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탐사선 `베피콜롬보`, 속도 빠르면 강한 중력탓 ,, 태양에 빨려들어갈수도
초속 60㎞→7㎞ 감속위해 , 금성 등 9번 도는 `스윙바이`
수성 거리 9000만㎞인데 , 90억㎞ 날아 7년뒤에 도착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을 우주에서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탐사선이 있다. 유럽우주국(ESA)과 일본항공우주개발기구(JAXA)가 공동 개발한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다. 지구에서 수성까지 직선거리는 9000만㎞. 하지만 베피콜롬보는 지구, 금성, 수성을 수차례 돌면서 90억㎞를 비행한 뒤에야 수성 궤도에 안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탐사선의 정상 속도로 1년6개월이면 갈 수 있는 수성을 7년에 걸친 비행 후 도착하게 된다.
지난 20일 발사된 베피콜롬보는 지름길을 놔두고 왜 굳이 돌아가는 길을 택했을까. 지구 안쪽에서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 수성은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탐사하기가 쉽지 않은 행성이다. 태양과 가까운 만큼 뜨거운 열과 강한 태양풍을 이겨내는 게 쉽지 않다. 수성은 대기가 없어 표면 온도가 450도까지 올라가고, 밤에는 영하 180도까지 떨어진다. 이 같은 극한 환경은 탐사선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수성 탐사를 어렵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태양의 강한 중력이다.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인공위성은 회전으로 발생하는 원심력과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일정한 궤도를 따라 지구를 공전한다. 수성 역시 이 같은 중력을 갖고 있는 만큼 인공위성처럼 탐사선이 수성 궤도를 공전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수성 가까이에 있는 태양 중력이 너무 강하다는 점이다. 베피콜롬보를 수성 궤도에 안착시키려면 정교한 궤도 설정은 물론 태양 중력에 끌려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역추진 에너지가 필요하다.
박상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교수는 "베피콜롬보가 태양 중력에 끌려가지 않게 하려면 강한 역추진 장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연료와 커다란 엔진이 필요하다"며 "과학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스윙바이(Swing By)` 기술을 활용하는데 이 때문에 탐사선이 먼 길을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스윙바이란 행성 중력을 이용해 탐사선 속도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키는 일종의 우주기술이다. 시속 150㎞로 공을 던지는 야구선수가 만약 시속 100㎞로 움직이는 자동차 위에서 앞쪽으로 공을 던지면 외부에서 보는 공의 시속은 250㎞가 된다. 야구선수는 평소와 같이 공을 던졌지만 속도는 늘어난 셈이다. 스윙바이는 이 같은 물리현상을 이용한다. 탐사선이 행성 중력을 이용해 힘을 얻고 약간의 추진력을 사용하면 속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
박 교수는 "태양 밖에 있는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스윙바이를 이용해 속도를 높여야만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태양 중력으로 인해 먼 우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태양계를 벗어난 보이저1·2호를 비롯해 토성탐사선 `카시니호`, 혜성탐사선 `로제타` 등 모든 탐사선이 스윙바이 기술을 이용해 탐사선 속도를 높였고 태양 중력을 벗어났다.
지구 밖 행성을 탐사하는 우주선이 스윙바이를 통해 속도를 높였다면 베피콜롬보는 거꾸로 속도를 낮추기 위해 스윙바이를 이용한다. 탐사선이 너무 빨리 날아갈 경우 자칫하면 태양 중력에 이끌려 수성 궤도를 벗어날 수 있어서다. 현재 베피콜롬보는 초속 60㎞로 상당히 빠르다.
하지만 지구에서 한 차례, 금성에서 두 차례, 2021년부터는 수성과 여섯 차례나 만나는 궤도로 날아가는 스윙바이 9번을 통해 이들 행성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초속 7㎞까지 줄이게 된다. 박 교수는 "스윙바이 없이 탐사선 속도를 이 정도로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행성 중력과 함께 역추진 장치를 이용해 속도를 줄이면 수성 궤도에 안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년 수성 궤도에 도착하는 베피콜롬보는 1년간 수성의 극궤도와 고타원궤도를 돌며 관측을 시작한다. 베피콜롬보는 마리너10호의 비행 궤적을 제안하고 수성의 자전과 공전 주기가 2대3이라는 비율을 밝혀낸 이탈리아 과학자 주세페 콜롬보(1929~1984) 이름을 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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