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호주에서 포르투갈·스페인까지… 부동산·랜드마크 삼키는 차이나머니
중국 유명 여배우 탕웨이(湯唯) 주연의 멜로 영화 < 베이징이 시애틀을 만났을 때 > 가 지난해 흥행에 성공하면서 중국 내 부유층에서는 시애틀이 인기 부동산 투자지역으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 시절 연인 > 이란 제목으로 상영된 이 영화는 애인의 아이를 임신했으나 중국에서 출산 허가를 받지 못해 시애틀을 찾은 여성이 사랑에 빠져드는 과정을 그렸다. 지난해 중국에서 박스오피스 7위에 올랐다. 현재 시애틀 동부 지역의 100만달러(약 10억5000만원) 이상 주택 가운데 20~30%는 중국인들이 구매자인데 이 영화의 영향이 크다. 시애틀에서 부동산 사업에 종사하는 왕방쩌(王邦澤)는 "베이징보다 시애틀에서 더 큰 사업 기회를 잡았다"며 "많은 중국인들이 시애틀을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곳으로 이사 오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수지리를 중시하는 중국인들은 부동산 계약 전 풍수 전문가를 대동해 미리 집을 살펴보는 경우가 많다
■ 비자 퍼주는 경기침체국으로 투자 확대
포르투갈의 중국인 사회는 그동안 할인점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1세대 이민자들이 대부분이었다. 2만명에 약간 못 미치는 포르투갈 내 중국인들의 이미지에는 고단한 삶이 배어 있었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중국인들이 수도 리스본 중심가에서 프라다, 구치 등 명품 브랜드를 사들이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단순 관광객도 있지만 포르투갈에 집을 마련한 중국인들이 많다. 중국 부동산회사 그린타운차이나의 간부로 일하던 에드먼드 자오는 지난해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포르투갈의 해변 휴양지 에스토릴로 이주했다. 포르투갈은 유럽연합이 아닌 외부인이 50만유로(약 6억7000만원)가 넘는 부동산 투자를 하면 5년짜리 거주비자를 부여하고 있는데 이 제도를 이용한 것이다. 2012년 10월 제도를 시행한 이래 1360건이 발급됐는데 80%가량이 중국인이다. 비자 만료 시점엔 영주권도 신청 가능하다. 포르투갈에서 새로운 부동산 컨설팅 회사를 연 자오는 "중국에서 하루 16시간을 일했는데 여기선 오후 6시만 넘으면 휴대전화를 끈다. 아무도 나를 찾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인 장신(張欣) 소호차이나 회장은 남편과 함께 2008년 뉴욕에서 774만달러(약 81억6000만원)에 매입한 최고급 콘도를 최근 아랍권의 한 왕자에게 1425만달러(약 150억3000만원)에 팔았다. 뉴욕 맨해튼에서는 한 채당 1800만달러(약 190억원)에 달하는 아파트를 현금으로 사는 중국인들도 목격되고 있다. 농촌 중심의 프랑스 남부 포도밭도 밀려오는 중국 자본에 땅을 내주고 있다.
차이나머니는 이처럼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을 누비며 무한 식탐을 과시하고 있다. 부동산 투자는 중국에서 부자가 되는 가장 빠른 길로 여겨져 왔다. 부동산 재벌은 중국 부자의 대표적 전형이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시장은 수년째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거품 붕괴는 중국 부자들에게 큰 손실을 안겨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중국 부자들은 해외에 안전장치를 마련해 두고 싶어 한다. 서양 문화를 경험하고 싶은 욕망, 자녀의 해외 유학, 심지어 부패 관리들의 재산도피 목적도 적지 않다. 심각한 대기오염과 낮은 의료 수준, 반부패 운동도 차이나머니의 해외 진출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 국내 거품 붕괴 피해 해외에 안전장치
예전에는 미국과 캐나다, 호주가 중국 부유층의 첫 번째 선택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포르투갈, 키프로스, 그리스, 헝가리, 라트비아, 스페인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기 침체에 허덕이는 이들 국가는 부동산을 사는 중국인들에게 비자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키프로스의 경우 30만유로(약 4억2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매입하면 이민을 신청할 수 있으며 주거 환경이 쾌적해 중국인에게 노후 요양지로 인기가 높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바다와 태양, 비자가 중국인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의 부동산 투자는 중국인들에게는 수익이 높지 않더라도 안전한 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부동산 투자를 은행 계좌 수준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올 6월까지 중국의 미국 내 부동산 투자는 뉴욕이 67억달러(약 7조600억원)로 가장 많았고 이어 캘리포니아(16억달러), 일리노이(3억6200만달러), 텍사스(3억500만달러), 메릴랜드(1억5000만달러) 등의 순이었다. 중국은 1인당 1년에 5만달러씩 해외로 송금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고 있으나 부유층은 다른 가족 명의나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법망을 빠져 나가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글로벌 도시의 랜드마크 빌딩을 휩쓸고 있는 차이나머니는 기업들의 주머니에서 나오고 있다. 위안화 가치 상승은 기업들의 공격적 해외 진출의 배경이다. 현재 미국과 유럽의 랜드마크 건물을 매입할 수 있는 건 중국 자본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6일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이자 최고급 호텔의 대명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가 중국 보험회사인 안방(安邦)보험에 넘어간 게 대표적 사례다. 특히 유로존 경기 침체와 불안한 금융시장으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유럽에서 발을 빼는 사이 중국은 오히려 투자를 늘리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이 같은 모습은 1985년 플라자 합의 후 일본 기업들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당시 일본 정부는 급등한 엔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대폭 인하했고 일본 기업들은 저금리의 막대한 자금을 토대로 미국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1989년 미쓰비시가 맨해튼의 심장이라 불리는 록펠러센터를 사들인 게 대표적이다.
■ 백만장자 1년 새 82% 급증 '세계 2위'
차이나머니는 당분간 세계 각국 부동산 시장의 구세주로 여겨질 전망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2014 세계 부(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백만장자 가구수는 237만8000가구로 전년보다 82% 늘면서 미국(713만5000가구)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중국 가계의 부가 향후 5년 동안 매년 11%가량 증가하면서 2019년이면 36조2000억달러(약 3경817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물론 이 같은 천문학적 금액은 빈부격차가 심한 중국의 현실로 볼 때 고소득층이 상당 부분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호주 부동산 시장에서 외국인 바이어 하면 흔히 중국인 바이어로 인식될 정도로 중국인은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4월 호주 부동산업체 지팡닷컴(GiFang.com)이 해외에서 부동산을 구입할 의사가 있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온라인으로 조사한 결과 3명 중 1명꼴로 호주를 택했다. 이는 10년 전인 2004년 20명 중 1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중국 내 부동산 시장 하락세와 내년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새로운 부동산 세제, 부패 조사를 피해 해외로 도피하려는 관리와 사업가들로 호주 부동산 시장에서는 중국인 매수세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 업체인 쿠시먼앤웨이크필드의 제임스 세퍼드 중국담당 연구책임자는 "중국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주요 지역의 자산뿐 아니라 가격이 낮고 잠재력이 큰 도시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차이나머니가 휩쓰는 현실을 바라보는 다른 나라들의 뒷맛은 개운치 않아 보인다. 미국은 일본 자본이 미국에 쏟아져 들어오던 시기를 여전히 쓴 경험으로 기억하고 있는 데다 최근의 중국은 미국의 패권 경쟁국이다. 유럽 국가들에서도 비자와 영주권 장사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중국 자본을 거부할 수 있을 만큼 여유로운 상황인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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