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주민들 은마아파트 가격에 `패닉`…도대체?
압구정 현대 사상 첫 10여건 매물
은마아파트 6억원대 경매매물…부동산 불황에 `쇼크`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입찰법정. 법원 집행관이 경매물건을 확인하다 갑자기 손을 멈췄다.
감정가 10억5000만원짜리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84㎡형이 두 번이나 유찰된 특이한 사례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0일 아무도 경매에 참여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고, 이날 최저가 8억4000만원에 나왔으나 또다시 유찰된 것이다.
다음달 19일 다시 경매가 진행되는 이 아파트 최저 경매가는 6억7200만원. 이 평형은 정상적인 매매시장에서 2005년 이래 단 한 번도 7억원 아래로 떨어진 적이 없다.
당일 경매에서 이보다 다소 높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이 있지만 3.3㎡당 2110만원 선에 경매로 나왔다는 것 자체가 `쇼크`다. 부동산 불황 그늘이 경매시장에까지 드리우면서 강남 고급 아파트들까지 경매로 내몰리는 처지에 놓였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강남에서도 손꼽히는 랜드마크 아파트여서 지금껏 경매시장에 등장한 게 흔치 않았다. 지난달 10일 전용면적 76㎡형 2가구와 84㎡형 1가구 등 하루 만에 3가구가 한꺼번에 경매에 나왔는데 모두 유찰되는 수모를 겪었다.
`강남 부촌의 심장`인 압구정동 아파트들조차 분위기가 심상찮다.
19일 기준 압구정동에서 나와 있는 아파트 경매물건은 총 8건. 경매 대기 상태인 물건도 10건에 달한다.
대한민국 최고 부촌을 자처하는 이곳 아파트가 18건이나 경매에 묶인 사례는 사상 처음이라고 경매업계 관계자들은 전한다.
그런데도 별 인기는 없다. 19일 중앙5계 경매법정에 압구정동 현대 전용면적 115㎡와 131㎡가 각각 나왔지만 아무런 관심을 끌지 못한 채 유찰되는 굴욕을 맛봤다. 중앙3계에 나온 감정가 20억원짜리 한양아파트 전용면적 154㎡는 벌써 3회 유찰을 겪으며 경매 시작가가 10억1400만원으로 떨어져 `반값 아파트`로 고꾸라졌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지역 아파트ㆍ주상복합 낙찰률은 올해 1분기 1455건 중 564건 낙찰돼 38.8%에 그쳤다. 1503건 중 620건이 매각돼 41.3%를 기록한 작년 같은 기간이나 1447건 중 647건 낙찰돼 44.7%로 집계된 재작년에 비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경매시장 쇼크가 스페인이나 일본처럼 부동산발 경제위기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지 모른다고 경고한다.
권주안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은 "경매시장에서 아파트 낙찰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 관심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증거"라며 "부동산 시장에서 저가 매물이 쌓이고 경매시장에서도 계속 유찰된다면 추가 가격 하락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대로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 은행 부동산 담보대출도 부실해질 수 있다"며 "양도소득세나 취득세 등 거래세 부담을 줄여 일단 거래부터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은마아파트의 굴욕… 84m² 경매 8억 깨져
재건축의 상징… 8년만에 7억대로
서울 강남권 재건축의 상징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m²(전용면적 기준)가 법원 경매에서 7억 원대에 낙찰됐다. 이 아파트가 경매시장에서 8억 원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4년 이후 8년 만이다.
1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경매에서 은마아파트 13동 84m²는 감정가 10억5000만 원보다 24% 낮은 7억9235만 원에 낙찰됐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서 실거래가 자료를 확인할 수 있게 된 2010년 이후로도 이 아파트가 7억 원대에 거래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매매가가 최고 14억 원까지 치솟았던 2006년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로 떨어진 셈이다. 하유정 지지옥션 팀장은 “은마아파트 84m²는 한때 2000년대 중반 이후 8억 원대에만 나와도 사람들이 몰리는 경매시장 최고 인기 물건이었다”면서 “현재 국내 부동산 경기가 얼마나 침체됐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법원 경매에서 7억 원대에 낙찰됐지만 일반 매매시장에서 이 아파트를 7억 원대에 매입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개업소에 나와 있는 이 아파트 급매물이 8억∼8억3000만 원 선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경매에 나온 아파트가 단지 내에서 위치가 좋지 않아 시세보다 낮은 값에 낙찰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1979년 준공된 은마아파트는 강남 한복판에 위치한 데다 4424채의 대단지여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집값이 급등할 때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로서 주목을 받으며 전국 집값 상승을 주도하기도 했다. 은마아파트는 현재 재건축을 추진 중이며 재건축을 위한 안전진단 결과 재건축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조합설립총회를 열지 못하는 등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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