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7.01
부동산시장, 안심과 위험 사이 / 청약률 고공행진 '속 빈 강정'
2015년 현재, 내집이라는 욕망을 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왔다. 거품 빠진 집들이 쏟아져 나오고 부동산규제가 공고한 사슬을 풀었다. 그럼에도 소비자, 즉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언제 또 집값이 폭락할지 몰라 지금 집을 사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내리기도 쉽지 않다. <머니위크>는 직면한 부동산시장의 상황을 짚어보고 과연 위험요소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봤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택거래량은 100만건을 넘어서면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 상반기 주택거래량은 지난해보다 늘어 “부동산시장이 9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호황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위태롭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화려한 통계의 이면에는 증가한 가계 빚 등 다양한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호황? 거품 낀 청약률
부동산 호황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수치는 청약률이다. 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이 공개하는 유일한 수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청약률이 실제 분양시장의 열기를 그대로 반영한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근 분양이 진행 중인 주요 단지에는 수십대 1, 수백대 1에 달하는 청약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와 같은 인기지역에서 분양되는 아파트는 ‘청약광풍’이란 말까지 나돈다.
하지만 이러한 청약 열기는 일부 인기단지의 이야기일 뿐 실제로는 분양에 나선 단지의 절반 정도가 3순위까지 청약을 넘기는 상황이다. 닥터아파트 조사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수도권에서 청약접수를 한 아파트 25개 단지 가운데 1순위에서 청약을 마감한 단지는 7곳(28%)에 불과하다. 2순위 마감 단지는 4곳(16%). 2순위에서 미달된 단지도 14곳(56%)이나 됐다. 분양단지 절반 이상은 순위 내 미달을 기록했다.
청약률이 실제 분양으로 직결되지 않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6월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청약경쟁률은 전국 4.4대 1, 서울 1.6대 1로 각각 집계됐다. 하지만 같은 기간 대한주택보증이 공개한 초기분양률은 전국 78.3%, 서울 48.6%로 조사됐다.
초기분양률은 30가구 이상 민간아파트 가운데 분양개시일 이후 6개월 이내 맺은 계약률의 지역별 평균치를 계산한 것으로, 청약 열풍이 실제 주택계약과 직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의 청약열기가 주택청약자격 완화,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에 따른 일시적인 청약쏠림현상 때문으로 판단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청약자격이 완화돼 혹시 모를 프리미엄을 기대하고 ‘묻지마 청약’을 시도했다가 발을 빼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건설업체들이 직원을 동원하거나 인기 평수의 공급을 고의로 줄이는 등의 ‘꼼수’를 통해 청약경쟁률을 높였다는 주장도 나온다. 분양단지가 순위 내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2순위 신청자의 경우 차명으로 청약에 참여토록 하는 식이다. 평균 청약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인기있는 평형을 극소수만 공급하는 방식도 동원된다.
업계 관계자는 “인기지역의 경우 굳이 꼼수를 동원하지 않아도 경쟁률이 높지만 일반지역에서는 청약률을 올리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며 “청약률만 보고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들어진‘ 호황… 가계부채만 급증
청약률이 다소 부풀려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현재 부동산시장이 상대적으로 호황이라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를 과거의 호황 때와 같은 시각으로 보는 것은 위험하다.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거래량이 있었던 지난 2006년과 비교했을 때 질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부가 국민이 집을 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며 만들어낸 호황이기 때문이다.
LTV·DTI 완화 등 주택담보대출 완화정책과 초저금리 기조는 전세의 몰락을 불러왔고 서민을 매매시장으로 가혹하게 내몰았다. 따라서 현재 주택을 구매하려는 이들은 투자목적이 아닌 실수요자가 주를 이룬다는 점에서 이전의 상황과 다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자산가가 투자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한다기보다는 전셋값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는 세입자들이 실주거 목적의 집을 사는 경향이 짙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계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올 4월 말 기준으로 시중은행이 보유한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26조5000억원으로 전체 가계부채 총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20~30대의 주택담보대출비중이 크게 증가한다는 점이다. 지난 4월 말 기준 KB국민·우리·신한·하나 등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대의 경우 52조6334억원으로 전년 동월(42조959억원) 대비 10조5375억원 늘었다. 불과 1년 새 25% 증가한 셈. 20대의 대출잔액도 3조9381억원에서 올해 5조7321억원으로 무려 1조7940억원(45.6%) 증가했다. 1년간 20대와 30대의 대출잔액 증가액이 전체 대출잔액 증가액(31조3872억원)의 39.3%를 차지한 것이다.
이처럼 40대 이상에 비해 소득수준이 낮은 젊은 층의 주택담보대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장기적으로 부동산시장뿐 아니라 국가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중금리도 영향을 받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장년층에 비해 소득수준이 낮은 젊은 세대의 경우 금리가 올라갈 때 이자 부담을 더 크게 느낄 수밖에 없다. 소비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가 무리한 대출로 주택을 구매하고 소비를 줄일 경우 민간 소비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가계부채가 늘면 소비가 줄어 결국 주택가격 하락으로 귀결돼 하우스푸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젊은 세대의 주택 구매를 부추기기보다는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마련하는 쪽으로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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