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분리 강화,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민주화 3법 통과 파장/ 삼성 금융 계열사들은 '비상'
2013.07.18
삼성전자에 의결권 행사 제한…시중은행 영향은 크지 않을 듯
경제민주화 바람은 금산분리 원칙에도 영향을 미쳤다. 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한도를 낮추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지난 2일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금융지주회사법'과 '은행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 증권, 카드 등 제2금융권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기업의 은행 지분 소유제한 '원상복귀'
금산분리는'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쉽게 풀이하자면 고객의 돈을 모아 기업활동을 하는 금융사를 산업자본인 일반기업이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금산분리가 법안으로 탄생한 것은 기업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금지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배경으로 금산분리는 '은산(泗�)분리'로 불리기도 했다.
은행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규모에 비해 자기자본비중이 낮다. 자기자본보다는 고객, 즉 예금자의 돈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다. 이러한 은행이 기업의 지배를 받는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고수익 창출을 위해 위험도가 높은 곳에 투자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고객이 맡긴 예금에 엄청난 악영향을 끼칠 것이고, 예금주인 서민은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최근에는 보험사, 증권사 등 대기업 금융계열사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이용해 기업 내 지배주주를 강화하는 사례가 발생해 금산분리의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두 법안의 핵심은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한도를 9%에서 4%까지 줄이는 것으로 '금산분리 강화법'으로 불린다.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보유한도를 4%에서 9%까지 늘렸다. 산업자본의 유입을 통해 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에서다. 그랬던 것이 현 정부로 바뀌면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하지만 개정된 법안이 국내 시중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계의 중론이다. 시중은행 가운데 산업자본의 지분율이 4%를 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비금융계열사 의결권 5% 제한…왜?
금산분리 원칙이 기업의 금융사 지배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금융사가 기업을 지배하는 것도 제한하고 있다. 금융사의 총수 및 오너가 고객 돈으로 다른 계열사의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강석훈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6월10일 대기업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상한을 현행 15%에서 5%로 점차 낮추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강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의 핵심은 금융계열사가 비금융계열사에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의 합을 오는 2014년 10%로 낮추고 2015년 8%, 2016년 6%, 2017년 최종 5%로 제한한다는 것이다.
강석훈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들은 금산분리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재벌총수들이 고객의 돈을 이용해 지배력을 유지 또는 강화하려는 시도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의결권 합이 5%로 제한되면 일부 금융사는 보유지분을 매각하거나 비금융계열사의 경우 경영권 확보를 위해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의 계열사 지분 의결권이 축소되면 영향력도 그만큼 줄어들게 돼 있다"며 "일부 대기업 집단은 5%가 넘는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삼성그룹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21%(1062만2814주)를 보유 중이며 삼성화재는 1.26%(185만6370)를 가지고 있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총 8.47%로 강 의원이 발의한 법이 통과되면 양사는 2015년부터 삼성전자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의결권이 제한되는 삼성전자의 지분 보유와 관련해 해결책을 마련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연기'…보험사 한숨 돌렸다
금산분리 강화를 위한 또 다른 법안 중 하나는 '금융회사 지배구조개선법'이다. 이 법안은 금융감독당국이 대주주의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것으로 6월 임시국회 중 처리될 예정이었으나,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법안의 세부내용에서 이견을 보여 9월로 미뤄졌다.
지난해 8월 김기식 의원(민주당)이 발의한 이 법안은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대주주 자격심사를 카드, 보험, 캐피탈 등 제2금융권으로 확대한다는 게 주요골자다. 법안에 따르면 만약 대주주가 적격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10% 초과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제한하고 6개월 이내에도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의결권이 제한된 주식를 강제매각해야 한다.
그러나 이 법안은 '대주주 기준'과 '지분 강제매각'이라는 세부내용을 놓고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처리가 무산됐다. '대주주 기준'에 대해 야당에서는 계열사 지분을 통해 제2금융사를 지배하고 있는 총수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여당은 직접적인 최대주주만 적용해야 한다며 이견을 냈다.
지분 강제매각의 경우 정부 및 여당은 금융사의 최대주주가 바뀌는 등 시장에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수정,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 카드, 캐피털 등 제2금융권은 은행과 달리 총수 및 오너가 지배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대주주인 총수 및 오너가 대주주 자격을 인정받지 못하면 의결권의 제한과 지분 강제매각을 당할 수 있는데,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향후 국내 금융시장에 엄청난 후폭풍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해당법안에서 주식의 강제매각 부분이 제외된 채 국회를 통과할 것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공통된 분석이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도 "금융사의 총수 및 오너의 주식 강제매각은 금융사 지배구조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오너가 없는 은행과 그렇지 않은 제2금융권에 같은 기준의 법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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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공정한' 재벌총수 지분율은?
경제민주화 3법 통과 파장
가속페달을 밟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정책 중 재계에 가장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다. 대기업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행위를 근절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워낙 강해서다.
지난 2일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담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을 당시, 재계가 잔뜩 긴장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7월 말 정부로 이송돼 8월 공포된다. 그리고 정확히 6개월 뒤인 내년 2월 중순께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아직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근거이자 기준이 되는 '총수일가가 몇%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거래를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으로 하느냐'에 대한 시행령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몫으로 넘어간 이 '총수 지분율'을 놓고 현재 정치권과 시민단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미묘한 입장차가 존재한다. 지분율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같은 업종, 같은 그룹이라도 규제를 받을 수도, 받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재기준 되는 '총수 지분율' 어떻게?
일단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대상이 되는 기업은 '자산총액'이 일정규모 이상이어야 하고, '총수일가 지분'이 대통령령에서 정한 비율 이상인 계열사와 거래할 때로 규정하고 있다.
자산총액의 경우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기준을 준용해 현재 '5조원 이상'으로 정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어 공정위로서도 시행령 제정에 있어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최근 대한箚廢맛퓬柰� 집계한 현황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대기업의 계열사는 모두 1519곳으로, 이 가운데 총수일가가 지분을 1주라도 갖고 있는 계열사는 405곳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일차적인 대상기업이 405개사가 되는 셈.
그렇다면 이제는 규제해야 할 총수일가 지분을 얼마로 해야 하는지가 관건이다. 만약 공정위가 '30%'를 기준점으로 삼는다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은 총 405곳에서 195곳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이 경우 시스템통합(SI)업체로 계열사의 전산업무를 도맡아 하는 삼성SDS(총수지분 17.2%)나 LG CNS(1.4%)는 제외된다. 반면 같은 SI기업인 SK C&C(48.5%)는 이 규제에 포함돼 '형평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현재 전경련 등 재계에서 주장하는 '총수 지분율 50%'로 설정한다고 해도 잡음이 없어지진 않는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규제대상기업은 131곳으로 줄지만, 앞서 언급한 대기업 계열 SI업체들을 포함해 삼성에버랜드(46.0%), 현대엠코(35.1%) 등 일감몰아주기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 대부분이 제외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총수일가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만 규제대상으로 삼을 경우엔 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를 책임지는 이노션 등 55곳만 해당된다. 하지만 이 방안은 경제민주화 정책의 취지와 결부시킬 경우 현실성이 크게 떨어진다.
규제의 키를 쥐고 있는 공정위는 아직 지분율과 관련해 입을 다물고 있다. 노대래 공정위원장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지금은 기업들에게 너무 큰 부담을 주면 안된다. 일감몰아주기가 워낙 메가톤급인 만큼 다른 것들은 좀 뒤로 미룰 것"이라고 말했다.
◆'몰아주기' 푸는 재계…현대차·롯데·SK 등 '동참'
일감몰아주기 규제에 '신호탄'이 터진 사이, 이에 대응하는 기업들의 행보도 한층 빨라졌다.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축소하고 해당물량을 중소기업 등 외부기업에 개방하는 이른바 '일감 나누기' 정책을 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가장 발빠르게 대처한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이다. 지난 4월 현대차는 ▲광고 분야에서 올해 그룹 국내광고 발주예상금액의 65%에 해당하는 1200억원 ▲물류 분야에서 올해 그룹 국내물류 발주예상금액의 45%인 4800억원 등 총 6000억원 규모의 물량을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거나 경쟁입찰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뒤를 이어 LG그룹은 5월 SI 분야에서 계열사들이 올해 발주하는 사업 가운데 2300억원 규모의 거래를 중소기업 등에 개방하기로 했다. 50%는 중소기업에 직접 발주하고 50%는 경쟁입찰을 실시한다는 복안.
이번달 3일에는 롯데그룹도 일감 나누기 행렬에 동참했다. 롯데는 대기업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물류(1550억원), SI(500억원), 광고(400억원), 건설(1050억원) 등 4개 부문에서 연간 3500억원 규모의 일감을 나누겠다고 밝혔다.
SK그룹도 최근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SK C&C 간 거래규모를 전년대비 각각 10% 이상 줄이기로 했고 SK이노베이션을 통해서는 SK C&C와의 거래물량을 지난해 455억원에서 올해 390억원 규모로 14.2% 삭감 조치했다. 한화그룹 역시 지난해부터 계열사와 한화S&C 간 거래를 점차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방침과 궤를 같이해 그룹의 SI사업을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최근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기업들이 계열사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는 정책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대기업 잡으려다 중소기업 죽이나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우선 대기업을 타깃으로 삼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실제 관련법 적용에 있어 중소·중견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되는 면이 적지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지난 4일 국세청이 지난해 계열사의 일감을 몰아받아 수익을 올린 기업주와 그 일가 1만여명에게 상속·증여세를 물리는 과정에서 중소기업들이 대거 포함됐다. 과세 대상자 1만명 가운데 30대 그룹의 65명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중견·중소기업의 지배주주와 친족 등이었던 것.
코스닥 상장사인 중견기업 A사. 이 회사의 대주주는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핵심부품을 만드는 회사를 설립해 부품을 납품받았다가 국세청으로부터 증여세 6억원을 징수당했다. 이 대주주는 계열사 주식을 받지 않았음에도 세금을 내야하는 처지가 된 것. 특히 A사는 국내에 다른 부품 공급처가 없어 앞으로 과세를 피하려면 일본에서 3∼4배나 높은 가격에 부품을 수입해 써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박양균 중견기업연합회 조사통계팀장은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처음 대기업 자녀에 대한 부의 편법승계를 막자는 취지로 논의됐는데 실제로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의 피해가 훨씬 더 크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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