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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가자'가 세계 최고 금속활자?..문화재 학계 진위 논란 재가열

by SL. 2015. 2. 11.

2015.02.11

 

국립문화재연구소 용역보고서  
"먹활자 탄소연대 측정 결과 

63점은 '직지'보다 138년 앞서"
5년전 첫 주장 남권희 교수가
연구팀 이끌어 객관성 논란
문화재위원 "근거 모호" 진통 예상

 

한국 문화재학계는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를 물고 안절부절 못하는 중이다.

'증도가자'(證道歌字)란 금속활자가 정말 세계 최고의 고려 금속활자인가. 국보 보물로 지정할 만한 가치와 내력을 지닌 물건인가. 2010년 서지학자인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현존 세계 최고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 1377)보다 100년 이상 앞서는 금속활자 실물이라면서 공개한 '증도가자'가 다시 논란을 부르고 있다. 고려시대 선불교 해설서 <남명화상찬송증도가>의 목판본(1239)을 찍기 이전 주자본(금속활자본)를 인쇄하는 데 쓰였다는 이 활자 수십벌은 고미술상 김종춘씨의 소장품으로, 글자의 진위와 출처 따위가 확실히 검증되지 않아, 5년여간 학계에서 숱한 분란을 일으켜왔다.

 

 

 

 

이번에는 문화재청 산하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논란 속에 휘말려들었다. 연구소는 지난해 6월 남 교수가 연구책임자인 경북대산학협력단에 증도가자를 포함해 고려 것으로 추정해온 금속활자류 109점에 대한 연구용역을 맡겼다. 109점 가운데 101점이 김종춘씨, 7점이 청주고인쇄박물관, 1점이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이었다. 논란이 다시 뜨거워진 건 연구팀이 지난해 말 제출한 보고서가 최근 공개되면서부터다. 먹 묻은 일부 활자들의 탄소연대 측정과 활자 서체 분석 결과 109점 모두 12~13세기 고려 활자일 가능성이 크며, 63점은 <직지>보다 138년이상 앞선 세계최고 활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런 내용은 남 교수가 수년간 여러 기관에 증도가자의 연대 측정을 의뢰해 13세기 세계 최고 연대로 검증했다고 주장한 결과와 큰 차이가 없다. 2010년 첫 공개 당시 12자에 불과했던 분석 대상을 고려활자로 추정해온 모든 국내 활자 109점으로 넓혀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서체 비교검토를 병행해 포괄적인 정보를 모은 점이 다르다. 109점 가운데 먹이 묻은 증도가자 21점을 탄소연대측정한 결과 연대가 1033~1155년 사이로 측정됐다. 이 활자들과 거의 똑같은 주조 형태의 활자들이 41점으로 추가파악돼 모두 62점이 직지보다 연대가 앞서는 증도가자류 글자이며, 국립중앙박물관이 13세기 고려금속활자로 추정해 소장해온 '복' 활자까지 포함하면 63자가 13세기 금속활자가 된다는 것이다. 나머지 활자들도 서체 등을 통해 고려만의 특징이 보이는 14세기가 하한대인 고려 활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책임연구자인 남 교수가 5년전 증도가자를 공개하고 세계 최고 활자라고 주장해온 당사자라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진위논란이 거센 유물에 대해 국가기관이 검증한다면 객관적인 연구진을 구성해야 하는데, 유물이 진짜라고 확신하며 세계 최고 활자설을 주장해온 학자에게 맡긴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결과도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국립연구소가 연구팀을 선정할 당시 심사과정에 대한 의혹도 제기된다. 문화재위원을 지낸 한 연구자는 "이 연구결과는 남 교수가 용역을 맡을 때부터 빤히 예상된 것"이라며 "말도 안된다"고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다른 서지학계 인사도 "남 교수가 용역연구에 공모할 때부터 학계에서 이의를 제기했는데, 여론을 묵살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도 했다.

국립문화재연구소 쪽의 해명은 궁색해 보인다. 강순형 소장의 답변은 이렇다. "남 교수가 연구 용역에 들어가는 데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제척(배제할)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금속활자에 대해 가장 폭넓게 연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고, 지난해 입찰 당시 그의 연구팀 안이 가장 높은 평점을 받았다." 나선화 문화재청장도 증도가자 국가지정에 강한 의지를 갖고있다는 말들이 청 안팍에서 무성하다.

학계에서는 증도가자의 출처와 유통경위를 정확히 모른다는 것이 가장 문제라고 지적해왔다. 2010년 공개당시 남 교수와 김종춘씨는 이 글자가 식민지시대 개성에서 나와 일본에 유출됐다가 십여년전 다시 들어왔다는 전언만 언급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도 그런 의문점은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소장자인 김종춘 한국고미술협회 회장도 진위작 논란과 도난품 반출 시비에 숱하게 휩싸여 학계의 불신감이 적지않다. 그는 최근 서울 북부지방법원에서 도굴된 문화재를 사들이고, 고미술품 시가를 부풀리는 등의 혐의로 1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문화재청은 12일 열리는 문화재위 동산분과 회의에 이번 용역보고서 내용을 알리고 국가문화재지정 심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연구팀을 편향 선정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고, 문화재위원들 기류도 긍정적인 편이 아니어서 논의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2일 회의에서 증도가자에 대한 조사소위를 꾸릴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4월에 현 문화재위원들 임기가 끝나 다음 회기 문화재위에서 조사를 시작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동산분과 한 위원은 "의혹도 많고 근거도 모호해 쳐다보기가 싫은 사안"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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