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노장 감독 은퇴에 유럽이 들썩인 이유는…
2013.05.28 03:08
지구상 가장 인기있는 축구
영국은 FA컵 처음 만든 나라, 그래서 세계가 英 리그에 주목
'맨유'에 평생 바친 퍼거슨 감독
그가 마지막 경기서 씹던 껌은 6억6000만원에 팔리기도 했죠
-
- 퍼거슨 감독의 마지막 경기를 아쉬워 하는 팬들. /뉴시스
지난 주말,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거슨 감독이 은퇴했어요. 오랜 감독 생활 중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한 팀에서만 27년을 보낸 '살아있는 축구의 전설'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며, 전 세계 언론들이 다투어 일대기를 연재했지요. 영국의 방송들은 퍼거슨 감독의 업적을 다룬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퍼거슨 감독이 마지막 경기를 지켜보며 씹었던 껌이 경매에서 우리 돈으로 무려 6억6000만원에 팔리기도 했어요. 축구 감독이 나라를 구한 영웅도 아닌데, 이렇게 사람들이 흥분하고 아쉬워하는 이유는 뭘까요?
우리나라에서는 축구가 인기 스포츠 가운데 하나지만 유럽에는 축구를 스포츠와 문화, 산업, 종교를 겸하는 생활의 중요한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답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유럽 리거인 차범근 선수는 은퇴한 지 25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요.
왜 유럽에서 축구가 특별한지, 그 배경을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먼저, 축구는 지구 상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국제축구연맹(FIFA) 회원국 숫자는 200개국 이상으로, UN 가입국보다도 규모가 크지요.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직업 운동선수 가운데 70% 이상이 축구 선수입니다. 축구 선수나 전문 기자, 그 외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 수까지 모두 합하면 축구는 영화 산업보다 규모가 더 큽니다.
-
- 지난 12일 맨체스터의 올드트래퍼드에서 마지막 홈경기를 마친 퍼거슨 감독. /뉴시스
유럽 사람들은 축구와 더불어 평생을 지내기에, '국적은 바꿔도 응원 팀은 안 바꾼다'는 사람이 많죠. 응원 팀이 어디인지를 알면 그 사람의 고향, 종교, 사회적 성향을 알 수 있을 정도랍니다.
영국은 축구 종주국이죠. 1863년 지금의 규정을 확정하고 1871년 첫 공식 대회(FA컵)를 개최했습니다. 축구가 인기를 얻으면서 누가, 어떤 팀이 최강인지를 사람들은 궁금해했어요. 취미로 가끔씩 기술을 익히는 사람보다 아예 전문적으로 축구만 하는 직업 선수들이 더 유리하겠죠? 선수와 관중을 제시간에 먼 곳까지 태워다 주는 철도 교통의 발달, 입장권을 사고 정기적으로 축구를 보러 오는 관중, 대규모 스타디움 등이 서로 상승 작용을 일으켜 1885년 영국에서 세계 최초 프로팀이 만들어졌어요. 잉글랜드 프로축구에는 94팀이 있고, 가장 실력이 뛰어난 20팀이 모인 1부 리그의 이름은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인데, 2013년 현재 EPL은 세계 최고 축구 시장이자 '꿈의 리그'라고 합니다. 가장 많은 나라의 선수(67개국-한국 선수로는 박지성, 기성용)가 활동하고, 가장 많은 나라의 자본이 투자되고 있으며, 가장 많은 나라에 방송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당연히, 경쟁도 치열합니다. 스포츠의 미덕은 구단의 실력이 한 경기 한 경기를 통해 이기고 비기고 지는 것으로 정직하게 드러난다는 점이지요. 그런 점에서 27년 동안 잉글랜드 각종 대회 및 유럽 클럽 대항전에서 38회나 우승한 퍼거슨 감독의 업적은 정말 대단합니다. 평생을 바쳐 세계 정상에 오르고, 젊은 선수를 찾고 키우는 한편으로 새로운 작전을 구상하며 끊임없는 자기 혁신을 보여준 사람. 은퇴하는 날까지 노력과 발전을 멈추지 않으며 세계 정상에 머물렀던 사람. 유럽인들이 퍼거슨 감독의 은퇴에 뜨겁게 반응하며 아쉬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랍니다
'^^공간이야기 > 생각해보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엇이 먼저인가 - 어떻게 생가하십니까?>? (0) | 2013.06.07 |
---|---|
운명을 바꾸는 힘 - 습관 (0) | 2013.06.03 |
한국정부 외국인에게 처음 주는 보관문화훈장 - 야나기 무네요시 (0) | 2013.05.24 |
과학적인 KISS (0) | 2013.05.24 |
시간의 가치 (0) | 2013.05.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