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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생각해보면

그들만의 부동산 공화국

by SL. 2019. 4. 15.


나경원 상속 농지는 강남 농부에, 김세연 땅은 가짜 농부에게 팔렸다


64만6706㎡.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이 보유한 농지 면적이다. 그들의 농지는 자신의 개발 공약과 가까웠고, 예산을 확보해 도로를 내거나 각종 규제 해제에 앞장서면서 땅값이 뛰었다.

2526.1㎞. 5개월간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찾아다닌 거리다. 전체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33%다.


1549.4㎢.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0년 동안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의 농지가 사라졌다. 값싼 땅이 새도시, 산업단지 등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 인근을 사들였고, 농부는 그 땅의 소작농이 되었다. 의원은 농지를 왜 매입했을까. 국회의원 소유 농지를 둘러싼 이해충돌 문제와 사라진 농부들의 사연을 6차례에 걸쳐 싣는다


“만약에 이 땅 사면 농사는 어느 정도 짓는 척해야 하는 거 알죠? 저 같은 경우는 오빠가 대신 농사짓고 있어요. 이거 건물 지을 수 있도록 이미 허가받은 농지인데, 주위에서 하도 땅 잘 샀다고 팔라고 하긴 해요. 지금 팔면 세금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이 땅 팔아서 다른 데 투자할 데가 확실히 정해지지 않아서 팔겠다고는 확실히 말 못 하겠어요. 얼마 정도 가격을 생각하고 계신데요?”


제2판교, 제2센텀…들썩이는 상속 농지들


2017년 3월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으로부터 경남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 논 8135㎡를 8억3000만원에 사들인 허아무개씨는 ‘농지 투자자’였다. 양산시에 각종 산업단지가 대거 들어서면서 농지 값이 급등했다. 일부 농지의 경우 공장용지로 전용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지난 1월19일 양산시 상북면 소토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허씨는 투자자로 분한 기자에게 계속 “세금 때문에”라며 매매를 주저했다.


양도세를 대신 내줄 수 있느냐는 취지로 들렸다. 그는 며칠 뒤 부동산업자를 통해 19억원이면 팔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매입한 지 2년도 지나지 않아서 두 배 이상 높여 부른 것이다. 농지법에 따르면 농지를 매입한 자는 직접 농사를 지어야 하지만, 허씨는 애초부터 투자 목적으로 매입가 8억3000만원 가운데 5억원을 대출받아 이 땅을 샀다.


이에 앞서 김 의원은 양산시 하북면 용연리의 또 다른 상속 농지 8226㎡를 2009년 4월28일 안아무개씨 부부에게 28억9320만원에 팔았다. 이 땅 또한 농민이 아닌 투자자들에게 매각됐다. 안씨 부부는 논을 사들인 뒤 곧바로 소작농을 뒀다가 2016년 9월 지분을 쪼개서 되팔았다. 실제 농사는 소작농인 서아무개씨가 맡았다. “농지에 은행나무가 엄청 많아서 나무 사이에서 농사를 지었어. 주인한테 1년에 100만원을 주고 빌린 땅에 콩, 배추를 심어도 자갈밭인데다 굼벵이가 많아서 소출이 안 좋았거든. 배추를 시장에 팔아봐야 돈도 안 될 것 같아서 도매상한테 ‘밭떼기’로 갖고 가라 해갖고, 헐게(싸게) 줘버렸어. 내 인건비도 안 나오는 값으로. 직불금은 내가 받아본 적도 없고 땅 주인이 받아갔는지는 나도 모르지. 내가 대신 농사지어주면 땅 주인들 양도세가 감면된다고는 하던데 자세히는 잘 몰라.” 7년간 이 땅에서 농사를 대신 지었던 소작농 서씨의 기억이다.


김세연 의원 농지 투자자가 사들여
김 의원 양산 논 8억에 매입한 허씨
2년만에 “19억이면 팔 의향 있다”
인근 땅 8226㎡ 산 가짜농부 안씨
몇년 뒤 지분 조개 투자자에 되팔아

나경원 대표 남편 땅 ‘강남 농부’ 손에
작년 매매 성남 땅엔 ‘관상수’ 신고
‘제2판교’ 호재 등에 땅값은 ‘들썩’

상속농지 구멍 숭숭 뚫린 농지법
자경 의무 없고 사인간 임대차 가능
대법은 휴경·방치 “위법 아니다” 판결
1만㎡ 이상 ‘농지은행 위탁’ 유명무실
의원 4명, 법 조항 무시한 채 보유

이들 양산시 농지는 김 의원의 아버지가 1969년에 사들였다가 2005년 김 의원에게 상속한 땅이다. 김 의원은 2008년 초선 의원이 됐다. 농지법에 따라 선거 등으로 공직에 취임한 경우 재임 기간에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도 되지만, 김 의원의 경우 당선 이전부터 자경 의무는 없었다. 상속 농지는 자경하지 않아도 되고, 사인 간 임대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농지법에서는 상속 농지에 대해 예외적 규정을 폭넓게 허용한다.


김 의원이 아버지로부터 상속받은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일대 농지와 임야 1만8047㎡ 또한 2016년 ‘제2센텀지구 도시첨단산업단지’로 지정돼 현재 토지거래허가구역에 속한다.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 및 지가가 급격히 상승하거나 상승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으로, 일정 규모 이상 매입을 원하는 자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부산의 강남이랄 수 있는 해운대구 우동의 ‘센텀지구’ 개발이 끝나고 추가 개발이 이뤄지는 곳이다. 지난 1월20일 찾아간 김 의원의 반송동 논과 밭은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다. 동그랗게 깎인 나무들 밑으로 쓰레기들과 방금 잘라낸 듯한 나뭇가지들이 더러 보였다. 김 의원의 땅 근처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은 “김 의원의 정원사가 부산과 양산을 다니며 농지 관리를 해준다”고 말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남편이 공동 상속받아 29억원에 판 농지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남편 김아무개씨가 1985년 공동 상속받은 경기도 성남시 금토동 농지 6321㎡는 2018년 3월 29억원에 ‘강남 농부’ 이아무개씨에게 팔렸다. 상속받은 농지 가운데 김씨의 지분은 절반이다. 해당 농지는 현재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여 있긴 하지만, 금토동에 이른바 ‘제2판교테크노밸리’ 등이 조성되면서 이 일대 토지가 주목을 받았다.


나 원내대표 남편으로부터 농지를 사들인 ‘강남 농부’ 이씨의 주소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ㅇ아파트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이씨의 농지원부를 보면, 밭 12필지(1만1929㎡)를 보유하고 있다. 나 의원 남편으로부터 사들인 농지를 포함한 8개 필지(1만695㎡)가 ‘자경’ 상태로 등재됐고 나머지는 휴경이다. 재배 작물은 모두 관상수, 과수였다. 통상적으로 나무는 진짜 농부가 아닌 투자자들이 가장 흔하게 재배하는 품종이다.


1만㎡ 이상 상속 농지를 보유한 의원들


자경 의무는 없지만 농지법은 과도한 상속 농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농지법 제7조는 “상속으로 농지를 취득한 자로서 농업 경영을 하지 아니하는 자는 총 1만제곱미터까지만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농어촌공사가 운영하는 농지은행에 위탁 운영하는 경우에 한하여 1만㎡ 이상 상속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고 있다.


국회의원 298명 가운데 1만㎡ 이상 상속 농지를 보유한 의원은 자유한국당 김광림·김세연, 더불어민주당 홍의락, 무소속 이정현 의원 등 4명으로 이들은 농지은행에 상속 농지를 위탁하지 않은 채 땅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겨레> 취재 과정에서 뒤늦게 농지법 위반을 확인한 김광림·홍의락 의원은 “관련 법을 잘 몰랐다”며 상속 농지를 농지은행에 위탁하는 방안을 알아보기로 했다. 이정현 의원은 “현재 지목이 농지이긴 하지만 토지가 척박해 임야로 형질 변경 중이다.

일부 형질 변경하고 남은 농지는 농지은행에 위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세연 의원실 관계자는 “지목은 농지이지만, 실제로는 임야로 조성돼 있다. 농사가 가능한 땅인지 농어촌공사에 질의한 뒤 위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자경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 상속 농지가 헌법 121조에서 규정한 ‘경자유전’ 원칙을 허무는 통로가 된다고 입을 모은다. 임영환 변호사(법무법인 연두)는 “지금도 상속 농지가 자경 원칙을 허무는 방법인데 최근에는 상속 농지를 휴경하거나 방치해도 된다는 법률적 명분마저 대법원 판례로 나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지난 2월14일 신아무개씨가 낸 농지처분의무통지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원고 승소 취지로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 부산 강서구 농지 2158㎡를 상속받은 신씨는 허가 없이 농지를 공장용지로 사용했고 구청이 ‘농지법 10조 1항’ 위반이라며 농지처분의무를 통지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1, 2심은 “상속으로 적법하게 취득한 1만㎡ 이하의 농지라도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면 농지처분의무를 받아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1만㎡ 농지까진 농업 경영에 이용하지 않더라도 처분 의무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제껏 상속 농지는 자경 의무는 없지만 휴경 또한 할 수 없었다. 자신이든 소작농이든 누군가는 농사를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 판결은 상속 농지를 휴경하든, 다른 용도로 사용하든 농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해석이다.


법조계와 농민단체에서 대법원 판결을 두고 경자유전 원칙을 무시하는 해석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이 판결에 대해 “해당 판례가 악용돼 무분별한 토지 투기가 성행하고 종국에는 농지로서의 가치를 상실하는 위기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규탄했다. 자경 의무가 없는 김세연 의원, 나경원 원내대표의 상속 농지는 이들 땅 인근이 대거 개발되면서 8억3000만~29억원에 농지 투자자들에게 팔려 나갔다. 이번 판결 이후 얼마나 더 상속 농지에 대한 예외적 규정이 허용될지 알 수 없다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ttps://news.v.daum.net/v/20190415050606716


농지 산 뒤 묘지 만들고 보도블록까지…법 무시하는 국회의원들


창고, 묘지, 아버지 산소 가는 길 확보.’

농사지을 목적이 아니면서, 현직 의원 신분으로 매입한 밭의 실제 이용 목적이다. 현직 의원들이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편법으로 발급받아 밭을 매입한 뒤 묘지를 조성하거나 허허벌판 상태로 방치했다. 농지의 경우, 헌법이 규정한 ‘자경 원칙’을 지키기 위해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취득 및 등기를 할 수 있다. 법률을 만들고 심사하는 현직 의원들이 농지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토지 취득 이후 농지법이라는 ‘법의 형식’에 맞추려 나무를 심겠다고 했다


우상호 김학용 안상수 등
농지취득자격증명 편법 발급
정보공개 청구로 17명 확인
“법 허술하고 단속 의지 약해”

‘묘지 조성’ 편법 쓴 우상호
옥수수 콩 짓겠다고 2340㎡ 매입
어머니 묘지 조성, 9개월 뒤 신고
농지·장사법 위반…“투기 목적 아냐”

밭에 보도블록 깐 원유철
수십평 보도블록에 불법 컨테이너
안에는 팩스·전화기·옷가지들
취재 나서자 부랴부랴 철거

투기 부르는 손쉬운 농지 취득
혁신도시 등 업고 비농업인 매입 급증
‘자경원칙’ 농지법 위반 의식도 못해
농지면적 2배 일본보다 거래량 갑절


<한겨레>는 1996년 이후 농지를 매입한 의원 37명을 대상으로 이들이 발급받은 농지취득자격증명과 농업경영계획서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를 진행했다. 1996년 농지법 개정 이후 취득한 농지의 경우,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취득이 가능하다. 그 이전에는 주소지와 경작지 간의 거리인 ‘통작 거리’에 따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지면 농지 취득을 제한했다. <한겨레>가 확보한 17명의 농지취득자격증명 가운데 사실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현직 의원들이 발급받은 공문서도 더러 있었다. 농지법 58조는 “거짓이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자, 승인 없이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자, 타용도 일시 사용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한겨레>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국회의원 17명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업경영계획서, 농지원부. 의원들이 농업경영계획서에 작성한 재배 작목에는 벼, 채소류, 잡곡, 콩, 채소, 옥수수, 고추, 배추, 사과, 과실수 등 다양한 작물들이 기재돼 있었다. 보유 기계로는 삽과 호미, 트랙터, 경운기 등이 적혀 있다


■ ‘묘지 전용 허가’도 받기 전에 무덤으로 쓰인 의원님 밭




묘지와 집, 그리고 사과나무와 고랑이 팬 땅.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3년 6월 1억500만원에 사들인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밭 2340㎡의 모습이다. 옥수수와 콩을 재배하겠다고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취득한 농지에는 곧바로 어머니 묘지가 조성됐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묘지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저촉 사항을 피해야 한다. 도로나 하천으로부터 200m 떨어져야 하고, 20가구 이상의 인가가 밀접한 지역에서 300m 이상 이격해야 하는 등의 제한이 따른다.


묘지 허가를 담당하는 포천시청 노인장애인과 관계자는 “묘지는 거리 제한 등 다양한 제약 사항이 있어서 허가받기가 어렵다. 군사보호구역과의 거리나 문화재보호법 위반 여부 등을 살펴야 하므로 먼저 묘지를 조성하고 나중에 묘지 전용 허가를 받는 행위는 권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결국 우 의원은 손쉽게 묘지를 조성하기 위해 ‘농업 경영’ 목적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것이다.


우 의원은 기존에 있던 아버지 묘지를 길명리로 이전한 뒤인 2014년 3월20일 매장 신고를 했고 이튿날 묘지 허가가 떨어졌다. 절차를 무시하고 묘지를 조성한 뒤 9개월이 지나서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한 것이다. 우 의원은 이 과정에서 농지법과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을 위반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지과 관계자는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를 사놓고 곧바로 묘지를 조성한 행위는 농지법 위반”이라고 설명했다. 장사법 8조를 보면 “매장을 한 자는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지난 8일 경기도 포천시 일동면 길명리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토지. 2013년 6월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농지에 묘지가 조성됐다


묘지를 조성하고 남은 밭 일부에는 허가 절차를 밟아 2017년 집을 지었다. 우 의원은 “절차적으로 법을 어겼다는 사실을 지적하면 달게 받겠는데 투기 목적은 정말 아니다. 빨리 묘지 터를 구하다 보니 토지 구매는 우리 직원들과 현지에 있는 대리인들이 했다. 어머니를 묻은 뒤 경지 정리를 했다. 의원 신분으로 넓은 땅에 모두 농사지을 수는 없어서 사과나무를 심고 나머지 밭에는 옥수수, 채소 등을 직접 심었다”고 해명했다.



지난 2월9일 찾아간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논은 허허벌판이었다. 김 의원은 2018년 5월 경기도 안성시 보개면 오두리에 자리한 논 1243㎡를 취득하면서 ‘잡곡 농사’를 짓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했다. 농업 경영 목적의 농지취득자격증명도 발급받았다. 김 의원은 농지를 취득한 경위에 대해 “아버지 산소가 이 땅 옆에 있는데 해당 농지의 주인이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다른 사람이 이 땅을 사게 되면 김 의원이 아버지 산소 가는 길이 막히게 될 텐데 먼저 김 의원에게 우선권을 주고 싶다고 하기에 매입했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다른 사람들도 나무를 심길래 그렇지 않아도 나도 나무를 심으려 한다”고 말했다. 주승용 바른미래당 의원(국회부의장)도 2017년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에 밭과 임야를 매입하면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주 의원은 “(아내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화성산업의 양곡 저장 창고 신축을 하려고 임야와 농지 4000여평을 매입했는데 대다수 농지취득자격증명이 필요 없는 제1종 주거지역이었다. 이 가운데 48평 정도가 자연녹지지역이어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는데 은퇴 시기가 다가오니 48평 정도는 텃밭을 가꾸거나 과일나무를 심을 계획으로 서류를 제출했다.


현재는 수십년 소작을 하신 할머니가 일을 하셔서 자경을 유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도 2016년 9월 ‘주말 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은 뒤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밭에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 세 대를 설치했다. 772㎡ 면적의 밭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농림부 농지과 관계자는 “농지법 23조에서 공직 취임 등으로 휴경하는 예외적 규정을 허용하고 있지만, 이는 기존 소유 농지에 대한 불가피한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다. 사실상 자경할 수 없다면, 의원 신분 상태에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선 안 된다”고 말했다.


■ 보도블록 깔린 밭, 뒤늦게 철거한 의원


지난해 12월28일 세번째 찾아간 원유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 주위로 적막감이 감돌았다. 농지에 설치된 컨테이너 옆에 주렁주렁 매달린 옷가지가 전날 밤 모두 치워진 뒤였다. 원 의원 아들의 친구는 자동차를 몰고 와 취재진에게 “왜 남의 땅에 함부로 들어왔냐”며 윽박지르고는 옆에 개를 태운 채 농로를 따라 전속력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원 의원 쪽은 농지에 깔린 보도블록과 농지법 위반 규모의 컨테이너를 제거하기 위해 업자를 불렀다. “보도블록 바닥이 수십평은 되겠구먼.” 바닥을 둘러보던 업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원 의원 아내의 측근인 김아무개 시의원이었다. 김 시의원은 “오늘이라도 당장 보도블록을 깨 달라”고 요구했고 업자는 “오늘 당장 제거는 어렵다”고 말했다.


“원 의원 땅에 농지법 위반 사항이 없다”던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행정복지센터는 취재진이 다녀간 뒤에 뒤늦게 규정 위반 규모의 보도블록을 확인하고 철거를 명령한 것이다. 농지법 시행규칙은 20㎡ 이하 농막용 컨테이너를 허용하지만 그 이상은 따로 허가를 받아야 한다. 농기계 보관에 필요한 농막을 과도하게 허용할 경우 농업 목적 외 다른 용도로 사용할 것을 우려해서다. 원 의원 아내가 2016년 매입한 농지에는 비닐하우스와 컨테이너 두 대가 설치돼 있었고 일부 바닥에는 보도블록이 깔려 있었다.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갔더니 팩스기, 전화기 두 대, 사무용 책상, 각종 서류, 옷가지 등이 있었다. 비료 등 농사를 지은 흔적은 있었다. 원 의원은 “블루베리 농사를 직접 지어왔다. 몇분 간격으로 굉음을 내는 고속철도가 머리 위로 지나가는 농지를 (농업 아닌) 다른 이유로 구입할 이유가 없지 않겠느냐. 규정을 몰라서 실수로 컨테이너를 두 대 설치하고 보도블록을 깔았는데 모두 철거했다. 조금의 실수도 나의 잘못이며, 아들이 필요한 물건을 컨테이너에 넣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받고도 기억 못 하는 의원


“내가 농지를 매입한 적이 있습니까?” 본인의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사실을 잊은 의원도 있었다. 이정현 의원은 1996년 전남 곡성군 목사동면 용봉리 농지를 매입하면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농지를 매입한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던 이 의원은 이후 <한겨레>에 전화를 걸어와 “종친회에서 내 이름을 포함해 자손들 세 사람 명의로 산 농지인데 재산상 가치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이 지역구인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가 2008~2014년 벼와 잡곡, 묘목, 가시오가피 등을 재배하겠다고 매입한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원소리와 구만리 일대 농지 13만515㎡ 가운데 일부 땅도 버려지다시피 한 상태로 방치돼 있었다. 이밖에도 <한겨레>가 확보한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연도, 당시 매입자의 직장과 농지 위치 등을 봤을 때 과연 실제 농사 목적으로 산 땅인지 의심이 가는 사례가 대다수였다. “투기 목적의 취득은 전혀 아니다.” 농지 취득 절차상의 문제를 인정하거나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르는 의원들이 뒤섞인 가운데 이들은 모두 재산 증식의 목적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농지법과 자경 원칙을 규정한 헌법의 절차적, 실체적 정당성보다는 취득한 농지가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해명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원 의원 아내의 경우처럼 직접 농사를 지었다고는 하나, 이들의 농업 경영 행태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단속은 사실상 부재했다.


■ 손쉬운 취득이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부른다


일부 의원들의 사례처럼 한국에서는 누구나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손쉽게 농지를 매입할 수 있다. 이제 농지법은 아무나 어기고, 누구나 어기고서도 법을 위반했다는 의식조차 느끼지 않는 게 현실이다. 쉽게 취득할 수 있는 농지 매입 절차로 인해 비농업인들의 투기 수요가 만연해지고 진짜 농부들의 자경 비율은 감소하게 된다는 사실은 망각된다. 경기도, 인천에서 만난 수많은 농부는 “통계에 잡히진 않지만, 이 일대 농지의 80~90%가 농사짓지 않는 외지인들이 사들인 땅”이라고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2014년 12월 발간한 ‘농지 거래 행태 조사와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를 보면, 비농업인의 농지 매입이 늘어날수록 농지 거래 면적은 점차 감소하고 외지인들의 매입 비중은 증가하는 추세다. 농지취득자격증명 발급 한 건당 농지 면적이 2004년 2400㎡에서 2013년 1800㎡로 감소했다.


거래 관행을 보면 같은 마을, 옆 마을 주민과의 거래 비중은 1997년 61.5%에서 2014년 44.3%로 감소했다. 다른 시·군 사람과의 거래 비중은 같은 기간 21.3%에서 26.2%로 증가했다. 2013년 우리나라 농지 매매 면적은 5만4402㏊로 전체 농지 면적의 3.2%다. 이 보고서를 보면 2004~2005년 농지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했는데 “당시 혁신 도시 지정 등으로 인한 개발 기대가 크게 반영된 결과”라고 지적한다. 일본의 경우 농지를 매입할 때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농업위원회의 ‘허가’를 받는 절차가 까다롭다. 이에 따라 일본은 한국보다 농지 면적이 2배 이상 넓지만 농지 거래 면적은 연간 3만1000~3만9000㏊ 정도로 우리나라의 절반에 그친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한겨레>의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연재에 지난 4일 성명을 내어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들이 농지법을 위반하면서까지 농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정치권의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실제 영농 활동을 하지 않으면서 농지를 가진 국회의원들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속죄하기 바란다. 앞으로 침묵으로 일관할 경우 14만 회원을 비롯한 250만 농업인은 앞으로 다가올 21대 총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반드시 그 책임을 따져 물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비판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90012.html



하수처리도 안되는 마을에…의원들, 빌라 짓고 도로 깔고


인천 계양 다남동 논밭 3528㎡
유동수 의원 아내가 사들인 뒤
그린벨트 풀려 다세대주택 추진

주민들 “생활하수 우려” 반대하자
유 의원 대학 동창인 송영길 의원
“도로 확장” 민원 듣고 예산 따내줘


“농지 투기를 한 것은 맞죠. 그래도 의원님들 덕분에 마을에 도로가 생겨서 고마운데 어떻게 길이 개설됐는지 얘기하기 조심스러워요.”

“고맙긴, 뭐가 고마워? 주민들 이용한 거지.”


지난달 25일 인천 계양구 다남동 김승환(61)씨 등 주민들이 길이 635m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국비 25억원을 확보해 놓인 도로는 다남 3반의 진입로다. 8m 너비의 도로는 인도가 제대로 확보되지 못해 위험해 보였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내인 ㅎ병원 의사 정아무개씨가 2015~2016년 다남동 농지에 다세대주택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민원이 발생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개설된 도로였다.


주민들은 20대 총선 선거운동 기간에 다남동이 속한 ‘계양을’ 지역구 후보인 송 의원, 인근 지역 후보였던 유 의원과의 만남을 요청했다. 송 의원은 이 자리에서 “도로 개설에 노력하겠다”고 답한 뒤 ‘다남동 역골로 133번길 도로 확장’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총선 과정에서 자유한국당 경쟁 후보 오아무개씨가 유 후보를 향해 “아내가 투기로 사들인 땅에 빌라를 지었다”며 사퇴 압박을 이어가던 때였다. 유 의원은 송 의원이 인천시장을 지내던 2010~2014년 민선 5기 인천시장 인수위 전문위원과 인천도시공사 상임감사 등을 지냈다. 송 의원과 유 의원은 연세대 경영학과 81학번 동기다.


■ 그린벨트 해제 공고 11개월 전 농지 매입


정씨는 황아무개씨와 공동으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공고가 나기 11개월 전인 2004년 1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다남동 논밭 3528㎡를 매입했다. 정씨는 ‘벼 및 고등 채소’를 재배하겠다고 허위로 토지거래 허가를 받아 농지를 취득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국토교통부 장관 또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지정하는 지역으로, 실수요자 외에는 매입할 수 없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토지의 경우 매입하려는 사람이 ‘토지 이용 목적’을 기재하고 지방자치단체장으로부터 토지거래계약 허가증을 발급받아야 취득할 수 있다.


정씨는 매입 뒤 농사를 짓지 않고 곧바로 소작농을 뒀다. 2008년 소작농이 받아야 할 쌀 직불금도 대신 받아 챙겼다. 몇 가지 예외사항은 있지만, 농지법은 농업경영 목적이 아니고서는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사인 간 임대차에 따른 소작농을 허락하지 않는다. 정씨가 쌀 직불금을 수령한 이듬해 직불금 수령 요건이 연봉 3700만원 이하로 제한되면서 받지 못하게 됐다.


정씨 등이 땅을 매입한 시점은 인천시 공무원들이 다남동 등 개발제한구역 해제 예정지인 농지를 대거 사들여 적발되던 때다. 인천 계양경찰서는 2003년 9월13일 시세차익을 노리고 농사를 짓겠다고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 등을 발급받은 혐의로 구청 공무원 3명을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농지의 경우 면사무소 등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지 못하면 매입 또는 등기할 수 없다. 이들이 2001년 5월부터 2003년 3월까지 10억원을 투자해 다남동, 김포 고촌면 등 개발제한구역 농지 3000여평을 매입해 벌어들인 시세차익은 15억원이었다.


부가 수도권 등 7개 대도시권의 개발제한구역을 부분 조정 하겠다고 1999년 ‘그린벨트 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한 뒤 지방자치단체마다 그린벨트를 해제했다. 정씨가 사들인 농지는 11개월 만에 인천시가 그린벨트 해제 공고를 냈고, 2006년 6월 토지 용도가 ’자연녹지 지역’에서 다세대주택 등을 지을 수 있는 ‘제1종 일반 주거지역’ 농지로 변경되면서 시세가 급등했다. 실제 농사는 지역 주민인 이아무개씨가 짓고, 농지만 사들인 정씨 등은 시세차익을 얻었다.


유동수 의원의 아내 등이 건축한 다세대주택 홍보 전단. 1차(18세대), 2차(18세대), 3차(18세대) 등 총 54세대를 짓겠다고 나와 있다.
유동수 의원의 아내 등이 건축한 다세대주택 홍보 전단. 1차(18세대), 2차(18세대), 3차(18세대) 등 총 54세대를 짓겠다고 나와 있다.


■ “하수도조차 없는 마을에…편법 쪼개기 분양” 민원 발생


“오폐수 시설이 없어서 생활하수가 논 옆 도랑으로 흘러들어가는 마을에 무슨 54세대 다세대주택입니까?”

그린벨트도 풀린데다 다남동 해당 농지에서 1.5㎞ 거리에 계양역까지 생기면서 땅값은 공시지가 기준 2004년 4만1100원에서 2016년 44만8200원까지 10배 이상 뛰었다. 정씨 등은 2015년 농지에 54세대 빌라를 짓겠다는 홍보 전단을 배포했다. 오폐수 처리 시설이 없는 다남동 3반에는 당시 32가구가 거주하고 있었다. 작은 마을 주민들로서는 54세대 주택이 들어설 경우 환경오염이 심각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단독주택을 비롯해 다가구주택, 다중이용시설인 식당 등에서 배출하는 생활하수가 논밭 고랑, 개울을 타고 농수로로 흘러드는 상황이었다. 마을 주민들은 다남동이 고향인 이한구 전 시의원과 함께 반대운동에 돌입했다.


주민들은 건축주가 ‘편법 쪼개기 분양’을 한다고 계양구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정씨 등 건축주는 54세대를 분양한다고 홍보해놓고는, 건축법 규정에 맞게 18세대 건축 신고를 해 구청으로부터 2016년 2월 허가를 받았다.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를 놓겠다고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을 뿐, 예산이 없어 아직 개설되지 못한 6m ‘계획 도로’가 건축 예정 부지와 접해 있으면 18세대 다세대주택을 건축할 수 있다. 그러나 30세대 이상 다세대주택을 짓기 위해선 주택법상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야 한다. 도로 확보, 주차장, 경비실 등 부대시설 기준이 강화될 뿐만 아니라 필요할 경우 심의 과정에서 경관법, 도시교통정비촉진법 등 다양한 법률적 검토를 받아야 건축물을 지을 수 있다.


실제 건축 예정 부지와 접해 있는 ‘현황 도로’가 2m에 불과한 마을에서 54세대 건축으로 ‘사업계획 승인’을 받기는 어렵다. 엄격한 심의 규정을 회피하고자 건축 신고를 쪼개서 하는 업자들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주거 환경이 열악해지자 의정부지방검찰청이 2016년 10월 주택법 위반 혐의 등으로 건축주들을 대거 적발하기도 했다. 54세대 홍보 전단을 들이밀며 주민들이 계양구청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건축주가 18세대 건축 신청을 했을 뿐이어서 건축법에 맞게 허가를 내줬다. 현장을 확인해도 추가로 진행되는 건축 관련 사항은 없다. 아직 50세대 이상 건축하겠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아니지 않으냐.”


소방도로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10년 전 두 차례 화재가 발생했으나 소방차가 들어오지 못해 불길을 잡지 못했다. 주민들이 계양소방서에 이 마을로 소방차 진입이 가능한지 공식 질의를 던졌다. 계양소방서는 “해당 마을로 진입하는 도로는 두 개인데 한쪽으로는 진입이 아예 불가능하고, 다른 길은 소형 소방차 진입은 가능하다. 신속한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이 전 시의원은 “계양구청은 법적 최소 요건만 맞으면 허가를 내주는 행정편의주의 행태를 보였다”고 비판했다. 이 마을에는 지금도 하수도관이 없다.


갖가지 노력에도 자신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는 구청에 주민들은 지쳐갔다. 건축업자들이 2016년 설 명절에 주민들에게 갈비 세트를 돌렸고 일부 주민들은 받지 않겠다고 거절했다. 주민 김승환씨는 “갈비 한 세트, 사과 한 박스를 받아도 받았다는 마음에 건축 반대를 하기 어려운 게 이 마을의 분위기”라고 말했다.


■ ‘투기’라며 사퇴하라던 경쟁 후보도 다세대 건축 뛰어들어


1일 오전 인천 계양구 다남동 마을 모습. 사진 맨 오른쪽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이 지은 ㅇ파크 빌라, 왼쪽 하얀색 다세대주택이 20대 총선에서 유 의원과 경쟁했던 자유한국당 오아무개 후보가 투자한 빌라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일 오전 인천 계양구 다남동 마을 모습. 사진 맨 오른쪽이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 등이 지은 ㅇ파크 빌라, 왼쪽 하얀색 다세대주택이 20대 총선에서 유 의원과 경쟁했던 자유한국당 오아무개 후보가 투자한 빌라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대 총선 과정에서 건축주가 당시 계양갑 지역구 후보인 유 의원 아내임을 알게 된 주민들은 당시 지역구 의원 후보였던 송 의원과 유 의원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유 의원은 이 자리에서 송 의원에게 하소연했다. “(경쟁 후보가) 나보고 사퇴하래.” 지역 주민들이 다세대주택 공사를 강행할 것 같으면 마을 진입 도로라도 확장해달라고 요구하자 송 의원은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송 의원은 원래 공약에 없던 다남동 역골로 133번길 확장을 공약에 추가했다.


유 의원 당선 이후에도 주민들이 반대를 완전히 멈추지 않자 주민과 건축주 사이에 협의가 시작됐다. 건축주가 마을기금 2000만원을 내는 조건으로 더는 문제 삼지 않겠다는 데 주민들이 동의했다. 협의서를 쓰는 과정에 유 의원 보좌관 정아무개씨가 참석했다. 유 의원 아내의 다세대주택은 2016년 8월 분양을 시작했다. 문제는 그 뒤였다. 구청이 한 번 허가를 내주자 다른 다세대주택들도 들어섰다. 유 의원에게 사퇴 압박을 하던 자유한국당 오아무개 후보도 선거에서 진 뒤 다세대 건축에 뛰어들었다. 다남동 마을 주민인 오씨의 누나가 살고 있던 집을 허물고 다세대주택을 짓는 데 건설업을 하는 오씨가 동참한 것이다. 20대 총선 당시 인천 계양갑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자유한국당 후보로 경쟁했던 두 사람의 다세대주택이 같은 동네에 나란히 자리하게 된 것이다.


송 의원이 공약으로 제시한 역골로 133번길 도로는 현재 1구간만 완공된 상태다. 김씨는 “유 의원 아내가 다세대주택을 짓기 이전부터 10년간 ‘구청장과의 대화’ 등 자리가 마련될 때마다 참석해 도로 확장을 요구했다. 그때마다 마을 인구수가 적어 당장 개설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유 의원과의 관계 때문에 송 의원이 해준 것 아니겠느냐”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전 시의원은 “다남동, 둑실동, 이화동 등 인근 그린벨트 해제 지역의 도로는 2m로 다들 열악하다. ‘개발제한구역 지원사업’이 있긴 하지만 한 해에 2곳이 선정될 뿐이어서 이들 지역이 다들 도로 예산 확보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예산의 우선순위라는 게 있는데, 선거 기간에 한 의원은 농지에 빌라 짓고 다른 의원은 이 과정에서 나온 주민 민원을 해결하는 과정 자체의 ‘동기’가 불순하다”고 지적했다.


■ 그들만의 부동산 공화국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 예산을 확보한 다남동 역골로 133번길을 지난달 25일 마을 주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인천/박유리 기자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 예산을 확보한 다남동 역골로 133번길을 지난달 25일 마을 주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인천/박유리 기자

  

소방도로조차 없는 열악한 마을에 도로 개설을 위해 국비를 확보한 행위는 지역구 의원의 업무 범주에 속한다. 문제는 그 과정이다. 유 의원 아내의 편법 쪼개기 건축 계획으로 발생한 주민 반대와 민원을, 송 의원이 접수해 공약과 예산 확보로 도움을 줬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송 의원은 “선거 때 문제가 돼서 유 의원 아내 땅이 다남동에 있는지 처음 알았고, 구청에 알아보니까 허가를 내줄 만한 것이어서 특혜를 준 바가 없다고 하더라. 내 지역구가 도농복합 지역인데 도로 폭 넓혀달라는 게 상설 민원이다.


공약은 원래 선거 과정에서 계속 민원을 받아 추가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형우 계양구청장은 아주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는 사람이다. 나는 객관적으로 행정을 잘해서 (박 구청장) 공천을 지지해서 해준 거고, (지난해 6월 구청장이) 3선에 당선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의원은 “농사를 지으려고 해당 농지를 매입했고 우리 부부 대신 공동 소유주가 매입 초기에 농사를 지은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54세대를 건축하려던 목표는 건축법이 이후 강화되면서 결국 실현되지 못했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정씨는 분양 이후인 2017년 1월 다세대주택을 건설하고 남은 논 1941㎡를 20억원에 팔았다. 한 의원의 아내는 농사도 짓지 않은 땅으로 차익을 남겼고, 동료 의원은 건축 과정에서 생긴 주민 민원을 국가 예산으로 해결해줬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89104.html


‘농부’ 행세하는 의원, 소작농은 직불금도 못챙긴다


김학용, 2005~07년 직불금 158만원 수령
김 의원 “잘못된 처신이었다”
유동수 의원 부인도 2008년 직불금 받아

농지 임대차 51.4%로 갈수록 증가
세금 감면 노려 ‘경작자 수령’ 막기도
직불금 연 1조5천억~1조8천억
농민들 “차라리 비료나 농약 줘라”


지난 2월9일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의 한 주택에서 트럭을 타고 논으로 나가려는 이아무개씨를 만났다. 그는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의 소작농이다. 이씨는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지만, 2008년 또는 2009년께부터 김 의원 소유의 논에서 농사를 지었다고 했다. 김 의원은 ‘농업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 2000년 논을 매입했지만 실제 농사는 이씨가 지었다. 김 의원 아버지도 초반에 농사를 지었지만 이후 노환으로 이씨가 전담하게 됐다.


김 의원은 2008년 직불금이 사회문제로 터지자 “공직을 떠나 있던 2005년에 ‘직불금을 명의자가 신청하지 않으면 불이익이 있다’는 아버님의 권고에 따라 별생각 없이 직불금을 신청했다. 직불금 수령 당시 제가 직접 농사를 짓고 있지 않았기에 제 명의로 직불금을 수령한 것은 잘못된 처신임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2005~2007년 세차례 158만원을 수령한 쌀 직불금 허위 수령을 사과한 것이다. 당시 왜 직불금을 수령하지 않았는지 이씨에게 물었다. 지난 3월22일에도 이씨의 집 앞에서 그를 만났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업경영’ 목적으로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양기리 363-5번지 논을 2000년 3월28일 취득하면서 발급받은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지법 59조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취해질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농지법에 따라 공직 취임 등으로 소작농을 둘 수는 있지만, 의원 당선 이전에는 원칙상 농지 매입자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농지취득자격증명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김 의원의 이름 등이 가려져 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농업경영’ 목적으로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양기리 363-5번지 논을 2000년 3월28일 취득하면서 발급받은 농지취득자격증명. “농지법 59조에 따라 부정한 방법으로 증명서를 발급받으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취해질 수 있다”는 문구가 들어 있다. 농지법에 따라 공직 취임 등으로 소작농을 둘 수는 있지만, 의원 당선 이전에는 원칙상 농지 매입자가 농사를 지어야 한다.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입수한 농지취득자격증명에는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김 의원의 이름 등이 가려져 있다.



―왜 직불금을 받지 않으셨나요?

“김 의원이 의원 되기 전부터 이야기된 거죠. (김 의원) 아버님하고 이야기한 거라.”

―도지를 싸게 하고 직불금 안 받는 거로요?

“그렇지.”

―도지가 싸면 얼마나요?

“다른 곳은 200평에 한 가마. 여기는 1200평에 한 가마. 그런데 소출도 얼마 없고 힘들지. 그러니까 싼 측면도 있지.”

별다른 개발 이슈가 없는 안성시 공도읍 농지인데도 이씨는 “서울이나 다른 도시 외지인들이 거의 90%를 사들였다”고 말했다. “여기서 자기 땅 크게 가진 사람이 별로 없어요. 문중 땅을 소유한 경우 아니면. 경기도는 다 그럴 거예요.”


―소작하시는 분들도 직불금 신청을 하면 받을 수 있는데 많이들 받지 못하세요.

“그렇죠. 원래 소작한 사람한테 줘야 하는 거죠. 그게 참 파고들기가 힘들어요. 그죠?”

이씨 옆에 서 있던 아내는 “(우리 땅 옆에 외지인이 사서) 갈대밭처럼 버려진 땅, 그런 걸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과거 공도읍 양기리 농지를 매입한 이유에 대해 “서른아홉살에 경기도의회 농림수산위원장이 됐는데 아버지께서 ‘명색이 네가 위원장인데 땅 한 평이 없어서 되겠냐. 싼 땅이 하나 나왔는데 네 앞으로 하겠으니 그렇게 알아라’라고 하셔서 갖게 된 땅이다. 서울 사람들이 투자하려고 땅을 사고 직불금을 착취하는 것은 문제인데 나는 그 케이스가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천 계양구 다남동 밭을 소유한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아내 정아무개씨도 2008년 한차례 직불금을 수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인천 ㅎ병원 의사 정씨는 2004년 농지를 매입했다. 정씨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직불금을 수령한 때는 직불금 파동이 터지던 시기다. 2008년 당시 이봉화 보건복지부 차관 등 사회 각계 고위층이 쌀 직불금을 부당 수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직불금 파동으로 번졌다. 정부는 직불금 수령 자격을 제한하기 시작했다. 2009년부터 농업 외 소득이 연간 3700만원 이상이면 직불금을 지급하지 않는 등 실경작자 확인 절차가 강화되자 그해 쌀 직불금 신청자는 88만4325명으로 전해보다 20% 감소했다.


가짜 농부들이 직불금을 수령하지 못하도록 수령 요건이 강화됐다고 해도, 소작농들의 실제 삶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부들이 ‘자경’ 행세를 통해 양도세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으려면 소작인은 직불금을 받지 않고 숨어 있어야 한다. 농지 소재지 반경 30㎞ 안에 거주하면서 8년 이상 직접 농사를 지으면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조세특례제한법이 개정되면서 연 소득 3700만원 이상은 양도세 감면 혜택을 주지 않는 등 세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가짜 농부들은 ‘자경 행세’를 하며 소작농들이 직불금을 받지 못하게 가로막는다. 유 의원 아내 정씨가 2015년 다세대주택을 짓기 전까지 해당 논에서 일한 소작농 이아무개씨는 “땅주인들이 처음 농지를 매입할 때부터 내가 농사를 지었다. 그들은 전혀 농사를 지은 바가 없다. 직불금제가 개편됐어도 달라지는 건 전혀 없다”고 말했다. 2006년 6월 유 의원 아내의 농지 용도가 제1종 주거지역으로 바뀌면서 농지법상 사인간 임대차가 가능해졌지만, 이씨의 경우 2004년 1월 농지 매입 초기부터 농사를 대신해 지은 것이다.


지난 1월8일 인천 계양구 다남동 한 카페에서 만난 이씨는 “다남동 일대에서 8000평의 농사를 투자자들을 대신해 짓는다”고 했다. 농기계 굉음을 듣다 보니 청력이 약해진 그의 옆으로 다가가 앉았다.

“대개 땅주인들이 자기가 나중에 세금 적게 두들겨 맞으려고 ‘자경’하는 척해요. 땅주인이 소작농이랑 계약할 때 ‘자기가 짓는 거로 해다오’ 그렇게 하죠. 직불금은 저들이 다 먹어. 전부 다 편법이지. 차라리 직불금을 없애라, 난 그렇게 말해요.


정부가 몇조를 도와줬느니 신문에 나오잖아요. 그게 우리한테 오냐? 차라리 비료나 농약 그런 걸 사주라고. 그럼 시내 사람들이 우리를 줄 거 아니에요? 내가 다남동에서 300평, 400평, 1600평 등등 다 합쳐서 8000평 농사를 짓는데 직불금 받는 건 하나도 없어. 전국적으로 거의 다 그래요.” 이에 대해 유 의원은 “쌀 직불금은 수령했으나 땅의 또 다른 공동 소유주에게 넘겨줬다. 그가 어떻게 그 돈을 처리했는지 모른다”고 해명했다.


통계청의 임차 농지 비율 추이를 보면, 2012년 47.8%에서 2017년 51.4%로 증가한다. 농지은행 등을 통해 정식 임대차 계약을 맺은 농지 비율이다. 그러나 농지 소유자들의 자경 행세를 위해 드러나지 않는 계약 관계에 놓인 소작인과 임차 농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남의 땅에서 농사짓는 소작인 증가 추이는 통계청 수치보다 훨씬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 헌법이 규정한 ‘경자유전’의 원칙은 낡은 종이에 인쇄된 문구일 뿐이다.



국토교통부 ‘개별 공시지가 상승률’을 지목별로 보면 2016~2018년 3년 연속 가장 땅값이 오른 지목은 ‘밭’이다.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과 인천을 합친 규모(1549.4㎢)의 농지가 사라지면서 신도시, 산업단지, 고속도로 등으로 개발됐다. 대지보다 값은 싸지만 일단 개발이 되면 상승률은 높다.

“다남동은 90% 외지인 땅이라고 보면 되지. (1989년 김포에 속했을 때는) 여기가 땅 한 평에 2만7000원에 팔렸거든. 인천시가 되고 난 직후에 4개월 만에 4만5000원, 1년 만에 10만원이 됐어. 몇 곱으로 치솟은 거지. 지금은 평당 400만원쯤 하지.”


땅 소유자들이 불법 소작농에게 대리 농사를 짓게 하고 직불금마저 가로채는 상황은 수면 위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씨에게 이런 상황에 대한 정부 조사는 없는지 물었다. “조사? 그런 건 없어. 정부가 신도시 만들 때 농지를 수용하잖아. 정부에서 땅 매입할 때 소작인들한테도 3년간 농업 손실을 보상해주거든. 그것도 소작농이 받아갈 농업 손실금을 땅주인과 소작농이 반반씩 나눠.”

8000평 농사를 지으면 벼가 얼마나 수확되는지 물었다. “쌀이 120가마 나오겠네. 100가마라고 해봐야 2000만원이지. 기름값 빼고 기계 부치는 거 빼고 남는 게 뭐가 있어?” 정부가 한해 농가에 주는 직불금 규모는 1조5000억~1조8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부들에게 흘러들어가는 금액이 얼마인지는 알 수 없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89103.html



“장관님 생수 공장 어때요?”…알고보니 인근 수십만㎡ 땅 소유


지역구 농지 보유 36명 전수조사
안상수·염동열·주광덕 등 10명
소유지와 개발 수혜지 겹쳐
전문가 “잠재적 이해충돌 상황”


국회의원 공약 안에 자신의 땅이 있었다. 지역구에 농지를 보유한 의원 36명 가운데 10명이 자신의 땅과 가까운 곳에 개발 또는 각종 규제 해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한겨레>가 농지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 가운데 지역구와 농지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 의원과 비례대표를 제외한 36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10명(27.8%)의 토지가 개발 공약 수혜지와 인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으로 이해충돌이 우리 사회 쟁점으로 제기됐으나 여야 간 의견이 갈리면서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했다. 국회에 이해충돌 상황이 얼마나 빈번한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토지를 중심으로 공약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원의 포괄적 업무 범위 가운데 중심축인 공약과 각종 개발 정책이 값싼 농지와 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그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대다수 개발 공약은 지방자치단체나 국토교통부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으로, 의원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예산 확보와 법안 개정, 대정부 질문 등 직무를 수행할수록 개발 시기가 당겨지거나 자산 가치도 증가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일대 휴먼메디시티 조성 공약을 제시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선 5개월 뒤인 9월 길상면 온수리 농지 2필지를 샀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자신의 땅과 가까운 특정 목장을 거론하며 수목원과 연계된 사업을 산림청장에게 권유하고, 강원도 산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 변호사 신분이었을 당시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개발제한구역 농지를 매입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이 소유 토지 인근에 개발 공약을 제시하는 행위가 ‘잠재적 이해충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약도 실현되고 자신의 이익도 챙기는 잠재적 충돌 상황”이라며 “이해충돌 관련 입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토지와 공약의 연관성을 들여다본 자료는 이해충돌 방지를 입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의원의 경우 일반 공직자보다 포괄적인 업무를 하는데 공약 안에 토지가 있다면 잠재적 이해충돌의 요소가 있다. 다만 규제의 목적과 범위, 방식을 생각해봤을 때 어느 정도까지 행위를 규제해야 규제 비용보다 효과가 높을지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잠시 끓어올랐다 사그라진 이해충돌 관련 논의의 활성화를 위해 <한겨레>는 ‘잠재적 이해충돌’이 벌어지는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의원들의 공약과 함께 국회 상임위원회 발언, 국회에서 개최한 공청회 또는 토론회, 의원 요구로 추진된 정책 등을 종합 분석해 참고자료로 삼았다.



■ 동생과 보좌관이 참여한 개발 사업이 공약으로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설치된 컨테이너 밖으로 냉장고 1대가 놓여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의 농지에 설치된 컨테이너 밖으로 냉장고 1대가 놓여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인천 강화 ‘밭’ 매입한 안상수
동생 관여한 개발 사업 총선 공약
당선 뒤 위장전입해 밭 2필지 매입
2년 뒤 인천시장 바뀌며 무산됐지만
공약 나오자 인근 농지 거래 들썩
안 의원 “공약 냈지만 예산 안 받아”


자신의 땅 인근 개발 외치는 염동열
산지 활용·규제 완화 공약
갖가지 규제 허물기에 공들여
자기 땅 근처 산악 관광개발 앞장서
산림청장에겐 “수목원 사업 어떤가”
염 의원 “강원 땅, 80% 규제…해결 필요”


지난 2월26일 찾아간 인천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의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밭에서 농작물을 찾기는 어려웠다. 텅 빈 땅에 컨테이너 3대가 띄엄띄엄 설치돼 있었다. 검은 천으로 덮인 한 컨테이너 옆으로 고구마가 소량 심겨 있었다. 주민 김아무개씨는 “고구마 좀 심었는데, 심고 그냥 기다리는 수준이다. 이것도 (안 의원) 투자라면 투자지. 한 달에 한두 번 안 의원이 들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의 땅 옆으로는 집을 짓다 만 공사 현장과 비닐하우스가 보였다. 지나가던 또 다른 주민은 공사 현장 옆에 놓인 비닐하우스를 가리키며 “외지인이 사놓은 땅을 여기 사람이 소작해준다”고 말했다.


안상수 의원이 이 농지를 사들인 시점은 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지 다섯 달 뒤인 2016년 9월5일이다. 강화군 길상면 온수리에 밭 2필지(772㎡)를 9360만원에 매입하면서 6천만원을 대출받았다. 등기부등본을 보면, 안 의원은 해당 농지 전 소유자의 주소지로 위장전입한 뒤 밭을 사들였다. 인근 땅에 도로 등을 낼 수 있는 ‘승역지’ 설정을 한 뒤 땅을 등기했다. 자신의 농지 옆으로 도로가 나야 주택 건설 등 각종 개발 행위가 가능하다.


안 의원은 총선 당시 강화도 남단에 최고 수준 병원과 주거단지를 건설하겠다는 휴먼메디시티 공약을 내세웠다. 안 의원 동생이 투자유치본부장, 안 의원 보좌관 출신의 장아무개씨가 사업본부장, 서희건설 김아무개 부사장 등이 사내이사를 맡은 특수목적법인 강화경제자유구역프로젝트매니지먼트가 진행하던 사업을 공약으로 삼은 것이다. 총선을 5개월 앞두고 설립된 이 법인은 강화군 길상면 등 일원에 904만3천㎡를 메디시티로 조성하고 개발이익금으로 영종도와 강화도를 잇는 14.6㎞ 도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메디시티 공약이 나와서 우리 부동산만 해도 농지를 수십 필지 팔았다. 메디시티가 건설될 예상 용지를 매입하면 나중에 땅이 싼값에 강제 수용될 수 있기 때문에 그 인근 땅을 사야 효과가 더 낫다”고 귀띔했다. 그는 “총선에서 강화도 주민은 다리를 놓을 수 있다는 기대감에 안 의원에게 거의 몰표를 던졌다”고 덧붙였다. 공약이 이행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되거나 중앙정부의 개발 계획에 반영돼 국비를 확보하면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해당 사업은 진전되지 못했다.


해당 법인이 미국 투자자 파나핀토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무효가 됐다. 유정복 당시 인천시장이 2017년 11월 미국을 방문해 투자자를 만나는 등 해당 사업을 이어받았지만,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유정복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면서 사업은 사실상 무산됐다. 안 의원은 “강화도에 그런 사업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안했지만 정부 예산을 탄 것도 아니고 이해충돌 그럴 가능성은 없다. 주소지를 농지 전 소유주 쪽으로 옮긴 뒤 땅을 매입한 이유는 딱히 주소지를 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 행정상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농지를 산 이유를 묻자 “거기 살고 있다”고 답했다가 취재진이 해당 농지를 확인했다고 하자 “잠깐잠깐씩 들르는 곳”이라고 말을 바꿨다.


■ 그린벨트 땅 보유한 의원, 그린벨트 풀자고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철조망 너머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다. 철조망 옆으로 각종 공장 땅 광고가 붙어 있다. 구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철조망 너머가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다. 철조망 옆으로 각종 공장 땅 광고가 붙어 있다. 구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남양주시 고문 변호사 신분이던 1999년 7월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밭 2185㎡를 매입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밭은 한강 변에서 직선거리 580m, 당시 분양을 1년 앞둔 토평택지개발지구에서 1㎞ 떨어진 지역이다. 강동대교를 지나면 서울 강동구 고덕동과 연결된다. 주 의원은 “부모님께서 자녀 교육을 위해 논밭을 파셨던 기억이 있다. 상징적 의미로 농지를 매입해 배나무를 심고 농사를 지어왔다”고 매입 경위를 설명했다.


그는 2008년 18대 총선 당시 “구리시 전체 면적의 64.9%가 그린벨트 개발제한 지역”이라며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공약을 제시했다. 국회 법제사법위 위원이던 2010년 2월10일 국회 대강당에서 3D 입체영상산업 발전 전략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주 의원은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는 디지털 영상산업과의 접근성과 남양주 영화촬영소와의 연계 가능성을 보면 구리시 토평지구가 3D 입체영상산업 집적단지 조성지로 매우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토론회에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문화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김철민 문화부 문화산업정책과장 등이 참석했다. 문화부는 3개월 뒤인 그해 5월19일 “2015년까지 콘텐츠 기반 구축 등 4100억원을 투입하겠다. 이를 위해 집적화된 3D산업 클러스터 등을 조성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는 지방선거 유세 기간이던 2010년 5월29일 구리시를 방문해 “그린벨트를 풀어 100만평 정도의 3D 영상산업 단지를 조성해 기업을 유치하겠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3D 영상산업 단지는 실제로 구체화하지는 않았다.


토평지구는 지리적 이점으로 다양한 사업 대상지로 거론됐다. 토평지구는 구리시가 2007년부터 구상해온 구리월드디자인시티 사업이 구체화하면서 2015년 ‘개발제한구역 조건부 해제’ 결정을 받았다. 일대 농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됐으나 구리시가 2016년 사업을 철회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됐다. 주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소유 농지를 개발하고자 (그린벨트 해제) 공약을 내지 않았다. 3D 영상산업 토론회에서 거론한 토평지구는 (내 땅에서 떨어진 아천동) 워커힐호텔 쪽을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당 농지는 공시지가 기준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7.3배 상승했다.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를 바라보는 기자의 뒷모습. 주 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배나무를 심었으나 캐어냈고 대추나무를 심기 위해 택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 소유 농지를 바라보는 기자의 뒷모습. 주 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배나무를 심었으나 캐어냈고 대추나무를 심기 위해 택배를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구리/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국토부 장관에게 생수공장, 산림청장에 삼양목장과 연계 사업 제안



“산악, 해양을 아우르는 올림픽 배후관광도시를 추진해야 합니다.” 2013년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의원 오찬 자리에서 염동열 의원이 건의하자 박 대통령이 “긍정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의원 당선 전 민간인 신분이었을 때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주장해온 염 의원은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에 토지 23만791㎡를 보유하고 있다. 지목별로 보면 농지 9303㎡, 임야 10만7849㎡, 목장용지 11만3639㎡ 등이다.


염 의원은 특히 산지 규제 완화를 통해 산악 관광이 조성될 수 있도록 앞장섰다. ‘산지 활용 및 이용에 관한 규제 완화’를 2016년 20대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염 의원은 백두대간보호법·국유림법·초지법 등 대관령 일대 산지와 관련된 규제를 풀기 위해 민간단체 등과 함께 각종 세미나를 개최해왔다.


규제 해제에 힘쓰는 한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이 진행하는 각종 산지관광 추진 활동에 도움을 줬다. 염 의원은 2015년 7월16일, 전경련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평창동계올림픽 활용방안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승철 민관합동창조경제추진단장(전경련 부회장)은 “범국민 산악관광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규제 완화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특히 주목할 점은 전경련이 국회와 정부에 건의한 산악관광 정책 과제 중 하나인 한국판 ‘스위스 융프라우 산악열차’의 사업 예정지가 염 의원 소유 임야와 목장용지에서 2.2~4.5㎞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대관령 삼양목장과 하늘목장 일원에 산악열차, 곤돌라, 청정 산악 테마 빌리지, 산악 승마 클러스터 등을 조성한다는 계획인데, 이 계획이 성사되면 인근 부지도 산지 규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산악열차 주변으로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전경련 등의 제안에 정부도 규제 완화를 예고했다. 정부가 2016년 7월7일 열린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프리존특별법’을 통해 대관령 일대 백두대간보호법·국유림법·초지법 등 규제를 일괄 완화해준다고 밝히자 염 의원은 “특히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에서 산악철도를 비롯해 관광사업 활성화로 지역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반색했다. 2016년 7월29일 염 의원은 유일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문순 강원도지사 등과 함께 평창군 알펜시아 스타디움에서 산악관광 간담회를 하고 대관령 하늘목장을 둘러보았다.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사업은 추진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 9월20일 규제자유특구 및 지역특화발전특구에 관한 규제특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대관령 산악관광 규제 특례는 빠졌다.


염 의원은 또한 자신의 소유 토지와 인접한 삼양목장 주변으로 각종 개발 사업을 정부 부처에 제안했다. 2013년 11월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에서 산림청장에게 삼양목장과 공동 운영하는 수목원을, 국토교통부 장관에게는 삼양목장 인근에 조성 중인 상수원에 생수 공장을 제안한 것이다.


염 위원: 림청장님 계십니까? 수목원 아시지요? 지금 대관령수목원 하시려는 것?


산림청장 신원섭: 예, 알고 있습니다.


염 위원: 그러니까 수목원 제가 여러 차례 만났고요. 또 삼양목장도 여러 차례 만났습니다. 이렇게 두 가지를 합하면 세계에서 제일 큰 수목원이 될 수가 있어요. 그래서 기업이지만, 기업과 산림청도 융합을 해서 세계적인 수목원을 만들어줄 수 있으시겠지요? (…) 국토교통부 장관님, 어디 계시지요? 역세권 관광도 한번 검토해 보십시오. 대관령에 상수원을 600억 들이는데 이것도 지방자치단체나 민간기업하고 연결해서 생수 공장도 한번 해보세요.


자신의 토지와 가까운 곳에 각종 사업을 제안한 행위가 특정 기업과 자신의 토지 가치 상승을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이에 대해 염 의원은 “산림청이 삼양 땅을 환원받아 수목원을 조성하려는데 삼양이 땅을 내놓으려고 하지 않아 중재한 것이다. 생수와 관련된 발언도 나라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삼다수 같은 물을 팔라고 한 것이다. 강원도 땅의 80% 이상이 규제에 매여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산지 규제 해제 공약을 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염 의원이 보유한 토지 중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와 봉평면 덕거리 농지 1만9531㎡는 1996~2008년 매입한 땅이다. 의원 당선 이전 지역에서 건설업 등을 하던 염 의원에게 농지를 매입한 경위를 묻자 “관광농원 등을 하려고 샀었다. 내가 농사를 지은 것은 아니고 공동 매입자가 농사를 지어왔다”고 설명했다. 이들 농지는 매입 당시 공시지가 1억4043만원에서 지난해 9억1143만원으로 6배 이상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공시지가는 시세의 3분의 1 수준이다.


■ 공약 제시할 때 관련 재산도 함께 공개해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이해충돌 방지 가이드라인은 이해충돌을 ‘잠재적 이해충돌’과 ‘실제적 이해충돌’로 구분한다. 뇌물, 횡령 등 명백한 형법 위반은 아니지만 의원 활동에 이해관계가 스며들어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직한 부패’가 만연한다고 보고 잠재적 충돌 상황을 사전에 관리한다는 취지다.


캐나다 공직자는 정부 결정, 정책에 따라 직간접적으로 자산 가치가 달라지는 ‘통제 재산’을 신고하고, 영국 하원의원은 토지와 가족, 고용 등 12개 항목을 작성하는 ‘이해관계 등록제’에 따라 변동 사항이 생길 때마다 갱신해야 한다. 미국 의회는 지난 1962년 제정한 이해충돌방지법을 20세기 가장 위대한 법률로 꼽는다. 적지 않은 미국 공직자들이 비용을 들여가며 굳이 의무가 아닌 선택 사항인 백지위임신탁 제도를 이용해 신탁회사에 자산을 맡기는 이유도 개인적 이해관계에 발목이 잡혀 정책상 공정성을 잃었다는 비판과 오해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법안’이 2015년 입법 과정에서 ‘청탁금지법’으로 축소된 이유는 공직자의 업무 범위로 인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이해충돌을 법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자신의 소유 토지 인근에 도로 확장 등 각종 개발 공약을 제시한 대다수 의원들도 “땅값을 올리려는 의도로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공약 대상지) 근처에 소유 땅이 있다고 해서 문제라면 지역구에 땅이 있는 의원은 지역 발전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얘기가 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의원 활동 범위가 넓은 만큼, 지역 발전과 정책적 필요에 따라 공약과 자신의 소유 토지가 겹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해충돌 관련 제도가 마련되거나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우연성이 누적되면 공적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권익위원회가 개최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을 위한 공개토론회’에 발표자로 참여했던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해관계가 걸려 있으면 관련 공약을 제시할 때 재산을 함께 ‘공개’하는 수준에서 잠재적 충돌 상황을 사전 관리하는 방안도 있다”며 “공약을 추진하되 부동산을 사전에 공개하면 사적 이해관계 반영을 제어하고 모니터링도 할 수 있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국회윤리법 제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의원에 대한 사후적 감사, 징계보다 사전적 예방과 상담을 하는 것이 (이해충돌) 독립기구의 더 큰 목적이다. 본의 아니게 지탄받지 않도록 미리 자문을 요청해서 회신받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해충돌 방지법안을 대표 발의한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해충돌을 잠재적 상태부터 실질적 이해충돌까지 폭넓게 관리하는 이유가 있다”며 “이해충돌 방지 제도가 보호하고자 하는 가치는 공직자가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신뢰’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이해충돌 독립기구 구성과 관련 법 제정은 공직자 개인의 도덕성을 공적 제도를 통해 ‘믿을 수 있도록’ 하는 초석이자 공적 신뢰를 높이는 최선의 방안이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88638.html



지역구 개발공약, 그 안에 의원 땅 있었다


지역구 농지 보유 36명 전수조사
안상수·염동열·주광덕 등 10명
소유지와 개발 수혜지 겹쳐
전문가 “잠재적 이해충돌 상황”


국회의원 공약 안에 자신의 땅이 있었다. 지역구에 농지를 보유한 의원 36명 가운데 10명이 자신의 땅과 가까운 곳에 개발 또는 각종 규제 해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것으로 3일 확인됐다.


<한겨레>가 농지를 갖고 있는 국회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 가운데 지역구와 농지 주소가 일치하지 않는 의원과 비례대표를 제외한 36명을 전수조사한 결과, 10명(27.8%)의 토지가 개발 공약 수혜지와 인접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혜원 의원의 목포 부동산 매입으로 이해충돌이 우리 사회 쟁점으로 제기됐으나 여야 간 의견이 갈리면서 정치적 논쟁으로 변질했다. 국회에 이해충돌 상황이 얼마나 빈번한지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토지를 중심으로 공약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회의원의 포괄적 업무 범위 가운데 중심축인 공약과 각종 개발 정책이 값싼 농지와 임야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점을 고려해 그 연관성을 분석한 것이다.


대다수 개발 공약은 지방자치단체나 국토교통부가 이미 추진 중인 사업으로, 의원이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예산 확보와 법안 개정, 대정부 질문 등 직무를 수행할수록 개발 시기가 당겨지거나 자산 가치도 증가했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인천시 강화군 길상면 일대 휴먼메디시티 조성 공약을 제시한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당선 5개월 뒤인 9월 길상면 온수리 농지 2필지를 샀다.


염동열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3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자신의 땅과 가까운 특정 목장을 거론하며 수목원과 연계된 사업을 산림청장에게 권유하고, 강원도 산지 관광 활성화를 위해 규제 완화에 앞장섰다. 변호사 신분이었을 당시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개발제한구역 농지를 매입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 추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이 소유 토지 인근에 개발 공약을 제시하는 행위가 ‘잠재적 이해충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약도 실현되고 자신의 이익도 챙기는 잠재적 충돌 상황”이라며 “이해충돌 관련 입법이 미비한 상태에서 토지와 공약의 연관성을 들여다본 자료는 이해충돌 방지를 입법화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유봉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의원의 경우 일반 공직자보다 포괄적인 업무를 하는데 공약 안에 토지가 있다면 잠재적 이해충돌의 요소가 있다. 다만 규제의 목적과 범위, 방식을 생각해봤을 때 어느 정도까지 행위를 규제해야 규제 비용보다 효과가 높을지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88637.html



“나들목 내자”던 의원, 고속도로 인근 농지에다 ‘2층집’


고삼 수변 개발사업 공약 내건 김학용
당선 이듬해 농지·임야 산 뒤 집 지어
농지는 주변 땅의 반값에 매입
4개월 만에 미실현 차익 2억3천여만원

환경부 생태 훼손 우려했지만
나들목·휴게소도 들어설 예정
김 의원 “거주하려고 샀으며 이사할 것”


김기덕 감독의 영화 ‘섬’ 촬영지인 경기도 안성시 고삼 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2층 주택에선 인기척이 들리지 않았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은 2016년 4월 총선에서 고삼 저수지 수변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내세운 이듬해 7월과 12월 저수지 하류 쪽인 고삼면 월향리에 농지 836㎡와 임야 692㎡를 3억8382만원에 매입해 이 집을 지었다.


저수지 상류를 교량으로 통과하는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2022년 완공되면 서울까지 거리는 40분대로 단축된다. 저수지 상류에 나들목과 휴게소도 세워진다. 김 의원은 “도로공사 의견도 그렇고 나도 적극 찬동했다. 고속도로는 주민이 이용하게 진출입로가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2008년 11월26일 한국도로공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고삼 나들목과 휴게소 설치를 요구하기도 했다.


환경부는 고삼 저수지 인근이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 철새 개체 수를 조사하는 ‘조류 동시 센서스’ 지역이어서 교량과 휴게소를 최대한 우회 또는 이격해달라고 도로공사에 기관 협의 의견을 냈으나, 최종적으로 휴게소 면적 500㎡를 줄이고 교량은 저수지를 근접 통과해 조망권이 확보되는 방안으로 결정됐다. 김 의원은 지난해 7월부터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 고속도로 휴게소에 친환경 농민 시름…4개월 만에 미실현 시세 차 2억3000여만원


20대 총선에서 고삼저수지 수변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낸 이듬해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월향리 농지와 임야를 매입해 지은 2층집에서 저수지가 한눈에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20대 총선에서 고삼저수지 수변 개발 사업을 공약으로 낸 이듬해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경기도 안성시 고삼면 월향리 농지와 임야를 매입해 지은 2층집에서 저수지가 한눈에 보인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강과 달리 저수지는 고인 물인데 휴게소에 정차하기 위해 속도를 늦추는 차량에서 나오는 타이어 분진 등이 수질을 오염시키겠죠. 농민들은 반대하다 체념 한 것 같아요. 당장 오염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10년 지나면 친환경 농사짓겠습니까?”


고삼면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김사욱씨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고삼면은 1994년 국내에서 최초로 친환경 농사를 시작한 지역 중 한 곳으로 경기도 학교 급식과 친환경 농산품 협동조합 ‘한살림’에 연근과 쌀 등을 납품한다. 고삼농협 관계자는 “고삼면 일대 농지 300㏊ 가운데 150㏊가 친환경 농사를 짓는다”고 설명했다. 고삼면은 농업과 저수지를 찾는 낚시꾼 접객으로 생계를 잇는 어업인이 많다. 어업계장 유성재씨는 “휴게소 불빛 공해도 그렇고 교량이 하류가 아닌 어류들이 산란하는 상류를 지나는데 물고기가 폐사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초안과 본안, 보완 1·2차 협의 단계에서 줄곧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저수지 및 하천 등 수변을 교량으로 통과하는 구간은 수생환경 및 조류 등 생물 다양성에 직간접적 영향이 예상되므로 경계선으로부터 최대한 이격하거나 우회해야 함. 특히 고삼 저수지는 환경적 측면에서 보전의 필요성이 높은 지역으로 휴게소 설치는 변경 방안을 재검토해 보완 제시”(전략환경영향평가), “생태 자연도 1등급지가 훼손되는 구간은 터널 출입구, 교각 설치 등에 따른 훼손을 최소화 또는 제척할 수 있는 방안을….”(환경영향평가 본안 이후 1차 보완 의견)


그러나 교량은 저수지를 통과해 생태자연도 1등급지 산을 지나는 쪽으로 설계됐다. 교량 높이에 맞추어 생태자연도 1등급지인 산악 지역을 깎아야 한다. 한국도로공사 품질환경처 관계자는 “휴게소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될 수 있기 때문에 환경부 의견을 따라 저수지에서 휴게소를 좀 이격시키고 면적을 줄였다. 산을 깎기 때문에 (야생 동물을 위한) 생태통로를 만드는 대안으로 환경부와 협의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안성-성남 구간에 대해 최종적으로 ‘조건부 동의’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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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김 의원이 평당 107만여원에 농지를 취득한 지 4개월 만에 바로 옆에 자리한 같은 조건의 농지가 두 배에 가까운 평당 199만여원에 팔렸다. 4개월 만에 2억3272만원의 미실현 차익을 봤다고 할 수 있다. 고삼저수지 월향리 일대 땅은 경기도 성남에 거주하는 정아무개(87)씨 가족이 대다수 보유하고 있다. 정씨 가족이 2017년 월향리 일대에서 매매한 농지와 대지 등 5개 필지를 보면, 177만~199만원에 거래됐다.


 소유주로부터 땅을 반값에 매입한 경위를 묻자 김 의원은 “팔리지 않아 땅 주인이 7년 전부터 사달라고 했던 토지를 제값을 주고 샀다. 가격이 높아 지인들이 만류했으나 거주 목적으로 샀으며 고등학생인 자녀 학업이 끝나면 그 집에 이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이 일대에서 집을 지을 경우 농지와 대지 건폐율이 20%로 동일하기 때문에 가격 차이는 10%밖에 나지 않는다. 농지에 집을 지으면 지목이 대지로 변경되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전 소유주는 서로 아는 사인데 정치인이고 하니 싸게 준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취재 과정에서 <한겨레>에 내용증명을 보내 “고삼 스마트 나들목(IC)은 토지 매입 이전인 2016년 11월 안성시와 도로공사가 협의를 거쳐 관련 정보를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가 공약으로 내놓은 고삼저수지 수변 개발은 안성시와 한국농어촌공사가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아직 사업이 본격화하지는 않았지만, 김 의원은 지난해 3월 박성진 한국농어촌공사 안성지사장과 만나 고삼저수지 수변 개발 사업 진척 사항 등을 놓고 논의하기도 했다.


■ 의원 아내의 땅 일대를 산업단지와 연결해준 2억7800만원짜리 도로


경남 밀양시 부북면 사포산업단지 방음벽 밖으로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 등 일대 토지가 가로 막혀 있었으나 삼흥열처리 공장 옆으로 신규 도로가 개설되면서 양쪽 지역이 서로 연결됐다. 밀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경남 밀양시 부북면 사포산업단지 방음벽 밖으로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농지 등 일대 토지가 가로 막혀 있었으나 삼흥열처리 공장 옆으로 신규 도로가 개설되면서 양쪽 지역이 서로 연결됐다. 밀양/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가 매입한 밀양시 부북면 후사포리 밭에는 잡풀만 무성히 우겨져 있었다. 2097㎡ 면적의 밭은 허리까지 풀이 자라서 걸을 때마다 다리에 도깨비 풀이 들러붙었다. 밀양시는 2014년 3월21일 이 농지에서 직선거리 85m 거리에 2억7800만원을 들여 1차선 도로를 내기로 결정하고 시장 결재를 받았다. 당시 엄용수 밀양시장 임기 종료를 3개월 앞둔 시점이다. 이 도로는 인근 사포산업단지에서 소규모 사찰 대성사를 지나 예림서원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이 252m의 도로다. 엄 의원 농지는 예림서원 옆에 있다.


밀양시청 건설과 관계자는 “산업단지 주변 농지 소유자가 불편하니 해결해달라는 민원이 있어서 도로를 개설했다”고 설명했다. 시청 건설과 서류상 기록된 민원 제기자는 한 명으로 인근 사포산업단지 기업체 협의회장 주아무개씨였다. 주민 한 명의 민원에 도로를 개설하냐는 질문에 시청 관계자는 “비법정 도로를 놓는데 정확한 기준은 없다”고 답했다. 엄 의원은 “인근 사찰과 산업단지 사이에 방음벽을 설치하려는데 스님이 방음벽으로 인해 사찰 손님이 줄어든다고 1인 시위를 했다. 민원 해결을 위해 도로를 놓았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농지와 관련 없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엄 의원 아내가 농지를 사들인 2004년 5월은 밀양시가 사포산업단지 조성을 준비하던 때다. 인근 ㅅ부동산 관계자는 “그때만 해도 밀양 시내와 이 일대 사포리 지역 사이에 다리를 놓는다는 도시 기본구상이 발표되고 산업단지도 들어설 예정이어서 인기 있는 땅이었다”고 말했다. 밀양시는 당시 건설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그해 12월 사포산업단지 지구지정을 승인받았는데, 결과적으로 엄 의원 농지는 산업단지 방음벽 밖에 놓이면서 토지 수용도 안 되고 매매도 어려워졌다.


2억7800만원을 투입한 신규 도로는 산업단지 방음벽 밖에 놓인 절과 엄 의원 땅을 포함한 농지, 그리고 산업단지 내부를 이어준다. 엄 의원은 “농사지으려고 해당 농지를 샀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후사포리 땅 외에 그의 아내가 2014년 1억3100만원에 매입한 밀양시 용평동 밭(790㎡)도 잡풀만 우거진 채 방치돼 있었다. 몇 가지 예외 사항은 있지만, 농지법 제6조는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원칙상 농지 소유를 제한한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가 보유한 경남 밀양시 부북면 후사포리 농지에 잡풀이 무성히 우겨져 있다. 밀양/박유리 기자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가 보유한 경남 밀양시 부북면 후사포리 농지에 잡풀이 무성히 우겨져 있다. 밀양/박유리 기자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가 소유한 밀양시 용평동 밭에서도 작물을 찾을 수 없었다. 밀양/박유리 기자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가 소유한 밀양시 용평동 밭에서도 작물을 찾을 수 없었다. 밀양/박유리 기자


■ 교통정체 해소 위해 의원 땅에서 멀어진 울산 도로


“현재 이 지역이 화봉 경찰청 운전면허장인데, 당초 이쪽으로 도시 계획이 돼 있었는데 면허시험장 전체를 다 옮기려면 문제가 많다. 그래서 저희가 선형을 강길부 의원님께 보고했고 이 개설은 전액 국비로 합니다.”(2008년 2월14일 울산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 회의록)


회의록에 기록된 김상채 울산시 투자지원단장의 발언이다. 의원들은 지역구 예산을 확보하면서 통상적으로 지방자치단체나 도로공사로부터 노선 설계를 보고받는다.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 강길부 자유한국당 의원은 울산 길천산업단지 진입도로 예산을 정부 안보다 증액해 2008~2010년 375억원을 확보했다. 강 의원이 1955년 증여받은 농지는 3필지(4016㎡)로 해당 도로에서 직선거리 1.1㎞ 떨어져 있다.


원래 강 의원 토지와 가까운 태화강 오른쪽 직선으로 나려던 도로는 태화강 왼편으로 둘러서 나게 됐다. 김 단장의 시의회 발언처럼, 면허시험장 전체를 옮겨야 하는 문제에다, 차량 정체 해소를 위해 인근 언양 시가지를 피해 가야 한다는 주민 탄원서가 반영된 것이다. 강 의원은 “처음에 태화강 강변으로 직선으로 길이 나야 비용도 적게 들고 농지 잠식도 적어서 그렇게 주장했지만, 울산시가 바꿨다. 결과적으로 현재 도로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의원 토지 공시지가는 4억8755만원으로 2008년 도로 착공 이후 63.1%증가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88471.html



국회의원 1/3 농지 소유…농지법 위반·공문서 위조 판친다


의원 1인당 토지 4518평 소유, 일반 국민의 15배
의원 소유 땅, 여의도 면적 1.5배
김세연 의원 최대 면적…농지는 박덕흠 1위


<한겨레>가 지난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정무직 공무원 등 공직자 재산 등록 내용을 분석한 결과, 국회의원 1인당(배우자 소유 포함) 평균 1만4908.67㎡(4518평)의 토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 1인당 소유 토지(300.6평)의 15배, 행정·사법부 공직자(2093평)의 2.1배에 이르는 면적이다. 의원 298명이 소유한 토지 면적은 444만2784.6㎡로 여의도 면적의 1.5배다.


의원별로 보면,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26만3291평으로 최대 면적의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농지를 가장 많이 가진 의원은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으로 4만568평이다. 시·군 단위로 분석했을 때 3곳 이상의 지역에 토지를 보유한 의원은 16명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변재일·유동수·이학영·전해철 의원, 자유한국당 강석호·박덕흠·이완영·이채익·장석춘·정우택·조훈현·최교일 의원, 바른미래당 김삼화 의원, 민주평화당 정인화 의원, 무소속 이정현 의원 등이다.


국민 1인당 소유 토지는 통계청이 2017년 공표한 ‘토지소유현황 통계’를 이용해 국공유지와 법인 토지 등을 제외한 민유지 면적 5만1517㎢를 주민등록 인구로 나눈 수치다. 행정·사법부 공직자 1인당 평균 보유 토지는 지난해 재산 공개 대상자 가운데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지방의회 의원을 제외한 854명의 토지를 분석한 결과다.


■ 농지법 위반, 공문서 위조 다수 확인


<한겨레>가 집계한 의원 1인당 보유 토지 4518평을 지목별로 구분해보면, 임야가 3608평으로 가장 많고 농지 658평, 목장용지 117평, 잡종지 59평, 대지 38평 순으로 분석됐다. 두번째 가장 많이 소유한 지목이 농지다. 농지를 보유한 의원 99명(배우자 소유 포함) 가운데 53명이 매입을 통해 소유했고 46명이 상속 또는 증여 받았다.


주목할 점은 전체 의원의 17.7%인 53명이 농지를 매입했다는 사실이다. 다른 지목과 달리 농지는 경자유전 원칙과 식량 주권을 위해 헌법에서 보호하는 토지다. 헌법 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해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 농업 생산성 제고와 합리적 이용을 위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발생하는 농지 임대차와 위탁경영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인정된다”고 규정한다. 스스로 농업을 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한 것이다.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선 농업경영계획서를 포함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야 하고, 농지를 매입하면 휴경을 할 수 없고 스스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의무가 부과된다. 정부가 매년 농지 이용 실태 조사를 통해 휴경 여부를 단속하는 이유도 농업이 아닌 투자 목적으로 농지를 매입하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겨레>는 수많은 의원들의 농지가 개발을 기다리며 휴경 중인 사실을 확인했다. 농지법에 따라 공직 취임 이후에 소작농을 둘 수는 있지만, 의원 당선 이전부터 불법 소작농을 통해 관리한 농지도 있었다. “다른 목적 때문에 농지를 매입했는데 다들 나무를 심길래 나도 그렇게 하려고 한다. 나무 심으면 문제없지 않으냐”고 떳떳하게 말하는 의원도 있었다. 과실수 등을 심어 놓으면 휴경은 아니기 때문에 농지법 위반이 아니라는 뜻이다.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의원들의 농지취득자격증명은 농사를 스스로 짓겠다는 허위 기록이 대부분이었다. 공문서를 위조한 것이다. 실수요가 아닌 농지 매입이 증가할수록 땅값은 오른다.


<한겨레>가 만난 많은 농민들이 자녀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농지를 팔고 소작농이 되거나 농지가 개발되면서 땅이 국가에 수용됐다. 개발 예정지 인근 농지는 시세 차익을 노리는 ‘가짜 농부들’이 땅을 사들이는 바람에 가격이 올라 사기 어려워졌다. 개발이 집중되는 경기도·인천시와, 농지가 골프장과 레저시설로 바뀌는 강원도에서 밀려난 진짜 농부들은 더 값싼 농지를 찾아 충청도, 경상도로 떠나거나 농업을 포기했다. 법안을 만들고 심사하는 의원들의 농지 소유 행태는 농지법 위반, 공문서 위조 등 불법으로 가득했다.


■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 방지 제도 필요


국민 1인당 평균 소유 토지와 비교하면 국회의원의 경우 15배, 행정·사법부 공직자는 6.9배에 이를 만큼 방대한 토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부동산과 관련한 공직자들의 이해충돌 방지 제도나 법안은 전혀 없다. 직무 관련성이 있는 주식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해야 하는 ‘주식 백지신탁’ 제도가 운용되고 있을 뿐이다. 이는 주식을 중심으로 이해충돌 방지 제도가 발전해온 미국과 캐나다에서 영향을 받은 탓이다.


부동산이 재산 증식의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 여겨지는 한국 상황을 고려해 토지를 비롯한 부동산 관련 이해충돌 방지 제도가 추가로 마련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2005년 부동산 백지신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직자윤리법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고위 공직자가 재산등록 때 부동산 실수요 목적인지 설명하게 하고, 해명을 못하면 백지신탁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은 지나치게 사유재산권을 제한한다는 지적과 함께 폐기됐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워낙 땅이 좁고 수도권 집중이 심해 한국만의 부동산 관련 규정은 필요하지만, 전국적 단위로 개발과 부동산 정책이 집행되고 있기 때문에 누구를 어떤 기준으로 업무에서 배제할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무조건 백지신탁해서는 현실성 없는 정책이 될 수 있으므로 우리만의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포괄적 부동산 백지신탁보다는 특정 사업에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재정이 투입되기 시작하면 관련 업무를 하는 공직자가 연관 부동산을 신규 매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구체적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지난 2월 국회의원이 이해관계가 있는 예산안이나 법안을 심사할 때 제척되는 경우를 규정하고, 위원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할 수 있도록 국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제척 사유로는 △위원 또는 그 배우자나 배우자였던 사람이 해당 예산안·법안에 관해 당사자이거나 공동 권리자, 공동 의무자인 경우 △위원이 해당 예산안·법안의 신청인과 친족관계에 있거나 있었던 경우 등을 열거했다.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자신의 토지와 관련한 각종 규제를 스스로 완화하거나 각종 개발 예산을 확보하는 행위는 스스로 회피 신청을 할 수 있거나 직무에서 배제된다.


재산 공개 제도가 이해충돌과 관련해 유기적으로 운용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회의원,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 정무직 공무원, 일반직 1급 이상 공무원 등은 매년 재산 변동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공직자 재산 형성 과정을 검증한다는 목적으로 신고한 내용이 관보에 공개되는 데 그치고 있어, 공직자의 재산과 업무 관련성을 유기적으로 분석하는 제도적 장치는 없다. 이재근 참여연대 권력감시국장은 “국회의원 재산이 현재 국회 홈페이지와 관보에 공개될 뿐이어서 이해충돌과 관련해 감시할 수 없다. 상임위원회 등에 상시로 재산 내용을 공개하면 추진 법안과 재산의 관련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재산 공개 제도의 미비점을 지적했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88468.html



1676억 도로 노선이 의원 땅 옆으로 바뀌었다


완공 앞둔 여수 덕양 국지도 22호선
애초 노선은 산 통과하려 했는데
주승용 “기존 도로 확장” 주장 뒤
소유지 많은 마을 통과로 바뀌어
보상비 치솟아 전남 예산 악영향


“내가 보상받으려고 그런 거 아니에요. (기자분이) 아까 다른 데로 (도로가) 날 것을 여기(덕양리 시가지) 오게 했다고 하셨는데 그때 주민들이 민란이 날 수준이었어요. 왜 지금까지 30, 40년 (여수시가 도로 확장하겠다고 도시계획시설로) 묶어 놨다가 이제 뭐 좀 하려고 하니까 (도로가 다른 곳으로) 돌아가 버리냐, 그래서 제가 앞장서서 했어요. 여기 해 줘라(고).”


주승용(바른미래당) 국회부의장은 지난 1월19일 자신의 땅으로 도로 노선이 변경된 적이 있느냐는 <한겨레>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질문이 이어지자 “덕양리 마을로 통과하도록 노선 변경에 앞장섰다”고 말했다. 주 의원 부부가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에 보유한 토지 면적은 1만9556㎡이다. 당시 국회 건설교통위원이던 주 의원은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설계 노선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주민 간담회에 참석해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이 기존 덕양리 도로를 확장하지 않고 뒷산으로 새 길을 내면 국가 예산 낭비”라고 지적했다. 익산국토관리청은 이후 노선 변경을 결정했다. 애초 예비타당성조사에 준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검증과 기본설계 1차 단계에서 이 마을 뒷산을 통과하려던 노선이 덕양리 마을 통과로 바뀐 것이다.


노선을 변경하면서 익산국토관리청이 잠정 집계한 토지 보상비는 당시 설계와 보상가 산정을 담당한 용역업체도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할 만큼 과소평가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비와 전남도 예산 1676억원이 투입된 도로가 보상가 산정에 대한 검증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변경된 것이다. 노선 변경으로 실제 보상비는 395억원 증가해 전남도 예산에 악영향을 끼쳤고, 공사는 예산 부족으로 6년 지연됐다. 그러나 도로 확장이 결정되면서, 덕양리 일대 토지 중 도로를 낀 땅의 시세는 10년간 최대 3~4배 상승했다. <한겨레>는 13년 전 익산국토관리청이 관계 기관과 주고받은 공문, 자문위원회 회의록 등을 입수해 기본설계 과정에서 노선이 바뀐 상황을 들여다봤다. 도로는 올해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지난달 15일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주민이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의 마을 통과 부분을 지나고 있다.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는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지난달 15일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주민이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의 마을 통과 부분을 지나고 있다.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도로는 오는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오류였거나 오타”…보상비 산정 업체도 결함 인정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은 주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낸 주민설명회 이후 애초 노선을 폐기하고 3개의 대안 노선과 사업비를 각각 비교했다. 덕양리 시가지 기존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 통과하는 1, 3안과 덕양리 뒷산을 통과하는 2안 등 총 세개 안이다. 사업비를 추산한 ‘비교노선 검토안’을 보면, 덕양리 시가지를 통과하는 1안 사업비는 1250억6천만원(보상비 280억1천만원, 공사비 970억5천만원), 뒷산을 통과하는 2안은 1769억9천만원(보상비 273억8천만원, 공사비 1496억1천만원)이다. 익산국토관리청은 덕양리 시가지를 통과하는 “1안의 총사업비가 적절하다”며 설계안을 바꿨다.

주민 설명회 이후 국토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제시한 3개 노선 사업비와 실제 사업비
주민 설명회 이후 국토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이 제시한 3개 노선 사업비와 실제 사업비

  

특이한 점은, 덕양리 마을을 통과하는 1안과 마을 뒷산을 통과하는 2안의 보상가 차이가 6억3천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도로가 마을을 관통하면 보상 종류가 증가한다. 기존 건물을 허물고 도로를 확장해야 하므로 토지를 비롯해 상가, 주택, 이사비, 영업손실금 등의 비용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장거리 수송 도로는 되도록 시가지를 피하도록 설계 노선을 잡는다.


전라남도청이 2009년 발간한 ‘국가지원지방도로 22호선 나진-소라 도로확장공사 종합 보고서’를 보면 “현재 통과 교통량이 다소 낮으나, 국도 17호선과 국도 77호선을 연결하고 남해안 국제관광권 개발에 기여하는 보조간선도로”라고 도로 기능을 설명한다. 국가지원지방도로는 마을 주민의 이용보다는 산업단지, 공항 등 주요 시설과 도로망을 서로 연결하는 ‘교통 동맥’ 구실을 한다. 당시 설계안 결정 등 전체 사업 진행은 익산국토관리청, 기본설계 및 보상비 산정 용역은 바우컨설턴트가 맡았다.


바우컨설턴트 양아무개 상무에게 보상가 산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더니 이런 답변이 돌아왔다. “(보상비 차이가 6억3천만원에 불과한) 이런 결과가 나올 리 없다.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 오타였는지도 모르겠다. 당시 (보상가 산정 등) 실무를 맡았던 직원은 퇴사했다.” 명백히 오류가 분명해 보이는 보상비 추산을 익산국토관리청은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


1676억원이 투입된 국가지원지방도 노선 변경이 “오타인지, 오류인지”도 모를 보상비 추산을 바탕으로 결정된 것이다. 설계 당시 보상자문위원회 안경호 위원 또한 “보상가 산정 근거를 제시”하라며 “덕양리 마을을 우회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한 내용이 자문회의록에 기록돼 있다. 익산국토관리청은 “예비타당성(한국개발연구원 검증) 당시 보상가 산정을 근거로 잡았다”고 답하는 데 그친다.


■ 노선 변경으로 보상비 395억원 증가


이 도로의 공사비는 국비, 토지 보상비는 전남도청 예산으로 조달된다. 설계 당시 280억원으로 추산된 토지 보상비는 공사 과정에서 395억원 증가해 총 675억원이 들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공시지가가 상승했고, 가구 수가 많은 덕양리 시가지를 지나가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덕양리 시가지 통과 구간은 전체 공사 구간 11.67㎞ 가운데 2.17㎞다. 길이로는 18%에 불과하지만, 보상비는 총액의 35%(236억원)를 차지한다.


설계안이 바뀌면서 전남도 예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전남도의 국가지원지방도 토지 보상비 예산은 한해 약 200억원. 한정된 예산으로 한해 8~10개의 국가지원지방도 사업에 배분해야 하므로 한 구간이 증가하면 다른 구간은 줄어드는 구조다. 현재 전남도가 보상을 진행하는 국가지원지방도 8개 사업 가운데 4개 사업이 보상비 증가로 기획재정부에 총사업비 조정 신청을 했다.


이 가운데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이 393억원 보상비 증액 신청으로 가장 크다. 보상비 증액으로 총사업비 조정을 신청한 나머지 노선을 보면, 북하-도계 19억8천만원, 일로-몽탄 92억8천만원, 남평화선 194억원 증액에 그쳤다. 전남도 관계자는 “보상비 증액 4개 노선 가운데 시가지를 완전히 관통하는 구간은 국지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뿐”이라고 설명했다.


■ “국토관리청 직원에게 얘기하면 설계안에 반영해줄 것”


익산국토관리청이 개최한 주민설명회 외에 건설교통부 관계자를 따로 만나 설계안 변경을 요구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주 의원은 “1, 2년 전이면 기억하겠는데 10년이 넘었다”며 대답을 피했다. 재차 질문하자 “따로 만난 바는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주 의원이 “익산국토청 관계자를 만나면 도로 노선 변경을 도와줄 것”이라고 조언했다는 내용이 여수시의회 회의록에 나온다. 2006년 9월20일 여수시 건설교통위 회의록을 보면 정한태 시의원은 국도 17호선이 마을 주민들이 원하는 쪽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시의원: “지금 국도 17호선 일부 구간을 변경하고 신설 구간이 몇 새로 도로 확장이 됩니까?”

도시건설국장 명성안: “기존 도로 선형이 안 좋은 데는 선형도 피고(펴고) 지금.”


정 시의원: “됐습니다. 저거 옛날부터 (주민) 숙원 사업입니다. 주승용 의원이 (국회) 건설위원이고 제가 개인적으로 친밀해서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랬더니 잘됐다고, 지금 익산국토관리청이 측량하고 있으니까 그분들 만나 얘기하면 반영이 될 거라고 해서 국장님께 말씀을 드렸더니 그게 반영이 안 되고 (중간 생략) 17호선이 둔전에서 죽포로 넘어가는 작곡재를 통과해야 합니다.”


정 시의원이 국도 17호선 문제로 주 의원을 만나 조언을 들었다고 한 때는,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이 애초 노선에서 덕양리 시가지로 변경 검토되던 시기와 겹친다. 주 의원은 정 시의원에게 이런 조언을 했느냐는 질문에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국도 17호선 쪽은 엄밀히 말하면 내 지역구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2013~2014년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을 지낸 주 의원은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예산 확보에도 힘썼다. 2011년 공사비 314억원, 2012년 284억원, 2014년 265억원 예산을 확보했다. 2015년 <중앙일보>가 주 의원이 예산 확보를 한 도로가 자신의 땅 옆으로 났다는 기사를 냈다. 도로 노선이 변경된 과정은 보도에 포함되지 않았다. 주 의원은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확장 사업은 1977년부터 계획된 사업”이라고 강력히 반발하며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통해 반론보도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주 의원의 반박 내용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그의 주장대로, 여수시는 1977년 도로 확장 공사를 위해 덕양리 일대를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했지만 착공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여수시 자체 계획으로, 장거리 수송을 담당하는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나진-소라 구간(길이 11.67㎞)과는 성격이 다른 사업이다. 국토부(당시 건설교통부)가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등을 포함해 ‘제2차 국도 및 국가지원지방도 5개년 계획’을 발표한 시점은 2005년이다. 과거 해명한 부분이 사실과 멀다고 지적하자 주 의원은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마을. 저녁이면 상가마다 불이 꺼진 동네가 국지도 22호선 완공을 앞두고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도로 확장 공사가 진행 중인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마을. 저녁이면 상가마다 불이 꺼진 동네가 국지도 22호선 완공을 앞두고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 도로 확장 공사로 10년간 토지 시세 최대 3~4배 상승


주 의원은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도로 확장 공사로 인해 일부 토지(570.9㎡)가 국가에 수용돼 5억2천만원을 보상받았다. 평당 300만원 선이다. 주 의원 부부가 덕양리에 보유한 토지는 32개 필지(1만9556㎡)로, 상속 또는 1973~2017년 매입한 땅이다. 이 가운데 농지와 대지 등 11개 필지(9103㎡)는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도로를 끼거나 도로로부터 70m 거리로 인접해 있다. 11개 필지의 공시지가 변동률은 위치마다 다른데, 2008년부터 2018년까지 33~86% 상승했다.


지난 1월24~26일 3차례 찾아간 소라면 덕양리 마을은 도로 확장 공사와 함께 활기를 띠었다. 여수시 시내에서 소라면 덕양리로 가는 택시 안에서 기사는 이 마을을 이렇게 소개했다. “저녁만 되면 도로변에 자리한 상가마다 불이 꺼질 만큼 침체한 동네였다. 시세라는 걸 말하기 어려울 만큼 땅 거래 자체가 안 됐다.” 택시에서 내리자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다. 길가에 자리한 ㅇ식당에 들어갔더니 주민 5명이 밥을 먹으며 부동산 얘기를 나눴다. “10년 전에 여기 도로 인근 대지를 평당 75만원에 팔았는데, 지금은 땅값이고 집값이고 오를 대로 다 올라버렸으니께. 괜히 팔았어.” 한 주민은 후회했다.


소라면사무소 인근 건물 2층에 자리한 ㅅ부동산 관계자는 이 일대를 이렇게 표현했다. “여기가 발전이 안 돼 있었어. 낙후된 동네였지. 3, 4년 전만 해도 도로변에 붙은 땅이 평당 150만원 선이었는데 지금은 평당 300만~400만원 준대도 땅이 없어. (오를 거라 생각해서 땅 주인들이) 안 내놔.” ㅌ여행사라고 상호가 적힌 가게에 들어가서 노인 4명과 대화를 나눴다. 건축업을 했다는 노인은 “토지 보상 단가가 상당히 세게 나오면서 땅값이 더 올랐다. 여기 일대에 아파트 지으려고 건축업자가 들어오려다가 땅값이 오르자 타산이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말했다.


주민들 말을 종합하면 도로변에 자리한 토지의 시세는 10년간 최대 3~4배 상승했다. 이 길가에는 주 의원 땅뿐만 아니라 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정미 회사 화성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화성산업은 주 의원 아내가 등기부등본상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고, 화성산업의 토지와 건물은 주 의원 소유다.


주승용 국회부의장의 아내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화성산업의 토지와 건물은 주 부의장 소유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주승용 국회부의장의 아내가 대표이사로 등기된 화성산업의 토지와 건물은 주 부의장 소유다. 여수/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도로는 땅값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지방자치단체나 국토부가 도로 개설 사업을 할 때마다 노선을 놓고 지역 간, 주민 간에 갈등이 일어난다. 어떤 지역은 노선을 가져오고, 어떤 지역은 실패한다. 지방자치단체 등이 도로를 개설하려고 도시·군 계획시설로 지정해도 수많은 도로가 예산 부족으로 착공하지 못한다. 2017년 말 기준 전체 도시·군 계획시설 가운데 예산이 없어 착공하지 못한 도로는 323.7㎢로, 이 가운데 71.3%(230.9㎢)가 10년 이상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장기 미집행 도로’다. 덕양리 시가지의 기존 2차선 도로도 여수시의 장기 미집행 도로 중 하나였다. 2


005년 익산국토관리청이 마련한 주민설명회에 참석한 설계·보상비 산정 용역업체 바우컨설턴트 양아무개 상무는 “일부 주민들이 (마을 뒷산으로 가려는) 애초 노선에 반대했지만 반대가 극심한 것은 아니었다.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노선을 마을로 내주든가, 덕양리 시가지의 기존 2차선 도로 인근 토지를 여수시의 도시계획시설에서 풀어달라고 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도로를 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의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토지는 재산권이 일부 제한되기 때문이다.


어느 방향으로 노선을 잡을지, 어떤 도로가 예산을 먼저 확보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이해관계가 충돌한다. 주민 요구 사항을 모두 수용할 수 없는 가운데, 수많은 목소리 중에 누가 우위를 점할까.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이 지역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직무상 범위에 속하지만, 자신의 토지와 소유 회사가 자리한 마을로 노선을 바꿔달라고 주민과 함께 국토부에 목소리를 높인 결과는 전남도청 예산에 악영향을 미쳤다.


주 의원실 관계자는 “주민 의견을 반영해서 지역구 의원으로서 당연히 (노선 변경에 대해) 의견 제시할 수 있다. 압력 행사가 아니다. 노선은 주민 공청회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4년 전 <중앙일보> 보도에는 “국가지원지방도 22호선 사업은 40여년 전부터 계획된 사업으로, 지역 의원이 사업 추진이나 노선을 정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가 해명이 또다시 변경된 것이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는 “직무가 공직자의 재산상 이해와 관련돼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운 상황이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스스로 이해충돌에서 회피할 것을 권고한다


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88846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