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하우스푸어에 가려진 고시원푸어
보증금 없어 월세로 전전 서울에만 25만명 달해
정치권 공약 쏟아내지만 취약계층 대책은 빠져
주거복지 틀 다시 짜야
대형 상가건물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서울의 대표적 상업지역으로 탈바꿈한 영등포역 인근. 밤이면 유흥업소와 음식점 간판이 밝힌 조명으로 불야성을 이루는 이곳에 '빈곤의 섬'이 점점이 떠 있다. 100여개에 달하는 고시원들이다.
이들 고시원은 신림동이나 노량진동처럼 사법고시나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신분상승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잠시 거처하는 곳이 아니다. 몇 백만원의 보증금이 없어 기초생활수급 급여나 일용직 노동으로 번 돈으로 다달이 월세를 내는 '주거 난민'들이 살고 있다. 고시원 한 곳당 50개의 방이 있다고 치면 영등포에만 5,000여명이 한 사람이 눕기에도 버거운 좁은 공간에서 사는 셈이다.
닭장 같은 열악한 공간이지만 고시원에서 거주하는 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축에 속한다. 20만원 안팎의 월세를 못 내는 사람들은 하룻밤에 5,000원을 받는 24시간 만화방이나 1시간에 500원을 받는 PC방에서 쪽잠을 잔다. 찜질방이나 사우나ㆍ여인숙을 전전하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박철호 반값고시원추진본부 집행위원장은 "쪽방이 극빈주거의 대명사처럼 돼 있지만 기껏해야 서울에 3,000여명 정도에 불과하고 고시원에서 사는 사람은 25만명에 이른다"면서 "대부분 가족 통합, 신용 회복, 상향 주거에 대한 희망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월세 걱정 때문에 매일 차압 딱지를 가슴에 붙인 채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고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돌지만 저소득층의 주거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소득에 비해 임대료 부담 능력이 취약한 계층이 늘고 있지만 주거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주거복지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하지만 정부와 시행자의 재정부담 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전월세상한제, 주택바우처 도입, 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주거복지정책을 내놓지만 구체적인 실행계획과 재원마련 방안이 제시되지 못하고 있고 당장 위기에 처해 있는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안전망을 구축하는 방안은 빠져 있다. 주거복지는 그동안 의료ㆍ교육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아왔지만 주거빈곤층은 물론 중산층까지 주거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정책과제이자 이슈로 자리잡았다.
하성규 중앙대 도시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주택 몇 채를 지었느냐는 공급지향적 정책에서 탈피해 주거빈곤층의 주택 수요(needs)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주거복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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