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가 안 됐는데 늙고 있는' 중국
2013.06.17
장이머우(張藝謀).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영웅' 등 국수주의 색깔이 짙은 작품을 쏟아내 세상과 타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홍등>, <붉은 수수밭> 등 중국사회 내부의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했던 초기 작품이 던졌던 충격은 여전하다.
그런 그가 최근에는 다른 일로 중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지난해 비밀결혼 사실이 공개된 31살 연하의 두번째 부인을 비롯 혼외 여성들과의 사이에서 모두 7명의 자녀를 뒀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공식적으로 장 감독은 첫번째 부인과의 사이에서 딸 한명만 낳은 것으로 돼 있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1979년부터 시행된 1가구 1자녀 산아제한 정책(소수민족은 예외적으로 1가구 2자녀)을 위반한 것으로, 장 감독은 1억6000만위안(한화 288억원)의 막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가입자 수 2억5000만명을 자랑하는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를 비롯해 인터넷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렇지 않아도
않아도 부유층과 인기연예인 사이에 '차오셩'(超生; 두자녀 이상을 낳는 것) 현상이 만연해 대중의 불만이 컸는데, 장 감독이 여기에 불을 지른 것이다. 급기야 중국 당국이 조사에 착수했지만 장 감독은 묵묵부답, 침묵을 지키고 있다.
사실 장 감독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할 것이다. 차오셩은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액션배우 리롄제(李連傑)는 미국에서 혼인신고를 해 두딸이 있고, 최고의 여성앵커로 '중국의 오프라 윈프리'로 불리는 양란(楊瀾)도 미국에서 아들을, 중국에서 딸을 출산했다. 이들처럼 엄격한 산아제한정책을 피해 해외국적을 취득하거나 미국, 캐나다로 원정출산을 떠나는 부유층은 셀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힘없는 중국의 대중은 1가구1자녀 정책을 따라야 하는데, 전통적으로 남아선호사상이 강한 만큼 여야 강제낙태와 남초현상, 유아밀매 등 각종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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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가구1자녀 정책, 급고령화 원인
산아제한 감시를 피해 버려진 아이들을 일컫는 '헤이하이쯔'(黑孩子)도 1가구1자녀 정책의 폐해다. 호적에 이름을 올리지 못해 의료·교육 혜택을 받지 못하는 헤이하이쯔가 중국 전역에 1300만명을 넘는다. 기자가 최근 다이롄에서 만난 한국 중소기업 사장은 자기 회사 직원이 얼마 전에야 호적을 만들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 30대 초반의 이 직원은 그동안 사촌형 이름을 사칭해 살았는데,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는 "만약 회사 공금을 들고 도망이라도 갔다면 꼼짝없이 당할 뻔 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중국에서는 1가구1자녀 정책의 존치 여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언급한 사회문제도 심각하지만 이 정책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어서다. 13억 인구의 풍부한 노동력을 자랑하는 중국에게 고령화란 남의 나라 말처럼 들리지만, 통계수치를 들여다보면 깜짝 놀랄만한 상황이다.
유엔 세계인구전망에 따르면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전체 인구의 7% 이상인 고령화사회에서 고령사회(14% 이상)로 진입하는데 프랑스는 115년, 미국은 75년이 소요됐지만 중국은 25년(2001→2026년) 밖에 걸리지 않을 전망이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20%이상)로 진입하는 시간도 10년에 불과해 세계 최고령국가인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유엔은 중국의 법정 은퇴연령인 60세 이상 노인인구가 2035년에는 미국 총인구보다 많은 3억8639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서방뿐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고령화의 심각성을 경고하는 통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 공개된 중국고령화연구센터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60세 이상 노인 인구가 2억200만명으로 사상 처음 2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8%에 달한다. 지난해 중국의 노인인구 1억9400만명(인구비중 14.3%)과 비교하면 800만명가량 증가한 것이다. 반면 경제활동인구는 지난해 9억3900만명에서 올해 9억3600만명으로 300만명 줄어들 것으로 연구센터는 예측했다.
이 같은 노인인구 급증은 출생률 하락과 상관관계가 있다. 1가구1자녀 정책이 시행되기 전인 1970년, 여성 1명이 평생 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가 5.5명이었는데 2010년에는 1.54명으로 뚝 떨어졌다. 이에 따라 유아기(0-14세) 인구비율이 39.7%(1970년)에서 19.9%(2010년)로 청년기(15-24세) 인구비율은 19.0%(1970년)에서 16.9%(2010년)로 줄어들었다. 인구팽창을 막고 여성인력의 사회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시행한 1가구1자녀 정책이 중국에게 고령화 폭탄을 안겨준 것이다.
◆낮은 GDP에도 고령화 진행…향후 10년이 중요
고령화는 필연적으로 저성장체제로 이어진다. 한때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경제신화의 주인공인 일본과 한국이 1∼2%대 저성장에 머물고 있는 사례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풍부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역할을 하던 중국 역시 고령화의 덫을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무게가 실린다.
문제는 중국이 충분히 대응할 시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고령화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중국에서는 몇년 전부터 '웨이푸시앤라오'(未富先老)라는 말이 자주 언급된다. 선진국들은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1만달러를 넘어선 다음에야 노령화 사회로 진입했지만 중국은 3000달러 때부터 노령화가 진행돼 '아직 부자가 되지 않았는데도 먼저 늙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중국 노인들의 삶은 힘들 수밖에 없다. 중국국제학술원에 따르면 노인 4240만명이 연간 3200위안(약 58만원) 이하의 돈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38.1%는 일상생활이 어려운 질병·장애를 갖고 있고, 40%는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88.7%의 노인이 일상생활에 자녀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1명뿐인 자녀가 도시로 떠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위사오 중국고령화연구센터장은 "고령화와 만성질병, 자녀 없는 부부 문제로 중국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이 고령사회로 진입하기까지는 10년가량의 시간이 남아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 리커창 총리의 집권기간과 같다. 이 기간 동안 부의 분배를 강화하고 고령연금과 실업연금, 노인의료보험 등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개선하겠다는 게 5세대 지도부의 계획이다. 한국과 일본이 알고도 당한 고령화 폭탄을 이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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