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의 한 마을. 나지막한 야산을 깎아 주택 부지를 만들고 샌드위치 패널로 건물을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접근성이 좋은 도로 주변 곳곳은 계단식 건축 부지로 변했다. 원산도 곳곳에는 커피숍과 식당 등이 새로 들어섰다. 지난해 12월 1일 보령해저터널 개통 이후 달라진 모습이다. 원산3리 박웅규 이장은 “해저터널 개통 이후 관광객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식당과 커피숍이 10여 개 생겼고 새로 짓는 집도 상당수”라고 말했다
터널길이 6.927㎞…2021년 12월 개통
국내 최장(6.927㎞)인 보령해저터널이 개통한 지 지난 1일로 1년이 지났다. 국도 77호선을 연결하는 해저터널은 보령시 대천항과 원산도 간 왕복 4차선(2차로 분리 터널)으로 2010년 12월 착공, 11년 만에 개통했다. 해저터널은 전체 6.927㎞ 구간 중 순수 해저구간이 5.2㎞이고 최저 지점은 해수면 80m 아래다. 해저터널은 원산도를 지나 원산안면대교(1.75㎞)를 거쳐 태안군 안면도 영목항으로 연결된다. 이 다리는 2020년 12월 개통했다.
보령해저터널 개통으로 원산도는 상전벽해가 됐다. 여객선이나 어선을 타고 육지로 나가던 섬 주민들은 터널을 이용해 승용차로 5분가량이면 대천항에 도착한다. 보령 시내를 오가는 시내버스가 들어오면서 어르신이나 아이들도 쉽게 육지로 나갈 수 있게 됐다. 섬 북쪽으로는 원산안면대교를 타고 1시간이면 태안 읍내에 닿는다. 마을 어르신들은 “내 평생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꿈도 못 꾸었다”고 말한다.
터널 개통 후 부지개발 등 부동산 열기
보령해저터널 개통 이후 원산도는 땅값이 크게 뛰었다. 이곳 주민들은 “돈을 주고도 땅을 못 산다”라며 "바닷가 주변은 부르는 게 값"이라고 했다. 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돈 싸 들고 와서 보이는 곳은 모두 사겠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섬 주민에 따르면 원산도 땅 주인 80%가 외지인으로 알려져 있다.
해저터널이 개통한 지난해 12월 한 달간 터널을 오간 차량은 36만8011대(양방향)로 집계됐다. 올해 1월에는 다소 줄어든 26만6769대, 10월에는 23만8371대가 이용했다. 보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풀리는 내년 3월쯤에는 매달 30만대가량이 해저터널을 오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령시는 원산도 등 5개 섬에 1조원을 투입, 각종 기반시설과 해양레저 시설 등 대규모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원산도와 삽시도를 연결하는 해상 케이블카(3.9㎞)도 설치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섬과 섬을 연결하는 해상 케이블카 설치는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말까지 기초조사를 마친 뒤 2023년 공사에 나서 2024년 완공할 예정이다.
주민들 "차박·캠핑 절대 금지" 플래카드 걸어
해저터널 개통 이후 부작용도 있다. 섬으로 들어오는 자동차와 관광객이 늘면서 차량 정체나 쓰레기 무단 투기 등이 심각하다고 한다. 또 사유지 장기 주차(차박), 마을 도로 무단 주차 피해도 발생하고 있다. 주민이 관리하는 양식장에서 전복과 해삼 등을 훔치는 관광객이 적발되기도 했다.
섬 구석구석엔 관광객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차지했다. 해저터널 개통 전 월평균 쓰레기가 10t가량이었지만 지난봄부터는 40t을 넘었다. 보령시 원산도출장소는 수거한 쓰레기의 70% 정도가 관광객이 버린 것으로 추정했다.
원산도 남쪽 오봉산해수욕장과 선창에는 ‘이곳은 원주민의 생계인 어로 활동 공간입니다. 캠핑카, 차박 및 장기주차는 절대금지 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여러 개 걸렸다. 선창 입구에는 차량 통행을 막기 위해 커다란 바위도 옮겨 놨다. 관광객 불법행위를 견디다 못한 마을의 자구책이다.
주민 1000여 명이 사는 원산도는 연륙교와 해저터널 개통으로 육지와 연결됐지만, 여전히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관광객이 몰려든 6~8월엔 식수를 걱정할 정도로 물 부족 사태가 심각했다. 주민들은 “1년만 더 참으면 깨끗한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겠지만 당장 내년 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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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개통 후 땅값 뛰었다…돈 싸들고 와서 몽땅 사간다는 이곳 (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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