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는 간결하게 차곡차곡
공부는 몸을 단련하는 것과 비슷하다. 힘을 쓰면 근육이 점점 두꺼워지듯이 머리를 쓰면 능력이 점점 커진다. 운동할 때 무리하게 힘을 쓰거나 잘못된 자세로 힘을 쓰면 해가 될 수도 있는데, 공부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다.
보통 잘 의식하지 못해도 사람이 한 번에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의 양에는 한계가 있다. 여러 사람이 떠드는 장소에서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주변 사람의 말은 그저 소음으로 들릴 뿐 내용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말을 우리 머리가 동시에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공부할 때도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상으로 정보가 쏟아져 들어오면 그냥 소음이 된다.
학습 방법에 관해 자주 인용되는 저명한 학자인 오스트레일리아 뉴사우스웨일스대학의 심리학자 존 스웰러는 어떤 개념을 공부할 때 머리를 쓰는 부분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첫째는 개념 자체, 둘째는 개념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 셋째는 공부할 개념과 관련이 없는 것이다. 스웰러는 첫째와 둘째 부분에 머리를 적절히 쓴다면 개념 이해에 도움이 되겠지만 셋째 부분에 머리를 쓰는 것은 공부를 방해만 할 뿐이라고 주장했다. 누구나 쉽게 납득할 수 있는 주장이다. 문제는 개념과 관련이 없는 것을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오해하는 것이다.
슬라이드에 글과 그림을 넣고, 그 글을 읽는 방식으로 강의나 발표를 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 그림에다 글로 보충 설명을 쓰고, 다시 글을 발표자가 소리 내어 읽어주기까지 하니 듣는 사람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스웰러는 1999년 이런 방식의 강의나 발표가 거꾸로 듣는 사람의 이해를 방해한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실험에서 세 그룹의 학생들에게 복잡한 도표 하나를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부하도록 했다. 도표만 보여주고 설명은 말로 읽어주기, 도표와 글로 된 설명을 보여주기, 마지막으로 도표와 글로 된 설명을 보여주면서 말로 읽어주기이다.
학습 뒤 객관식 시험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그룹은 도표만 보여주고 설명을 말로 들은 학생들이었다.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76점이었다. 도표와 글을 함께 보여주고 읽어준 경우에는 학생들의 평균 점수가 44점과 42점에 지나지 않았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 것일까? 도표와 설명을 동시에 보여주면 학생들은 도표와 글을 번갈아 보면서 두 가지 내용을 머릿속에서 합쳐야 한다. 눈으로는 도표만 보고 설명은 귀로 듣는 것에 비해 더 수고롭고 더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다. 설명을 읽어주기까지 하면 머리로 해야 할 일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난다. 말도 들어야 하는데 글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잘 납득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학생들의 성적을 보면 이것이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오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들이 공부라 하면 강의 듣기나 책 읽기 다음으로 떠올리는 게 문제 풀기다. 문제는 많이 풀수록 좋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물론 문제 풀기는 좋은 공부법이다. 지식을 적용하는 방법을 연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너무 어려우면 문제를 푸는 데 머리를 너무 많이 쓰느라, 개념을 이해하는 데 충분히 머리를 쓸 수 없다.
스웰러는 1985년 문제를 직접 풀지 않고 풀어놓은 답안을 읽게만 해도 충분하다는 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에서 학생들에게 새로운 개념을 가르치고 직접 문제를 풀게 하면 하나 푸는 데 평균 3분 넘게 걸렸지만, 답안을 읽게 하는 데는 3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답안만 읽은 학생들이 나중에 본 시험에서 실수도 적게 하고 문제도 더 빨리 풀었다.
정리를 해보자. 우리가 한 번에 머리로 받아들일 수 있는 정보량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공부할 개념의 이해와 관련이 없는 부분에 머리를 쓰면 공부를 방해하게 된다. 도표의 설명을 글로 쓰고 말로 읽어주거나 문제를 많이 풀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공부를 방해할 수 있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공부할 때는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이 좋지만 정보는 간결한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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