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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포인트/세금이야기

증여 대신 양도하라

by SL. 2014. 1. 5.

 2013.12.18

 

상속·증여세 이야기

 

우리나라는 일제시대와 6.25를 거치면서 조상 대대로 많은 재산을 물려주고 받는 상속의 경험이 적다. 그러다보니 재산상속을 어떻게 해야 행복한 상속이 되고 가문을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화나 철학이 빈약하다.

요즘 부자들은 선조로부터 재산을 물려받아 부자가 된 사례보다는 가난한(또는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나 90년대까지의 고도 산업성장기에 사업으로 자수성가하거나 부동산 등을 통해 재산을 불린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재산을 어떻게, 어느 시점에, 어느 자녀에게, 얼마나 물려줘야 하는지 혼란스럽다.

전통과 문화가 없는 상태에서 부와 가문과 상속에 대한 철학까지 빈약한 부자가 자기의 감정과 판단으로 재산을 처리하다보니 부모와 자식 간 또는 형제 간에 불편해지기도 한다.

 

 


더욱이 최근에는 100세 시대를 맞아 재산 상속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수명이 짧았던 과거에는 부모가 70세에 사망한다고 가정할 때 자녀의 나이는 30~40대여서 생전 증여를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자녀들은 30~40대에 재산을 상속받아도 제2의 인생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능력 없는 자녀에겐 증여도 상속도 고민

그러나 수명이 늘면서 부모가 100세에 사망한다면 그때 자녀의 나이는 70세 안팎이 된다.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다가 70세가 돼서야 비로소 부모의 재산을 상속받게 된다면 자녀는 그 재산을 어떻게 사용할까. 부모가 100세까지 건강하게 사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70세에 상속을 받을 경우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없다.

상담을 위해 찾아온 어느 어르신은 평생 시장에서 장사하면서 모은 돈으로 조그만 빌딩을 갖게 됐다. 자녀가 4명이지만 교육을 제대로 시키지 못해 모두 변변한 직업이 없는 상황이었다. 빌딩에서 나오는 임대료만으로도 생활하고 저축하는데 모자람이 없어 돈 모으는 재미로 노후를 보내고 있지만, 자녀들 때문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자녀들이 장사를 하겠다고 해서 목돈을 만들어줘 봤지만 얼마 못가 실패하고 계속 부모에게 손을 내밀었다. 큰아들은 나이가 50이 다 돼 가는데 지금 재산을 나눠 주자니 바로 다 날릴 것 같고 안 주자니 부모를 원망하는 것 같아 그 어르신은 돈이 있어도 맘이 편치 않다고 했다. 요즘은 자식들이 "언제 돌아가시나"라며 자신이 빨리 죽기를 바라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할 지 너무 고민이라고 덧붙였다.

극단적인 사례일지도 모르지만 부모는 재산이 있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있는 반면 자녀들은 직업이 변변찮아 자립능력이 없는 경우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거에는 재산을 누구에게, 어떻게, 얼마나 상속해줄 것인가를 생각했다면 이제는 언제 물려줄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재산을 사후에 상속하게 되면 상속세는 자녀 등 상속인들의 문제가 되지만 생전에 물려주게 되면 재산을 물려주는 부모는 자녀들이 내야 할 세금도 같이 걱정해야 한다. 사실 재산을 모으는 것 못지않게 자녀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일에도 많은 노력과 정성이 필요하다.
 
◆생전양도가 좋은 5가지 이유

생전에 재산을 물려주는 방법을 증여로만 생각하고 있다면 양도하는 방법도 같이 고려해보면 어떨까. 보통 재산을 대가 없이 무상으로 물려주는 증여의 경우 자녀가 증여받은 재산을 탕진하지 않을까 혹은 부모를 버리는 망은을 하지 않을까, 재산을 다 주고 나면 100세까지의 긴 인생을 재산 없이 어떻게 살까 등의 고민을 안할 수가 없다.

반면 재산을 자식에게 양도한다는 것은 자식에게 대가를 받고 재산을 파는 것을 말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이런 양도의 방법이 증여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도 있다. 양도가 증여보다 좋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재산을 타인에게 양도할 때는 양 당사자가 협의한 가액으로 거래가 이뤄지지만 배우자나 자녀에게 양도할 때는 세법에서 정한 가액으로 거래가 이뤄져야 한다. 세법에서 정한 가액이란 흔히 말하는 기준시가 등을 말한다.

예컨대 시가 100억원짜리 부동산이 있는데, 이 부동산의 기준시가가 50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 부동산을 타인에게 판다면 100억원에 팔겠지만 자녀에게 판다면 50억원에 팔아야 한다. 50억원보다 많거나 적게 팔면 증여세를 추가로 내게 된다. 자녀는 100억원짜리 부동산을 50억원에 사는 것이니 어찌 보면 50억원은 세금 없이 증여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둘째, 자녀가 성실해진다. 자녀가 부모의 재산을 취득하려면 돈이 있어야 한다. 앞에 든 예시의 경우 50억원의 자금을 마련해야 한다. 자녀는 100억원짜리 부동산을 50억원이나 싸게 살 수 있는 만큼 열심히 돈을 벌고 모아야 한다.

타인과의 부동산 거래 시에는 거래조건이 까다롭지만 부모 자식간의 부동산 거래 시에는 부모가 많은 편의를 봐줄 수 있다. 또 돈을 벌고 모으는 방법을 부모가 제공해줄 수도 있다. 무능력하거나 돈을 헛되게 낭비해서는 부모의 재산을 싸게 살 수 없기 때문에 열심히 돈을 벌고 아껴 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을 잘 활용하면 자녀들은 부자의 조건을 충족하게 된다.

셋째, 내야 할 세금은 양도세이기 때문에 자녀가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고 부모가 세금을 내며 자녀는 취득세만 부담하면 된다. 또한 양도세는 100억원에 팔았을 때보다 50억원에 팔았기 때문에 타인에게 파는 것보다 훨씬 적게 내게 된다.

증여는 재산가액을 무상으로 주는 것이기 때문에 재산가액 전체를 증여가액으로 해 증여세를 계산하지만 양도세는 취득가액을 공제하고 세금을 계산하기 때문에 세금의 크기도 양도세가 적다. 따라서 가족 전체가 부담하는 세금은 증여세보다 양도세가 훨씬 적다.

넷째, 자녀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엔 남은 노후를 보낼 자금이 걱정되는데 양도의 경우에는 부모가 자녀에게 대가를 받고 팔았기 때문에 자금이 생긴다. 따라서 이 자금으로 노후를 보내면 된다.

다섯째, 양도는 상속이 아니므로 나중에 유류분 등 재산다툼의 여지가 없다.

생전양도가 모든 사람에게 행복하게 부를 이전하는 방법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후상속 또는 생전증여만을 고려하고 있다면 생전양도도 같이 고민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