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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가폭등지역/이런땅이돈된다!

기업이 도시의 미래

by SL. 2017. 1. 4.

4년간 138개 기업 유치, 함박웃음꽃 핀 서산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충남 서산시 호수공원 인근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에는 아이들을 동반해 30~40대 여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서산에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함께 정착한 근로자의 가족들이다. 상가가 밀집해 있는 골목에는 이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빼곡히 주차돼 있을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기업들이 서산으로 몰려들면서 이 곳은 기업도시, 부자도시로 발전하고 있다. 1인당 소득은 4만 달러(약 4800만원)에 육박해 국가 평균보다 1만 달러 가까이 높다. 이 때문인지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찾기 어려웠던 '푸르지오(대우)'와 'e편한세상(대림)' 등 대형 건설사 브랜드 아파트들도 속속 들어섰다. 인구 17만명의 작은 도시인데도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도 2개나 문을 열었다. 사람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소득 수준이 높은 것을 고려했다는 것이 마트 측 설명이다.

 

대한민국에서 충남 서산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조선 철강 해운 등 전통산업의 부진과 기업들의 해외 이전 등으로 지방의 많은 도시가 차갑게 식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서산에 지금까지 조성됐거나 조성중인 산업단지만 현재 16개에 달한다. SK네트웍스와 현대오일뱅크 한화토탈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 뿐 아니라 석유화학·자동차 관련 중소·중견기업이 서산으로 본거지를 옮기고 있다. 기업이 내려오면서 인구와 주택수도 덩달아 증가추세다. 일자리가 늘어나자 도시는 활력이 넘쳐난다.

 

조만호 서산시 공보관은 "기업유치를 통해 지역경제에 숨통이 트였다"며 "일자리가 많이 생기자 외지로 떠났던 고향 사람들도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3년부터 4년간 서산에 새로 터를 잡은 기업은 138개에 달한다. 이 업체들이 서산에서 새롭게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숫자도 3000명이 넘는다. 수도권에서 온 기업만 해도 2015년에는 12곳, 지난해는 18곳에 이른다.

 

이날 방문한 서산 인더스밸리에 위치한 광성강관공업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수도권 대표 산업단지인 경기도 안산시 시회공단에서 서산으로 본사를 옮겼다.

 

박태섭 광성강관 대표는 시화에서만 26년간 공장을 운영했다. 그는 "공단이 조성된 지 20년이 넘다 보니 포화상태가 돼 확장할 수 있는 땅을 확보하기 어려웠다"며 "시화에서 서산으로 옮기면서 공장 면적을 5배 더 늘리고 많은 지원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서산 외에도 경기 화성과 충남 당진, 충북 충주 등도 이전 후보지로 검토했다. 그는 "공장 이전을 검토하던 중 서산시 공무원들이 30번 가까이 찾아오며 끈질기게 유치 활동을 벌이자 이 곳으로 마음을 굳혔다"고 털어놓았다. 잘 갖춰진 교통망과 저렴한 땅값과 함께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행정이 서산시 이전 결정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뜻이다.

 

이완섭 서산시장은 "지난해 유치 목표 기업은 20곳이었지만 두 배가 넘는 42곳을 유치했다"며 "서산시 공무원들이 발로 뛰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기업의 이전으로 서산시 인구도 지방 기초자치단체로는 드물게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16만468명이던 서산시 인구(외국인 제외)는 지난해 11월말 17만546명으로 늘어났다. 서산시는 향후 2~3년 안에 인구가 2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때 석유화학공업 도시로 잘 나갔던 여수시 인구가 같은 기간 29만3488명에서 4000여명 줄어든 것과 대조되는 모습이다.

인구 증가로 주택수도 2005년 5만3653가구에서 2015년 7만5880가구로 10년새 2만 가구 이상 증가했다. 이 시장은 "주택건설 붐이 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라며 "여기에 대비해 대학교와 종합병원 철도 등 도시 기반시설을 꾸준히 확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산은 기업도시를 넘어 관광도시로의 비약도 준비 중이다. 오는 4월께 중국 산둥반도와 서산 대산항을 잇는 바닷길이 열리면 많은 중국관광객(유커)들이 국제여객선을 타고 서산에 들어올 전망이다. 이 시장은 "바닷길이 열리면서 서산은 명실상부 국제도시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서산을 바라보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와 연결되는 철도망이 없다는 것은 가장 아픈 대목이다. 종합대학도 1개(한서대) 뿐이라는 사실은 지속가능한 기업유치를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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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시 송악읍 고대리 토지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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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미래다] 업황 따라 울고 웃는 지역별 산업단지

 

산업단지의 성적표도 업황에 따라 크게 갈리면서 지역불균형이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경기에 민감한 조선업종이 포진해 있는 울산과 전남의 산업단지는 생산실적이 크게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울산의 경우 연간 생산 증가율이 2014년 -5.2%에서 2015년에는 -14.7%로 크게 악화됐다. 작년의 경우 연초부터 3분기 말까지 13.5% 감소했다. 2016년의 경우 석유화학 산업은 업황이 개선됐지만 조선업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여수와 광양 산업단지도 비슷했다.

 

철강산업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연간 생산 증가율이 -6.3%(2014년)에서 -14.9%(2015년)로 뚝 떨어졌다. 작년에는 조선업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3분기까지 -8.9%로 여전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전자와 철강 관련 기업들이 주로 들어선 경북 구미와 영천 산업단지는 -17.4%에서 -0.4%로 현상 유지를 보였다.

 

반면 강원도 원주와 춘천 산업단지는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기업단지가 조성되고 의료기기 생산이 늘면서 2015년 생산 증가율이 17.5%로 전년도에 이어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제주도 용암해수 산업단지도 설비가 완료된 후 생산이 본격화되면서 15.2%의 성장률을 보였다.

 

올해에도 업황에 따른 산업단지 간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보여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전반적으로는 입주기업 수가 늘면서 산업단지의 규모는 커지고 있음에도 질적으로는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2011년 948개였던 산업단지 수는 2015년에는 1124개로 늘었다. 같은 기간 입주 기업도 7만2000개에서 8만6000개로 양적 규모에서는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연간 생산 증가율은 2011년 14.5%였던 반면 2015년에는 -7.3%로 오히려 생산이 감소한데다 기존 입주단지 역시 영세화되면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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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미래다] 조선산업 한파, 군산·거제·울산의 눈물

 

지난해 12월 23일 찾은 전북 군산시 소룡동의 국가산업단지. 인적을 찾기 어려운데다 차량도 10분에 한 두대 꼴로 지나가 마치 유령도시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군산조선소 폐쇄하면 군산경제 다 망한다', '조선소 폐쇄하면 5000명 근로자는 어디로'라는 내용의 현수막이 공단 여기저기 내걸려 있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이날 군산이 지역구인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 등은 일감 부족으로 폐쇄 위기에 처한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의 폐쇄를 막고 지원을 촉구하는 전북도민 30만명의 서명부를 야당에 전달하기도 했다.

 

군산이 조선업 불황의 된서리를 맞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수주 가뭄에 시달리면서 협력업체들 역시 일감을 찾지 못해 폐업하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간신히 버티고 있는 업체들도 업종 변경을 모색하며 구조조정을 진행중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업체인 JY중공업이다. 이 업체는 선박 조립용 블록을 만들어 현대중공업에 납품했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축구장 14개(9만9000㎡) 넓이의 공장은 대부분 텅 비어 있고, 작업하는 직원도 20명이 채 안됐다.

 

이 회사의 임남원 전무는 "지난해 초만 해도 협력업체 직원을 포함해 650여명이 공장에서 일했는데 지금은 150명이 채 안된다"며 "절단작업과 용접작업 때문에 바로 옆 사람 얘기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공장이 시끄러워 수신호로 의사소통을 했는데 지금은 멀리서 말로 해도 다 들릴 정도"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정확한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군산에서는 군산조선소 폐쇄를 기정사실로 여기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올해 상반기 군산조선소에서 만들고 있는 선박의 건조가 모두 끝난다"며 "그 때까지 추가 수주가 없다면 일감도 없는 공장을 열어둘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철수가 현실화되면 군산 지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15년 말 기준 2만 6000여명이던 군산시 근로자 가운데 조선업 근로자 수는 6300여명으로 24%를 차지한다. 기업체 수는 1120개 중 151개로 비중이 13.4%에 달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와 OCI 등 대기업 공장들이 입주해 있지만 이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서 지역 경제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최근 업황이 좀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 부진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OCI 군산 공장에서는 태양광 모듈 제조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으나 태양광 발전 수요가 감소하는 추세다. 2013년 유럽 수출물량이 많았던 한국GM 군산공자은 쉐보레 브랜드가 유럽에서 철수하면서 공장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졌다. 다만 신형 크루즈 생산이 시작되면서 그나마 활기를 띄고 있다.

 

군산시가 기대했던 새만금 사업의 진척도 예상만큼 속도를 못 내면서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서울의 3분의2 면적인 409㎢의 국토를 새로 만드는 새만금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으로 불린다. 2020년까지 전체 개발 면적의 72%가 매립돼야 하지만 현재 속도대로라면 약 30%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자도 점차 철회되는 추세다. 삼성은 2021년부터 7조6000억 원을 들여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고, OCI도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폴리실리콘 공장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두 프로젝트 모두 사실상 무산됐다.

 

이런 상황은 곧바로 지역 경기로 연결되고 있다. 이날 찾은 산업단지 인근 20석 규모의 한 백반집은 점심시간인데도 한산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끼니 때마다 공장 직원들과 공장에 자재를 실어나르는 트럭 운전사들로 북적였지만 지금은 매출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함께 일하던 종업원 2명도 내보냈다. 식당주인인 김진호씨(58·가명)는 "나도 공장 근로자로 일했지만 최근 실직해 아내를 돕고 있다"며 "식당마저 파리가 날리니 막막하기만 하다"고 털어놓았다.

 

조선업 불황의 그림자는 거제와 울산에도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1만4000여명의 직원 중 1500여 명을 내보냈고 올해 추가로 40%를 더 감축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2015년 30% 감축에 이어 지난달에는 부서의 22%를 감축하는 대규모 조직개편을 했다.

 

재작년 5331명이던 체불임금 근로자수가 지난해 10월말까지 1만1002명으로, 체불액은 같은 기간 219억원에서 498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젊은층이 일자리를 찾아 대거 외지로 떠나면서 거제 인구는 지난해 7월 25만7483명에서 11월 25만7208명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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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미래다] "불안은 열정에 태워 버리죠" 판교의 뜨거운 밤

 

 

"직장 생활을 할 때와 비할 수 없이 큰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창업의 매력이죠."

지난해 12월 19일 판교테크노밸리로 불리는 대왕판교로 한켠에 자리잡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센터 안은 오후 7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20명이 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센터에서 무료로 빌려주는 공용 사무공간에서 창업을 준비중인 사람들이다. 투자자와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 공용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시제품을 만드는 사람도 있었다. 구석에 위치한 휴게실에서 쪽잠을 청하는 예비 창업자도 있었다.

 

투자자와의 미팅을 막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온 고객 맞춤형 화장품 제조 스타트업 '톤28(TOUN28)'의 정양숙 대표(39)는 "기존 화장품 회사들이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빨리 기반을 닦는게 1차 목표"라며 "고객들 응대하랴, 생산시설 확장을 위한 자금 모으랴, 홍보하랴 몸이 열개라도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학부에서 생명과학을, 석사과정에서는 향장학을 전공하고 2015년까지 천연물 소재 연구소에서 일했다. 지난해 고객 맞춤형 화장품 시장에 대한 규제가 풀리자 그는 회사를 그만 두고 바로 창업길에 나섰다. 정 대표는 "개개인의 피부를 분석해 피부 유형에 가장 잘 맞는 화장품 재료들을 배합한 다음 방부제를 섞지 않고 고객에게 제공한다"며 "제품을 실제로 써본 고객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고 설명했다.

 

센터 건물이 위치한 부지는 NHN과 카카오 넥슨 네오위즈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기업들의 연구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곳이다. 이들 건물 안팎에는 곳곳에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있다. 낮에는 노트북PC와 태블릿PC를 든 젊은이들로 빈 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했다.

 

창업 열기로 꽉찬 센터 건물을 뒤로 하고 인근에 자리잡은 판교 스타트업캠퍼스로 향했다. 이곳에서 만난 신호철씨(29)는 얼마전까지 수입차 업체를 다니다가 퇴사했다. 월급을 받으며 일하다보니 업무에서 책임감을 갖기 힘들고 지루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신 씨는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제공하는 16주간의 스타트업 교육과정을 이수함과 동시에 창업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선물이나 사은품으로 받은 미개봉 신상품을 거래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준비 중"이라며 "창업을 준비하는 다른 동료들과 함께 있다보니 서로 아이디어도 얻고 경쟁도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와 카카오가 함께 지원하는 교육과정에는 현재 126명의 젊은이들이 참여해 창업의 꿈을 키우고 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지원단이 창업 아이템을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해준다. 미술을 전공하고 웹사이트 디자이너로 일하다 스타트업캠퍼스에 입소한 백 모씨(34)는 "사업을 함께할 동료도 찾고 내 사업 아이템도 점검해 볼 겸 교육과정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창업정신이 사라졌다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판교에 와보면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질 것"이라며 "경기도는 앞으로도 청년 창업 지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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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미래다] 불 꺼지는 구미에서 사람들이 떠난다

 

지난달 찾은 경북 구미시 최대 번화가인 인동. 이곳은 삼성전자 구미 2공장 맞은편에 위치한 곳으로 음식점과 술집 의류매장 영화관 등 500여 개의 상가가 밀집되어 있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식당들이 많았는데도 최근에는 '임대'를 붙여 놓은 빈 점포들이 속출하고 있다. 삼성전자 구미공장 직원들이 줄어든데다 경기마저 좋지 않아 지갑을 굳게 닫았기 때문이다.

 

구미산단 1단지는 곳곳에서 공장 임대와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을 찾을 수 있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의 하도급 물량이 줄어들면서 조업을 중단한 중소기업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구미 1산단에는 기업 1206곳이 입주해 있지만 준공 45년째가 되면서 노후화와 영세화로 활력을 잃은 모습이다.

 

백승주 새누리당 국회의원(경북 구미시갑)은 "불과 20~30년 전만 해도 '구미로 가라, 그러면 밥은 먹고 산다'는 얘기가 있었다"며 "지금은 '구미는 뭘해도 안 된다"는 패배의식이 구미 공단 사람들 마음 속에 자리잡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사정이 안 좋다 보니 구미공단 근로자 수는 지난해 9월 9만4792명으로 1년새 7% 이상 줄어들며 10만명이 붕괴됐다. 전체 인구도 2014년 42만명을 기점으로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구미 지역 수출액도 2014년 325억 달러, 2015년 273억, 지난해는 204억5600만 달러(10월 기준)로 전년 동기(234억900만 달러)에 비해 12%나 줄어든 상황이다.

 

구미의 지역 경제가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이 떠나갔기 때문이다. 삼성 LG 등 대형 가전 제조업체에서 발주한 물량이 중견·중소기업을 거쳐 가내공업에까지 온기를 불어넣어줬는데 이들중 일부가 해외로 떠나면서 상생고리가 끊겨버린 것이다.

 

김석호 금오산맥 대표는 "도레이첨단소재나 LIG넥스원 LG디스플레이 등은 남아 있지만 이들은 부품 업체여서 공단에 입주한 업체에 줄 수 있는 일감이 많지 않다"며 "산업의 빠른 변화를 구미 산단이 놓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규제와 지원 의지 부족도 구미를 병들게 하고 있다. 산단에 입주할 수 있는 업종을 까다롭게 지정해 놓아서 다른 업종의 업체가 들어오기가 어렵다. 또 기존 회사가 업종을 변경해서 새로운 영역에 진출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승희 금오공대 교수는 "정부가 노후공단을 활성화하려고 하지만 부처별로 분리해서 지원하다 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법과 제도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후 공단이지만 해외에서는 경쟁력을 되찾은 사례가 많다. 스페인의 포블레노우 산단은 100년간 방직·섬유 산업 중심으로 활성화된 지역이었지만 공해와 공간부족으로 점점 쇠퇴하기 시작, 1990년대에는 1300여개의 공장이 이탈하는 등 황폐화가 지속됐다.

 

서효동 한국산업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스페인 정부가 앞장서 ICT와 에너지 메드테크 미디어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공단을 변화시켰다"며 "재정비가 시작되면서 1063개의 기업이 입주했고 신규 일자리가 3만1982명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ICT(정보통신기술) 부품업체가 많은 구미도 정부가 산단의 자유도를 높여주면 새롭게 변신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김석호 전 경상북도 도의원은 "레이더 카메라와 배터리 모터 등 드론에서 사용되는 부품 대부분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전국에서 구미가 유일하다"며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드론의 90%가 중국산인데 이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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