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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왜 네이버가 되지 못했을까?"

by SL. 2013. 12. 28.

2013.12.14

 

네이버는 라인으로 날개다는데, 다음은 성장동력 부재로 고심

 

네이버의 주가가 70만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지난 8월말 분할당시 48만원이던 주가는 석달새 45%이상 뛰었습니다. 13조원 정도이던 네이버 시가총액은 이제 23조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기아차를 제치고 시가총액 6위에 올라섰습니다. '진격의 네이버'라는 호칭이 결코 아깝지 않습니다.

네이버 상승세의 비결로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모바일메신저 '라인'에 대한 기대감과 잠재력을 지목합니다. 최근 네이버 고위 관계자는 "라인 가입자가 내년말 5억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밝혔는데, 전문가들도 크게 이의를 제기하지않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3억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한 모바일 메신저는 위챗(4억7000만명), 왓츠앱(4억명), 라인(3억명) 등 3개뿐입니다. 라인은 일본에서 확고한 가입자 기반에다 추후 남미와 유럽에서 성장세를 기대됩니다.

현재 라인의 가치는 11조원대로 평가받는데, 만약 가입자가 5억명으로 늘어날 경우 현재 50조원 안팎으로 평가받는 중국의 위쳇 수준으로 몸값이 뛸 전망입니다. 향후 5년내 네이버 매출의 절반 이상을 라인이 책임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라인의 성공은 거저 이뤄진 것은 아닙니다. 수많은 실패와 시행착오가 자리합니다. 네이버 이전 NHN은 2006년 일본 검색시장에 진출했지만 수년간 돈만 까먹었을 뿐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주주는 물론 다른 경영진들까지 언제까지 퍼부어야 하느냐는 불만을 제기할 정도였습니다.

이를 뚝심있게 밀어부친 것은 바로 이해진 의장입니다. 검색사업이 실패한 와중에서도 개발진들에게 다시한번 기회를 주고 직접 사업을 챙겼습니다. 2011년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이해진 의장과 직원들은 밤늦게까지 도쿄 시내 사무실에 남아 라인을 완성시켰다는 일화도 있습니다.

그런데 돌이켜보면 네이버에는 라인만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당시 라인과 함께 한국에는 네이버 메신저라는 제품이 개발됐습니다.

NHN본사의 핵심 기술진들이 총투입돼 개발한 네이버 메신저는 기능면에서 호평을 받았습니다. 네이버 포털의 온갖 서비스를 모바일로 구현한다는 전략으로, 스팩면에서는 전세계 어떤 메신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평할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살아남은 것은 라인이었습니다.

모바일메신저는 결코 화려한 기능보다는 메시지를 신속하게 주고받는 본질에 더 충실해야한다는 단순한 원리가 먹힌 겁니다.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라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프로젝트를 접기란 결코 쉽지않은 결정입니다. 매몰 비용을 포기하는 것은 차치하고라도 조직의 반발을 무마하고 책임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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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진 네이버 의장겸 라인회장 /사진=머니투데이


그런데 이해진 의장은 이를 해냈습니다. 프로젝트를 접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본사 네이버 메신저 개발팀은 그야말로 초상집과 같았다고 합니다. 당연히 CEO에 항의하고 울분을 토했을 겁니다. 그날 이 의장은 개발팀원들에게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고 그들과 밤새 술잔을 기울이며 설득했다고 합니다. 이후 NHN은 라인에 집중해 오늘날의 성과를 이뤘습니다.

만약 당시 이의장이 과감한 결정이 없었다면 지금 네이버 미래 성장동력인 라인도 결코 없었겠죠.

여기서 우리는 네이버의 경쟁사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의 행보를 비교하게 됩니다. 다음 역시 2011년 모바일메신저 초기 시장에서 마이피플을 선보이며 대대적인 광고마케팅을 진행했습니다.

유명 걸그룹을 동원한 TV광고가 나가면서 반짝 인기를 모은 마이피플은 무서운 속도로 가입자를 끌어들였고 한 때 선발주자인 카카오톡을 위협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습니다. 음성통화 기능을 앞세웠던 마이피플은 외면당했습니다. 음성통화는 메신저의 본원적 경쟁력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판단착오가 있었다면 전략을 신속하게 수정해야 했지만 그 역시 오락가락했습니다. 결국 사용자들은 마이피플 대신 카카오톡을 선택했습니다.

반면 네이버의 선택은 달랐습니다. 역시 초기 네이버메신저를 밀었지만, 선발주자였던 카카오톡과 경쟁해봐야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사업을 접은뒤 일본라인에 집중한 것입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옳았습니다. 우리보다 10배나 경제규모가 큰 일본에서 국민메신저로 등극했습니다.

메신저뿐이 아닙니다. 돌이켜보면 애초 포털 서비스에서 승기는 다음이 먼저 잡았습니다. 90년대 말부터 무료 이메일과 카페를 앞세워 가입자를 끌어 모았습니다.

반면 후발주자인 네이버는 정교하고 풍부한 검색서비스를 통해 2000년대 중반 이후 판세를 뒤집었습니다. 사람들이 포털을 이용하는 궁극의 목적인 정보검색이라는 점을 꿰뚫어본 것입니다.

다음은 2005년 네이버에 검색1위를 내준 뒤 지금껏 2위에 머물러 있습니다. 모바일시장에서도 네이버에 밀려 2위가 된지 오래고 이마저도 지금은 구글에게도 추격당하는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다음의 최대숙제는 고착화된 포털 2위를 탈피하고 새로운 성장엔진을 모색하는 것이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이들은 네이버와 다음의 CEO간 리더십 차이를 거론합니다. 이해진, 이재웅씨 모두 맨손으로 오늘날 굴지의 인터넷 기업을 일군 입지전적인 인물임에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해진 의장이 여전히 현직에서 왕성히 활동하는 반면,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는 2007년 CEO자리는 물론 등기 임원에서도 물러나 후배 벤처기업 육성에 열중하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이 서구적 전문 경영인의 필요성을 언급하지만 여전히 한국은 오너 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통하는 나라입니다. 실제 지난해 이해진 의장은 네이버가 대기업화, 관료화될 조짐을 보이자 직원들에게 벤처정신을 요구하며 조직개편을 단행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반면 다음에서 그런 목소리가 사라진 지 오래라는 지적입니다.

다음의 본사를 제주도로 이전한 것과 연관 짓는 시각도 있습니다. 직원 입장에서야 근무여건이 좋고 회사의 법인세 절감효과도 상당하지만, 일각에서는 "경쟁이 치열한 서울과 느긋한 분위기의 제주도에서 일하는 게 아무래도 업무에 임하는 자세가 다를수 밖에 없지 않느냐"는 쓴소리입니다.

역설적이게도 네이버의 가장 큰 고민은 '약해지는 다음'입니다. 네이버와 다음의 검색점유율차는 7대 3에서 이제 8대 2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매출은 다음의 5배가 넘습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네이버가 불공정행위를 자행하는 만큼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지정해 규제해야한다는 논의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다음의 분발을 응원합니다. 시장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는 건 네이버와 다음 그리고 이용자 누구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