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F you don't act, nothing changes.
^^공간이야기/세상살이이야기

어르신들 쌈짓돈까지

by SL. 2012. 8. 8.

어르신들 쌈짓돈까지 노리는 ‘불효자 사회’

20120808 경기일보 

 

 

동네 친구들과 갔다가 발길을 끊으니까 나만 따돌림 당한다는 느낌이 들면서 외롭더라고. 결국은 다 날렸어.”

노인들을 먹잇감으로 삼아 노인들의 피를 빨아먹는 ‘홍보관’.

대부분의 홍보관은 노인들을 꼬시기 위해 휴지나 쌀, 라면 등 생필품을 무상으로 준다.

또한 노래와 춤 등으로 유흥거리를 만들어주고, 식사 등 음식까지 제공하며 노인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노인들은 처음에는 공짜 상품을 받으러 나왔지만,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중독’이 돼있다.

이후에는 여흥 시간이 끝나 각자 집에 돌아가라고 해도 가지 않고, 결국 물건 구매로 이어진다.

그러나 물건 구매는 단 한번에 그치지 않고, 홍보관이 문을 닫을때까지 계속된다.

시흥경찰서는 수도권 일대에서 고령의 할머니들을 범행 대상으로 삼아 할머니 250명으로부터 2억원 가량을 챙긴 남녀혼성 사기단 6명을 지난달 9일 구속했다.

사기단은 지점장(범죄기획), ‘날개’(바람잡이), 경리, 자금책으로 역할을 분담, 지난 4월께부터 시흥시 대야동에서 ‘홍보관’을 열고 노인들을 유인해왔다.

이들은 할머니들에게 ‘체험용 상품을 주되 보증금을 걸라’고 속여 P할머니(81)로부터 150만원을 받는 등 60여명으로부터 4천만원 상당을 편취했다.

또한 5월과 6월 두달동안 같은 방법으로 오산(5천600만원), 서울 도봉(7천500만원), 서대문(4천600만원) 일대에서도 돈을 챙기며, 노인들을 울렸다.

또 ‘돈을 빌려주면 화투판에서 돈을 따주겠다’고 속여 노인들을 상대로 억대의 사기를 친 일당 4명도 경찰에 붙잡혔다.

 

생필품·식사 제공하며 홍보관 유인 물건 팔고
화투로 돈 따주겠다더니… 돈만 빌려 줄행랑

 

안양만안경찰서는 지난해 6월부터 수도권 일대에서 같은 방법으로 14차례에 걸쳐 1억7천300만원을 챙긴 A씨(58) 등 일당 4명을 지난 5월31일 구속했다.

A씨 등은 지난 4월 26일 오후 2시께 안양시내 한 공원에서 70대 노인에게 접근해 “배를 수십척 가진 매제가 노름판에서 돈을 잃었는데 내가 화투기술자니까 돈을 빌려주면 높은 이자를 계산해 돌려주겠다”고 속여 1천5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이와 함께 콜라텍에서 만난 60~70대 여성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거나 고스톱을 쳐 돈을 잃어주며 재력이 있는 것처럼 행세한 70∼80대 노인 4명은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한 뒤 2억2천700만원을 훔쳐 달아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밖에 길을 가던 70세 할머니를 때리고 귀금속과 현금 25만원을 훔쳐 달아난 20대 커플이 붙잡히는가 하면, 부부싸움 후 홧김에 살인까지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도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노인 범죄 급증과 함께 사회적 약자로 분류되는 노인들의 피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그러나 노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통계조차 집계되지 않고 있는 등 제도적인 보호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노인 범죄를 포함한 노인 문제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인 문제로 인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위기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기대학교 이수정 교수는 “청소년이나 아이들은 보호자가 있거나 제도적인 보호가 어느정도 구비돼 있고, 성인들은 본인들이 책임을 진다”며 “그러나 노인들, 특히 범죄 위험에 노출된 취약계층의 노인들은 한번의 범죄 피해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황까지 이르지만 아직까지 제도적으로는 걸음마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