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6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스위트룸은 호텔의 자존심으로 통한다. 일반 객실에 해당하는 스탠다드룸, 디럭스룸과 격이 다른 인테리어와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스위트룸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최고급 객실을 생각하지만, 호텔 업계에선 보통보다 큰 방을 지칭하는 데서부터 등급을 나누기 시작한다. 호텔마다 다르지만 스위트룸이란 단어 앞에 ‘프레지덴셜’ 혹은 ‘로얄’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야 입이 떡 벌어지는 형상을 갖춘 최고급 방을 뜻하게 된다. 호텔 업계에선 프레지덴셜(로얄) 스위트룸에 각국 정상, 정치인, 해외 유명 스포츠ㆍ연예인들이 묵고 갔다는 사실을 홍보 포인트로 잡고 이들 유력인사를 유치하는 데 열을 올린다. 성공한 최상위 1%가 이용한다는 사실, ‘일반적인’ 것과 ‘다름’을 내세움으로써 ‘격조’를 강조하는 셈이다.
객실 가격과 크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하룻밤을 보내는 데 100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세금과 봉사료는 따로 내야 한다. 열흘만 묶어도 1억원 나가는 게 우습다. 방은 대략 330㎡(100평)이상이다. 상식으로는 이런 방이 365일 만실일 것 같지 않다. 웨스틴조선호텔 관계자는 “프레지덴셜스위트룸의 사용률은 약 30%쯤 된다”고 했다. 초고가의 호텔방은 최상위 1%에게 소리소문없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졸부는 사절=호텔업계에 따르면 프레지덴셜(로얄)스위트룸은 금력(金力)이 있는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우리 호텔의 최상위 객실인 로얄스위트룸은 일반 고객에겐 거의 판매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룻밤에 1000만원 이상을 아무렇지 않게 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 싶지만, 호텔 측이 이 스위트룸 출입 가능자를 제한하는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이 관계자는 “과거 일반 고객들에게 방을 팔았는데 친구들을 여러 명 불러 떠들썩하게 한 적 있고, 일부는 고가의 장식품을 망가뜨려 큰 손해를 본 사례가 있어서 그 뒤론 일반인에겐 방을 개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롯데호텔 로얄스위트룸의 일반고객 숙박건수는 두 달에 한 번 정도인 걸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일반 고객은 대기업 임원, 최고경영자(CEO)로 신분이 확인된 사람이라고 호텔 측은 전했다. 돈만 많은 졸부는 이 스위트룸에 묵고 싶어도 들어갈 수 없는 것이다.
▶욕조 크기만 9.9㎡, 경호원 투숙할 방까지 따로=프레지덴셜(로얄)스위트룸은 사실 방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으리으리하다. 물론 프레지덴셜 스위트룸보다 아래 등급에 있는 럭셔리ㆍ주니어ㆍ디럭스 스위트룸 등 하룻밤에 40만원대~600만원대인 방은 상대적으로 위압감을 덜 느낄 만큼 꾸며져 있긴 하다.
롯데호텔서울은 본ㆍ신관을 합쳐 등급별로 총 94개의 스위트룸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고급인 로얄스위트룸은 본ㆍ신관에 1개씩있다. 이들 방 2개를 리노베이션하는 데 30억원을 들여 2007년 11월 문을 열었다. 본관 로얄스위트룸(33층)은 353.43㎡(107.1평)으로 1박에 1100만원, 신관 로얄스위트룸(31층)은 448.47㎡(135.9평)으로 1400만원이다.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하면 1700만원 가량 된다고 호텔 측은 전했다. 침실은 기본에 스파ㆍ사우나가 가능한 욕실, 응접실, 회의실, 다이닝룸, 서재, 집무실, 부속 침실 등으로 꾸며져 있다. 욕조는 9.9㎡로 전체 욕실은 웬만한 안방 크기와 맞먹는다. 주문제작된 수제 비단 울 카페트, 이탈리아산 맞춤가구, 샹들리에가 들어가 있다.
1914년 국내에 세워진 본격적 서양식 호텔인 웨스틴조선호텔은 1박에 150만원짜리 주니어스위트룸부터 1200만원짜리 프레지덴셜스위트룸 등 6개 타입의 스위트룸을 갖고 있다. 1970년 개보수를 마치고 고 박정희 대통령 내외를 첫 손님으로 맞이했던 프레지덴셜스위트룸은 약 313.5㎡(95평) 크기에 천정 높이가 일반 객실의 2배다. 입구의 널찍한 홀을 중심으로 공간이 좌우로 나눠져 있다. 우측 천장 높이는 2.4m, 반대쪽 거실 쪽 천장 높이는 2층을 합친 4.2m다. 수행원을 위하 소규모 집무실을 겸한 침실과 욕실이 딸려 있다. 첨단 설비도 눈에 띈다. 객실 내 커튼을 여닫을 때 소리가 나지 않도록 무소음 자기 무상 시스템을 적용했다. 최고급 보스 오디오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이 호텔은 2010년 17층에 ‘한국’이라는 콘셉트로 디자인한 스위트룸 3개를 만들었다. 온돌, 툇마루, 디딤돌, 성곽 등 한국 전통 건축물에서 찾은 디자인 요소를 현대적으로 형상화했다고 웨스틴조선호텔은 설명했다.
서울신라호텔엔 최고급 객실 프레지덴셜스위트룸 2개가 있다. 호텔 건물 노스윙과 사우스윙 측면에 각각 위치해 있다. 3면에 둘러쳐진 유리벽 모두 방탄 필름이 설치돼 있다. 전담 집사가 배정돼 24시간 투숙객이 요청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노스윙은 363㎡(110평)크기로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꾸몄다. 천정, 벽체의 조각 모두 장인이 직접 손으로 조각했다. 화장실이 가장 눈에 띈다. 바깥 풍경을 즐기며 목욕할 수 있도록 욕조 옆에 큰 창을 냈다. 자쿠지 시스템, 핀란드식 사우나 시설도 있다. 사우스윙(290.4㎡)은 남프랑스풍 인테리어에 오동나무장이나 협탁 등 한국 전통 가구 등을 매치한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라호텔 관계자는 “우리 스위트룸의 가장 큰 장점은 생애 최고의 수면환경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실크처럼 부드럽고 깃털처럼 포근한 침구류는 전세계 7성급 호텔에서나 볼 수 있을 만큼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요트를 모티브로 만든 프라이빗바는 디자이너 피터 리미디오스의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VIP는 누구?…맥아더 장군부터 미쉘위까지=특급호텔 최고급 스위트룸에 묵은 인사들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 없다. 롯데호텔 로얄스위트룸엔 올 11월 방한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해 반기문 UN사무총장,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팝스타 훌리오 이글레시아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박찬호, 미셸위 등이 거쳐 갔다.
웨스틴조선호텔은 영업을 시작한 1914년부터 치면 투숙한 고객을 통해 역사를 들여다볼 수 있다. 100년의 전통을 갖고 있어서다. 맥아더 장군,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제럴드 포드, 레이건ㆍ부시 등 미국 전 대통령, 헨리 키신저 미국 전 국무장관이 최고급 스위트룸에서 숙박을 했다. 이밖에 마를린 먼로, 밥 호프, 윌 스미스 등 내로라하는 스타도 묵었다. 웨스틴조선호텔엔 특히 성악가 제시 노만, 폴 포츠, 첼리스트 장한나, 지휘자 톨가 카시프 등 클래식 스타들이 유독 많이 찾았다.
신라호텔 프레지덴셜스위트룸엔 국내 호텔 중 유일하게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4대 강국의 국빈이 머물렀다. 아울러 노스윙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VIP가 투숙한 객실이라고 이 호텔은 강조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엔 팝스타 고 마이클 잭슨이 투숙했고, 몇 해 전 머물렀던 부시 전 대통령은 신라호텔에 감사의 편지를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우스윙에선 2010년 여름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자녀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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