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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셨나요? 여러분은

by SL. 2012. 10. 28.

부탄, 몰타 등 51개국의 '주한대사'는 한국인이라는데

 

외교관 파견 어려운 소국을 대표하는 그들, 주한 명예영사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 국제적으로 인정한 준외교관

비자발급 등 외교업무부터 각종 궂은 일까지 떠맡아.../  무역하는 기업인이 대부분.. 

한국 구익에도 도움- 여수 엑스포 유치할 때 앤티가바부다 영사 활약으로

카리브해 주변국서 15표...안보리 이사국 선출에도 일조

 

서울 한남동과 광화문 일대의 외교타운에는 저마다 국력을 과시하듯 큼직한 대사관들이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수교한 189개국 중 주한 대사관이 있는 국가는 100여개국에 불과하다. 인구 수십만의 소국 입장에선 한국에까지 대사과늘 설치하고 회교관을 파견할 여력이 없다. 대사관이 있어도 부족한 인력으로 한국과 원활한 외교관계를 맺기엔 어려운 나라도 있다. 이 빈자리를 채워주는 이들이 주한 명예영사(Honorary Consul)다.

 

주한 명예영사는 한국인이 맡는다. 임명국이 한국의 명망 있는 인물을 명예영사로 위촉하면 우리 외교부는 엄격한 검증절차를 거쳐 인가한다. '영사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에 따라 직업 외교관과 비슷한 지위를 누리는 준외교관이기 때문이다. 명예영사는 양국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다. 무보수 명예직이라 임무 수행을 하며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기도 해 명예영사 중 많은 수가 양국 간의 무역에 종사하는 기업인이다. 현재 108개국, 127명의 명예영사가 활동하고 있다. 대사관이 없는 51개국 명예영사는 사실상 주한대사의 역할도 한다. 

 

 

* 비자발급부터 문화 경제 교류까지

 

제지 플랜트 업체를 운영하는 김한영 회장의서울 논현도 집무실은 히말라야 동족 인구 70만의 소왕국 부탄 '대사관'이기도 하다. 부탄과의 인연은 1984년 일본을 공식 방문한 부탄의 왕속 다쇼림프가 불국사를 둘러보러 오며 시작됐다. 사업상 알고 지내던 일본 측 의전 담당자는 김 회장에게 수행을 부탁했다. 이틀 일정으로 한국에 온 부탄의 왕숙은 불국사의 아름다움에 매료돼 7일간 이곳에 머물렀다. 김 회장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에서 온 이드에게 매료됐다. 그해 '한 부탄 우호협회'를 설립했고, 2000년부터 주한 부탄 명예영사를 맡았다.

 

2007년 김 회장은 서울시와 부탄의 수도 팀푸간이 자매결연을 성사지켰다. 매년 5~10명의 부탄 청년들이 한국에 와 자동차정비, 목공, 한국요리를 배우고 있다. 이들은 부탄에서 한국을 알리는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에 가서 김한영의 집에 초대받지 못했다면 부탄 사람이 아니다"고 한다는 그의 자택은 '주한 부탄 대사관저'이다.

 

김 회장처럼 명예영사들은 비자 발급 등 행정 업무부터 경제, 문화, 관광홍보 업무까지 도맡아 하며 양국 간 회교의 빈틈을 메운다. 지난 2009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주한대사관이 없는 나라의 명예여아들은 임명국의 수반을 대신해 조문하기도 했다. 대사관이 잇어도 공관업무를 모두 처리하기 힘들 때에는 명예영사에게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임영자 명예영사(60.한몽교류진흥협회 이사장)는 지난 2월까지 3년간 몽골대사관의 단기 비자 발급업무를 대행했다. 대사관이 협소하고 업무량이 많아지자 분담을 요청했던 것.

 

양국 간 경제 문화 교류의 가교 역할도 명예영사의 몫이다. 동유럽의 문화 강국이지만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루마니아를 한국에 알리는 데는 신평제(74전 교보증권 회장) 명예영사의 노력이 컸다. 그는 루마니아가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콩스탕탱 브랑쿠시의 조각전, 루마니아의 대표적 여류 화가 율리아 헐로우체스쿠 수채화전을 개최하기도 했다. 재계 줄신인 신 명예영사는 루마니아와 한국 기업 간 연결창구 역할도 한다.

 

직업 외교관이 주재국에서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주재국 사람인 명예영사는 양국의 협력과 모두의 이익을 위해 활동한다. 지중해 한가운데 작은 섬나라 몰타공화국의 이광용(65.삼풍상사 대표) 명예영사는 2008년 몰타의 외무장과늘 만나 한국 유학생의 비자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미국 캐나다 호주 대신 비교적 저렴하고 관광자원이 풍부한 몰타에서 영어를 배우려는 한국 학생이 큰 폭으로 증가했기 때문, 이 후 한국 유학생은 이민국에 가서 '어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다'는 사유서만 제출하면 자동으로 3개월 비자를 연장할 수 있게 됐다.

부탄 김한영 명예영사(오른쪽에서 둘째).
몰타 이광용 명예영사(맨 왼쪽).
앤티가바부다 이성희 명예영사(왼쪽).
*小國을 움직이는 명예영사의 힘

 

1~2년 임기 동안 주재하는 직업 외교관과 달리 한 나라와 수십년씩 교류하며 두터운 친분을 쌓은 명예영사들은 국제행사 유치, 유엔 안보리 이사국 선출 등에서 큰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성희 명예영사(71.한국외대 초빙교수)의 임명국 앤티가바부다는 중미 카리브 해의 작은 섬나라다. 인구는 7만명에 불과하지만, 국제사회에서 '1표'를 가진 엄영한 주권국가다. 2007년 전남 여수가 모로코의 타헤르와 엑스포 유치를 두고 접전을 벌이고 있을 때, 이 명예영사는 오랜 친구 사이인 앤티가바부다의 외무부 차관에게 한국의 지지를 부탁했다. 앤티가바부다 총리는 친구는 주변 카리브해 국가 외교관들까지 대신 설득해 줬다. 투표 결과 한국과 교규도 많지 않았던 카리브 해에서 15표가 넘는 몰표가 나왔다.

 

양국 관계에서 다양한 임무를 부여받고 있는 준외교관이지만, 명예영사의 처우는 열악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한 유럽국가의 명에영사는 "임명국 주요인사가 방한할 경우 주한 영사로서 수행을 하게 되지만 염예영사에 대한 인식이 낮아 민간인 취급을 받는 등 아쉬운 점이 있다"고 했다.

 

외교통사부 외교사절담당관실 최원석 과장은 "임명국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명예영사들의 역할이 크다"며 "앞으로 명예영사를 조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