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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제주이야기

제주가 `강남8학군` 된다면…

by SL. 2013. 2. 5.

제주가 `강남8학군` 된다면…

2013.02.01

 

싱가포르에서 가장 고지대인 부킷티마(Bukit Timah) 지역.

가장 높은 곳이라고 해봤자 해발 164m에 불과하지만 나라 전체가 평탄한 지형을 가진 싱가포르에서는 유독 높아 보인다. 부킷티마의 어원 자체가 말레이어로 ’주석언덕’이란 뜻이다.

부킷티마는 섬 중심에 위치해 있고 고지대라는 점에서 우리나라 제주도로 치면 한라산쯤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대중교통으로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원활치 못하다는 점도 부킷티마와 한라산이 비슷하다.

그러나 적어도 현재까지는 결정적인 다른 점이 있다.

부킷티마 지역이 싱가포르 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우리나라의 ’강남 8학군’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싱가포르 최고의 남학교로 불리는 앵글로 차이니스 학교(ACS)를 비롯해 래플스 여학교, 난양 학교 등 싱가포르 내에서 명문 중에 명문으로 손꼽히는 학교들이 운집해 있다.

이들 학교는 국제학교가 아닌 현지학교다. 그런데 싱가포르에서는 외국인들의 자녀 교육에 있어 국제학교뿐 아니라 현지학교에 대한 수요도 높다.

현지학교에서도 영어ㆍ중국어 복수 이수가 가능한 것은 물론 싱가포르 특유의 치밀한 학사관리도 병행되는 데 반해 등록금과 식대, 기타 제반 비용을 포함한 비용은 국제학교의 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이렇듯 매력 만점인 현지학교 수요 조절을 위해 일종의 ’학군제’를 실시한다. 이에 따라 현지학교 중 원하는 학교에 들어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해당 학교 반경 1㎞ 이내에 거주하는 것이 일종의 ’공식’처럼 굳어진 상태다.

이런 제도적 뒷받침을 등에 업고 부킷티마 지역의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어 100㎡ 정도의 아파트 임대료가 한 달에 5000싱가포르달러, 우리 돈 440만원에 달한다. 심지어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처럼 해당 지역으로의 ’위장전입’도 성행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그런데 최근 현지학교에 대한 외국인들의 등록이 사실상 원천 봉쇄됐다. 싱가포르 집권당인 인민행동당(PAP)이 싱가포르 시민권자 유화책의 일환으로 현지학교 입학 정원 대부분을 시민권자로 한정짓는 조치를 지난해 단행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기존에도 외국인들의 뜨거운 현지학교 선호 수요를 감안해 일정 부분 외국인에 대한 쿼터 제한책을 펼쳤다.

한 싱가포르 교민은 "최근 유명 초등학교에 입학한 딸의 경우 이미 5년 전에 등록을 마쳤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현지학교 진학문이 더 좁아지며 사실상 외국인의 싱가포르 현지학교 등록이 불가능해진 여파로 외국인 부모들은 비싼 학비에도 불구하고 국제학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이마저도 같은 이유로 늘어난 외국인 간 경쟁 때문에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현지 교민은 "싱가포르나 제주도 모두 국제학교 학비가 비슷한 수준일 텐데…"라며 싱가포르 학교에 대한 국내 수요가 제주도 국제학교로 일부 넘어갈 가능성을 점쳤다.

제대로 육성만 된다면 부킷티마처럼, 제주도 한라산 인근이 국제학교를 중심으로 ’新강남8학군’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