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대한민국, 아프면?
100세시대 요양·간병 실태/ 남 얘기 아닌 '간병지옥'
기대·건강 수명 '10년 간극'… '老老부양' 고달픈 현실
"늙고 병들면 누가 날 돌봐줄까?" '100세시대' 마지막까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노구(老軀)는 쇠약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은 80.8세인데 반해 건강 수명(질병 없이 건강한 시기)은 71세로, 대략 10년의 차이가 벌어진다. 10년 정도는 병치레를 하며 보내게 된다는 분석이다.
혹시 당신이 늙고 병들어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노후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은퇴설계 시 '건강하지 못한 시기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준비도 필수다.
◆ 간병 후진국의 슬픈 '老老扶養'
2011년 여성가족부의 '가족실태 조사' 중 돌봄이 필요한 노인과 주로 돌보는 사람의 관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남성 중 65.8%가 아내에게 돌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노인은 며느리에게 의지하는 경우(35.1%)가 가장 많았고, 다음이 배우자(29.8%)였다.
이외에도 아들, 딸, 기타 친인척 등의 다양한 돌봄 형태가 조사됐으나 유·무료 간호 수발자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는 채 5%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노인부양은 거의 전적으로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에게 의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이러한 가족부양 시스템은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9988 어르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조사한 95세 이상 노인 실태를 보면 부양가족의 평균연령이 63.6세였다. 자신도 돌봄을 받아야 하는 노인이 더 늙은 노인을 부양하는 '노노부양'(老老扶養)이 부담스러울 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간병 후진국이다.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이 시작됐지만 이용자는 5.8%(2010년)에 불과할 정도다. 가족 및 사회구조의 변화로 간병에 대한 사회적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간병은 사적영역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노인대국인 일본에서 널리 쓰이는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가족 중 누군가 간병대상이 되면 중산층도 바로 빈곤층으로 몰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밑 빠진 독'처럼 간병비용이 들어가는 가운데 자산 인출과 가족부양 외에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간병이 빈곤과 우울증으로 연결되는 이유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가족실태 조사를 통해 나타난 노인을 돌보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가족생활의 변화는 경제적인 어려움(39.6%)이었고 다음이 정신적 스트레스(22.3%)였다"고 밝혔다.
◆ '늙고 병든' 노후 대비 3단계 플랜
그렇다면 '늙고 병든 노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한정 삼성증권 은퇴설계연구소 연구위원은 "경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먼저 간병기간을 가정해보고 어떤 수준에서 간병서비스를 받을 것인지 그려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삶의 수준이 가장 차이 나는 때가 바로 아플 때이기 때문에 평소 생활수준을 고려해 원하는 간병서비스의 질을 검토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이를테면 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 비용 등을 감안해 간병기간을 3년으로 가정 시 2000만~6000만원, 5년 가정 시 3000만~1억원 등의 구체적 목표를 세우라는 설명이다.
또한 질병의 발생단계에 따라 ▲1단계 통원수준의 일상적 병원비 필요시기 ▲2단계 암 등 중대질병이 발생한 응급플랜 시기 ▲3단계 치매나 중풍 등 만성질환에 따른 장기요양 시기로 나눠 '요양플랜'을 짜보는 것도 좋다.
한 연구위원은 "2단계의 중대질병 발생은 암보험 가입 등으로 대비하고, 1·3단계는 일정한 현금흐름이 중요하기 때문에 은퇴전용계좌를 만들어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당장 가족 중 간병이 필요한 사람이 생길 경우에는 가족 간 협의가 우선이다. 김동엽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은퇴교육센터장은 "어르신 간병은 언제까지 해야될 지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부모를 돌볼지 간병의 원칙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이어 "부모가 집이나 땅을 소유한 경우에는 이를 담보로 주택연금에 가입해 치료비를 마련하는 등의 현실적인 방안 검토가 필수"라고 조언했다.
■"독립적 新한국형 간병플랜 전파할 것"
- 우재룡 전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
"가능한 자녀에게 부담 주지 않고, 정든 이웃을 곁에 두고 살아가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수용소 같은 요양(시설)문화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新한국형 은퇴모델을 만들어나가겠습니다."
국내 은퇴설계 연구 1세대 격인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이 최근 은퇴했다. 협동조합 형태의 '한국은퇴설계소 소장'의 직함을 달고 인생 2막을 시작한 그는 "자녀가 곁에 있든 없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도록 새로운 '간병플랜'을 보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우 소장은 이러한 관점에서 간병 플랜의 4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가능한 독립적으로 '내 집'에서 생활한다, 둘째 집 안에서 휠체어를 타고 생활할 수 있도록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생활공간을 바꾼다, 셋째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력은 원할 때만 파견 오도록 한다 등이다. 마지막으로 노후질환 등이 악화돼 불가피하게 집을 버리고 보조를 받는 기관으로 갈 경우에도 반드시 '가정'같은 곳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우 소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은퇴설계는 재무설계에만 치중돼 있어 간병문화가 상당히 낙후돼 있다"며 "먼저 선진국형 은퇴플랜에 대한 인식전환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관련기업 등 사회 인프라가 조성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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