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열린 경기남부 신공항 관련 토론회. /사진제공=김영진 국회의원실
이전을 둘러싸고 경기도의 ‘앓는 이’가 된지 오래인 수원공항이 새로운 해법을 찾고 있다. 수원공항의 뿌리는 6‧25 전쟁 중인 1953년 강릉에서 이전한 공군 제OO전투비행단의 주둔지로 유사시 수도권 방어의 전략자산이었다. 하지만 수원시가 인구 120만명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하면서 당초 외곽이었던 기지 주변에 동탄신도시가 들어서는 등 환경이 급변했다. 결국 전투기 이착륙에 따른 소음과 고도제한 민원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2015년 6월 4일, 국방부는 제10전투비행단 기지의 이전을 승인했고 2017년 2월 화성시 화옹지구가 이전후보지로 지정됐다.
당초 시나리오대로 진행됐다면 전국 16개 군사공항 중 첫 이전 사례가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화성시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지금까지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년째 답보상태인 수원공항 이전 문제에 변곡점이 생겼다. 지난 3월27일 김영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국토교통위원회‧경기 수원시병)은 ‘경기남부에 신공항 띄우자!-경기도민 대토론회’를 열어 “경기남부권 신공항 유치는 수원군공항 이전과 관련된 수원시와 화성시와의 갈등도 풀어나갈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경기남부권 신공항의 경제효과
경기남부권 신공항 조성을 지지하는 쪽은 실질적인 수요차원에서 수도권 대안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 주요국의 경우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3∼5곳의 공항을 두고 있다. 영국 런던 5곳, 프랑스 파리 3곳, 미국 뉴욕 3곳, 워싱턴D.C. 3곳, 일본 도쿄 3곳 등이다.
우리나라는 순수 민간공항이 7곳(인천·김포·제주·울산·여수·무안·양양공항)이고 민·군 겸용 공항은 8곳(김해·광주·청주·대구·포항·군산·사천·원주공항) 등 총 15곳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경기 남부권역의 인구는 수원·화성·용인·성남·안성 등 16곳에만 726만명(2016년 기준)에 이른다. 용인시는 104만을 넘어섰고 평택시도 첨단산업유치, 고덕산업단지 및 평택항 개발 등으로 50만 도시로 진입했다. 경기 남부지역에 1200만 명에 이르는 인구가 밀집돼 있다.
이들은 국제공항을 이용할 경우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국제공항, 청주국제공항까지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까지 거리가 먼데다 이미 슬롯(항공기 운항시간대) 포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청주국제공항은 앞으로 공군 주력 기종인 F-35A 비행단 기지로서 평시작전 빈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이는데다 활주로도 2744m로 B747-400기준 이륙 활주로거리 3155m에 미달한다.
접근성도 문제다. 경기남부권에 민간공항이 들어서면 안성에서 인천공항까지 약 3시간 걸리던 이동시간이 약 1시간 정도로 단축된다. 수원․동탄에서 인천과 김포공항을 이용할 경우 각각 1시간10분과 1시간20분이 소요되던 것이 30분∼1시간 이내로 줄어든다.
경제효과도 빼놓을 수 없다. 경기남부지역에는 IT, 반도체, 바이오 분야를 주름잡는 글로벌 기업들이 즐비한데 반도체는 대부분 항공으로 수출한다. 물류산업측면에서도 공항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삼성전자 또한 세계적인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침체에 직격탄을 맞아 지난달 30일 시스템반도체로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삼성전자 화성공장에 133조원을 투입, 대대적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작업에 나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시스템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1.5배 규모로서 본격가동시 물동량 역시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 vs 개발, 해묵은 논쟁 되풀이
정부가 내놓은 수원공항 예비이전 후보지인 화옹지구도 항공정비(MRO) 단지, 물류단지, 배후주거단지, 숙박․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면서 상당한 발전이 예상된다. 인근 서신·마도·남양 지역 등은 공항 배후단지로 조성될 수 있어 화성 서부 지역 경제 활성화 및 일자리 확충에 순풍이 불 전망이다.
이밖에 공항 이용을 위한 유동인구와 물류운송의 수요를 위한 광역도로, 광역철도 등의 교통 인프라가 신속히 확충될 수 있고 공항 접근성을 기반으로 광역적인 지역개발의 구심적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공항 관련 전문가들은 현재 동탄․병점 등 화성동부권과 봉담․정남 화성중부권 등을 나누고 있는 수원군공항이 이전하면 봉담~병점~동탄으로 연결되는 축이 형성돼 경부고속도로 중심축 도시인 동탄을 중심으로 새로운 발전이 기대된다고 관측한다.
반면 화성시 화옹지구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화옹지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간척농지를 조성하기 위해 1991년부터 9671억원을 들여 화성시 서신면 궁평항에서 우정읍 매향리까지 9.8㎞의 바닷물을 막아 간척지 4482㏊와 화성호 1730㏊를 조성한 곳이다. 사업지구 1∼9공구 중 방수제인 1∼3공구(37㎞)는 현재 준공됐다. 화성시는 4공구(768㏊)엔 에코 팜 랜드, 5공구(543㏊)는 화훼단지, 6공구(1046㏊)는 농지, 7∼8공구(2125㏊)는 복합영농단지를 2023년까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박혜영 화성시생태관광협동조합 사무국장은 "바다를 매립해 만든 화옹지구는 민물과 바닷물이 공존하는 특성으로 다양한 생명 종이 서식하는 천혜 환경의 보고"라며 "철새들의 낙원인 화옹지구가 왜 이전지로 거론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성시 속내는 복잡하다. 화성시는 동탄2신도시내 장기적으로 급증할 경제, 산업 일자리 수요인구의 유입에 획기적인 접근성 확보가 필요해졌다. 화성 서부지역의 자연환경 생태지구 유지도 중요하지만 이에 따라 재산권 피해를 보는 화옹지구 인근 지역주민의 박탈감은 고스란히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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