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2.09
#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으로 가는 KTX-산천 열차, 광명·천안아산역을 통과하고 오송역부터는 열차 속도가 현저히 줄었다. 오송역 이남에서부터는 열차가 고속철로가 아닌 일반철로를 달리기 때문이다. 익산·정읍역을 지나는 동안 막바지 고속철로 공사가 한창인 모습이 창밖으로 보인다. 광주송정역까지 걸린 시간은 2시간 40여분. 제법 지루한 여정 동안 “곧 고속철이 개통하니 이렇게 한참 앉아 가는 것도 이제 마지막일 것”이라는 얘기가 여러 번 들려왔다.
앞으로 한 달 남짓이면 수도권~호남권이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인다. 오는 4월 초 호남고속철도(KTX) 충북 오송~광주송정역 구간(182.3㎞)이 개통을 앞둔 덕분이다. 이 구간이 개통되면 서울 용산에서 광주까지 이동 시간이 1시간 이상 단축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수혜지역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는 2시간 39분이 걸린다. 이 구간을 이동하려면 경부고속철도를 타고 서대전을 경유한 후 오송역 이남에서부터는 일반철로인 호남선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KTX는 고속철도에서 시속 300㎞로 달릴 수 있지만 호남선에서는 제 속도의 절반 정도만 낼 수 있다 보니 그동안 ‘무늬만 KTX’라는 오명을 얻었다.
그러나 오송역에서 광주까지 이어지는 신설 호남고속철도를 통하면 서울 용산역에서 광주송정역까지 1시간 33분 만에 주파할 수 있어 이동 시간이 1시간 6분 줄어든다. 광주에서 인천공항까지도 2시간 9분이면 갈 수 있다.
서울까지 한 시간 빨라진 광주
역세권 복합환승센터 개발 호재
호남고속철도 개통 소식에 전라도 권역 사람들의 반응은 뜨겁다. 그중에서도 개통 소식을 가장 반기는 곳은 국내 광역시 중 서울까지 이동 시간이 가장 길었던 광주시다. 광주송정역은 현재 영업 중인 임시 가건물 뒤로 지상 4층 규모의 KTX역이 2월 초 완공을 앞두고 막바지 개축 공사가 한창이다.
개발 소식으로 광주송정역 일대 땅값도 급등했다. 광주 광산구 송정동 일대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광주송정역을 중심으로 한 일대 땅값은 2~3년 전만 해도 3.3㎡당 700만~800만원 정도였는데, 지난해 말 3.3㎡당 1000만원에 마지막으로 거래를 해본 이후에는 땅을 팔겠다고 내놓는 땅주인들이 좀처럼 없다. 얼마 전 3.3㎡당 호가 1300만원에 매물이 나왔다가 사겠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문의해오자 얼른 매물을 거둬간 경우는 있었다”고 전했다.
광주송정역 인근 토지가 주목받는 이유는 현재 역을 오가는 5000여명의 하루 유동인구가 호남고속철도 개통 후 1만3000여명까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곳에 쇼핑몰과 주차장들을 갖춘 지상 11층 규모의 복합환승센터도 들어설 예정이다. 장경철 부동산센터 이사는 “호남고속철로 유동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인근 역사 개발도 탄력을 받게 된다”며 “투자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광주송정역 중심으로 저평가된 토지를 사들이거나 광주 서부 상권을 중심으로 상가 투자처를 물색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 조언했다.
인근 아파트값도 오름세다. 광주송정역 인근 도산동 일대 아파트는 대부분 2000년 이전에 지어진 단지인데도 매매가격이 꽤 올랐다. 도산동 우미아파트 전용면적 60㎡는 2013년까지 8000만~9000만원대에 거래되다 올 들어 처음으로 1억원을 넘겼다. 호남고속철 사업이 가시화되기 전인 2010년만 하더라도 5000만원 안팎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새로 조성된 택지지구 아파트에도 이미 적지 않은 웃돈이 형성돼 있다. 광산구 선운지구의 경우 20~30평대 아파트가 3.3㎡당 600만~700만원에 분양됐는데 분양권에 2000만원가량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있다는 게 일대 공인중개사무소 설명이다.
산단·정부청사 직주근접 단지 유리
호남고속철 개통으로 전라선과 장항선을 갈아탈 수 있는 익산역 일대도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이곳은 KTX 익산역 복합환승센터와 함께 국가식품클러스터, 종합의료과학산업단지, 익산일반산업단지 등 다른 개발 호재도 풍부하다.
전북 익산시 서남부 지역에 속한 배산택지개발지구, 모현동 일원 아파트 단지가 익산역과 도보 거리로 가까워 직접적인 수혜지로 꼽힌다. 배산택지개발지구 일대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449만원으로 전라북도 전체 평균(495만원)보다도 낮아 투자 부담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그동안 적체된 미분양이 호남고속철 개통을 앞두고 조금씩 해소되는 모습이다. 익산역 인근에 기존 분양가보다 싸게 나온 급매물이나 할인 분양 상품 위주로 살펴보면 좋을 것이다.” 익산시 모현동1가 일대 부동산중개업자의 조언이다.
KTX 익산역을 통해 수도권으로 이동하기도 용이하지만 서해안·호남고속도로 등 광역 교통망도 잘 갖춰져 있다. 23번·27번 국도를 타면 전주, 군산, 김제 등 인근 주요 도시까지 30분 내 진입할 수 있다.
오송역세권 개발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경부고속철도 개통과 함께 정부의 세종청사 이전으로 유동인구가 부쩍 늘어난 덕분이다.
청주시 관계자는 “호남철도가 개통하면 KTX 오송역이 수도권·호남권·경부권을 연결하는 분기점으로 하루 1만명 이상, 연 400만여명이 이용하는 철도교통 중심지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개발만 완료되면 인근 오송생명과학단지와 첨단의료복합단지 출퇴근 수요, 세종시 출퇴근 수요를 흡수하는 상권으로 거듭난다. 오송역 인근 토지에 투자하면 개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남영우 나사렛대 부동산학과 교수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현재 오송역 인근 토지는 3.3㎡당 850만원 선에 매물이 나와 있다.
주거 실수요자라면 오송역 인근 아파트도 눈여겨볼 만하다. 오송역이 위치한 충북 청주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3.3㎡당 647만원 선인 데 비해, 평균 전셋값은 468만원으로 전세가율이 전국 평균(70%)을 웃돈다. 실수요자를 중심으로 매매전환 수요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집값 흐름도 나쁘지 않다. 일례로 청주시 오송읍 ‘오송호반베르디움’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올 초 2억5500만원에 거래된 후 현재 2억7500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2010년 입주 당시 2억1500만원에 거래되던 아파트다.
호남고속철은 당장 4월 개통을 앞둔 만큼 여느 개발 사업에 비해 불확실성이 적기는 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인근 부동산 가격이 무조건 오를 것이란 막연한 기대는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호남고속철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이 현재 활황세이기는 하지만 언제든 투기 세력이 빠지면 수익성이 반감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남영우 교수는 “개발이 가시화된 곳 위주로 투자하되 현재는 수익이 적더라도 추후 빨리 매도할 수 있는 환금성 높은 부동산 상품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남고속철 ‘서대전역 경유’ 논란
‘저속철 된다’ 호남 주민 반발 거세
호남고속철도는 당초 3월 중 개통 예정이었지만 최근 ‘서대전역 경유’ 논란을 두고 연기됐다. 지난 1월 27일 국토교통부는 오송에서 광주송정을 잇는 호남고속철도 개통 시점이 당초 발표된 3월에서 4월 초로 늦춰졌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호남고속철의 서대전역 경유 문제를 두고 대전과 호남지역이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호남권 주민들은 “서대전역을 경유하면 서울 용산에서 광주송정역까지 2시간 18분 걸려 기존 계획보다 45분이나 더 소요된다”며 “고속철이 ‘저속철’이 되는 꼴”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호남권을 수도권 생활권으로 묶겠다는 당초 건설 취지와 맞지 않다는 얘기다. 충청권 주장도 만만치 않다. 그동안 호남선을 이용해온 충청 주민들의 불편이 예상될 뿐 아니라, 지역 경제가 침체될 우려된다는 논리다. KTX 서대전 경유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노선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서대전역으로 우회해 운행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호남고속철도 서대전 경유를 놓고 지역 간 갈등이 팽팽한 가운데 국토부는 2월 초까지 호남권과 충청권 양측 의견을 수렴해 운영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하지만 갈등이 계속되면 호남고속철도 개통 자체가 더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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