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0
한국 신혼부부의 ‘집 한채 방정식’
서울 송파구에 사는 결혼 5년차 장혜원(가명·31·여)씨 부부는 2년 뒤 '내 집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 두 사람 월급을 합하면 7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지금 사는 빌라 전세를 구하느라 9500만원을 빌렸고, 보증금 올려주느라 1000만원을 더 빌렸다. 집을 사려면 1억원쯤 더 필요하다. 다시 대출을 받을 계획이다. '렌트푸어'로 신혼살림을 차린 장씨 부부는 이제 '하우스푸어'를 향해 가고 있다.
정치권이 ‘신혼부부 집 한 채’ 논란에 시끄럽지만 정작 신혼부부들은 별 관심이 없는 눈치다. 장씨는 19일 “어차피 정부가 해주는 게 없을 테니 말잔치에 신경 쓸 필요를 못 느낀다. 애 키우고, 일하고, 대출 갚고, 다시 대출 받을 준비 하느라 바쁘다”고 했다.
한국 신혼부부의 집 장만은 출산·육아 변수까지 얽혀 있는 ‘고차방정식’이다. 장씨의 ‘내 집 마련’ 계획으로 살펴본 신혼부부의 고충은 이렇다.
장씨네는 2010년 10월 서울 석촌동에 방 2개인 17평 빌라를 전세 1억1500만원에 구했다. 모은 돈은 2000만원, 대출은 9500만원이었다. 출산 후 육아에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으려면 이렇게 빚을 내서라도 친정 근처에 집을 얻어야 했다.
2년 뒤 집주인은 전세금을 4000만원 올렸다. 그동안 모은 돈이 모조리 들어갔다. 오히려 1000만원이 부족해 친척에게 빌렸다. 재계약을 3개월 앞둔 지난 7월 집주인은 다시 2000만원을 더 불렀다. 이번엔 이사를 결심했다. 4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은 전세난이 절망스러웠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석촌동 ‘싱크홀’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장씨는 이를 “구원의 구멍”이라고 했다. 이 동네 부동산이 급격히 움츠러들자 집주인은 곧장 전세금 인상 없이 재계약을 제안했다. 장씨는 “아들 낳은 날 이후 가장 기뻤던 날”이라고 말했다.
장씨가 이렇게 좋아한 건 이사를 안 해도 돼서다. 세 살 아들이 송파동 어린이집에 다닌다. 1년 대기해 겨우 들어간 곳이라 바꾸고 싶지 않았다. 매일 오전 8시30분 아이를 맡기고 9시까지 출근한다. 아이는 오후 4시30분 일찍 퇴근하는 친정엄마가 집으로 데려오고, 장씨가 6시30분 친정엄마와 바통 터치를 한다. 이사하면 이 스케줄이 깨질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심했던 것이다.
장씨네는 2016년 경기도 고양시 화정이나 파주시에 집을 사려고 계획 중이다. 예산은 3억원이고 1억원가량 신용대출을 생각하고 있다. 연고가 전혀 없는 경기도로 가는 건 오로지 ‘돈’ 때문이다. 서울에서 3억원으론 20평 아파트를 살 수 없다. 아이가 더 크면 조금 넓은 집에서 전세 걱정 없이 살고 싶어 이 계획을 세웠다
그러느라 둘째 출산은 포기했다. 장씨는 “친정엄마 곁을 떠나야 할 상황에서 둘째는 엄두가 안 난다”고 말했다. 직장도 관둬야 한다. 파주에서 서초동까지 출근하며 애 키우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는 “20대에 열정 쏟은 직장을 그만두는 게 속상하지만 집도 사고 애도 키우려면 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 우리나라 신혼부부 절반은 전세로, 4쌍 중 1쌍은 월세로 시작한다(23.8%).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에선 이 비율이 더 높아진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2852803&code=11131100&cp=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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