하게 답했다. 지난해까지 30개로 나누었던 분야를 올해는 15개로 통폐합해 조사의 밀도를 높였다. 또한 분야에 상관없이 전체 차세대 리더를 묻는 질문을 추가했다. 국내 최대 여론조사 전문 기관인 '미디어리서치'와 공동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의 정확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8월19일부터 9월26일까지 1차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9월27일부터 10월9일까지 2차 조사를 했다. 조사 기간만 50일가량이 소요됐다. < 시사저널 > 의 '차세대 리더' 조사가 대한민국의 내일을 밝힐 등불이 되었으면 한다
벤처 갑부들, 황태자를 협공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독주 시대가 열리는가. 기업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차세대 리더'를 묻는 질문에 이재용 부회장은 처음 조사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이 부회장은 61%의 압도적인 지목률을 얻어 19%로 2위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을 멀찌감치 제쳤다. 이 부회장의 지목률은 지난해(16%)에 비해 대폭 올랐는데 이는 올해 삼성그룹 내부에서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경영권 승계 구도가 본격적으로 구축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어 보인다.
이 부회장은 1968년생으로 올해 45세다. 이건희 회장이 그룹 회장을 맡았던 때와 같은 나이다. 올해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에게 경영권이 넘어가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9월 삼성그룹은 제일모직 패션 부문을 삼성에버랜드로 넘기기로 한 데 이어, 삼성SDS는 삼성SNS를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경영 승계를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SDS. 이 두 회사는 삼성의 후계 구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삼성에버랜드는 그룹 내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이고, 삼성SDS는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3세들의 지분율이 높아 향후 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는 기업이다. 게다가 삼성SDS와 삼성SNS의 합병이 마무리되면 이 부회장이 가장 큰 수혜를 입게 된다. 이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율은 현재 8.81%지만 합병 후엔 11.26%까지 올라간다. 이 부회장이 흡수 대상인 삼성SNS의 지분 45.69%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제외하고 삼성그룹 내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승진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부회장은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에 입사한 뒤 2007년 초 전무가 됐다. 2010년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같은 해 12월 다시 사장이 됐다. 지난해 12월5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그룹의 현안부터 미래 전략까지 챙기는 등 보폭을 넓히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초, 폴 오텔리니 인텔 회장과의 회동을 시작으로 딕슨의 세바스천 제임스 회장,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CEO, 라이트 호퍼 BMW 회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이 부회장의 행보를 두고 그가 '정보기술(IT)과 중국 그리고 자동차 부품' 쪽으로 삼성의 새로운 동력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 시사저널 포토 |
기업 부문 차세대 리더 2위에 오른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1970년생으로 올해 43세다. 아버지 세대의 성장을 이어가야 할 숙명을 타고났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과 공통점이 있다. 국내 1, 2위 그룹의 후계자 그리고 재계 3세 경영의 선두 주자라는 점에서 두 사람은 늘 라이벌로 인식돼왔다. 최근 현대차그룹 또한 삼성그룹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합병에 나서면서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10월17일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는 각각 이사회를 열어 현대하이스코의 '알짜 사업'인 자동차 강판 사업 부문을 떼어내 현대제철로 넘기기로 했다. 이번 분할 합병을 두고 업계에서는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를 쉽게 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재편해둔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해진 보유 주식 가치 1조원 넘어 주목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9%),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4%), 이해진 네이버 의장(3%) 등이 뒤를 이었다. 3위에서 5위까지 모두 국내 '벤처업계의 신화'로 불리는 인물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의장의 경우 차세대 리더 기업 부문 상위권에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해진 의장은 외부 활동이 거의 없어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최근 이해진 의장은 '1조원 주식 부호' 자리에 올라 주목받기도 했다. 재벌닷컴이 10월15일 종가 기준으로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지분 가치 평가액을 집계한 결과 이 의장이 보유한 주식 가치는 1조454억원이었다. 이 의장의 주식 가치는 올해 초만 해도 5058억원 수준이었으나 10여 개월 만에 배 이상 늘어났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자 기업인들이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 1위는 현대그룹의 창업자인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33%)이었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23%)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23%)이 뒤를 이었다. 4~6위는 안철수 국회의원(7%), 빌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의장(6%),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5%)로 조사됐다. 고인이 1~2위를 차지한 것이 이채롭다. 삼성그룹의 현직 회장과 고인이 된 창업주가 모두 지목된 것도 눈길을 끈다. |
2013.10.28
'시골의사' 박경철 선두
의학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50세 미만의 차세대 인물로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49)이 꼽혔다. 의학 부문에서 응답자 19%의 지지를 받아 1위를 거머쥐었다. 의사 출신이면서도 주식 투자 전문가, 인기 강사, 칼럼니스트, 저자 등 사회 활동 영역을 넓혀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1964년 경상북도 안동에서 태어난 그는 경찰 공무원인 아버지의 뜻에 따라 영남대 의대에 진학했다. 그가 대학생 시절, 아버지는 퇴근길에 쓰러져 유명을 달리했다. 홀로 남은 어머니가 사기를 당해 빚더미에 앉으면서 가계가 휘청거렸다.
1989년 의대 졸업 후 대전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했다. 틈틈이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주식 사이트에 글을 올렸다. 시장 전망, 세계 경제 거품 붕괴, 주식 폭락 예측 등이 현실로 나타나자 그의 글은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다.
그가 경제에 관심을 둔 것은 대학 재학 때였다. 영어 수업에서 미국 < 타임 > 에 실린 의학 기사를 교재로 사용했다. 그 잡지에 실린 경제 기사를 즐겨 읽었고, 경제 서적도 독파하면서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았다. 어머니로부터 얻은 몇십만 원으로 주식에 투자하면서 실전 경험도 늘렸다. 한때 주식 투자로 원금의 50배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주식 투자의 관점이 아니라 정보기술·휴대전화 등이 일상화될 것을 예상해 투자했고 이것이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냈다.
진료보다 다른 길에서 의미 찾는 의사
마흔 전에 고향에 병원을 내자는 동료 의사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안동에서 개원을 준비했다. 고가의 의료 장비와 건물을 임대할 돈은 없었다. 당시 만기 3개월 남은 적금을 깨서 도와준 친구, 의사 면허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준 지인 등의 도움을 받아 2001년 어렵사리 병원 문을 열었다. 예상과 달리 환자는 많지 않았다. 하루 80명이 와야 적자를 면할 수 있었는데 겨우 20여 명만이 병원을 찾았다. 도와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설날과 추석에도 쉬지 않고 진료를 했다. 거의 하루 24시간 진료하면서 환자를 늘려갔다. 개원 첫날 20명이던 환자 수는 어느덧 200명을 넘었다.
그는 병원에서 먹고 자고 일하면서 의료 혜택에 대해 고민했다.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않으려는 환자를 본 이후 의료 기회의 평등을 주장했다. 2007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시절에는 시민단체와 함께 정부의 '빈곤층에 대한 진료 제한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극빈자에게 진료비를 받지 말자는 주장을 펴면서 일부 의사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성분명 약 처방에 대해서는 시민단체에 반대하는 성명을 냈다. 성분명 약 처방은 복제 약을 쓸 우려가 있어서 결국 안전성에 문제가 된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의 어릴 적 꿈은 글 쓰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병원이 어느 정도 안정권에 들자 그는 2005년 수필 <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 을 냈다. 자신과 동료 의사들의 진료 경험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은 독자의 공감을 얻어 베스트셀러가 됐다. 2006년 이후 내놓은 경제 서적과 주식 투자 책도 큰 인기를 끌었다. 2000년 중반 이후부터는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경제 전문가로 거듭났다. 벤처기업에 자문도 하고, 젊은이들의 멘토 역할도 한다. 한마디로 멀티플레이어다.
먹고사는 문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병원 진료만으로도 수입은 충분하다. 진료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의사들이 할 수 있다. 그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에서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이를테면 스스로 젊은 사람들에게 멘토가 되기를 원한다. 지천명을 맞아 인생의 선배 그룹에 든 그가 뒤에 있는 후배들에게 시행착오를 알려주는 일에 흥미를 느끼는 이유다. 강연도 교육·공공기관의 요청을 우선 고려해서 시간을 잡는다고 한다. 방송·강연 등으로 주중에는 서울 등지에서 활동하고 주말에 안동 병원에 들른다.
이처럼 그는 의사 일보다 다른 일을 더 많이 한다. 이 때문에 그를 두고 의학 분야를 이끌 차세대 리더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박경철 원장은 훌륭한 의사지만 의학계 발전에 이바지한 인물로는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 신문 기자는 "박경철 원장은 책, 강연, 언론, 방송 등에서 얼굴이 많이 알려진 탓에 의학 부문의 차세대 리더 1위에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의학 발전보다 유명세 덕분이란 지적도
이 부문에서 3위를 차지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특성화센터 센터장도 비슷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센터장은 2011년 소말리아 해적에게 총상을 입은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을 치료했던 의사다. 한 대학병원 의사는 "그는 낙후된 국내 응급의학의 현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지만 특별한 연구 결과를 내놓아 의학 발전에 공헌한 의사, 특히 차세대 리더로는 다소 부족하다"며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아 유명세를 탄 결과로 이번에 의학 부문 차세대 리더에 이름을 올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한 김빛내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와 4위를 차지한 조은경 충남대 의학전문대학원 미생물학 교수는 의학 발전에 공헌한 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김 교수는 의사 출신이 아니면서도 사람의 질병과 관련된 기초 연구로 의학계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 시사저널 > 이 선정한 과학 부문 차세대 리더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조은경 교수에 대해서 "조 교수는 결핵 치료제 개발의 기초 연구자로서 국내 최고"라고 평가한 뒤 "묵묵히 연구에만 전념하는 의학계의 보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최원철 단국대 특임부총장,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국제진료소장이 이 부문 5위와 6위에 올랐다. 안 소장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당뇨병 치료에 대한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 시사저널 > 이 선정한 차세대 리더 의학 부문 1위를 차지했었다.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 고 이태석 신부 |
안희정, '친노'의 벽을 넘다
이 2008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차세대 파워 리더' 조사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눈을 통해 향후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뉴 파워 리더를 선별한다는 의미 외에도, 인물들의 영향력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아왔다. 특히 정치는 다른 분야와 달리 급변하는 현실의 흐름을 잘 드러냈다. 2011년 조사에서는 당시 혜성처럼 등장한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기라성 같은 기성 정치인들을 제치고 '깜짝 1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차세대 리더의 성격상 만 50세 미만으로 그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그런 면에서 50세를 넘어 올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안철수 의원은 이제 2년 만에 차세대 리더가 아닌 기성 정치인이 됐다.
올해 정치 분야 차세대 파워 리더 조사 결과는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2~3년 전 '40대 기수론'을 부르짖었던 기존 40대 정치인의 후퇴와 30대 신예 정치인들의 약진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
"원만한 충남지사직 수행으로 안정감 줘"
< 시사저널 > 의 정치 분야 차세대 파워 리더 조사가 실시된 첫해였던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연속 원희룡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1위를 차지했다. 2011년 조사에서는 안철수 의원이 원희룡 전 의원을 제치고 차세대 파워 리더 1위로 등극했다. 여권과 야권으로 나눠 조사를 실시했던 지난해의 경우,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여권)과 이인영 민주당 의원(야권)이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원 전 의원이 19대 총선 불출마 이후 주춤하고, 만 50세를 넘긴 안 의원이 조사 대상에서 빠진 상황에서 여야의 대안 인물들이 부각된 것이다.
올해 다시 여권과 야권을 합쳐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들 현역 의원을 제치고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최고 차세대 리더로 꼽혔다. 안 지사는 25%의 지목률로, 2위인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12%)보다 2배 이상 많은 지목을 받는 등 2위 이하 그룹과 큰 격차를 보였다. 2008년 첫 조사에서 공동 8위를 차지했던 안 지사가 차세대 리더 조사에서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충남도지사로 당선된 이후다. 2010년 본지 조사에서 안 지사는 3위로 약진했고, 2011년과 2012년 조사에서는 각각 공동 4위, 3위(야권)를 기록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 정치인에서 여야를 대표하는 차세대 리더로서 위상을 높인 데는 도지사로서의 직무 수행에 대한 평가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지사는 충남도지사로 당선된 후 지사직을 원만히 수행하며 안정감 있는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키워왔다"며 "여야를 초월해 차기 대권 주자로서 위상이 반영된 조사 결과"라고 분석했다.
'젊은 피' 각인된 이준석, 정치 신예 최선두
안 지사에 이어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2위를 차지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여성 정치인으로 최고의 주가를 올렸지만, 이후 당 내분 사태와 이른바 '이석기 사태'로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정치 분야 전문가들은 여전히 진보 정당의 상징적인 인물로 그를 차세대 리더로 꼽았다. 3위는 지난해 여권의 차세대 파워 리더 1위로 꼽혔던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10%)이 차지했다.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1970년대 이후 태어난 정치 신예들이 두각을 나타냈다는 점이다. 특히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1985년생)은 정치 신예들 중 선두에 섰다. 이 전 위원은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젊은 피로 수혈돼 정치권에 입성했다. 이 전 위원은 이번 조사에서 8%의 지목률로 4위를 차지했다. 이 전 위원이 지금은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지만, 비대위원 시절 보여줬던 신선한 이미지가 여전히 정치권에 여운을 남겨주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 밖에도 제주 강정마을 투쟁에 힘을 쏟으면서 정치 신인으로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장하나 민주당 의원(1977년생)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청년특별위원장을 지낸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1973년생) 등도 각각 7위와 공동 11위를 기록하며 차세대 파워 리더로 떠올랐다. 김태일 교수는 "기존 40대 정치인들이 지난 대선 이후 제대로 된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며 "정치 전문가들의 대안 부재 의식이 젊은 정치 신예들에게 기대감을 거는 현상으로 귀결됐다고 해석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한나라당 의원(5위),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6위), 이인영 민주당 의원·조윤선 여성가족부장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상 공동 8위) 등이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
가장 만나고 싶은 인물
3위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18%)이 차지했다. 안 의원은 대선 출마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조사에서는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안 의원이 지난 대선 이후 차기 대권 지지도 조사에서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치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그의 정치적 위상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의 순위다. 현직 대통령인 박 대통령은 이번 조사에서 16%의 지목률을 보이며 4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조사에서 현직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공동 15위(2%)에 그쳤다. 지금이 집권 초반기인 데다, 박 대통령이 정치권과 다소 거리를 두는 행보를 보이고 있어 궁금하게 여기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공동 5위(9%)에 올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8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공동 9위) 등 해외 정치 지도자들도 10위권 안에 이름을 올렸다. 김구 선생은 안희정 충남도지사, 손학규 민주당 상임고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 등과 함께 공동 9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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