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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여 행

제주 고근산 야간트레킹

by SL. 2014. 11. 6.

2014.11.03

 

"와! 이렇게 근사한 데를 왜 지금까지 몰랐을까요?"

처음에 일행들이 "야간 산행을 하자"고 했을 때는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제주도까지 놀러 와서 굳이 밤에 돌아다녀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자전거로 산길을 달리고, 카약으로 외딴 섬을 여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네 토박이의 "서귀포 야경이 정말 멋지다"는 말 한마디에 마음을 바꿔먹었다. "집 떠나 멀리 왔기에 하나라도 더 봐야 한다"는 산동네 선배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서귀포에서 가까운 고근산(孤根山·396m)을 오르기 위해 차를 타고 이동했다. 올레길 7-1코스이기도 한 고근산은 이곳 주민들이 산책 코스로 자주 애용하는 그야말로 동네 뒷산이다. 서귀포 신시가지를 감싸고 솟은 기생화산으로 그리 높은 곳에 위치하지 않았지만 탁월한 전망이 특징이다. 주변이 거의 평지로 시야를 가리는 오름이나 산줄기가 없기 때문이다. 기대를 가지고 가볍게 산행을 시작했다.

"산길 옆으로 가로등이 설치된 곳도 있지만, 해가 지면 숲 속은 어두우니 미리 헤드램프를 준비하세요. 길이 좀 가팔라도 거의 다 계단이라 크게 위험하진 않습니다."

길옆의 작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포장된 산책로를 따라 잠시 걸었다. 해질녘이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고근산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도심에서 가까워 손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포장도로 끝에서 숲길이 시작됐다. 산자락의 경사가 급해 처음부터 가파른 계단이 연속해 이어졌다.

서귀포 주민들의 인기 산책 코스

굵은 삼나무가 가득한 숲속에서 천천히 고도를 높였다. 울창한 숲이 주는 상쾌한 기운이 주변에 가득했다. 여러 번 깊게 숨을 들이쉬며 깨끗한 자연의 기운을 흡입했다. 정신이 맑아지면서 숨어 있던 기운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작은 봉우리지만 신선한 에너지가 가득한 곳이었다.

 

계단이 점차 완만해지자 나무도 성글어졌다. 그때 주변의 빈 공간을 채운 것은 바로 붉은 석양빛이었다. 서쪽으로 지는 해가 마지막 빛을 뿌리며 새빨갛게 타오르고 있었다. 전망데크에 서니 산방산 오른쪽으로 태양이 낮게 내려앉은 것이 보였다. 고근산 정상에서는 멀리 마라도부터 지귀도까지 제주바다와 서귀포시의 풍광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거기에 석양까지 곁들이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 그곳에서 우리는 낮 시간의 마지막을 즐겼다.

바다와 어우러진 멋진 야경

전망데크에서 벗어나 고근산 분화구를 따라 산책을 시작했다. 원형으로 조성된 고근산 꼭대기 탐방로의 길이는 600m 정도다. 한 바퀴 도는 데 10분도 안 걸리는 곳이다. 하지만 주변에 펼쳐진 조망을 구경하다 보면 절로 발길이 멈춰진다. 우선 북쪽으로 펼쳐진 웅장한 한라산의 모습이 계속 눈길을 끈다. 거대한 치마폭 같은 산자락 위에 솟구친 화구벽의 인상이 대단히 강렬했다.

그 다음으로 시선을 잡는 것이 서귀포 시가지의 야경이다. 낮은 곳에서 별처럼 빛나는 수많은 가로등과 건물들의 불빛이 어우러진 모습이 정말 아름답다. 희미하게 보이는 바다 위 범섬과 점점이 떠 있는 어선들의 집어등도 밤풍경에 다양함을 줬다. 서귀포 야경은 도시와는 다른 편안한 아름다움이 있었다.

가로등과 벤치가 있는 산길을 따라 쉬엄쉬엄 산책을 한 뒤 전망대에서 간단히 간식을 먹었다. 보온병에 담아온 차를 한 잔씩 나눠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오래 앉아 있기는 어려웠다. 사람 냄새를 맡은 모기떼가 쉴 새 없이 팔 다리를 공격했기 때문이다. 아쉽지만 고근산 산행은 이대로 여기서 끝내야 했다.

올레길 7-1코스를 따라 좀 더 길게 걸을 수도 있겠지만, 한밤중에 수풀을 헤치고 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했다. 고근산 야간 트레킹은 가장 짧은 코스를 이용해 올랐다가, 다시 그 길로 돌아내려오는 것이 무난하다. 길이 확실하고 띄엄띄엄 가로등도 있어 그리 어렵지 않다. 저녁시간을 무료하게 보내는 것에 질렸다면 고근산 야간 트레킹 강력 추천한다.

고근산 찾아 가는길

고근산은 서귀포 신시가지 뒤편에 위치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북쪽으로 걸어서 올라가면 중산간도로를 만나고, 여기서 우회전해서 동쪽으로 조금 더 가다 보면 왼쪽에 고근산 산책로가 보인다. 중산간도로에서 좁은 찻길을 따라 700m 정도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하면 해질녘 간단히 다녀올 수 있다. 서귀포 신시가지에서 걸어서 다녀올 경우 왕복 2시간은 잡아야 한다.

 

제주 고근산 트레킹 개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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