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도시에 아파트 분양받고 하남땅에 돈 묻어두고
2013년 부동산 시장은 한 해 내내 한파를 겪었다.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거래가 뚝 끊겼고 전셋값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전셋값 부담에 서민들은 서울 도심에서 수도권 외곽으로 하나둘씩 밀려났고 미분양에 허덕이는 주택 건설사들은 줄줄이 부도를 맞았다.
하지만 새해 부동산 시장에는 햇살이 비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가 추진해온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취득세 인하, 수직증축 리모델링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투자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 2년마다 집주인에게 전세금을 올려주느라 지친 세입자들은 이참에 내집마련에 나서는 분위기다.
부동산 전문가 30명 설문을 통해 새해 집값이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지, 언제 투자하는 게 좋을지 살펴봤다. 올해 눈여겨볼 만한 아파트 단지 10곳을 꼽아보고 짭짤한 수익을 내는 틈새상품도 소개한다.
전문가 30명이 본 새해 부동산전망
‘바닥 친다’ 67%…“이젠 내집마련할 때”
서울 성북구 길음뉴타운9단지 전용 59㎡에 전세로 거주하는 정준기 씨(가명·37)는 올 4월 전세 만기를 앞두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현재 전세금 2억7000만원에 살고 있는데 집주인이 전세금을 무려 5000만원이나 올려달라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전용 59㎡ 매매가가 3억8000만원 선인 걸 감안할 때 오른 전세금에 추가로 6000만원만 더 내면 집을 구입할 수 있는 상황. 전세금을 올려줄지, 집을 사는 게 나을지 고민하던 그는 결국 아내와 상의한 끝에 같은 평형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했다. 정 씨는 “2년마다 이사 다니는 것도 힘든데 전세금이 너무 올라 부담이 크다. 주위에서도 올해는 집값이 바닥을 칠 것이란 전망이 많고 마침 정부가 저금리 대출 상품을 내놓은 만큼 이참에 내집마련을 해야 할 듯싶다”고 털어놓는다.
지독한 불황에 시달리던 부동산 시장에서 올해는 희망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매경이코노미가 부동산 전문가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연내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답한 이가 다수다. 전문가 30명 중 20명(66.7%)이 “새해 집값이 바닥을 치고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집값 상승률은 5% 안팎으로 예상된다. 전문가 절반가량인 14명(46.7%)이 “올해 집값이 5% 미만 상승할 것”이라고 답했고 ‘10% 미만 상승한다’는 응답은 5명(16.7%)이었다. 매매가가 오르는 동시에 전셋값 상승세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답변이다. 전문가 대부분(28명)이 “올해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전셋값이 오를 것”이라고 답했고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란 응답은 단 한 명에 그쳤다.
집값이 바닥을 친다는 주장의 근거는 여러 가지다.
첫째, 정부가 9년 만에 다주택자 양도세 규제를 푸는 등 마음 놓고 부동산에 투자할 만한 여건이 마련됐다. 과거에는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에 대해 2주택자는 50%, 3주택자는 60%의 무거운 세금을 매겼지만 이번 중과세 폐지로 양도세 기본세율인 6~38%로 단순화된다. 취득세도 한시적이 아닌 영구 인하하기로 해 주택 구매자의 부담을 줄여줬다. 거래가액 6억원 이하 주택 취득세는 집값의 1%, 6억∼9억원 2%, 9억원 초과는 3%다. 분양가 상한제를 제외하면 건설업계가 요구해온 핵심 규제가 대부분 풀렸다는 평가다. 실제로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서울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로 반전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3단지 공급 42㎡ 매매가는 12월 한 달에만 3000만원 올라 7억3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집값이 바닥을 칠 것이라고 응답한 박기정 한국감정원 부동산전문위원은 “새 정부 들어 핵심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풀렸다. 올해 거시경제가 회복세로 전환하고 집값이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부동산 매매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둘째, 한동안 침체를 보였던 전 세계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로 반전했다. 우리나라 집값이 선진국 부동산 시장에 연동되는 걸 감안하면 미국, 영국 등 집값 급등은 호재다. 미국의 20대 대도시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 지수는 지난해 10월 기준 1년 전보다 13.6% 올랐다. 2006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다.
영국 집값도 완연한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영국의 최대 모기지은행인 할리팩스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집값은 7.5% 올랐다. 물가 상승률(2.1%)의 3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유럽 경제위기가 회복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집값의 95%까지 대출해주는 적극적인 시장 활성화 대책 덕분이란 평가다.
셋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이 매번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전세 수요의 매매 수요 전환이 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전세가율은 68.7%. 2002년 10월(66.2%) 이후 가장 높다. 서울, 수도권 전세가율도 64.8%다. 통상 전세가율이 60%를 넘으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된다는 공식에 따라 ‘이제 부동산에 투자할 만한 시기가 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아파트 전셋값이 오랜 기간 상승곡선을 그려왔고 정부가 각종 규제를 푼 만큼 올해 전세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정부나 연구기관도 올해 부동산 시장이 회복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국토연구원은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를 푼 데다 경기가 살아날 가능성이 높아 올해 전국 주택 매매 가격이 1.3%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역별로는 지난해 1.1% 하락한 수도권 주택 가격이 올해 상승세로 반전하면서 1.5% 오를 것으로 기대했다. 건설산업연구원도 올해 서울, 수도권 집값이 연평균 1% 상승할 것으로 예측해 시장 회복 기대에 힘을 더했다.
“전셋값 상승세 지속될 것” 93%
물론 부동산 시장 여건이 녹록지만은 않다. 강남 재건축 단지부터 시작된 매매 시장 온기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적으로 퍼질지는 미지수다.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전세난이 당분간 지속되고 정부가 저금리 주택자금 지원에 나서면서 상반기 집값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선진국 양적완화 축소 등 여파로 금리가 인상되면 하반기에는 다시 부동산 시장이 조정되는 ‘상고하저’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집값이 회복할 경우 내집마련 시기는 언제가 좋을까. 전문가들은 연초나 올해 중반을 최적 시기로 꼽는다. 전체 응답자 30명 중 절반인 15명(50%)이 ‘연초가 내집마련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답했다. 올해 중반이 좋다는 응답은 4명(13.3%)으로 뒤를 이었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서울 인기 지역 아파트값이 많이 떨어진 만큼 금리가 연 1%대인 공유형 모기지 대출상품을 활용해 급매물을 노려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 어느 지역을 눈여겨봐야 할까. 서울에선 신흥 부촌으로 꼽히는 서초구 반포동을 비롯해 개포, 대치, 잠실, 둔촌동 일대가 많은 추천을 받았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아파트를 눈여겨보라는 주문도 있다. 4월부터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15년 이상 된 노후 아파트에 호재가 된 덕분이다. 분당 서현동 A중개업소 대표는 “한동안 집주인들이 급매물로 아파트를 팔고 판교신도시로 옮겨가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허용되면서 달라졌다. 이참에 리모델링으로 시세차익을 내려는 주인들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대부분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균 68.7점을 줬다. 90점 이상 후한 평가를 준 응답자는 2명에 불과했다. “행복주택이 MB정부 보금자리주택 전철을 밟을 수 있다” “여전히 많은 규제가 남아 있어 부동산 시장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다.
박기정 부동산전문위원은 “재건축 사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초과이익 환수 제도를 폐지하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금융 규제를 풀어 거래 활성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설문조사 어떻게 했나 | 부동산 전문가 30명 의견 취합
이번 설문조사에서 투자 지역과 관심 단지는 1인당 5곳 추천을 받아 합산했다. 박근혜정부 부동산 대책 평가에서는 100점 만점 기준으로 직접 점수를 표기하도록 했다. 전문가 30인에는 주요 대학 부동산 전공 교수, 금융권 PB,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건설사 임원을 비롯해 일반 경제학자까지 포함해 각계 다양한 의견을 담았다.
설문에 응답해주신 분들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 강은현 EH경매연구소장,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김규정 우리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김리영 주택산업연구원 박사, 김용춘 SK D&D 부장, 김일수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팀장, 김희선 알투코리아 전무, 박기정 한국감정원 부동산전문위원,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장,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 송두한 농협경제연구소 실장,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 양용화 외환은행 부동산팀장, 양재모 한양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사장,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 최현일 열린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장, 한화건설 관계자(익명), 현대건설 관계자(익명)(총 30명, 가나다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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