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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삼성은 어디로 갈까??

by SL. 2014. 10. 27.

2014.10.27

 

이건희 부재 속 실적 내리막길…돌파구 안 보여 캄캄
‘신성장동력 못 찾으면 노키아 전철 밟을 것’ 우려 높아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3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은 47조원, 영업이익은 4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4조원대를 기록한 것은 2011년 3분기 이후 3년 만이다. 그동안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했던 스마트폰 사업의 고전이 원인이다. 그나마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꺼지지 않은 것은 전가의 보도인 메모리 반도체가 버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는 “원래 이 정도 하는 기업이었다. 지난 3년 동안 의외로 좋은 성적을 냈던 것뿐이다”라는 냉소적인 시선도 존재한다.

공교롭게도 삼성전자의 실적 하락은 시기적으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재와 겹친다.

현재의 삼성전자가 라이벌 기업들을 잇달아 제치고 메모리 반도체, 평판 TV, 스마트폰 부문에서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데는 이건희 회장의 과감한 의사결정이 배경에 있었다.

경고 수준의 실적 발표가 뒤따른 시점에 세간의 관심은 아들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쏠려 있지만, 그에게는 여전히 ‘경영자로서 검증받지 못했다’는 꼬리표가 달려 있다. 영국 경제전문지 이코노미스트는 “이 부회장이 힘겨운 과제를 떠맡고 있다”면서 그가 승계할 때는 스스로 ‘모든 것을 바꾸라’는 연설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에선 ‘포스트 스마트폰’ 사업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소니나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의 톰 강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올해 같은 실수를 두세 번 이어간다면 노키아의 뒤를 밟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최고경영진도 이런 문제의식에 어느 정도 공감한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금이 전자·IT 산업의 골든타임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골든타임이란 사고나 사건에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한 초반의 귀중한 시간을 뜻한다. 삼성전자가 죽느냐 사느냐의 골든타임에 직면해 있는 상황을 인정한 셈이다.

비대해진 조직·지나친 성과주의

“새 스마트폰 만들어 내라” 하면 끝?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 배경으로는 무엇보다 치열한 외부 경쟁이 꼽힌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 중저가 중국 스마트폰의 성장 등으로 무선사업부의 실적이 안 좋아지면서 비메모리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다른 사업까지 연쇄적으로 악화됐다.

중국과 인도 스마트폰 기업들 추격은 이미 시작돼 삼성전자를 위협할 지경에 이르렀다. 중국 영어강사 출신이 만든 IT 기업 ‘망치과학기술(망치과학)’은 창업 2년 만에 ‘스마티잔 T1’이란 스마트폰을 선보였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일부 국내 소비자도 관심을 보일 정도로 잘 만들어졌다. 누구나 낮은 가격에 고성능 스마트폰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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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는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면 결국 ‘가격 싸움’으로 흘러간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 입지가 점점 좁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IT 시장에선 거대 기업도 한 방에 무너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노키아, 소니 등 한때 세계 IT 업계를 주름잡았던 기업들은 삼성전자와 애플에 그 자리를 내줬다. 그랬던 삼성전자도 이젠 노키아의 입장에 서서 후발 주자들의 추격을 고민하고 있는 셈이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들은 물론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애플과 경쟁해야 하는 샌드위치 상황에 놓여 있다. 당분간 의미 있는 실적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외부 환경은 급변하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대처 속도는 예전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스마트폰 호황 기간에 조직은 커졌지만 이에 맞는 소프트웨어 역량은 갖추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최고경영진 내부에서도 스마트폰 사업의 급성장에 따른 안주나 혁신과 비용 절감 의지의 약화, 조직 비대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비용 소모 등을 (실적 악화의) 근본적인 이유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에서도 올 초부터 불필요한 조직을 통폐합하고, 각종 비용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로 ‘위기 극복 DNA’를 끌어내 새로운 도약을 하겠다는 여러 방안들이 결국 임직원의 고삐를 죄는 것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엔지니어는 “성과급 감소와 조직 축소, 제품 개발 주기의 단축 등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지만 상명하달과 신상필벌만 강조하는 조직문화에는 변화가 없다. 지금도 기한을 정해놓고 무조건 새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라는 주문만 내려오고 있다. 이런 상항에서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리 만무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상당수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조직문화의 문제점 중 하나로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을 꼽는다. ‘성과주의’가 워낙 강조되다 보니 신상필벌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다. 이런 분위기가 새로운 사업을 전개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때문에 삼성전자 직원들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어도 어렵다고 판단되는 길이면 쉽게 뛰어들지 못한다. 최근 삼성전자의 사내 아이디어 제안 시스템인 ‘모자이크’에 올라온 글에도 이와 같은 내용이 많다. 한 직원은 “조직문화가 경직돼 있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기 힘들다. 당장의 실적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 제안과 파격적인 도전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해야 한다. 실패도 용인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기업 인수합병(M&A) 전략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삼성전자의 M&A가 늘고 있지만 구글이나 인텔 같은 글로벌 IT 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미흡하다. 근본적으로 M&A를 하는 방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구글은 사업부서에서 직접 인수 기업을 찾는다. 필요한 기업은 현업에서 스스로 찾아 M&A 담당 부서의 최종 승인을 거친다. 반면 삼성전자는 주로 기업인수팀에서 직접 M&A 대상을 물색한 뒤 관련 사업부에 제시하는 형태다. 실무진의 필요에 의해 M&A가 진행되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빈도도 낮고 효율성도 떨어진다.

사업부 간 철저한 경쟁 체제로 운영되는 현 시스템도 한 번쯤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무선사업부) 부문과 반도체가 주력인 DS 부문은 엄연히 ‘삼성전자’라는 같은 울타리에 있다. 하지만 거의 별개 회사나 다를 바 없는 것처럼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각 사업부별 전문성을 발휘해 최대한 성과를 낸다는 이 전략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다. 최근 2~3년간 스마트폰 이익 비중이 높아지면서 사업부서 간 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무선사업부 입김이 너무 세진 반면 다른 사업부는 위축됐다. 서로 협업이 잘 되지 않아 시너지 효과도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과잉투자로 지나치게 비대해진 조직도 문제다. 삼성전자 전체 임직원 수는 2010년 19만464명에서 지난해 28만6284명으로 3년 만에 50% 늘었다. 이에 따른 인건비도 13조6000억원에서 21조4000억원으로 60% 가까이 증가했다.

지금처럼 스마트폰 사업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땐 커진 조직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설비투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베트남 타이응웬성에 연 1억2000만대 규모의 제2 휴대폰 공장을 건설했다. 이 공장은 내년 초부터 가동된다. 삼성전자는 이미 2009년부터 베트남 박닝성에 비슷한 규모의 공장을 운영 중이다. 내년부터는 베트남에서만 연 2억4000만대가량 휴대폰 생산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스마트폰 사업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제2 공장은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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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장동력은 어디에

믿을 구석은 반도체밖에 없어

스마트폰 부진이라는 불이 발등에 떨어지자 삼성전자 수뇌부가 내놓은 처방은 반도체와 가전 사업의 강화다.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제품 경쟁력을 앞세워 2위권 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고 가전 분야에서 프리미엄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수익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평택 고덕산업단지에 15조6000억원을 들여 첨단 반도체 생산라인을 원래 계획보다 1년 정도 앞당겨 건설한다는 계획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M의 부진이 현실화된 만큼 반도체와 가전 분야에서 이를 보상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반도체와 가전으로는 스마트폰 호황기에 달성했던 7조~10조원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거나 기술혁신을 이뤄야 하는 과제가 그만큼 긴박해졌다.

삼성 측은 그동안 신성장동력으로 태양광, LED,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무엇 하나 뾰족한 성과를 내진 못했다. 태양광과 LED 사업은 사실상 포기 상태고, 헬스케어 역시 메디슨 인수 후에 새로운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표 참조).

외국계 증권사의 한 임원은 “헬스케어만 놓고 봐도 삼성 측에서 시장 개척을 위해 획기적인 기술을 내놓거나 핵심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인수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떠들썩했던 바이오시밀러 사업은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이 나설 분야가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앞두고 당장 성과가 나올 만한 유행 사업만 끌어다 붙인 수준의 신사업 전략이었다. 도대체 스마트폰이 초호황이던 지난 2년여간 삼성전자가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그나마 신제품으로 선보인 게 웨어러블 기기다. 지금까지 10여종이 나왔지만 시장에서 얻은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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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계속 IT 산업의 강자로 머물기 위해선 신수종 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주문한다. 방향은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B2B(기업 간 거래), 사물인터넷(IoT) 관련 사업 강화 등이다. 문송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핵심 소프트웨어는 지적재산권을 철저히 보장받는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프트웨어 육성은 이런 고민에 대한 최적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또한 이런 점을 잘 알고 대응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 신호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 국내외 소프트웨어 인력은 4만506명(국내 2만97명, 해외 2만409명)으로 4만명을 넘어섰다. 2011년 대비 45% 증가한 것으로 4만명을 돌파한 것도 지난해가 처음이다. 연구개발(R&D)비 규모도 14조8000억원으로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투자만으로 SW 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은 쉽지 않다.

김진형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사람에 가치를 두고 협동, 공유, 참여 등으로 자유로운 문화가 형성될 때 좋은 SW 기업이 탄생한다. 별도 ‘삼성소프트웨어(가칭)’라는 SW 전문 기업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조언했다.

떠들썩했던 바이오시밀러

뾰죡한 결과물 내놓지 못해

삼성이 하기엔 ‘작은 분야 ’지적도


현재 개발 중인 OS ‘타이젠’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많지만 미래를 위해선 무조건 안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당장 스마트폰 생태계에서 타이젠이 영향력을 발휘하긴 쉽지 않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구글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등 다른 OS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시대가 도래했을 때 타이젠은 삼성전자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B2B 사업을 강화하는 것도 좋은 전략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가 대표적으로 삼고 있는 롤모델이 바로 미국 ‘IBM’이다. PC를 처음 대중화했던 IBM은 당시만 해도 알짜 수익원이었던 PC사업부를 2004년 중국 레노버에 매각했다. 이후 IBM은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탈바꿈한다. 현재 IBM은 각종 IT 솔루션 개발, 기업 전략 수립 컨설팅 등 B2B 사업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또한 올해 초 임원들에게 ‘IBM과 같은 회사가 되자’며 B2B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키아, 블랙베리 등 지금까지 무너졌던 IT 거물과 삼성전자는 사업구조가 다소 다르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삼성전자에는 ‘반도체’란 불멸의 캐시카우가 있다. 아무리 다른 사업이 위기에 빠져도 반도체사업부는 매 분기 꼬박 1조~2조원씩 벌어들인다. 반도체 경쟁력은 삼성전자가 위기 때 꺼내 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카드이자, 큰 힘이다.

한편 올 연말 삼성전자 인사도 관전 포인트다. 실적 하락과 함께 인사 태풍이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 실제 삼성전자 안팎에선 간판급 CEO들은 물론 무선사업부 핵심 임원들의 교체가 불가피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삼성전자 전무 출신의 A씨는 “실적이 부진한 사업부 수장들과 핵심 임원들의 얼굴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인위적인 구조조정보다는 고위 임원 개개인의 성과를 따져, 새로운 얼굴들이 등장할 것으로 본다. 이재용 체제를 위한 인사 정비의 의미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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