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는다는 건, 못 보던 꽃을 보는 것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경기도립극단의 연극 '늙어가는 기술'(작·연출 고선웅)은 고은의 시 '그 꽃'을 연극적 서정(抒情)으로 풀어낸 11폭의 조각보다. 내려가는 인생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과 쓸쓸함이, 살아온 용기와 살아갈 두려움을 씨줄 날줄 삼아 촘촘하게 엮였다. 조각마다 품고 있는 사연을 몸으로 구현하는 배우 11명은 주·조연 구분 없이 11분의 1 몫을 해낸다. 자칫 산만하고 어수선하기 쉬운 형식을 이어간 연출적 바느질이 세심하고 꼼꼼하다.
제목만 들으면 7080 배우들이 나와서 나이 듦에 대한 넋두리나 긍정으로 포장된 합리화를 늘어놓을 것 같다. 하지만 산다는 것이 곧 늙는다는 것, 나이를 들먹이며 한탄하지 않으면서도 세월의 더께가 만져질 듯 흘러가는 것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 욕조, 벤치, 샌드백, 고목 등 소품이, 각자 흩어져 살아가는 인생처럼 저마다 놓여 주제와 배우에 적절히 조응한다.
- 오리배를 타고 데이트 중인 나이 많은 그 여자와 한참 어린 그 남자. 연극‘늙어가는 기술’은 내리막길의 서정을 보여준다. /경기도립극단 제공
18년간 몸 바친 때밀이 일을 때려치웠던 순옥씨가 다시 때 타올을 감아 쥐고 뽀드득 때를 미는 순간은 실로 당당하다. 늙는 것, 사는 것은 당면하는 대로 헤치며 나아가는 것. 그것이 꽃을 볼 수 있는 내리막길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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