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7.1
'1조원 애물단지'가 '물류 랜드마크'로…'파이시티' 11년의 영욕
원주인부터 시행·시공사 줄줄이 파산·워크아웃…하림 인수 이어 정부 시범단지 선정
파이시티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한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한국트럭터미널 부지가 오욕의 세월을 뒤로 하고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원 주인인 진로그룹의 파산, 시공사의 워크아웃, 이른바 실세가 연루된 각종 권력형 비리에 연이은 매각 실패까지,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서울 남부권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 정부의 첨단물류단지 시범사업지 선정과 함께 다시 개발 기대에 부풀어가고 있다.
◇파산, 워크아웃, 특혜 시비…천덕꾸러기된 양재동 터미널 부지
파이시티사업 부지(정식 명칭은 한국트럭터미널)의 기구한 사연이 시작된 것은 1989년이다. 서울시는 도심 주차난 해소를 위해 용산에 있던 시외버스터미널을 서초동 한국트럭터미널 자리(지금의 반포 고속터미널)로 옮기기로 했고 이에 한국트럭터미널의 모기업인 진로그룹은 양재동에 트럭터미널을 새로 짓기로 한다.
진로그룹은 1987년 양재동에 부지를 확보해 터미널 신축에 들어갔고 2년 만인 1989년 9월 이전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당시 진로그룹은 지금은 고인이 된 장진호 회장의 취임과 함께 사업을 빠르게 확장해가던 시기. 고 장진호 회장은 1988년 1월 취임하면서 그룹의 주류회사 이미지 탈피를 위해 유통, 백화점, 건설, 금융 등으로 계열사를 늘려나갔다. 취임 당시 9개였던 진로그룹의 계열사 수는 1997년 22개까지 불어났다. 한국트럭터미널도 이런 바람을 타고 1991년 진로유통과 합병, 진로종합유통으로 이름을 바꿨다.
하지만 진로그룹은 빠른 확장만큼 무너지는 것도 빨랐다. IMF 외환위기가 오고 돈이 돌지 않게 되면서 무리하게 사세를 키워갔던 진로그룹은 곧 밑천을 드러냈다. 하나, 둘 계열사가 법정관리 또는 매각에 들어갔고 종국에는 그룹 전체가 무너져내렸다. 그룹이 와해되면서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도 이리저리 떠밀려 다니는 신세로 전락했다. 진로종합유통은 1998년 화의가 들어간 후 결국 회생하지 못하고 2003년 파산했다. 양재동 땅은 2004년 1월 법원 경매를 거쳐 파이시티의 전신인 경부종합유통에 팔렸다.
파이시티 사업은 2005년 시작됐다. 터미널 부지에 백화점과 쇼핑몰, 업무시설, 물류시설 등이 결합된 국내 최대 규모의 복합유통업무단지를 건설한다는 계획이었다. 사업비만 2조4000억원에 달하는 이 메가 프로젝트는 인·허가가 지연되고 때마침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닥치면서 좌초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
파이시티 시공을 맡은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은 이 사업을 위해 8500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았다. 하지만 당초 2년이면 충분할 것이라던 건축계획 승인은 4년 넘게 걸렸고 이자 부담도 급격하게 불어났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부동산 경기가 내리막길을 타면서 개발 기대도 쪼그라들었다.
시공사 대우자동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은 2010년 4월과 6월 나란히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시행사 파이시티도 자금난을 견뎌내지 못한 채 이듬해 1월 법정관리 처지가 됐다.
◇신개념 물류단지를 꿈꾸다
채권단은 다시 2012년 3월 포스코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사업 재개를 추진했다. 이번에는 권력형 비리가 발목을 잡았다. 당시 이명박 정부 정권 실세들이 사업 인허가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고 사업은 또 한번 중단됐다.
2013년에는 부동산개발업체인 STS개발이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업체와 손 잡고 사업 인수에 나섰다. 그러나 대금 지급 방식이 문제가 되면서 최종 단계에서 매각이 불발됐고 채권단은 지난해부터 공개 매각에 들어갔다.
파이시티는 9번의 유찰 끝에 지난 4월 하림그룹 계열인 엔에스쇼핑의 자회사인 엔바이콘에 안겼다. 이 와중에 파이시티 부지의 가치는 최초 1조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25억원까지 곤두박질쳤지만 오랜 표류를 끝마치고 새 주인을 찾았다는 것만으로도 기대가 크다.
정부의 첨단물류 시범단지 선정도 기대를 부풀게 하고 있다. 국토부는 양재동 터미널 부지를 물류, 유통, 첨단산업이 융합된 도시첨단물류단지로 재정비할 계획이다. 서울시가 추진 중인 양재·우면 R&D(연구개발) 특구 육성방안과의 복합개발도 꿈꾸고 있다.
화물터미널과 같은 기존 물류단지가 중대형, 중저가 위주의 기업(B2B) 화물을 주로 취급했다면 도시첨단물류단지는 소형, 고부가가치 위주의 생활(B2C) 화물을 도심에 공급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도심에 근접한 입지 조건만으로도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의 가치는 무궁무진하다"며 "배송전쟁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신속 물류의 중요도가 높아진 만큼 개발사업에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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