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후 月235만원 필요한데… 실제론 109만원뿐

은퇴후 月235만원 필요한데… 실제론 109만원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비은퇴자 남녀 3700명 조사]
자녀 양육·교육·결혼… 노후 자금 모으는 데 걸림돌
정년 보장·퇴직연금 두둑… 공무원, 全직업군 중 준비 1위
건강·친구·심리적 안정 등 돈 이외의 은퇴준비도 챙겨야

"은퇴하면 한 달에 235만원이 필요한데, 현재 준비 정도로는 매달 109만원밖에 손에 쥐지 못한다. 점수로 치면 100점 만점에 46점."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지난 6~7월 전국의 25~59세 남녀 3700명을 대상으로 은퇴 준비 정도를 설문조사해 종합 평점을 내린 결과이다.

응답자들에게 '은퇴하고 나면 한 달 평균 얼마가 필요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평균이 235만원으로 나왔다. 그런데 응답자가 갖고 있는 자산과 은퇴 후 국민연금·퇴직연금 예상 수령액을 고려해 보면 이들이 은퇴 후 손에 실제로 쥘 돈은 한 달에 109만원밖에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5만원이 필요한데 109만원밖에 없으니, 은퇴 준비 점수가 100점 만점에 46점이라고 연구소는 계산했다.

◇자식이 노후 대비의 최대 걸림돌

노후 준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자녀 리스크'였다. 응답자들의 39%는 과도한 자녀 양육비와 교육비가 행복한 노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답했고, 8%는 자녀의 결혼이 발목을 잡고 있다고 했다. 절반 가까운 응답자가 '자식 몰빵'을 노후 준비의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한 것이다.

응답자들은 은퇴할 때까지 자녀(미혼자의 경우는 본인) 결혼자금으로 8032만원, 교육비로 6125만원을 써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50대는 자녀 결혼자금으로 1억원 가까이 보태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50대 응답자들의 은퇴 준비 점수는 40점에 그쳤다.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것이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부부 가구(42점)보다는 독신 가구(61점)가, 자녀가 있는 가구(40점)보다는 자녀가 없는 가구(56점)의 은퇴 준비점수가 더 높은 것도 자녀 리스크를 반영하는 것이다.

◇은퇴 준비 점수, 공무원이 단연 1등

직업에 따라 은퇴 준비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정년이 보장되고 퇴직 후 연금을 받는 공무원은 68점으로 전체 직업군 중 1위를 차지했다. 김희규 KB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반 직장인이 받는 국민·퇴직연금을 합친 것보다 공무원 연금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면 전문직(50점)과 사무직(49점)의 경우 현재 준비 상황으론 은퇴 후 필요자금의 절반도 못 모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능직(39점), 판매서비스직(38점), 자영업자(35점)는 자신이 원하는 은퇴 생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재무적 은퇴준비 점수가 재무적 은퇴준비 점수보다 높아

응답자들은 노후 준비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90%가 "필요하다" 혹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답했다.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부터 노후 준비를 시작한 가구는 노후 자금의 평균 60% 이상을 마련했지만, 40대 후반 이후에 준비를 시작한 집은 필요한 돈의 절반도 모으지 못했다.

하지만 노후 준비가 필요한 줄 알면서도 정작 실천에 옮기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예를 들어 최근 1년 사이에 노후에 필요한 자금이 얼마인지 계산해 본 적이 있다는 응답자는 30%에 지나지 않았다.

돈만으로 은퇴 준비가 다 끝나는 것도 아니다. 연구소는 건강, 사회적 관계, 심리적 안정 등의 비(非)재무적 요소도 계량화해 점수로 만들어 냈다. 얼마나 자주 술을 먹는지, 배우자와 충분히 대화를 하고 있는지, 은퇴 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가 있는지 등을 물었다. 돈을 제외한 은퇴 준비 점수는 64점으로 나와 재무적 준비(46점)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자신의 은퇴 준비 점수가 몇 점인지 궁금하다면 KB금융 경영연구소 홈페이지(kbfng.com)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점검해 볼 수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골든라이프연구센터' 버튼을 누르면 '노후설계진단' 메뉴가 나오고, 주어진 설문에 답을 하면 자신의 은퇴 준비 점수를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