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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야기/생각해보면

모든것을 가진 사람과 그 나머지

by SL. 2013. 10. 21.

세계 0.1% 슈퍼 엘리트의 삶

 

1980년 미국 기업 CEO들의 임금은 근로자의 42배였다. 그것이 2012년에는 무려 380배로 뛰어올랐다. 혹자는 미국 기업들의 주식 가치가 그만큼 올랐기 때문에 당연한 일이라고 한다. 문제는 주가가 오른 과실을 CEO들이 가장 크게 차지하는 데 있다. 주가가 10% 오를 때, CEO들의 연봉이 보통 3% 정도 상승한 데 비해 나머지 직원들은 0.2% 오르는 데 그쳤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다 보니 지금과 같은 현격한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소득불균형의 문제와 그에 따른 ‘상위 0.1%’의 출현에 대해 좀 더 심도 깊게 다뤄볼 필요가 있다. 이 책 <플루토크라트>는 ‘전 세계 상위 0.1% 슈퍼엘리트들의 삶’을 파헤친다. 책제목인 플루토크라트(plutocrats)는 ‘금권정치가’, ‘금융자본가’ 등을 지칭하는 말이다. 2013년 여름 흥행몰이에 성공하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영화 <설국열차>의 맨 앞칸에 탔던 사람들을 연상시킨다.

엘리자베스 빌링턴이란 1800년대 초의 연예계 슈퍼스타가 있었다. 그녀는 1801년에 영국 농장 근로자 평균소득의 200배에 달하는 1만 파운드를 벌었다. 2010년 엘리자베스 빌링턴에 비견할 만한 슈퍼스타인 레이디 가가는 미국 평균 가구소득의 1800배가 넘는 소득을 거둔다. 인터넷과 세계화는 레이디 가가에게 훨씬 많은 청중 기반을 가져다줬고,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시장의 폭을 넓혔다. 연예계뿐만이 아니다. 1960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최고 연봉을 받은 선수는 10만달러를 받은 미키 맨틀이었다. 하지만 2012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연봉은 3000만달러로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미키 맨틀의 50배가 넘는 수입을 올리고 있었다.

저자는 책에서 슈퍼스타들이 더욱 슈퍼스타가 되게 하는 네 가지 효과를 얘기한다. ‘더 많은 돈을 쓸 수 있는 부유해진 고객들’의 존재로 더 큰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마셜효과, 세계를 시장으로 더 많은 접점을 통해 더 많아진 소비자들을 상대할 수 있게 된 로젠효과, 금융계 및 투자자·정부 등과 더 좋은 거래조건을 열 수 있는 마틴효과, 결국 있는 자는 더욱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마저 빼앗기는 톱니와 같은 마태효과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이런 효과가 계속 발휘되도록 하기 위해 최상위층 플루토크라트들이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고, 그 안에서 웅크리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그 경고는 일견 부제에서 얘기한 ‘나머지’를 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다가 스스로를 파멸의 길로 몰아넣고 있는 플루토크라트에 대한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지중해 최고의 도시를 가꾼 베네치아 사람들은 상류층이 귀족들의 공식명부로 다른 이들의 귀족층으로의 진입을 사실상 금지한 ‘황금의 책’을 만들면서 베네치아 몰락의 문을 열었다.

이 책은 러시아나 중국의 신흥 플루토크라트들에 대한 언급도 상당 부분 있으나, 대체로 미국의 최상층 부자들에 대한 얘기다. 그러나 소득격차의 확대, 세계화가 만들어내는 모순, 학벌을 비롯한 돈쏠림을 심화시키는 현상들, 기득권 유지를 위한 안간힘 등 현재 우리 사회의 모순되고 부조리한 현상과 속살들까지 자연스럽게 연상시키며 파헤친다. 우리와 같은 ‘나머지’들이 사회를 제대로 읽기 위해, 피해자로서 모든 책임을 무지하게 지지 않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이 정작 필요한 사람들은 바로 ‘모든 것을 가진 사람’, 곧 플루토크라트들이 아닌가 싶다. 자신들의 모습을 정확히 보고, 영원한 번영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가르침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http://www.moneyweek.co.kr/news/mwView.php?no=2013101016078012372&outlin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