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버이날…이 시대, 부모로 산다는 것은
2013-05-08
글로벌 위기에 실업걱정 정년 60세는 남 얘기... 모아놓은 재산도 없이 애들 뒷바라지에 발동동
이 시대에 어버이로 산다는 건 굴레다. 부모의 가없는 사랑에 보답할 의무를 지고 있는 동시에 자녀의 든든한 보호막이 돼야 할 어버이에겐 이 시대가 얄궂다.
콩나물 시루 같던 교실에서 유년기를 보냈던 40~50대. 이들은 벌써 은퇴기다. 산업화 시대의 든든한 일꾼이었지만 자동화ㆍ전자화 시대가 진전되고,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돌아서면서 일자리를 잃고 있다. 앞으로 정년이 60세로 늘어난다지만 남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58세 정년을 수년 앞두고도 퇴진 압력을 받아온 지 오래다.
벌어놓은 재산은 없다. 개발이 한창이던 70~80년대, 심지어 1998년 IMF 외환위기 때 부동산 투자로 재산을 몇 배 불린 사람들이 있다지만 그저 남 얘기일 뿐이다. 외환위기 때와 10년 건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이들 대부분은 실업을 걱정했다. 내집마련의 꿈도 뒤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
물론 행복한 시절도 있었다. 경기가 한창일 무렵엔 돈 버는 재미도 봤다. 노후를 위해 저축도 했다.
하지만 오래 가지 않았다. 사교육비 영향이 컸다. 아이가 커갈수록 사교육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주위 사람 말이 믿어지지는 않았다.
다만,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들이 훗날 “다른 부모만큼 뒷바라지를 못해 공부를 못했다”는 회한을 쏟아낼까 두려웠다. 못 먹고, 못 입어도 아이들만큼은 잘 먹이고, 잘 키우고 싶다는 게 부모 마음이라더니 모았던 적금을 사교육비를 대려고 헐기까지 고민은 길지 않았다. 아이들 뒷바라지에 힘쓰는 동안 부모님께는 죄인이 됐다. 굶주린 시대에 가난과 싸웠던 어머니ㆍ아버지. 젊어서 늙을 때까지 고생만 하시어 이제 등골이 휜 부모님. 이제는 삶을 즐길 때도 됐지만 갓난 손자ㆍ손녀를 안기고 떠나는 잔인한 자식들 앞에서 당신들은 싫은 내색 한 번 않으셨다.
하지만 아이들이 크면서 쉽사리 발길이 옮겨지지 않았다.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는 길을 이 핑계 저 핑계로 미루어 찾아가지 못했다. 제일 속이 쓰린 것은 그런 자식들에게 “괜찮으니 네 볼일 보라”는 당신들의 격려다.
어버이날을 맞아 당신들에게 글을 올린다. 부모님 불효자는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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