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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포인트/리디노미네이션

1000원이 1원 된다고?…리디노미네이션 논란

by SL. 2019. 4. 30.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redenomination)이 경제 분야의 뜨거운 이슈로 등장했다. 리디노미네이션 논쟁은 지난달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그는 3월 25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 발언에 보조를 맞춰 국회도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다. 국회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이원욱·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다음달 13일 국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을 논한다’ 정책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이후 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자 정부와 한국은행은 “검토할 상황이 아니다”며 불 끄기에 나섰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추진할 계획도 없다”고 답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리디노미네이션은 정부가 경제활력을 제고하기 위해 전력투구하는 입장에서 지금 논의할 단계가 전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와 한은의 진화작업에도 불붙은 리디노미네이션 논쟁은 꺼지지 않고 오히려 학계 등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액면가를 변경해 단위를 낮추는 것을 말한다. ‘1000원’을 ‘1원’으로 변경하는 식이다. 이처럼 화폐 단위가 줄면 거래할 때나 장부를 작성할 때 편리하고 우리 돈의 위상도 올라간다는 주장이 나온다. 하지만 현금자동입출금기(ATM)와 은행·증권 시스템 등을 바꿔야 하는 만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반론도 있다. 물가가 오를 거라는 우려도 크다. 리디노미네이션의 경제적 파장과 이를 도입한 다른 나라들은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4, 5면에서 자세히 알아보자



정치권 일부 "1000원을 1원으로 낮추자" 주장


화폐단위 변경 편익 있지만 물가상승 등 부담 커



1980년대 대기업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대략 300만~400만원이었다. 하지만 최근 연봉은 평균 6000만~8000만원 선이다. 그 사이 20배가량 오른 것이다. 임금뿐만이 아니다. 당시 아이스크림 콘의 대명사였던 브라보콘 가격은 5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편의점에서 1500원에 팔린다. 한국 화폐 단위인 ‘원’이 쓰이기 시작한 1962년과 지금 경제 상황을 비교하면 그 격차는 더 커진다. 1인당 국민소득(GNI)은 400배 늘었고 물가는 약 60배 치솟았다.

사람들 사이의 거래 단위는 점점 커지고 있다. 국민이 고액 물건을 사고팔 때는 수십만~수천만 단위까지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다. 심지어 국가 단위 경제지표를 다룰 때는 천문학적 단위들이 쓰인다. 최근엔 ‘경(京)’도 등장했다. 2017년 기준 국민순자산은 1경3817조5000억원이었다. 1경은 1조보다 1만 배 많다. 0이 무려 16개 붙는다. 이처럼 화폐에 0이 지나치게 많아지면 정부는 인위적으로 화폐 단위를 조정하기도 한다. 최근 들어 정부와 정치권의 뜨거운 이슈로 부상한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 그것이다. 정부와 리디노미네이션 주체인 한국은행은 공식적으로 반대하고 있지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 또한 만만찮다.



리디노미네이션과 ‘화폐가치 절하’는 달라



한국은행은 리디노미네이션의 정의에 대해 ‘명칭 또는 구매력이 다른 새로운 화폐 단위를 만들어 현재의 화폐 가치로 표시된 가격, 증권의 액면가, 예금·채권·채무 등 일체의 금액을 법정비율(교환비율)에 따라 일률적으로 조정하여 신 화폐 단위로 표기 및 호칭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쉽게 말하면 화폐의 실질가치는 그대로 두고 액면단위만 바꾸는 것이다. 1000원을 1원, 또는 1환으로 바꾸는 식이다. 이 경우 4000원짜리 커피 한 잔 가격은 4원이 되고 800원짜리 볼펜은 0.8원이 된다.

반대로 액면 단위는 그대로 두고 가치를 바꾸는 ‘화폐가치 절하’와는 구분된다. 때때로 비정상적인 경제 상황으로 물가가 급등하는 나라들은 화폐 가치를 강제로 낮추는 화폐 가치 절하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화폐에 ‘0’이 너무 많아 축소 필요”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화폐 단위에 ‘0’이 너무 많아서다. 기장, 계산, 지급 등에서 불편과 비효율이 커져 0의 개수를 축소해 계산과 거래의 편익을 도모하자는 취지다.

다른 이유는 원화의 액면 가치가 외국 달러에 비해 낮다 보니 국가의 대외 위상이 낮아진다는 평가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현재 달러당 1140원 안팎이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에 와 100달러를 바꿨는데 십만 단위가 찍힌 지폐를 받으면 원화 가치가 낮아보인다.

국제 여행이 빈번해지고 무역·금융 거래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주요국 통화에 대한 환율이 한 자릿수로 조정되면 내외국인이 물가 및 경제량을 상호 비교하거나 계산하는 게 쉬워진다는 점도 있다. 예컨대 1000원이 1원으로 리디노미네이션 됐다고 가정해 보자. 2000만달러라는 숫자를 접했을 때 ‘2000만원보다 조금 많은 금액’이란 식으로 빠르게 계산해볼 수 있다. 검은돈을 양지로 끌어내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화폐 교체 비용·물가 자극 등 부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우선 비용이 문제다. 국내외에 풀린 화폐를 장기간에 걸쳐 모두 바꿔야 한다. 거기에 들어가는 직접 비용만 3조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자판기와 현금인출기의 관련 부품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

물가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우선 가격이 낮은 서민 물가가 뛸 수 있다. 1000원이 1원이 되면 800~900원짜리 물건은 0.8원, 0.9원이 아니라 1원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기에 심리적으로 1000원이 1원, 1만원이 10원이 되면서 가격에 대한 저항감이 약해져 소비를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NIE 포인트


리디노미네이션(화폐 단위 변경)의 장·단점을 비교해보자. 1000원이 1원으로 화폐단위가 변경됐다고 가정할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토론해보자. 화폐 단위 변경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여건들이 충족돼야 할지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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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kyung.com/news/article/2019042812491



물가안정이 관건…터키는 성공, 베네수엘라는 실패



노무현 정부땐 한은 추진했지만 부작용 우려 커 무산



해외에서는 리디노미네이션(redenomination)이나 화폐가치 절하 등 화폐개혁 추진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성패는 국가별로 극명히 엇갈렸다. 새로운 화폐가 시장에 빠르게 안착한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짐바브웨 베네수엘라 등은 오히려 물가가 치솟으며 적잖은 혼란을 겪어야 했다.

한국, 두 차례 화폐개혁



한국은 화폐단위를 모두 두 차례 바꿨다. 1953년 2월 15일 화폐단위 ‘원(圓)’을 ‘환’으로 바꾸면서 100 대 1로 낮췄다. 6·25전쟁 와중에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였다. 당시 화폐개혁 성과에 대해서는 논쟁이 분분하다. 하지만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컸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1962년 6월 박정희 정부도 ‘10환’을 ‘1원’으로 바꾸는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했다. 경제개발계획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지하자금과 장롱에 숨은 현금을 끌어내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기습적으로 발표한 화폐개혁에 국민들은 적잖게 동요했다. 지하자금 회수율도 예상보다 높지 않았다. 사회적 경제적 불안감만 높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정해진 ‘원’ 통화체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 최고액권 지폐는 500원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5만원으로 100배가 됐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도 2002년 취임한 이후부터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했다. 2003년에 “1000원을 1환으로 바꾼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 노무현 정부는 각종 부작용을 우려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 모범 사례로 꼽혀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5년 이후 리디노미네이션을 단행한 국가는 터키 루마니아 아제르바이잔 모잠비크 짐바브웨 가나 베네수엘라 투르크메니스탄 잠비아 북한 등 10개국이다. 이들 가운데 터키가 가장 모범적 사례로 꼽힌다. 터키는 2005년 1월 1일 기존 화폐단위를 100만분의 1로 낮췄다. 화폐 명칭은 ‘리라(lira)’에서 ‘신리라(new lira)’로 바꿨다. 100만리라를 1신리라로 변경한 것이다. 터키는 리디노미네이션 추진 직전까지 치솟는 물가로 골머리를 앓았다. 1970년부터 2003년까지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에 달했다. 2004년 말 터키 리라 환율은 1달러당 134만리라였다. 당시 커피 한 잔이 100만리라에 달했다.

터키 정부는 화폐개혁 관련 입법을 추진한 1998년부터 국회 입법 등을 추진했다. 입법안이 두 차례 보류되는 등 진통을 겪었으나 2005년까지 7년 동안 차근차근 진행했다. 화폐 교환의 충격을 줄이고 국민적 공감대를 충분히 이끌어내기 위해서였다. 터키는 2005년 리디노미네이션 실행 이후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한 자릿수로 묶는 데 성공했다.

짐바브웨는 물가 안정을 위해 액면 단위를 끌어내렸다가 환율과 물가가 급등하는 혼란을 겪었다. 이 나라 정부는 2006년 8월 자국 통화인 짐바브웨달러(ZWD) 화폐단위를 1000 대 1로 낮췄다. 하지만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이어지자 2008년 8월에는 100억 대 1, 2009년 2월에는 1조 대 1의 리디노미네이션을 시행했다. 이후에도 물가가 치솟자 짐바브웨는 2015년 자국 화폐인 짐바브웨달러를 폐기하고 미국 달러를 쓰기로 했다.

베네수엘라는 화폐 ‘볼리바르’의 액면가를 2008년 1000 대 1, 지난해 8월 10만 대 1로 낮췄다. 1999년 우고 차베스 정권이 들어선 베네수엘라는 이후 유가 하락과 미국의 경제 제재가 겹치면서 극심한 경제난을 겪었다.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돈을 마구 찍어냈고 물가도 치솟았다. 물가를 잡기 위해 베네수엘라 정부는 두 차례 화폐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연간 100만%를 웃돌고 있다. 경제난이 지속되는 데다가 잦은 화폐개혁으로 자국 통화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이다.

■NIE 포인트


리디노미네이션을 추진한 외국의 사례를 정리하고 성패 이유를 토론해보자. 우리나라가 두 차례 화폐 개혁를 한 배경과 그 성과를 정리해보자. 안정적인 물가 관리가 리디노미네이션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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