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4
노숙인이 말하는 노숙인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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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잔마다 다른 사연… "우리도 꿈 있지" |
틀 맞춘 생활 싫어 시설 거부 / 거리의 노숙인 지원제도 사각 / "역 벗어나면 벙어리가 돼…"
도박 빚에 폭행 트라우마 / 토지소유권분쟁 패소 거덜 / "일반인과 종이 한장 차이"
지난달 30일 밤 8시 부평역 광장 구석의 한 벤치. 이날도 어김없이 4명의 노숙인들이 둘러앉아 술자리를 갖고 있었다. 노숙인들과 술잔을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되도록 노숙인들의 표현을 그대로 옮겨 적는다.
부평 출신인 A(50)씨는 젊어서부터 소위 '공구리 치는 일(콘크리트 시공)'을 해왔다. 7~8년 전에는 작업반장으로 나서 부평의 몇몇 건물들의 건설현장을 지휘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2008년 건설경기가 침체되면서 일감이 뚝 끊겼다.
A씨는 "일이 없으니까 술이 늘더라고. 도박에도 손댔는데, 도박빚 안갚는다고 얻어터지고 빈털터리가 돼서 5년전부터 여기서 살어"라고 말했다.
동료 노숙인은 A씨가 과거 도박판에서 폭행당한 트라우마에 시달린다고 했다. A씨는 같은 말을 꼭 두 번씩 반복하는 습관이 있고, 가끔씩 이유없이 '껄껄껄' 웃는다.
4년 전 부평역에서 몇 달동안 노숙생활을 했던 B(48)씨의 사연을 들어보면 노숙인과 일반인은 종이 한 장 차이기도 하다.
부유하게 살던 B씨는 법원에서 토지 소유권 분쟁을 벌이다가 결국 패소하고 집안 땅을 다 잃었다고 한다.
현재 B씨는 부평동의 한 낡은 아파트에 살면서 종종 노숙인들을 만나러 부평역에 온다. B씨는 "강원도 평창에 집안 대대로 내려온 땅이 꽤 있었어.
소작을 주던 땅인데 옛날 시골에 등기같은 게 어디 있나. 말뚝 박고 네 땅 내 땅 한거지.
8년 전에 부동산업자 농간에 우리 어머니가 넘어가는 바람에 전부 다 뺏겼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후 B씨는 삶의 의지를 잃고 집을 나와 노숙생활을 하다가 한 지하철역에서 뛰어내려 왼쪽 다리를 잃었다.
인천지역에는 7곳의 노숙인 관련 시설이 있다. 부평역 노숙인들에게도 입소기회가 있지만, 이들은 시설 입소를 거부하고 있다.
노숙생활 10년차 C(58)씨는 "초짜 노숙인들은 시설에 많이 들어가는 것 같은데 오랫동안 노숙한 사람은 그 생활(시설) 못견뎌. 틀에 맞춰서 생활하기가 싫은거지. 술도 못마시잖아"라고 말했다.
5년차 노숙인 D(48)씨는 "영 추우면 차라리 돈을 모아서 PC방이나 찜질방에서 좀 편히 자고 나오는 게 훨씬 낫지"라고 덧붙였다.
노숙인 관련 시설은 입소한 노숙인에 한해 숙식제공, 일자리 연계 등의 지원을 하고 있다.
일부 시설은 거리의 노숙인에 대해 현장상담을 하고 있지만 제한된 인력으로 모든 노숙인을 만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시설 입소를 거부하면서 거리에 남은 노숙인들은 지원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현재 인천시의 노숙인 지원정책은 노숙인 관련 시설에 예산을 지원 하는 게 전부인 수준이다.
거리에 남은 모든 노숙인들이 재기를 하고자하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D씨는 "이혼한 마누라가 자식새끼를 데리고 사는데 휴대폰이 없으니까 연락이 안되네. 인천 어디에 살고 있겠지만 사실 연락처도 몰라. 지금은 이렇게 술로 살고 있는데 얼른 정신차리고 일이라도 알아보긴 해야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D씨는 "내가 여기(역광장)에선 펄펄 나는데 여기만 나가면 벙어리가 되고 자신이 없어져"라며 말끝을 흐렸다.
노숙인들은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거리에서 살아가고 있으며, 새 삶에 대한 꿈도 꾸고 있다. 반면 이들의 사연이나 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곳은 매우 적은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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