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2.07
요즘 경제신문을 보면 성장율이 회복세고 기업들의 소득이 늘었으며 외환보유액도 사상 최고라는 기사가 많이 나온다. 숫자적으로는 모두 맞는 얘기다. 경기가 좋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지갑사정이 나아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까. 그 괴리감에는 이유가 있다.
지금 경기가 좋은지 안 좋은지, 국내 경제 상황이 회복세인지 아닌지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는 'GDP(국내총생산)' 증가 여부다. 국가 경제 규모의 변화를 보여주는 숫자인데 최근 GDP추세가 좋다.
3개월마다 GDP 성장률이 발표되는데, 2011년 이후부터 매번 0%대에 머물던 분기별 성장률이 올해 2/4분기와 3/4분기에는 각각 1.1%를 기록했다. 이와 더불어 2014년에는 경제 성장률도 높아질 전망이다.
2012년 경제 성장률은 약 2.8%인데 올해는 약 3.8~4.0% 정도로 예상된다. 성에 차지 않아도, '작년보다는 나아지는' 추세다. 좋은 신호는 또 있다. 무역 수지가 지난 분기부터 꾸준히 성장세고 11월과 12월 모두 오름세였다.
그 덕분에 외환 보유액도 사상 최대치다. 적어도 지표로 보이는 경기가 이제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보이는 흐름이라고 봐도 좋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도 회사 사장님들도 모두 '경기가 너무 안 좋다'며 늘 앓는 소리를 한다.
기업 돈은 늘었는데 우리 집 돈은 줄었다
경제 주체는 정부와 기업, 가계로 나뉜다. 문제는 가계의 실질 소득이 줄었다는 거다. 월급 액수야 과거보다 늘었겠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다들 지갑이 얇아졌다.
과거와 비교해보자. 199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전체 소득에서 가계 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은 73%였다. 하지만 2011년에는 그 비율이 62%로 떨어졌다.
그때나 지금이나 정부 소득 비율은 제자리다. 대신 기업의 소득이 늘었다. 2000년 기준 4.2%이던 기업 소득 비율이 2011년에는 13.7%로 늘었다. 기업 소득이 늘어나는데 비해 가계 소득 증가는 상대적으로 정체됐다는 의미다.
문제는, 그 사이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지출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의료비와 보험료가 늘었고(5년 전에 비해 가구당 보험료 지출이 25% 늘었다) 스마트폰 등으로 인해 통신비가 크게 올랐으며, 최근에는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
결국 여윳돈이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가구당 식비가 2003년보다 오히려 3만원이 줄었다. 다들 허리띠를 졸라맸다는 얘기다.
소득 양극화가 지갑을 닫게 만든다
직장인이나 자영업자의 수입이 늘면 그 돈은 바로 시장에 풀린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가계 소득이 10만큼 늘면 소비도 그만큼 늘어난다. 월급 300만원 받던 사람이 350만원으로 올라도 그 50만원은 저축 안 한다.
300만원으로 부족했던 만큼 늘어난 만큼 쓰게 마련이다. 하지만 기업 소득은 '소비를 늘리는' 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 기업이 10만큼 돈을 더 벌었다면 소비는 2 정도만 늘어난다. 회사는 돈을 금고에 쌓아두는 경향이 있어서다.
가계 소득 중에서도 부유층의 소득이 늘면 소비로 잘 이어지지 않는다. 부자들은 이미 충분히 쓰고 있어서다. 소비가 늘어나서 경기가 활성화되려면 서민과 중간 계층의 소득이 늘어야 된다.
바꿔 말하면, 소득 양극화 현상이 생기고 있어서 경제 지표와 관계없이 체감 경기가 안 좋은 것이다. 여기서 악순환이 시작된다. 씀씀이를 줄이니 기업의 매출이 줄어든다.
대기업이야 외국에서 돈을 벌어 오지만 동네 상권에서 돈 벌어야 하는 자영업자나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들은 타격이 크다. 특히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창업이 이어지면서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2014년 체감경기도 여전히 냉랭할까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한 나라는 이와 비슷한 경험을 종종 겪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이런 경향이 심하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넘은지 올해로 7년째인데 현재 국민소득이 2만3000달러다.
7년간 성장세가 지지부진했다는 의미다. 그 기간 동안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 정책을 많이 썼다. 그러다 보니 나라의 부는 조금 늘었지만 대부분 기업들, 그것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몇몇 대기업에 집중되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500대기업 전체 영업이익의 33%다)
정부가 대기업에 계속 투자를 늘리라고 독려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부로 느껴지는 효과는 적다. 왜냐하면 대기업들이 투자를 대부분 중국이나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 하기 때문이다.
경제규모가 늘었으면 당연히 고용이 늘고 소득이 늘어야 되는데 이러다 보니 사람들의 가계수입은 늘지 않고 있다. 낙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 2014년은 어떨까.
전체적으로 보면 경기가 좋아진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 가계의 체감 경기는 계속 냉랭할 가능성이 많다. 앞서 언급한 얘기들이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말이다.
김동환 소장은…
동아증권(현NH투자증권)에서 채권 펀드매니저를 거쳐 버밍엄 대학교에서 MBA를 취득했다. 하나대투증권 자본실장으로 근무하면서 국내 첫 번째 ELS 시장을 열었다. 2008년부터 리딩투자증권 대체투자본부장으로 글로벌 투자를 담당했다.
2012년에는 대안금융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매일 아침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깊이 있는 경제 해설' 코너를 맡고 있고, 한국경제 TV '정오의 증시 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작은 부자로 사는 법』이 있다.
기획_이한 사진_중앙포토
여성중앙 2014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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