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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영종도이야기

發電 메카' 영흥도 내년 수도권 전기 22% 책임진다

by SL. 2013. 11. 21.

2013.11.12

화력·풍력·태양광 발전소 갖춰…

석탄화력 5·6호기 내년 완공땐 총 4079만MWh 수도권에 공급

-10년 만에 달라진 주민 생활
발전소 운영사, 육지 연결 위해 1200억원 들여 다리 2개 건설… 인구 수 늘고 문화혜택도 누려

지난 4일 서울에서 서쪽으로 1시간가량을 달려 시화(始華)방조제에 도착했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바다 위에 송전탑 수십 개가 늘어서 있었다. '바다 위 송전탑이라고?' 신기했다. 인천광역시 옹진군 영흥도(靈興島)에서 만든 전기를 수도권 전역으로 나르는 통로 역할을 하는 설비였다. 영흥도에서 경기 신시흥 변전소까지 38㎞에 걸쳐 총 137개가 설치돼 있다.

영흥도는 시화방조제와 2개의 다리를 통해 육지와 이어져 있어 방조제에서 30여분을 더 달려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섬 초입에선 개펄에서 어민들이 바지락을 줍는 한적한 어촌마을 풍경이 펼쳐졌다.

차로 10분을 더 달려 섬 서쪽 끝에 이르자 대규모 발전단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높이 200m의 굴뚝 3개가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아 있었다. 825만㎡(250만평) 넓은 땅에 800~870㎿(메가와트) 규모의 석탄 화력발전소 4기를 비롯해 풍력발전기 17기, 태양광·소수력 발전기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에선 연간 수도권 수요의 16%인 2718만MWh(메가와트시)의 전기를 만들고 있다. 바다 쪽 항구에서 석탄을 옮기는 컨베이어 벨트가 발전소 앞까지 어지럽게 이어졌고, 해안가에는 풍차(風車) 모양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바람을 타고 빙빙 돌았다.

 

영흥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 공급 과정.

 

 

현재 공사 중인 870㎿급 석탄 화력발전소 5·6호기가 내년 6월과 12월 차례로 가동하면 내년 말부터 영흥도는 수도권 전력 수요의 22%를 충당하게 된다. 손광식 한국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장은 "내년 말 이후에는 수도권 약 4가구 중 1가구가 영흥도산(産) 전기를 쓰게 되는 셈"이라며 "전력 소비가 많은 여름·겨울을 목전에 두고 발전을 시작하게 돼 전력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영흥도는 1991년 정부가 수도권의 안정적인 전기 공급을 위해 전략적으로 대규모 발전 시설을 두기로 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입지의 강점 때문이다. 수도권은 전국 전력 수요의 37%가 집중돼 있지만 발전 설비가 부족해 충청 이남에서 보내오는 전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송전 과정에서 연간 약 400억원어치가 허공에 사라진다. 충청 이남에서 수도권에서 가장 가까운 당진 화력발전소가 신시흥 변전소까지 130㎞ 떨어져 있는 반면, 영흥도는 변전소까지 거리가 38㎞에 불과하다.

바다를 접하고 있어 발전 연료인 대량의 유연탄을 선적하기 쉽고, 팔당댐에서 공급되는 공업용수 활용이 편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에 전기를 공급하는 데도 지리적으로 유리하다.

2004년 발전소를 처음 가동한 후 섬 주민들의 생활도 크게 달라졌다. 발전소 운영사인 남동발전이 1200억원 가까이 들여 다리 2개를 놓으면서 육지와 연결됐다. 접근성이 좋아지자 개발 붐이 일었다. 발전소 근무자나 공사장 근로자, 관광객 등을 상대로 한 원룸 건물이나 펜션, 음식점이 잇따라 들어섰다. 지금도 한창 공사 중인 원룸 건물과 단독주택 20여채 이상을 볼 수 있다.

인구도 늘었다. 영흥도가 있는 영흥면 인구는 1990년대 중반 2000명을 밑돌았지만 작년 말 5600명을 넘겼다. 땅값도 뛰었다. 영흥면 장경리 해수욕장 인근 식당의 공시지가는 1990년 3.3㎡당 3500원에서 지난해 말 30만원 선까지 올랐다. 20년 동안 섬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김태연(55)씨는 "인천에서 1시간 넘게 통통배 타고 들어와야 했던 곳이 발전소가 생기면서 도시화가 됐다"며 "문화생활이 가능해졌고 관광객이 쉽게 올 수 있는 길도 놓여 장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난개발이 이뤄지는 바람에 경관이 망가졌고, 외지 사람이 늘어 인심이 야박해졌다는 아쉬움도 많았다.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에서 가동 중인 석탄 화력발전소(위)와 풍력발전기(아래 왼쪽), 태양광 발전단지(아래 오른쪽)의 모습. 영흥도 전력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나.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에서 가동 중인 석탄 화력발전소(위)와 풍력발전기(아래 왼쪽),

태양광 발전단지(아래 오른쪽)의 모습. 현재 짓고 있는 석탄 화력발전소 2기가

내년 6월과 12월 각각 준공되면 영흥도는 수도권 전력 수요의 22%를 충당하는 지역이 된다.


 

 

 발전 시설 집중으로 갈등도 불거졌다. 지난 2월 산업통상자원부가 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으로 2019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소 7·8호기를 추가로 짓겠다고 한 게 원인이다. 870㎿급 석탄 화력발전소를 2개 더 지으면, 영흥도의 발전 설비는 오는 2020년 수도권 수요의 26%를 충당하는 수준이 된다.

남동발전은 이미 발전소를 더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한 상태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천시나 환경단체 등의 반대가 거세다. 석탄 화력발전소 증설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늘어난다는 것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송도국제도시에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한 상황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생기는 것이 녹색성장이라는 지자체 목표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석탄 대신 LNG 등 청정연료를 쓰는 발전소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과 환경보존'. 영흥도는 모순된 두 상황 속에서도 수도권의 전력 공급원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3/11/11/2013111103489.html