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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여 행

'물의 여신'이 머무는 '신사(神寺)의 섬' 에노시마

by SL. 2014. 11. 16.

2014-11-15 

 

 

 

 

동경에서 남서쪽으로 위치한 사가미(相模) 만(灣)을 품고 있는 에노시마. 가나가와현(神奈川縣) 후지사와시(藤沢市)의 바다 쪽 끝에 위치한 에노시마는 최근 들어 관광객에게 알려졌다. 인근에 '가마쿠라 막부'로 잘 알려진 가마쿠라(Kamakura, 鎌倉)와 함께 있어 일본에서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인정받는 곳이다.

 

도쿄의 도심 생활에 지친 일본인들은 에노시마를 통해 짧은 시간 동안 바다와 섬을 즐기곤 한다. 에노시마의 여름에는 섬 이어진 해변에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있고, 사람들은 수영과 파도타기를 즐긴다. 봄·가을에는 섬의 자연과 풍광을 즐기며 풍부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 날씨가 좋은 주말에는 항상 관광객들로 넘쳐 난다.


 

↑ 가타세 해변

 
에노시마는 해발 60m 이의 작은 산을 중심으로 둘레가 4km 정도 되는 작은 섬이다. 섬 안에는 6000년이 넘은 해식 동굴과 세 개의 신사, 360도 전경을 감사할 수 있는 등대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어 섬 하나를 둘러보는 데만 하루가 꼬박 소요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후지산도 보여, 관광객이 끊임없이 찾는다.

 
↑ 가타세 에노시마역


동경에서 출발해 후지사와를 거쳐 가타세 에노시마역에 도착하면 에노시마가 시작된다. 독특한 일본 양식의 역 전경이 눈길을 끈다. 섬까지는 개찰구를 나와 가타세 강(江) 건너편에 있는 관광 안내소 옆으 있는 굴리를 통과해서 600m 길이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도보용 다리와 차량용 다리완전히 구분되어 있어 안전하다. 교각을 두드리는 파도 소리와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점점 가까워지는 에노시마를 바라보는 것도 꽤 멋지다.

↑ 에노시마로 들어가는 다리


섬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청동으로 만든 도리이(鳥居 : 신사의 입구에 세워진 문)이다. 오 세월 묻어나듯 파게 색이 바랜 청동 도리이는 그동안 흔히 보아왔던 빨간 도리이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아, 여기가 신사 입구로구나" 생각이 들게 친절한 안내표지 역할을 하는 빨간 도리이와 달리, 청동으로 만든 웅장한 도리이는 거대한 체구의 수문장 같은 위압감을 준다.

↑ 청동 도리이


청동 도리이를 지나 신사로 향하는 길은 좁은 편이어서 조금만 사람이 많아도 꽤 북적여 보인다. 길을 따라 늘어선 여러 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관광객들의 눈과 코를 자극하기 때문에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알록달록한 장식의 소품들과 다양한 해산물로 조리된 맛깔난 음식들도 즐비하다.



상점들을 따라 이어진 얕은 오르막길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에노시마 신사로 들어가는 입구를 만난다. 길은 두 갈래로 갈라진다. 입구에서 쪽으로 가면 몸이 불편하거나 관절이 좋지 않은 분들을 위한 유료 에스컬레터가 있다. 전 구간에 놓인 것은 아니고 비교적 경사가 가파른 세 곳에만 설치되어 다.


↑ 신사 입구


에노시마 신사는 헤츠노미야, 나카츠노미야, 오쿠츠노미야의 세 개의 작은 신사로 이루어져 있어 '신사(神寺)의 섬'이라고도 불린다. 바다와 섬이 터전인 이 곳의 신사는 순서대로 '물의 여신'들인 다기쓰히메노코토(田寸津比賣命), 이치키시마히메노 미코노(市寸島比賣命), 다기리 히메노미코토(多紀理比賣命)를 모시고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만나는 신사는 헤츠노미야다. 길을 따라가다 보면 차례대로 나카츠노미야, 오쿠츠노미야를 만나게 된다.


↑ 헤츠노미야

↑ 오미쿠지


'용의 궁'으로도 불리는 헤츠노미야 앞에는 가족과 연인들이 매달아 놓은 오미쿠지(御神籤, おみくじ : 신사에서 길흉을 점쳐보는 제비뽑기 같은 것)가 만발하다. 하얀색과 빨간색이 강렬하게 어우러졌다. 사람들은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바라며 기도를 드린 후 줄을 당겨 종을 울린다. 그 모습도 특이하고 한쪽 구석에 놓인 복석(福石)마저도 이채롭다.

 
↑ 돌 가까이에서 물건을 주으면 행운을 준다는 복석

↑ 종을 흔드는 부부


헤츠노미야를 지나면서부터 에노시마는 신사라기보다는 오히려 공원 같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전망대에서는 일본 제1의 요트항이라는 '에노시마 요트하버'가 보인다. 이곳을 지나면 바로 나카츠모미야를 만나고, 이어서 작은 광장에 다다른다.
광장 한쪽에서는 젊은이들이 저글링 등 갖가지 묘기를 뽐낸다. 바다를 향해 확 트인 전망대와 에노시마 전체를 360도로 조망할 수 있는 등대인 '씨 캔들'(Sea Candle)로 들어갈 수도 있다.

 

 

↑ 에노시마 요트하버

↑ 나가츠노미야

↑ 에노시마 전망등대 씨캔들


전망 등대를 지나서 다시 길을 따라 상점과 주택들을 지나면 오쿠츠노미야를 비롯해 '용연의 종'을 만난다. '용연의 종'에는 용궁 신사와 연인이 함께 종을 치면 그 사랑이 영원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곳을 지나면 섬의 입구와 정 반대편에 위치한 치고가후치 해변으로 이어진다. 바로 에노시마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 오쿠츠노미야


넓은 바다와 함께 후지산 조망이 가능한 치고가후치는 특히 일몰이 으뜸이다. 지형이 독특한데, 지진으로 인해 지각 변동이 생기면서 바다 밑의 땅이 솟아올라 생긴 곳이다.
치고가후치에서는 섬 입구까지 바로 향하는 유람선도 운행된다. 평상시에는 주말과 공휴일에 운행하지만 6월~8월 사이에는 평일도 유람선이 다닌다. 갔던 길을 다시 걸어 나오는 대신, 유람선을 타고 섬 주위를 돌아보며 카타세 에노시마 역까지 바로 이동하는 것도 좋다.

↑ 치고가후치


동경에서 에노시마로 이동하는 길은 다소 복잡한 듯 하지만 역 이름만 잘 기억하고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다. 신주쿠역에오다큐라인(Odakyu Enoshima Line)의 급행열차를 이용하는 에노시마-가마쿠라 프리패스를 구매해서 가마쿠라까지 왕복으로 이동할 수 있으니 편리하다.
또, 이 패스는 에노시마와 가마쿠라를 잇는 35분 거리의 에노덴 전차를 중간의 각 역에서 하루 동안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다. 자유 여행을 위한 관광객들에겐 매우 유용하다.

↑ 에노시마역

↑ 에노덴 전차


후지사와시 관광 협회(email:kanko@fta-shonan.jp)에 2주 전에 전화 또는 이메일로 사전 예약을 하면 에노시마를 중심으로 후지사와까지 한국어로 안내가 가능한 외국어 가이드가 지원된다고 하니 사전에 신청을 해보는 것도 좋다.

신주쿠에서 카타세 에노시마역까지는 급행 열차로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에노시마에서 가마쿠라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가타세 에노시마역에서 10분 정도 떨어진 에노시마역에서 에노덴 전차를 이용해서 가마쿠라 각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다.
만화 '슬램덩크'의 열혈팬이라면 이 곳이 더 흥미로울 지도 모르겠다. 만화의 배경이 되었던 전차의 건널목이 위치한 가마쿠라고교 정류장을 비롯해 관광할 만한 요소들이 곳곳에 많다.

↑ 새모양 조각품


에노시마를 제대로 다 돌아보려면 4시간 가량 소요된다. 아침 일찍 서두른다면 하루 일정으로 가마쿠라까지 두 지역을 다 돌아볼 수 지만, 출발이 늦는다면 1박 정도 숙박을 해야 가마쿠라까지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으니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http://ddaktv.mt.co.kr/articleView.html?no=2014110515597597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