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괴담, 우연의 일치인가? 필연인가?
0 1 2 3 4 5 6 7 8 9. 언어와 문자는 달라도 세계 어디서나 숫자는 똑같다. 이 아라비아 숫자가 널리 쓰이면서 사람들은 숫자와 관련한 괴담을 만들어냈다. 행운의 수, 불행의 수, 성스러운 수, 악마의 수를 정해 미래를 예측하고 운명을 점쳤다.
오늘날 21세기 과학의 시대에도 각 문화권이나 민족마다 좋아하는 숫자와 꺼리는 숫자가 달리 존재한다. 특히 이번 아시아나 여객기처럼 대형 사고가 터질때마다 어김없이 숫자괴담이 불거져 나온다.
▶숫자 4=요즘에도 건물이나 엘리베이터에 4층이 없는 경우가 많다. ‘4’ 대신에 ‘F‘라고 표기를 하거나 아예 1, 2, 3층 다음에 5층이 오기도 한다.
지난해 말께 세종시에서 출생한 여아의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4444’로 시작하는 일이 생겨 부모들이 항의하는 일이 있었다. 세종시와 행정안전부는 부랴부랴 지역(광역)번호를 ‘44’에서 ‘96’으로 변경했다.
동양에서는 4의 발음이 죽을 사(死)자와 같아 4를 싫어한다. 이같은 풍습은 한자문화권인 중국과 한국, 일본에 널리 퍼져 있다.
지난 7일 발생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아시아나 여객기 착륙사고에서도 숫자 4 괴담이 퍼졌다. 사고로 숨진 중국 여고생 예멍위안(葉夢圓ㆍ16)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계정에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444444’라는 여섯 글자였기 때문이다. 이에 사고 전 예멍위안이 뭔가 불길한 예감을 표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관영 CCTV는 “이 숫자는 죽음을 예견한 것이 아니라 고2로 진학하면서 평소 본인이 가고 싶어하던 ‘실험 4반’에 편성된 기쁨을 표현한 것”이라고 밝혔다. 4를 행운의 수로 여기는 경우도 있다. 야구 게임에서 4번 타자는 실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의 번호이다.
▶숫자 6=2006년 6월 6일 ‘악마의 숫자’로 알려진 ‘666데이’에 유럽의 산모들은 분만을 늦추느라 난리 친 일이 있었다. 1906년 6월 6일 이후 100년 만에 도래하는 이날 분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성경 요한계시록 13장18절에는 ‘총명한 자는 그 짐승의 수를 세어보라. 그 수는 사람의 수니 육백육십육이니라’고 언급돼 있어 서양사람들은 6을 기피한다.
2003년 4월에는 이라크전 파병 장병수를 두고 ‘악마의 숫자’ 논란이 있었다. 국방부의 당초 파병계획은 666명이었다. 이에 군 안팎에서는 666명이 서양에서 금기시하는 숫자라 찜찜하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후 7명이 추가돼 최종 673명이 파병됐다. 이라크전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의 철자 수도 666으로 도마 위에 오른 적이 있다. George, Walker, Bush Jr. 영문이름이 6개씩의 자모로 구성돼 있어 정확히 666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반면 유대에서는 6이 다윗의 별을 상징한다며 신성시하기도 한다.
▶숫자 7=‘럭키 세븐(Lucky Seven)’ 이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들은 숫자 7을 좋아한다. 7을 행운의 수로 여기는 이유는 종교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하느님이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고 마지막 7일째에 휴일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 3+4로 해석해 하늘의 완전수인 3(성부, 성자, 성신)과 땅의 완전수인 4(동, 서, 남, 북)를 합해 7이 됐다고 보는 사람도 있다.
7은 동양에서도 복을 상징하는 숫자로 쓰여 왔다. 사랑의 상징인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날이 칠석, 즉 음력 7월7일이다. 또 모든 진귀한 보석을 칠진만보(七珍萬寶)라 하며, 북두칠성을 행운과 소망의 상징으로 여겼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행운의 수 7과 관련한 괴담이 떠돌고 있다. 7월 7일 사고가 난 아시아나 여객기는 보잉 777 항공기이며, 2006년 3월 등록돼 올해로 운항 7년째를 맞았다.
안에 타고 있던 한국인이 77명, 중국ㆍ일본 국적 142명(1+4+2=7), 미국 국적 61명(6+1=7), 승무원 16명(1+6=7)이라는 점도 7과 얽혀있다.
아시아나항공의 과거 여객기 사고가 모두 7월에 발생한 점도 언급됐다.
하지만 행운의 수 7 덕분에 불행 중 다행인 사고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역술인은 “여객기 전체가 불타버린 대형사고였지만 사망자가 적었던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숫자 13=바다 위에 떠 있는 초특급 호텔이라는 찬사를 받아온 이탈리아 초대형 유람선 코스타 콩코르디아호는 지난해 1월 13일 오후 7시께 이탈리아 해안에서 좌초돼 32명이 사망했다. 이날은 금요일이었고 사람들은 ‘13일의 금요일’에 사고가 발생한 점에 주목했다. 당시 이 유람선에는 승객과 승무원이 모두 4234명이 타고 있었는데 이 숫자를 모두 더하면 13(4+2+3+4)이 됐다. 또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한 지 꼭 100년 만의 초대형 유람선 사고였다.
13을 불운의 숫자로 여기는 것은 완전한 수 12에 하나를 더함으로써 완벽함을 파괴한다는 의미 때문이다.
특히 ‘13일의 금요일’을 저주받은 날로 여기는 것은 예수와 12제자를 합치면 13명이고, 제자 유다가 예수를 로마군에 팔아넘긴 날이 13일의 금요일이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13층을 12A층으로 표기하거나 12층 다음에 아예 14층으로 넘어가는 건물이 많다. 13번지를 생략한 길도 흔하다. 스코틀랜드에서는 공항 게이트에 숫자 13을 쓰지 않고 12B를 대신 쓴다. 항공사 루프트한자는 비행 좌석에서 13열을 생략하고 12열 다음에 14열을 둔다.
13일의 금요일이 되면 무서워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을 두고 ‘13을 혐오하는 공포감(paraskavedekatria phobia)’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다.
반면 이집트에서는 13을 인생의 13번째 단계인 죽음으로 간주해 좋은 의미로 해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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