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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시장서 필요한 돈보다 211조 넘쳐

by SL. 2012. 10. 20.

시장서 필요한 돈보다 211조 넘쳐

 

금감원 `과잉 유동성` 경고와 파장
은행 보수적 대출운용 안전자산 선호가 원인
민간기업 현금통화·예금 438조원으로 사상 최고

 

 

 

금융감독원이 `과잉 유동성`을 강력히 경고하고 나선 것은 늘어난 시중 통화량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못하는 `돈맥경화`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금감원은 돈이 실물이 아닌 금융 부문에서만 돌고 있어 각종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본원통화 증가율은 매년 10%를 상회하고 있지만 광의통화(M2) 증가율은 5% 안팎 수준으로 하락했고, 통화승수도 지난 7월 기준 21.7로 2000년대 이후 최저 수준이다.

특히 경기 둔화에 대응해 정부 재정이 조기에 집행되면서 M2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4.4%에서 올해에는 5.5%로 증가했다. 하지만 통화승수가 낮아지는 바람에 시중에 늘어난 자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은 이 같은 `돈맥경화`의 원인을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운용과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으로 분석했다. 은행들은 신용위험이 낮은 대기업이나 금융 부문 위주로 신용을 공급할 정도로 대출 관리가 보수적이다. 금융회사가 다른 금융회사로 자금을 공급한 금액은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76조8000억원에 달할 정도로 수직 상승세다.

이와 함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자금은 정기예금 등 안전형 상품으로 유입되는 성향이 굳어졌다. 머니마켓펀드(MMF), 수익증권 등 시장형ㆍ실적형 상품은 2011년 상반기까지 자금 유출을 보이다가 올해 7월부터 자금 유입 규모가 증가세로 전환됐다. 전체 수신 중 안전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6월 말 44%에서 8월 말에는 44.2%로 확대됐다.

이처럼 유동성은 풍부하지만 돈이 실물경제로 흘러가지 않고 금융시장에만 머물게 되면서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풍부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은행이 보수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고 있고,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태로 금융회사 간 상호거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개인투자자들은 저금리 기조하에서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노린 테마주, 투기성 레버리지 투자에 나설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의 자금 운용도 보수적으로 변했다. 설비투자를 피하는 대신 경기 위축이나 자금 경색에 대비해 현금성 자산 보유를 늘리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설비투자 증감률은 지난 1분기 10.7% 증가했지만 2분기에는 0.8%가 줄었다. 반면 6월 말 기준 민간기업의 현금통화와 예금은 438조5000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다.

또 최근 기업들이 미래에 대비한 선취성 자금조달로 회사채 발행을 늘리고 있는 데다 마땅한 투자처가 없어 유동성은 채권 시장으로 과도하게 유입되고 있다.

특히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위험가중치도 하향 조정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한국물 기대수익이 높아져 외국인들의 투자 유인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월 외국인들의 채권 투자금액은 한 달 새 1조5000억원이 늘었다.

이처럼 돈이 실물 부문을 외면하는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주요국 양적완화 등으로 유동성 증가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과 신용경색 등으로 기업ㆍ가계 등 경제 주체에 자금이 제대로 흘러들어가지 않아 경기 회복이 저하될 염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로 은행의 보수적인 대출 운용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계부채 억제와 우량 대기업의 투자 부진 등으로 대출 수요 역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의 풍부한 유동성과 미국ㆍ유럽 등 주요국 양적완화가 통화 팽창으로 나타나게 되면 추후 경기 상승기에 물가 상승 등으로 경제 운영에 부담이 발생하고,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금융사의 채권 보유 규모가 확대되면 금리 리스크가 높아지기 때문에 은행의 금리 리스크 관리 지도도 강화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