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07월 06일
경기북부는 그동안 경기도의 아픈손가락으로 치부돼왔다. 경기도에 보이지 않는 경계선이 있는 것처럼 경기남부에 수많은 산업시설과 인구가 과밀되는 동안 경기북부 지역은 수십년째 제자리 걸음을 해왔다. 마땅한 성장동력이 없던 동두천과 파주시, 연천군 등은 미군이 떠나자 경제 구조가 무너지면서 산업 근간이 흔들려 주민들이 생계를 고민해야하는 처지에 놓였고 젊은층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뿔뿔이 서울과 경기남부로 떠나 해마다 경기북부 접경지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수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경기북부에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이 찾아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경기북부지역을 통일경제특구로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롭게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 역시 경기북부지역에 대한 대규모 발전을 시사하면서 어느때보다 밝은 희망이 찾아들고 있다. 남·북·미 관계가 하루가 다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경기북부 지역은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빼놓을 수 없는 요충지가 될 수 밖에 없다.
한반도의 상하를 나누는 허리띠 같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군사 분계선이 경기북부 지역에 몰려있는 것은 이같은 지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어서다. 남·북·미 관계가 개선되면 경기북부지역은 옛 실크로드를 재현하는 관문으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통일경제특구가 경기북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 통일경제특구의 단초는 개성공단=
문재인 정부의 통일경제특구는 개성공단의 성공을 토대로 수립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남북화해무드가 조성됐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인 성공 사례가 없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투자를 진행하기가 쉽지만은 않다. 이미 정부는 개성공단의 성공을 기반으로 제 2·3의 개성공단을 계획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경기도 개성시 봉돌리 일대 9만3천㎡ 면적에 조성된 공업단지로 2000년 6·15공동선언 이후 추진된 남북경제협력사업의 하나다.
2000년 8월 22일 남쪽의 현대아산(주)과 북쪽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체결한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가 공단 조성의 단초가 됐다. 2003년 6월30일 착공해 2004년 6월 9만3천㎡ 면적의 시범단지조성이 완료됐다. 2004년 12월 시범단지 분양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이 처음으로 반출되었으며 2007년에 1단계 분양 및 1단계 1차 기반시설이 준공되어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은 남북협력과 남북경협의 대표적인 사례로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많은 변화를 겪기도 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 12월 본격 가동된 뒤 북한의 근로자 철수 조치로 2013년 4월8일부터 9월15일까지 가동이 중단된 바 있다. 정부는 2016년 2월 10일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이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대북 압박 카드 일환이었다.
당시 개성공단에는 124개 기업이 입주 가동 중이었다. 개성공단 조성부터 가동중지를 결정할 때까지 대한민국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에 유입된 현금은 총 6천160억원이었으며 정부와 민간에서 투자한 총액은 1조190억원(공공투자 4천577억원, 민간투자 5천613억원)이었다.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2014년 4억7천만달러, 2015년에는 1월부터 11월까지 5억1천500만달러를 기록했다.
◇ 개성공단보다 한 층 더 발전된 통일경제특구=
현재까지 정부가 발표한 통일경제특구는 개성공단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기존의 개성공단과는 차별화 됐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북한의 노동력을 기본으로 하되 파주 등 남한 접경지역에 첨단 산업을 유치한다는 점이다. 특구가 북한이 아닌 남한에 위치한다는 점도 큰 차이점이다. 개성공단은 가동 이 후 막대한 효율을 냈지만 정치적인 벽에 가로막혀 입주 기업들은 쫓겨나듯이 시설과 기반을 잃고 복귀해야만 하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현재 남북한 회담에서 최우선 과제로 개성공단 정상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언제쯤 정상화 될 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이같은 리스크를 직접 눈으로 본 기업들이 통일경제특구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하기가 쉽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다. 정부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일경제특구를 남한에 위치한 접경지역에 배치할 계획이다. 만일에 사태에도 투자 기업들이 기반을 잃고 떠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할 수 있다는 게 정부측 설명이다.
여기에 개성공단이 남한의 자본·기술과 북한의 노동력을 결합하는 형태였다면, 통일경제특구는 더 나아가 남과 북의 인적·물적교류를 목적으로 한다. 남북이 협력하는 것을 기본구도로 접경지역에 경제협력이 가능한 특구를 조성해 접경지역 발전의 계기를 마련하고 남북경제공동체 실현을 촉진하는 개념이다. 입주 기업의 업종도 다르다. 개성공단은 사실상 경공업 분야의 중소기업 이외에는 참여가 불가능했다. 전략물자 수출이 통제되는 국제협약 때문이다. 파주에는 이미 LG디스플레이와 LG화학, LG이노텍, ASE코리아, 희성전자 등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있어 통일경제특구와 이들의 인프라를 활용한 미래형 첨단산업 및 4차산업혁명 기술 도입이 기대되고 있다.
◇ 통일경제특구, 경기북부지역 돌파구로 기대=
경기연구원은 지난 2015년 발표한 ‘통일경제특구 경제적 기대효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통일경제특구가 330만5천㎡ 규모로 조성될 경우 9조 1천958억여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7만3천여 명의 취업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파주 장단면 일대 남북경협 기업 중심의 ‘통일경제특구’ 부지 규모는 약 1천600만㎡(500만평)로 경기연구원의 분석에 비해 약 5배 규모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보면 통일경제특구가 완공되면 약 45조의 생산유발 효과와 36만명의 일자리가 만들어 질 수 있다는 셈이된다.
특구 조성이 마땅한 산업시설이 없어 젊은층의 유출이 가속화되고 있는 경기북부 지역 문제를 해결할 확실한 키(key)로 부상하는 이유다. 산업경쟁력 측면에서도 북한 노동력의 결합으로 노동집약적 산업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 이 경우 파주는 동아시아 4차산업 발전의 전진기지이자 한국판 실리콘밸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남북철도까지 연결된다면 중국의 실크로드 ‘일대일로’와의 연계를 통해 동아시아 물류 거점, 나아가 유라시아 경제중심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옛 실크로드가 철도를 통해 훨씬 더 빠르고 경제적으로 구현된다는 것이다.
이같은 경제적 활성화는 자연스럽게 북한의 경제적 성장도 가져올 수 있어 막대한 자금이 투입돼야 하는 남북관계 개선 사업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때문에 남북 접경지역을 중심으로 특구를 조성해 지원하는 법안도 탄력을 받고 있다.
20대 국회에서는 ‘통일경제특구법’과 관련된 법안이 총 6건 발의됐다. 파주 지역의 박정·윤후덕 의원과 고양 김현미 의원, 동두천·연천 김성원 의원(자유한국당), 김포 홍철호 의원(한국당), 속초·고성·양양의 이양수 의원(한국당)이 각각 법안을 냈다. 특히 박정 의원의 법안은 파주를 첨단 산업단지로 조성하고 개성공단과 연계해 한반도 신경제지도 접경지역벨트 활성화의 핵심전략을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확고한 통일경제특구 건립의지도 특구 건립에 힘을 싣고 있다. 문 대통령은 후보자 였던 지난 2016년 5월 고양·파주 집중유세 연설에서 통일경제특구 조성 추진을 약속한 바 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파주·개성·해주를 연계한 통일경제특구는 10·4정상선언이 만든 참여정부의 꿈이고 또 저 문재인의 꿈”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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