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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노후이야기

노후의 은퇴생활의 함정

by SL. 2013. 10. 14.

2013.10.10

 

은퇴생활의 치명적인 함정들

 

 

#1 ‘보이스 피싱이 따로 있나...동양 회사채에 투자한 중년들의 울분’

한글날 휴일인 10월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열린 ‘동양사태 피해자 대집회’에 참석한 A 모씨(57)는 “동양증권의 전화 사기에 재산 7000만원을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며 눈물을 흘렸다.

A씨는 “동양증권이 지난 7월말 동양시멘트 주식이 담보로 잡혀 있다며 기업어음(CP) 투자를 권유했다”며 “9월30일에 상환될 예정이고 그 전에 동양시멘트가 망할 가능성은 없으니까 안심하고 투자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9월30일이 만기인 상황에서 막판인 9월28일과 29일까지 추가 투자 권유문자가 왔는데 동양증권측이 이미 법정관리가 임박했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 도쿄에서 건너온 B 모씨(61)도 “지난해 하루만 넣어도 이자를 준다며 친구가 권유해 동양증권 CMA계좌에 자금을 예치한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B씨는 “일본에서 아무 생각없이 있었는데 동양증권에서 동양 회사채가 인기가 많아서 1000만원을 넣어도 500만원어치를 사기 어렵다면서 마치 홈쇼핑 방송에서 판매 광고하듯이 투자를 권유했다”고 털어놓았다.(매일경제신문 10월 10일자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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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그룹 계열사 기업어음에 투자했다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있다.

 

#2 ‘노후 자금까지 자식에게 다 내 준 캥거루족 부모의 비극’


지난달 30일 경기 남양주의 한 하천변에서 70대 노인 C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내가 죽거든 불암산에 뿌려다오’라는 유서를 남겼다. 한때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했던 C씨는 노후 자금으로 아들의 사업을 도왔지만 사업은 시원치 않았다. 함께 사는 아들 내외와 관계도 서먹해졌다. 사업이 안 풀려 빚이 많이 진 상태에서 아들 내외를 분가시키기도 어려웠다. 경찰은 “이 노인이 외로움과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다 자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의사 D모씨(71)가 운영하던 병원 원장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은 “D씨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사업자금을 빌려갔으나 사업에 실패했고 병원 운영도 신통치 않아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 충동을 겪었다고 응답한 노인은 통계청의 2008년 조사에서 29.3%로 나타났지만 지난해에는 35.1%로 증가했다.(조선일보 10월 10일자 참조)

#3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부양문제로 싸우다 흉기로 찔러’

9일 오전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E 모씨(68)가 융기로 며느리 F씨(36)의 가슴 등을 찔러 숨지게 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다. E씨는 사건 직후 아들에게 전화를 해 사실을 알렸으며 아들이 경찰에 신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의 설명에 따르면 E씨는 한글날이 공휴일인지도 모른 채 며느리가 평상시처럼 출근한 줄 알고 아들 부부의 방문을 열다가 시비가 붙었다. E씨는 방안에 며느리가 있는 것을 보고 곧 바로 문을 닫았으나 며느리가 “노크도 없이 문을 연다”고 불만을 드러내면서 문을 세게 닫은 후 잠궈버리자 말다툼이 벌어졌다.

E씨가 안방쪽 베란다 창문으로 가 안방에 있는 며느리와 말다툼을 벌이다 며느리가 욕설을 하는것에 격분해 주방에 있는 흉기를 휘두른 것. E씨는 오래전 부인과 사별한 뒤 두 아들이 결혼 한 뒤 혼자 지내다 4년전 지병으로 건강이 나빠지자 큰 아들이 모시겠다고 해 이들 부부와 두 손자와 함께 살았으나 며느리와 사이는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경향신문 10월 10일자 참조)

한글날 휴일후 첫 출근해 받아든 신문에 실린 기사들을 본 베이비 부머들은 울쩍해졌을 것이다.

이 기사들을 보니 김진영 삼성증권 은퇴연구소장이 쓴 ‘우물쭈물 하다 이럴 줄 알았다’라는 책이 떠올랐다.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은퇴한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만한 이 책에는 지난 50년을 한순간에 집어삼키는, 은퇴 후 5년 이내에 나타나는 함정들이 소개돼 있다.

김 소장은 반드시 넘어야 할 은퇴 5년의 크레바스로 창업 크레바스, 사기 크레바스, 건강 크레바스, 부부 크레바스, 자식 크레바스를 꼽는다. 크레바스는 산악 등반 영화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정상 주변의 빙하에 있는 갈라진 틈새의 낭떠러지를 말한다.

히말라야 등반중에 크레바스를 만나면 세계 최고의 찬사를 받는 산악인 조차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들 듯이, 은퇴 크레바스에 빠지게 되면 아무리 경험 많고 명석한 사람이라도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으로 만들 수 있는 치명타가 된다.

우리 주변에 정년 퇴직 후 퇴직금을 탈탈 털어 창업에 나섰다가 몇 년을 버티지 못하고 퇴직금을 몽땅 날린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김 소장은 ‘창업 크레바스’에 빠지면 대부분 가정불화, 화병, 노인빈곤층으로의 전락, 자식과의 단절 등이 기다리고 있어 은퇴생활을 통째로 망가뜨리는 가장 결정적이고 치명적인 크레바스라고 지적한다.

필자가 아는 한 전직 장관급 인사는 평생 큰 걱정없이 먹고 살만한 재산과 공무원 연금이 있었으나 자식 사업자금으로 재산을 쏟아부었지만 아들이 변변치 못해 세상과 담을 쌓고 조용하게 살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70대 노익장이 다시 무대에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도 아직 그 분은 ‘자식 크레바스’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부부간의 불화와 불신 등으로 황혼이혼이 늘고 있다. 이혼 하는 사람중에 결혼생활 20년차 이상인 부부의 비율이 1990년에는 5.2%정도였는데 2011년에는 24.8%로 무려 5배나 늘었다고 한다. 황혼이혼이 심각한 이유는 시기적으로 은퇴시점과 맞물린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의 경우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잃었다는 상실감으로 노후의 삶에 치명적인 크레바스가 될 수 있다.

은퇴후 삶은 함정에 빠뜨리는 크레바스가 어찌 김 소장이 말한 5가지 뿐이겠는가? 친구나 친지, 주변 인사 등 다른사람과 맺는 인간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행복의 비밀’이라는 책을 쓴 조지 베일란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단 하나는 다른 사람과 맺는 인간관계이다”고 말한다.

또 이러한 함정에 빠지기 전에 노후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경제적 해결책을 마련해야 함은 두말한 나위도 없다. 이마저도 해결하지 못하면 함정에 빠지기 전에 길거리에 굶어 쓰러지고 말 것이다.

710만 베이버 부머들이여, 은퇴 후 크레바스에 빠지지 않도록 보다 더 현명해지고 천천히 걸읍시다.

[윤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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