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F you don't act, nothing changes.
^^경기도/고양

롯데 쇼핑몰 들어서는 상암DMC…서북부 상권 최강자로 떠올라

by SL. 2013. 5. 6.

롯데쇼핑이 복합쇼핑몰을 짓기로 한 상암동 DMC 부지.
서울 지하철 6호선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역 2번 출구 앞. 한산한 도로 앞에 5m는 족히 넘는 펜스가 성벽처럼 둘러쳐 있다. 펜스 위로 팬택 사옥과 중소기업DMC타워가 보인다. 펜스로 가려진 이 나대지는 최근 롯데쇼핑이 복합쇼핑몰을 짓기로 한 곳이다.

올해 말 착공 예정인 복합쇼핑몰의 부지 면적은 축구장 세 개를 붙인 2만600㎡ 크기다. 영업면적은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본관, 영플라자, 에비뉴엘)과 비슷한 규모로 백화점, 영화관, 대형마트 등이 함께 들어선다. 롯데쇼핑은 총 4500억원의 돈을 들여 2015년 말 오픈할 계획이다.

쇼핑센터와 문화시설이 모인 복합쇼핑몰이 들어서면 서울 북서부 상권의 큰 변화가 예상된다. DMC가 들어선 마포구를 비롯해 서대문구, 은평구 등 북서부 지역은 120만 인구가 살고 있지만 근처에 마땅한 대형 쇼핑시설이 없어 신촌 현대백화점이나 영등포 타임스퀘어, 김포공항 롯데몰 등으로 원정 쇼핑을 가는 경우가 많았다.

주부 한 모 씨(마포구 상암동·32)는 “주변에 홈플러스나 마포농수산물시장 등이 있지만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불편해 공항철도를 타고 가 김포공항 롯데몰을 주로 이용했다”고 말했다. 롯데쇼핑 측은 “DMC복합쇼핑몰이 첫해 6000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1만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추산했다.

롯데 복합쇼핑몰 설립 계기로 상암DMC가 다시 들썩인다. 상암DMC는 유명 언론사와 방송사가 모두 집합해 ‘제2의 여의도’로 불린다. 서울시가 2015년까지 마포구 상암동 56만9925㎡ 부지에 조성하고 있는 최첨단 정보·미디어 산업단지다. 논과 밭이 대부분이었던 이곳은 지난 2002년부터 인프라 조성 공사가 시작됐다. SBS 프리즘타워, KBS 미디어, CJ E&M 등 방송·디지털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이 속속 입주했다. 현재 상암DMC의 용지 분양률은 77.3%(2012년 말 기준), 입주 기업 수는 741개에 달한다. 종사자 수는 3만2000여명을 넘었다.

부지면적 축구장 3개 크기인 2만㎡

추가로 MBC, YTN, JTBC, TV조선, 채널A 등 방송사와 삼성SDS 등 대형 기업체도 입주할 예정이다. 사업이 완공되는 시점인 2015년에는 약 800여개의 기업과 6만8000여명의 종사자가 상암DMC 인근에 상주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상암DMC의 임대료는 3.3㎡당 3만5000원으로 여의도와 강남권에 비해 절반 이하 수준이다. 다만 권장업종(IT·미디어)이 아닌 경우 입주가 어려워 빌딩 공실이 장기화되고 임대료도 하락하는 중이다.

표류 중인 DMC 랜드마크 빌딩 사업도 재추진될 방침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2008년 1월부터 총 사업비 3조7000억원(토지대금 3600억원)을 들여 133층 높이의 초고층 빌딩을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시행사인 서울라이트타워가 토지대금을 치르지 못하고 사업자로 선정됐던 대우건설컨소시엄마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사업을 포기하면서 무산됐다. 지난해 6월 서울시는 시행사와 용지 매매 계약을 해지했다.

박재민 서울시 투자유치과 담당 주무관은 “랜드마크 빌딩 사업만 확정되면 DMC사업은 마무리된다. 전문가 조언을 얻어 올해 내 현실적인 수정 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관계자는 “기업들의 입주가 본격화된다고 해도 이곳에 100층짜리 빌딩을 지어 수익을 내긴 어렵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실롯데월드타워의 수익성도 크게 떨어진 마당에 여기다 고층 빌딩을 짓는 건 무리수”라고 말했다.

기업 입주가 늘면서 주택 매매와 전세 수요도 탄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에 매매가가 3.3㎡당 2300만원을 넘었다가 최근 1900만원대로 떨어졌다. 대표 단지는 월드컵파크타운. 전용면적 85㎡는 5억원 후반에서 6억원 초반대에 거래된다. 현재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지역 주택 가구 수는 1만가구가 채 안 된다.

상암동 월드컵아파트3단지에 살던 김 모 씨(37)는 올해 전세를 구하지 못해 오피스텔로 이사했다. 김 씨는 “2억8000만원에 전세를 살다가 5000만원을 올려달라고 해 어쩔 수 없이 비슷한 금액대의 평수 작은 오피스텔로 옮겼다”고 전했다. 인근 빌라 전세도 2000만~3000만원 이상 올랐다.

상암동의 고경숙 로얄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는 “전세는 거의 없고 대부분 월세나 반전세 매물이다. 월세는 전용 85㎡ 기준으로 보증금 5000만원(월세 150만원)~1억원(110만원)이고 반전세는 2억원에 60만~70만원 선”이라고 전했다.

상암동 DMC 지역의 가장 큰 장점은 쾌적한 주거환경이 꼽힌다. 신도시처럼 구획 정리가 잘돼 있고 인근에 녹지공간이 풍부하다. 주변에 난지 한강공원을 비롯해 월드컵경기장 평화의 공원과 하늘·노을·난지천공원 등 5개 공원이 있다. 걸어서 한강까지 갈 수 있다.

교통도 편리한 편. 지하철 6호선과 공항철도, 경의선이 지나가는 ‘트리플 역세권’이고 강변북로와 내부순환로, 제2자유로 이용도 쉽다. 2015년에 상암동~양평동을 연결하는 월드컵대교가 개통되면 강남 접근성도 한결 나아질 전망이다. 다만 상암월드컵경기장에 행사가 있는 날이면 일대가 교통체증으로 몸살을 겪는다.

상암DMC를 지나는 경의선이 용산역까지 개통할지 여부도 관심사. 2014년 경의선 연장선인 용산~공덕 간 1.9㎞ 구간이 개통될 경우 상암DMC역에서 환승 없이 지하철 1호선과 KTX 이용이 가능해진다. 한국희 세빌스코리아 상무는 “금융위기 이후 입주 시기가 미뤄지고 교통 인프라 확충도 미뤄졌지만 경의선이 용산까지 이어진다면 주변 부동산 시세는 더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교육여건도 나아졌다. 지난해 8월 미국 명문 사립학교인 드와이트 서울분교가 개교해 화제를 모았다. 2010년 개포동에서 이전한 상암동 서울일본인학교 바로 옆에 생겼다. 교육과정은 유치원에서 고교까지고 정원은 540명이다. 내국인 비율은 정원의 20% 이내로 제한되고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된다. 자사고인 상암고의 수준도 꽤 높다는 평가다. 김자연 신탁공인중개사 대표는 “외국인 학교가 들어서면서 바로 앞인 7단지로 이사 온 강남 엄마들이 꽤 된다. 주변에 유해환경이 거의 없고 녹지공간도 많아 전세, 월세 수요가 꾸준하다”고 전했다.

최근 중소기업DMC타워 인근 구시가(상암2-1주거환경개선지구)를 중심으로 상가와 원룸 건물 신축도 한창이다. 이 일대에만 2~3년 사이 40여동 이상의 원룸 건물이 완공됐다. 고경숙 대표는 “강남에서 관심을 갖고 원룸 매물을 물어보지만 땅값이 많이 올라서 구입해 높은 수익률을 올리긴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골목길 단독주택들은 상가로 개조되고 기존 주택가 건물이 커피, 파스타 등을 파는 ‘먹자골목’으로 바뀌는 추세기도 하다. 다만 아직까지는 수요가 연일 보장되는 상황은 아니다. 이곳에서 이탈리안 음식점 ‘편한 비스트로&베이커리’를 운영하는 편해진 씨(34)는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많아 평일에는 사람이 많지만 주말에는 인근 홍익대 앞이나 신촌 등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사람이 적다. 여의도 상권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 복합쇼핑몰 건립으로 서울 북서부 상권을 두고 롯데와 신세계의 유통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신세계는 삼송택지개발지구에 4000억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교외형 복합쇼핑몰(사업부지 9만6555㎡)을 건립 중이다.

 

삼송택지개발지구와 상암DMC 간 거리는 10여㎞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팀장은 “금융위기가 해소돼 업무지구가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복합쇼핑몰도 방송과 IT 미디어 산업단지의 특성을 고려해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진 기자 loyalkim@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705호(13.05.01~05.07 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